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다음

웹소설의 유토피아, 글세상 문피아

UFC 라이트급에서 활약하고 있는 고미 타카노리(34·일본)가 위험한 대결에 나선다.

다음달 3일(한국시각) 일본 사이타마 슈퍼아레나에서 열리는 UFC on FUEL TV 8 'SILVA vs STANN'이 그 무대. 상대 '나이트메어' 디에고 산체스(32·미국)는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르는 서브미션이 위협적인 강력한 그래플러다.

고미는 지난해 2전 2승을 기록했고, 산체스는 한 경기에 나섰지만 판정패 했다. 결과만 놓고 봤을 때 고미의 페이스가 좋아 보이지만 허수(虛數)에 불과하다. 상대 레벨이 다르기 때문. 몇 승을 따냈는지도 중요하지만 어떤 상대와 붙었냐는 것도 전력을 평가하는 핵심 데이터다. 지난해 고미의 2승은 큰 의미가 없다. 승리 자체로는 의미가 있지만, 상대들의 면면이 너무 약해 높은 점수를 받기는 어렵다.

고미는 이전에 치른 수준급 강자들과의 대결에서 패하며 자존심을 구겼다. 데뷔전 상대 케니 플로리안을 비롯해 클레이 구이다-네이트 디아즈와의 대결에서 일방적으로 밀리다가 서브미션 패를 당한 것이 대표적 예다. 그나마 이름값을 한 유일한 경기인 타이슨 그리핀전 KO승 역시 초반 카운터펀치가 들어가지 않았다면 패배가 반복됐을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고미가 망가진 원인은 단순한 패턴과 노쇠화다. 강한 맷집과 내구성으로 버티다 펀치 한 방을 노리는 그의 파이팅 스타일은 예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없다. 동양인으로서는 보기 드문 인파이터형이라 높은 인기를 누렸지만, 나날이 발전하는 현대 MMA 추세에서 이 같은 공격 형태가 계속 통하기는 어렵다. 가드가 좋은 것도 아니며 레슬링은 약한 편에 속한다. 그래플링 역시 형편없다.

넓은 옥타곤을 활용해 정면 타격전을 피한 후 아웃파이팅을 하거나 기회를 봐서 클린치-테이크다운을 섞으면 어렵지 않게 제압할 수 있다. 스텝을 적극 활용하지 않는 고미로서는 상대의 움직임을 두 눈 뻔히 뜨고 지켜보면서 당하기 일쑤다.

더욱이 고미는 UFC에 진출하기 전부터도 전성기에 비해 크게 쇠퇴했다는 지적도 받았다. 마이너 무대에서도 하락세가 뚜렷해 강자들이 득시글거리는 UFC에서 제 실력을 발휘하기에는 여러모로 어려움이 많았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현재는 약한 선수들과 대결하며 하위권에서 경쟁하는 이벤트용 동양인 파이터로 전락했다.

반면, 산체스는 여전히 경쟁력을 갖춘 선수다. TUF 초대 시즌 우승자로서 UFC 경량급의 미래로까지 꼽혔던 기대치에는 다소 미치지 못하지만, 매번 만만치 않은 대진 속에도 꾸준히 생존하고 있다. 예전 같지 않다는 혹평도 있지만 여전히 상위권 강자들도 방심할 수 없는 다크호스임은 분명하다.

레슬링과 주짓수 기량이 빼어난 산체스는 고미에게 여러모로 벅찬 상대다. 언제든 고미를 넘겨 서브미션을 성공시킬 수 있는 상대라 장기인 타격전도 마음 놓고 펼치기 어렵다. 하지만 이번 대회는 고미의 홈인 일본서 열린다는 사실과 여전히 그의 한 방은 꽂히기만 한다면 누구에게도 위협적이라는 점은 변수다. 과연 고미가 자신의 전장에서 난적을 꺾고 부활의 시동을 걸을 수 있을지 불꽃의 힘을 잃은 그의 행보를 주목할 만하다.

-윈드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