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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투기 쓴것] ‘표도르처럼’ 케인도 덫에서 돌파운딩?


2003년 프라이드25 'Body Blow'는 MMA 역사에서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얼음황제' 에밀리아넨코 표도르(37·러시아)가 전 세계 격투팬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강렬하게 각인시킨 날이기 때문이다. 링스 강자 출신으로 프라이드에 입성해 세미 슐트-히스 헤링을 연파하고 존재감을 내뿜었던 표도르는 당시 최강으로 꼽혔던 안토니오 호드리고 노게이라를 이날 격파하면서 이름값을 드높였다.

표도르 등장 전 노게이라는 종합 무대에서 괴물로 통했다. 당시 복싱과 주짓수를 겸비한 신체조건(191cm)이 빼어난 주짓떼로는 많지 않았다. 특히, 가드 포지션에서 펼치는 가공할 서브미션 테크닉은 '미로' 혹은 '늪'으로 불릴 정도로 공포의 대상이었다. 닥치는 대로 꺾고 비트는 노게이라표 관절기에 누구도 그와 그래플링 섞는 것을 기피했다.

표도르는 단순히 이기는 것에 그치지 않고 과감하게 노게이라 품을 파고들었다. 그리고는 트레이드마크가 된 얼음 파운딩을 끊임없이 쏟아내며 지켜보던 이들을 놀라게 했다.

이전까지 대부분의 선수들은 노게이라 서브미션이 두려워 상위 포지션을 점하더라도 형식적 파운딩만 거듭하고 도망치기 바빴지만, 표도르는 아랑곳하지 않고 풀스윙으로 파운딩을 작렬했다. 쉴 새 없이 쏟아지는 파운딩 세례에 노게이라는 제대로 된 서브미션 그립조차 잡기 힘들었다.

이렇듯 정상급 주짓떼로의 가드 포지션은 상대에게 두려움의 대상이다. 예전처럼 일방적인 서브미션은 잘 나오지 않고 있지만 그래도 여전히 일부에서는 과거 노게이라 같은 플레이가 가능한 선수들이 존재한다.

'모아이 석상' 케인 벨라스케즈(30·미국)는 '제2의 표도르'로 불린다. 표도르가 그랬듯, 헤비급 치고는 작은 체격에도 스탠딩-그래플링에서 고른 기량을 선보이며 닥치는 대어를 낚았다. 상대가 누구든 전진을 거듭하는 공격적인 파이팅 스타일도 닮았다.

벨라스케즈는 지난 연말 'UFC 155' 메인이벤트에서 챔피언 타이틀을 빼앗아갔던 '피콜로 대마왕' 주니오르 도스 산토스(27·브라질)에게 리벤지에 성공하며 재탈환했다.

1차전에서 워낙 허무하게 무너졌고 산토스의 상승세가 가파른 흐름이라 벨라스케즈 열세를 예상하는 의견도 많았지만, UFC 입성 전부터 괴물로 불렸던 그는 화끈하게 리벤지에 성공했다.

현재 벨라스케즈 대항마로는 1승씩 주고받은 산토스와 알리스타 오브레임(32·네덜란드) 등이 꼽힌다. 모두 가공할 한 방을 갖춘 상대들이라 섣부른 예측은 금물이다. 의외의 복병도 빼놓을 수 없다. '바이 카발로' 파브리시오 베우둠(33·브라질)이 대표적 예다.

프라이드 시절의 끝자락, 그리고 UFC 입성 때까지만 해도 까다로운 스타일의 주짓떼로 정도로 평가받았지만 이후 꾸준히 상승세를 타며 현재는 누구와 붙어도 난적이 될 수 있는 정상급 파이터로 진화했다. 현지에서는 산토스와 오브레임 못지않게 베우둠에게도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벨라스케즈와 정반대 파이팅 스타일을 띠고 있어 더욱 그렇다.

베우둠은 자타공인 헤비급 최강 주짓떼로다. '세계 주짓수선수권 대회(Mundial)' 4회, 'ADCC(AbuDhaibi Combatwrestling Championship)' 2회, 팬암(Pan Am) 3회 우승에 빛나는 그는 최정상급 주짓떼로답게 포지션에 상관없이 최고의 서브미션 결정력을 자랑한다.

베우둠이 가드 포지션에 있어도 상위 포지션을 잡은 같은 주짓떼로들 조차 피하고 도망갈 정도로 무시무시하다. 헤비급 최고의 레슬러이자 상위포지션 선점의 최고 기술자인 벨라스케즈가 베우둠을 상대로 어떻게 풀어갈 것인지에 궁금증이 증폭되는 이유다.

벨라스케즈는 이제껏 상대를 가리지 않고 자신의 스타일대로 공격적인 테이크다운을 해왔고, 쓰러뜨린 후에는 돌주먹 파운딩으로 경기 흐름을 장악했다. 부지런하게 넘어뜨리고 거침없이 파운딩 포격을 가해 상대 입장에서는 반격의 타이밍조차 잡기 어려웠다. 하지만 상대가 베우둠이라면 달리 생각할 필요가 있다. 이제껏 베우둠 가드 안에서 무사했던 파이터는 프라이드 시절의 호드리고 노게이라 정도다.

물론 벨라스케즈는 타격에도 일가견이 있어 주로 스탠딩에서 포인트를 쌓고 테이크다운 후 무리한 그라운드 공방전을 피하는 장면도 연상케 하지만, 팬들은 “그래도 벨라스케즈라면 표도르가 노게이라 가드 안에서 그랬듯, 자신 있게 파운딩을 퍼부을 것”이라며 잔뜩 기대하고 있다.

아쉽게도 벨라스케즈와 베우둠의 대결은 당장 성사되기 어렵다. 다음 도전자로 유력한 오브레임을 비롯해 산토스도 설욕을 노리며 이를 갈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흥행파워’가 떨어지는 베우둠을 주최 측에서 서둘러 벨라스케즈와 붙일 가능성은 낮다. 하지만 헤비급 상위층이 눈에 띌 정도로 두꺼운 것은 아니라 연승행진을 이어간다면 벨라스케즈와 붙을 수밖에 없다.

과연 벨라스케즈가 과감하게 베우둠의 가드 포지션에서 돌주먹 파운딩을 퍼부을 수 있을지, 극과 극 파이터들의 승부를 그려보는 것도 UFC를 즐기는 또 다른 방법이다.

-윈드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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