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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투기 쓴것] ‘먹을 게…’ 수소폭탄도 정권지르기도 불발

마치다-헨더슨(포스터형).jpg


기대했던 수소폭탄도 정권 지르기도 터지지 않았다.

24일(한국시각) 미국 캘리포니아 애너하임 혼다 센터에서 열린 UFC 157 에서 맞붙은 '드래곤' 료토 마치다(35·브라질)와 '폭탄 레슬러' 댄 헨더슨(43·미국)은 격투 팬들에게 진한 아쉬움을 남겼다.

반더레이 실바-에밀리아넨코 표도르-마우리시오 쇼군 등 만만치 않은 내구력의 강자들마저 무너뜨린 헨더슨 펀치를 의식한 것일까. 마치다는 신중하게 백스텝을 밟으면서 다른 때보다도 더 수비에 집중했다. 물론 초반에는 헨더슨의 인사이드 로우킥-라이트훅 패턴에 말려 아찔한 상황에 몰려 긴장감이 돌기도 했지만 거기까지였다.

2라운드 접어들어 마치다는 헨더슨의 펀치를 상당한 거리를 두고 흘리는 등 조금씩 여유를 찾아갔다. 헨더슨 또한 무리수를 두지 않았다. 거칠게 펀치를 휘두르며 밀어붙이면서도 일정 거리 이상 들어가지 않았고, 포인트에서 앞선다고 생각한 후반에는 오히려 뒤로 물러서서 마치다 공격을 기다리는 듯한 움직임까지 취했다.

결국, 마치다의 근소한 판정승으로 끝났고, 헨더슨은 아쉬움을 삼켰다. 강력한 한 방을 지닌 정상급 강자들의 충돌이라는 점에서 큰 기대를 모았지만, 결과는 물론 내용마저 빈약해 멋진 그림을 원했던 팬들의 실망이 컸다.

사실 강한 화력을 갖춘 파이터들이 맞붙을 때, 의외로 싱겁게 끝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서로의 한 방을 의식해 무리수를 던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맷집이 떨어지는 발 빠른 아웃파이터와 내구력 강한 인파이터 경기에서 자주 발생한다.

헨더슨-마치다전이 딱 그랬다. 둘은 삽시간에 KO시킬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무기를 갖고 있다. 헨더슨에게는 'H-Bomb(수소폭탄)'이라 불리는 가공할 폭탄펀치, 마치다는 오랜 세월 가라데로 단련한 정권 지르기가 일품이다. 둘 다 걸리면 바로 끝낼 수 있는 파괴력이 있다.

터지는 과정은 다르다. 노병 헨더슨의 라이트훅은 전진 과정에서 큰 궤적을 그리며 발사할 때 더 큰 위력을 발한다. 난타전에서 주저 없이 날아가는 것은 물론 상대가 킥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여지없이 발사버튼을 누른다. 펀치거리에서 상대가 멈칫하는 찰나에도 바로 공격에 들어간다.

자신의 왼발 인사이드 로우킥으로 상대의 다리를 가격한 후 곧바로 오른손 폭탄을 격발하는 패턴도 위력적이다. 오른손만큼은 아니지만 왼손 역시 상당한 위력을 지니고 있다. 설령 실패한다 해도 바로 레프트로 연타가 가능하다.

반면 마치다의 왼손 정권은 카운터 성격으로 짧고 정확하게 꽂힌다. 현란한 보법과 움직임에 상대의 평정심이 무너졌을 때 이뤄진다. 상대가 공격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꽂히기 때문에 웬만한 하드펀처들의 펀치 못지않은 위력을 발휘한다.

헨더슨과 마치다의 무기는 서로의 입장에서 상당히 부담스럽다. 마치다는 맷집이 좋은 편이 아니다. 지능적인 스텝을 바탕으로 한 회피 동작이 뛰어나지만, 정면 난타전에서는 약점을 안고 있다. 맷집 좋은 선수들도 순식간에 한 방으로 쓰러뜨리는 헨더슨의 펀치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헨더슨 역시 무작정 들어가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그의 내구력은 그동안의 많은 전적을 통해 검증됐다. 웬만한 잔펀치를 무시하면서 폭탄을 날릴 수 있는 이유다. 그럼에도 마치다의 카운터 공격은 헨더슨의 마음을 졸이게 했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말처럼 화끈한 그림을 기대했던 팬들에게는 실망을 주긴 했지만, 언제 터질지 모르는 둘의 필살기 덕에 경기 내내 긴장감이 넘친 것도 사실이다. 팬들의 호불호가 극명히 엇갈린 한판이었다.

-윈드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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