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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쓴것] KIA, 뼈아픈 그림자 '신·한 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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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주-신용운ⓒ KIA / 삼성


프로야구에는 다양한 ‘묶음별명’이 있다.

두산의 막강불펜을 이끌었던 고창성(K), 임태훈(I), 이재우(L), 이용찬(L)의 킬(KILL) 라인, 넥센의 강타선을 상징하는 이택근(외야수)-박병호(1루수)-강정호(유격수)의 LPG포 등이 대표적이다. KIA 타이거즈에는 이범호-최희섭-김상현으로 이어지는 LCK포를 비롯해 2009년 팀의 10번째 우승을 일군 필승조 'SKY 라인(손영민-곽정철-유동훈)'이 가장 대표적이다.

그러나 KIA의 어두운 단면을 잘 드러낸 묶음 별명이 하나 있다. 다름 아닌 신·한 카드다. 신·한 카드는 KIA의 암흑기 중심에 있던 대표적 두 불펜투수 신용운-한기주를 지칭한다. 신인 시절부터 두각을 나타냈던 이들은 얇은 투수층과 팀 내 마운드 사정상 롱릴리프-셋업맨-클로저를 가리지 않고 전천후로 활약했다. 하지만 지나친 혹사로 인해 오랜 시련의 계절을 보내야 했다.

한기주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단연 무시무시한 광속구. 광주 동성고 재학시절 이미 150㎞를 넘나드는 광속구를 뿌리며 고교무대를 평정한 한기주는 프로 입성 전부터 '제2의 선동열'이라는 극찬을 받았다. 류현진(LA다저스)-유원상(LG)-김광현(SK)-나승현(롯데) 등 동시대 활약했던 쟁쟁한 기대주들 틈에서도 한기주는 단연 '원톱'으로 꼽혔다. KIA에서 그에게 10억이라는 역대 최고 계약금을 안겨준 것도 이러한 이유였다.

최고의 기대를 받았던 선수답게 한기주는 프로 데뷔 첫해부터 두각을 나타냈다. 고교 때 혹사로 인해 변화구 구사가 힘든 상황임에도 시속 150㎞ 중반대의 강속구 하나만으로도 프로에서 충분히 통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선발 투수로서는 주춤했지만 셋업맨으로 전업한 이후 무려 140.2이닝을 소화하며 평균자책점 3.26을 기록, 불펜의 핵으로 자리매김했다. 시즌 초반 선발투수로 많은 실점을 하고 후반기부터 본격 가동했다는 것을 감안했을 때, 놀라운 성적이 아닐 수 없다. 류현진만 아니었다면 신인왕은 그의 몫이었다.

데뷔 첫 해 후반기의 한기주는 류현진 못지않았다. 당시 팔꿈치가 좋지 않아 변화구를 던질 수 없는 상태였음에도 직구 하나로 프로의 쟁쟁한 선배들을 넉아웃시켰다. 상대타자들은 한기주가 직구로 정직하게 승부를 펼치는 것을 잘 알고 있음에도 대부분 쳐내지 못했다.

당시 팀 내 마무리 투수는 윤석민이었다. 윤석민은 광속구와 더불어 다양한 변화구를 섞어 던지며 좋은 활약을 펼쳤지만 한기주만큼 믿음직스럽지는 않았다. 윤석민도 대단했지만 한기주는 그보다 훨씬 괴물이었다고 보는 게 맞다.

타이거즈 역사에 남을 자질을 지녔지만 안타깝게도 보호받지 못했다. 50여개 가까운 투구수를 던지고도 다음날 또 다음날 연속해서 등판했다. 심지어 더블헤더에 모두 나온 적도 있다. 현대야구에서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혹사였다는 평가다. 그럼에도 한기주는 후반기에만 평균자책점 0.92 피안타율 0.120의 놀라운 성적을 거뒀다. 멀쩡한 몸으로 변화구 구사까지 가능했으면 어땠을까.

하지만 한기주는 사실상 그것으로 끝이었다. 이후 KIA의 마무리투수로 활약하며 뒷문을 든든하게 지켜줬지만 결국 채 3년을 가지 못하고 각종 부상에 시달리며 내리막길을 걸었다. 팔꿈치는 물론 손가락까지 문제가 생겼고 2009년 이후에는 부상과 재활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결국, KIA는 한기주가 오는 6일 건국대병원에서 오른쪽 어깨 회전근 정리술 및 연골봉합술 수술을 받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재활에는 약 1년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프로데뷔 후 벌써 4번째 수술이다.

구단에서 한기주가 입단했을 당시 몸 상태부터 면밀히 체크하고 관리했다면, 현재 KIA는 류현진 못지않은 대형투수를 보유했을 가능성이 높다. 잠깐의 욕심과 무관심이 새끼호랑이의 성장을 막은 것이다. 다행히 최근 KIA는 유망주들의 몸 상태에 각별한 신경을 쓰고 있다. 어찌 보면 한기주 사태를 겪은 뒤 생긴 학습효과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입단하기 무섭게 수술 후 재활에 들어갔던 한승혁이 대표적 예다.

신용운 역시 혹사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아이콘(?) 중 하나다. 한기주보다 4년 빨리 데뷔한 신용운 또한 여러 감독들을 거치며 지나치게 많은 경기를 책임졌다. 전성기였던 2006년과 2007년엔 한기주와 더불어 무수히 많은 호랑이 마운드의 구멍을 메웠다. 그로인해 신·한 카드라는 별명이 유행했다. 2007시즌 이후 국방의 의무를 마치기 위해 경찰청에 입단했는데 팬들 사이에서는 신용운이 “살기 위해 도망갔다”는 웃지 못 할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혹사에는 후유증이 반드시 따른다. 팔꿈치와 어깨 등 각종 부상에 시달리던 신용운은 2011년 11월 KIA를 떠나 삼성에 둥지를 틀었다. 계속된 부상과 재활을 거듭하던 신용운이 재기하기 힘들 것이라 판단한 KIA 측이 2차 드래프트 40인 보호 선수 명단에서 그의 이름을 제외한 것. 오랜 세월 KIA를 위해 헌신한 선수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아쉬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다행스럽게도 신용운은 올 시즌 서서히 부활의 날갯짓을 하고 있다. 삼성에는 국내 최고의 재활 센터인 삼성 트레이닝센터(STC)가 있었고 그곳을 통해 다시금 마운드에 서게 됐다.

최고의 유망주에서 혹사의 대명사가 되어버린 신용운과 한기주.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KIA 팬들은 다시금 이들이 건강한 몸으로 마운드에서 나란히 광속구를 뿌리기를 고대하고 있다.

-윈드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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