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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쓴것] '용 되지 못한 이무기?’ 이종범과 다른 박재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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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천재' 이종범(43·은퇴)은 한국 프로야구 역사상 최고의 '5툴 플레이어'로 불린다.

수비부담이 가장 큰 유격수로서도 30홈런-100도루-200안타를 동시에 기대할 수 있을 만큼 완벽에 가까웠다. 그리 크지 않은 체구임에도 강견에 클러치히터 이미지도 짙었고, 한국시리즈와 국제경기 등 큰 경기에 강한 진정한 승부사였다.

지금도 공·수·주를 두루 갖춘 선수들에게 '제2의 이종범'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하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도록 이종범에 근접한 선수는 찾아보기 힘들다.

그런 이종범에 그나마 근접했던 선수로는 최근 은퇴한 '리틀 쿠바' 박재홍(40)을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된다. '그라운드의 터프가이', '고향팀 배신자' 등 좋지 않은 이미지 때문에 열성팬 못지않게 안티도 많았지만 플레이 스타일만 놓고 볼 때 그만큼 각 부문에서 골고루 능했던 선수도 흔치않다.

공교롭게도 박재홍은 이종범과 광주 서림초등학교-광주일고 출신이다. 작은 체구에도 리그 최정상급의 장타력과 도루 능력을 동시에 갖췄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종범이 그랬듯 박재홍 역시 등장과 동시에 프로무대에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프로데뷔 첫해였던 1996년 타율 0.295, 30홈런 108타점 36도루라는 엄청난 성적으로 거포의 상징인 홈런과 타점왕을 휩쓸었다. 도루도 4위였다. 이때 그가 기록했던 30(홈런)-30(도루) 클럽 은 한국프로야구 1호였다. 그해 신인왕을 차지한 것은 너무도 당연했다.

엄밀히 따지면 이종범과 박재홍은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전천후 타자라는 점은 공통점이 있으나 이른바 필살기에서는 차이점이 있다.

당시 이종범의 가장 무서웠던 것은 역시 무시무시한 기동력. 엄청난 견제를 비웃기라도 하듯 손쉽게 도루를 성공시키는 등 센스 있는 주루플레이는 상대팀 내야를 흔들었다. 게다가 1번 타자로서 중심타자 이상의 장타력을 과시했으니 그 공포는 상상을 초월했다.

박재홍은 장타력을 주무기로 기동력까지 갖춘 케이스다. 보통 중심타선에서 20개 이상의 홈런을 때리는 타자들은 준족과는 거리가 먼 게 사실이다. 부상위험 때문에 적극적으로 시도도 하지 않는 것은 물론 체형-경험-숙련도 등에서 발로 승부하는 선수들과는 기본적으로 차이가 나기 마련이다.

그러나 박재홍은 단순히 뛸 줄 아는 장타자가 아니었다. 데뷔 첫해 36도루를 시작으로 1998년에는 무려 43개까지 기록했다. 어지간한 1번 타자들도 쉽지 않은 개수다. 성공률을 놓고 평가가 갈리기는 하지만 통산 267도루는 단순히 욕심만 가지고 기록할 수 없는 수치다.

이 같은 능력에도 이종범에 비해 상대적으로 평가절하 된 면이 없지 않다. 박재홍으로선 아쉬울 법도 하다. 무엇보다 한 팀의 프랜차이즈 스타로서의 이미지가 약해 팬들의 애정이 상대적으로 약했다는 분석이다.

광주일고 출신인 박재홍은 아마 시절부터 차세대 거포로 명성을 날렸다. 특히, 호남 팬들은 지역 내 최고 기대주가 프로에 무난히 입성해 무적 타이거즈의 전설을 이어주기를 간절히 바랐다. 그러나 박재홍은 고향팀의 러브콜을 고교시절과 대학 시절 두 차례나 외면했다.

당시 실업팀을 선택하면서까지 타이거즈 입단을 거부할 만큼, 고향팀에 대한 거부감은 상상 이상이었다. 열성 타이거즈 팬들이 '배신자'라는 거친 표현까지 쓰며 섭섭한 감정을 표출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하지만 대부분은 비록 타팀이지만 광주일고 출신으로서 좋은 활약을 이어가 주길 바라는 분위기였다. 박재홍은 타이거즈를 수차례 거부했지만 타이거즈 팬들은 여전히 그를 응원했다.

반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정성훈과의 트레이드로 결국 KIA 타이거즈 유니폼을 입게 된 것. 고향 팬들 역시 열렬히 반기며 지난 악연은 잊고 좋은 관계를 형성하자는 의견일색이었다. 하지만 박재홍은 무난한 성적을 올린 첫해와 달리 두 번째 시즌 들어서 태업성 플레이 의혹까지 받으며 팬들을 실망시켰고, 결국 SK로 둥지를 옮기고 만다. 결론적으로 박재홍과 타이거즈의 인연은 끝내 좋은 결말로 이어지지 못한 셈이다.

박재홍은 SK로 이적 후 긴 시간 치열한 주전경쟁 속에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해에도 방출과 은퇴위기에서 가까스로 벗어났지만 시즌 중 활약은 미미했다. 이만수 감독의 눈에 노장 박재홍은 있었지만, 한국 프로야구의 레전드이자 경험많은 스타로서의 박재홍은 없었던 게 사실이다. 박재홍이 남긴 기록은 분명 한국 프로야구 역사에 큰 족적이었다. 하지만 한국 야구역사에 남긴 업적만큼, 팬들의 사랑을 받지 못한 건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남는다.

-윈드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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