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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쓴것] '양날의 검' 전태풍…짝 잃은 외기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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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 오리온스의 부진이 심상치 않다.

'2012-13 KB국민카드 프로농구' 개막 초반만 해도 승승장구하며 상위권 후보다운 상승세를 탔지만, 특정 포지션의 약화-주전들의 줄부상으로 제동이 걸렸다. 11월 들어 치른 3경기에서 모두 졌다.

시즌 전부터 오리온스는 2번 포지션이 불안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전태풍(1번)으로 시작해 김동욱(3번)-최진수(4번)-외국인선수(5번)로 이어지는 라인업에 마침표를 찍기 위해서는 비어있는 자리의 보강이 필요했다.

추일승 감독은 1순위 출신 대형 슈터 전정규에게 2번 역할을 기대했지만 프로 데뷔 후 이름값을 하지 못한 그는 올 시즌에도 여전히 부진하다. 장기인 3점슛마저도 제대로 구사하지 못하고 있다. 오리온스 팬들이 시즌 전부터 우려했던 상황이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혼혈 3년 규정에 따라 오리온스로 둥지를 옮긴 전태풍은 장단점이 뚜렷한 1번이다. 미국 농구 명문 조지아공대 주전 포인트가드 출신답게 그야말로 환상적인 드리블 솜씨를 지니고 있다. 여기에 빠른 스피드와 낮은 자세, 그리고 다양한 테크닉이 어우러진 그의 드리블은 2~3명 사이를 뚫고 다닐 정도로 위력적이다.

볼 간수 능력이 탁월하다보니 어지간해서는 그에게서 공을 빼앗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게다가 웬만한 함정수비마저 문제없이 뚫어버린다.

드리블이 좋은 선수들이 대부분 그렇듯 전태풍은 국내 가드들 중에서도 정상급 돌파 능력을 자랑한다. 스피드+힘+테크닉이 결합된 전광석화 같은 돌파는 상대 수비진 입장에서 여간 골치가 아니다. 반 박자 빠르게 올라가는 정교한 외곽슈팅능력까지 갖춰 컨디션이 좋은날은 다득점도 가능하다.

하지만 이는 분명 양날의 검으로 작용할 때도 적지 않다. 전형적인 공격형가드인 그는 자신이 오래 공을 갖고 있으면서 경기를 풀어나가는 것을 즐긴다. 일단 공격을 통해 상대 진영을 흔들어놓은 다음, 수비가 몰리면 빈 공간으로 패스를 내준다.

반면 강동희-이상민-김승현 등으로 대표되는 정통파 포인트가드들 같은 경우, 전태풍과는 달리 놀라운 센스와 패싱게임을 통해 전체 팀원들을 지휘한다. 자신의 슛 감이 좋은날은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자신보다 동료들의 컨디션에 맞춰서 경기를 이끈다.

이들의 손끝에서 경기의 템포가 빨라지기도 하고 느려지기도 하며 때로는 컨디션이 좋지 않은 슈터의 감각을 경기 중 끌어올리기도 한다.

하지만 전태풍은 이들과 달리 자신의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은 경기를 망치는 경우가 잦다. 먼저 공격하는 것에 능숙하다보니 슛 컨디션에 난조가 오거나 상대 수비에 막혀 뜻대로 안 풀리게 되면 혼자 흥분해 슛이나 턴오버를 남발하기 일쑤다. 이상민 같은 패스의 귀재들과 달리 적절한 능력을 갖춘 2번이 전태풍을 보좌해야 하는 이유다.

KCC시절에는 임재현이 이 같은 역할을 잘해줬다. 주전 1번으로는 아쉬움 남겼지만, 그는 리딩과 슛 부문에서 평균 이상의 능력으로 백업 1번 혹은 1번을 받치는 2번으로 최고 수준의 기량을 발휘했다. 악착같은 수비능력은 물론 팀을 위해 희생하는 마인드까지 갖춰 전태풍의 파트너로는 제격이었다.

전태풍이 흥분하게 되면 대신 게임을 지휘하는가하면 경기 내내 열심히 뛰어다니며 좁은 수비범위까지 커버했다. 임재현 역할을 해줄 선수가 오리온스에는 없다. 이에 추일승 감독은 1번 출신인 정재홍을 중용하며 변화를 꾀하고 있지만 임재현과 비교해 여러모로 부족한 게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오리온스는 최근 또 다른 악재까지 맞고 있다. 주전 포워드인 김동욱-최진수가 동시에 부상으로 결장하고 있는 것. 각자 다른 색깔을 자랑하며 팀 상승세를 이끌던 이들의 동반이탈은 전력상 엄청난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이에 전태풍의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보니 무모한 개인플레이 또한 계속해서 늘고 있다.

올 시즌 오리온스의 최대 전력보강은 전태풍 영입이었다. 하지만 그러한 무기를 가지고도 100% 활용할 수 없는 팀 상황이 못내 아쉽다.

-윈드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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