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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투기 쓴것] '얼굴도 무기' 헌트…주도산 저격 깜짝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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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트 경기 중 아직도 명승부로 회자되는 게임이 있다. ⓒ 프라이드


'수퍼사모안' 마크 헌트(40·뉴질랜드)는 이른바 '깜짝쇼의 달인'이다.

낙천적인 성격과 상대적으로 밋밋한 근성 때문에 큰 기대를 주지 않다가도 난데없이 경악을 금치 못하게 하는 내용이나 결과를 빚어 붙은 별명이다.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숨은 강자로 인정받았지만, 일반 대중들에게는 그다지 유명하지 않았다. 당시 K-1에는 그보다 훨씬 많은 경기를 치렀던 스타급 파이터들이 즐비해 상대적으로 묻힌 영향도 있다.

헌트 경기 중 아직도 명승부로 회자되는 게임이 있다. ‘남해 흑표범’ 레이 세포와의 K-1 2001 파이널 그랑프리가 그것. 상대 세포는 강력한 펀치와 노련한 경기운영이 일품인 파이터로 우승 경험은 없었지만 늘 상위권 강자로 분류됐다. 둘은 K-1 역사에 남을 세기의 난타전을 벌였다. 승리욕이 최고조에 달한 경기 중반에는 노가드 상태로 거칠게 주고받는 장면까지 연출하며 관중들을 광분케 했다.

완전한 노가드로 나선 것은 헌트였다. 세포는 한 방씩 주고받는 상황에서도 큰 펀치는 슬쩍 흘리기도 했지만, 헌트는 말 그대로 얼굴을 들이밀었다. K-1에서 소문난 하드펀처를 상대로 전례가 없는 '안면가드(?)' 플레이를 펼친 것. 결과적으로 승리는 포인트를 더 따낸 세포의 몫이었다. 하지만 세포는 헌트전 부상 여파로 다음 라운드로 진출할 수 없었다. 반면, 세포보다 더 적극적으로 안면을 열었던 헌트는 멀쩡한 모습으로 대체 출전, 다음 경기인 3라운드에서 아담 와트를 TKO로 제압하고 처음으로 도쿄돔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상승세를 탄 헌트의 기세는 꺾이지 않았다. 8강에서 강력한 우승후보인 제롬 르 밴너를 실신시켰고, 준결승에서 스테판 레코를 맞이해 판정승을 따냈다. 결승에서는 ‘극진가라데 달인’ 프란시스코 필리오를 연장 접전 끝에 꺾고 우승의 영광을 안았다. 밴너-세포 등 무관의 제왕들이 즐비한 가운데 첫 출전한 대회에서 벨트를 차지한 헌트는 K-1 역사상 가장 드라마틱한 깜짝 우승의 주인공으로 평가받고 있다.

헌트가 ‘깜짝쇼 달인’으로 꼽히는 것에는 기복이 심한 행보도 영향을 미쳤다. 꾸준한 성적을 냈다면 ‘깜짝’이라는 표현도 없었다. 하지만 헌트는 잘할 때와 못할 때의 편차가 심했다. 그러면서도 중요한 순간에 일을 치며 팬들을 놀라게 했다. MMA에 진출해서도 헌트는 들쭉날쭉한 행보를 그렸다. 미숙한 그래플링 탓에 사실상 한 체급 아래인 요시다 히데히코에게 암바로 패한 것을 비롯해 상당수 경기를 서브미션으로 내줬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도 헌트의 깜짝쇼는 이어졌다. 프라이드의 한 해를 마무리하는 2006 '남제(男祭)'에서 당시 지구상 최강의 파이터로 꼽혔던 에밀리아넨코 표도르를 상대로 승리 직전까지 갔다. 비록 마무리가 서툴러 뒤집혔지만, 탑포지션을 잡고 서브미션을 시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헌트의 쇼는 거기까지였다. 이후 헌트는 강자나 악자 모두에게 계속 패하면서 서서히 상위권에서 밀려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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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C 160을 통해 헌트가 맞이할 다음 상대는 전 UFC 헤비급 챔피언 출신의 '피콜로 대마왕' 주니오르 도스 산토스다. ⓒ UFC


조금씩 잊히던 헌트는 또 다른 깜짝쇼를 펼쳤다. 불혹을 앞두고 세계 최정상급 무대인 UFC 진출을 선언한 것이다. 마이너 무대에서도 통하기 힘든 헌트가 UFC에서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전문가들은 혀끝을 찼다. 물론 헌트는 장사형 골격에 가공할 맷집을 자랑한다. 그러나 작은 신장(177cm)과 비대한 몸(120kg) 때문에 몸놀림이 빠르지 못하다는 약점도 안고 있다. 더욱이 마이너 무대에서도 서툴렀던 그래플링이 UFC 옥타곤 무대에서 통할 것으로 예상한 이들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게으른 노장천재는 다시 한 번 비범한 유전자를 과시했다. 아무도 예상치 못한 4연승의 가파른 상승세를 타며 불혹의 나이에 MMA 커리어 전성기를 열어젖힌 것. 벤 로스웰-칙 콩고-스테판 스트루브 등 이른바 '문지기급' 파이터들을 연파하며 달라진 기량을 뽐내고 있다. 게으른 파이터로 알려진 헌트는 최근 들어 그래플링 능력이 크게 향상됐다. 로스웰과의 레슬링 대결에서 밀리지 않았고, 서브미션 마스터 스트루브의 다양한 공격마저 모두 막아냈다. 예전의 '반쪽 파이터'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특기인 타격도 더 날카로워지고 있다.

UFC 160을 통해 헌트가 맞이할 다음 상대는 전 UFC 헤비급 챔피언 출신의 '피콜로 대마왕' 주니오르 도스 산토스(27·브라질). 1~2년 전 헌트의 경기력을 놓고 본다면 매치업 성사 자체가 신기할 정도다. 하지만 UFC에 발을 들여놓은 뒤 화끈한 내용 속에 승리를 쌓아갔고, 중간에는 알리스타 오브레임이 부상으로 빠지면서 뜻하지 않은 행운이 깃들었다.

복서스타일의 산토스는 강력한 두 주먹으로 헤비급의 내로라하는 강자들을 연파한 최정상급 파이터다. 케인 벨라스케즈에게 리벤지를 허용하며 타이틀을 빼앗겼지만 그 외에는 산토스를 상대로 우위를 점할 적수가 보이지 않을 정도다. 이름값만 놓고 봤을 때는 헌트가 노장투혼을 불사르고 있다 해도 승리는 어려워 보인다.

그러나 파이터들끼리는 이른바 '상대성'이라는 것이 있다. 다른 선수들에게는 산토스 타격이 공포의 대상이지만, 타격이 주특기인 헌트 입장에서는 오히려 편할 수도 있다. 헌트가 두각을 나타내기 이전부터 상당수 팬들 사이에서 산토스와의 가상 매치업이 논쟁거리로 펼쳐졌던 이유다. 쉐인 카윈전에서도 드러났듯, 산토스는 스텝 또한 민첩하다. 상당수 팬들은 헌트가 이런 스텝을 잡지 못하고 끌려 다니다가 판정패 혹은 중후반 이후 체력이 고갈돼 넉아웃 패할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헌트를 아는 이들은 산토스 스텝이 통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반박한다. K-1 시절부터 적극적으로 스텝을 밟지는 않았지만 근거리에서의 가드나 펀치테크닉은 상위권 수준이며 순간적인 움직임만큼은 산토스 못지않다는 것. 그간의 경기에서도 알 수 있듯, 영리하게 상대를 압박하며 거리를 좁히는 헌트의 능력은 누구라도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다.

과연 헌트가 산토스마저 격파하며 또다시 격투계를 놀라게 할 수 있을지, 깜짝 플레이의 달인이 펼칠 옥타곤쇼에 팬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윈드윙-


댓글 2

  • 001. Lv.1 [탈퇴계정]

    13.04.14 07:41

    잘 읽고갑니다... 일어만 아니면 다 읽을 수 있었는데
    펜티가 일어로 되어 있어서... 그부분은 못읽고갑니다.

  • 002. Personacon 윈드윙

    13.04.14 08:55

    헉..^^ 그, 그렇군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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