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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미디어 쓴것] 쿵푸판타지의 짜릿한 매력… ‘사형도수(蛇形刀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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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8년 제작된 '사형도수(蛇形刀手)'는 성룡이라는 배우를 국내에서 완전한 인기스타로 굳혀준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당시 홍콩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에서는 이소룡의 영향으로 인해 쿵푸 영화 붐이 불고 있었다. 

 

이는 국내도 다를 바 없었는데 그런 상황에서 이소룡이 사망하자 홍콩 영화계는 그의 뒤를 이을 후계자 만들기에 열중했고 최종적으로 그 명맥을 이은 슈퍼스타가 바로 성룡이라고 할 수 있다.

 

이소룡의 진지한 실전 쿵푸 액션과 달리 성룡은 이른바 코믹 쿵푸로 차별화에 성공한다. 당시 상당수 영화들이 이소룡 따라하기에 열중했던 것과 달리 자신만의 캐릭터로 승부수를 던진 것이 주효했다고 할 수 있다.

 

성룡이라는 이름을 국내 시장에 본격적으로 알린 것은 단연 '취권(醉拳)'이었다. 술을 마시면 강해진다는 당시로서는 상상할 수 없었던 이색 아이디어가 돋보인 쿵푸 영화였는데 단관시대인 당시 국도극장에서 무려 6개월이 넘는 기간동안 상영을 기록할 정도로 엄청난 인기를 모았다.

 

어느 분야나 마찬가지겠지만 스타로 완전히 정착하기 위해서는 흥행작을 이을 다음 작품이 무척 중요하다. 아무리 대단한 성공을 거뒀다 하더라도 다음 작품에서 실망을 안겨주면 '반짝 스타'로 그칠 공산이 크기 때문. 실제로 지금도 이런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그런 점에서 당시 수십만 관객을 끌어 모은 사형도수는 취권의 인기를 그대로 이어받아 성룡을 확실한 스타로 만들어준 영화라고 할 수 있다. 더불어 이때를 기점으로 코믹 쿵푸 영화의 전성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동물의 움직임에서 깨우침을 얻어 무공을 완성하다.

 

취권이 술과 쿵푸의 조합을 다룬 설정이었다면 사형도수는 동물의 움직임을 무술 동작에 담아 비기를 완성시킨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러한 소재는 이후 영화나 만화, 소설 등에서 다양하게 활용되었다. 취권과 달리 이러한 권법들은 실제로도 존재하는지라 전혀 허구라고도 할 수 없었고 어떤 면에서는 나름대로의 실전 분위기까지 풍겼다고 할 수 있다. 

 

주인공 간복(성룡)은 고아 출신으로 무술 도장에서 온갖 잡일을 도맡아 하면서 살아가고 있는 청년이다. 악덕 사범으로부터 갖은 구박을 당하는 등 매일 매일이 악몽 같은 나날이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른 심성과 밝은 성격을 잃지 않고 있었다. 

 

어느날 간복은 우연히 여러 사람들에게 공격당하고 있는 거지 노인을 구해준다. 간복은 직접 약까지 달여 거지 노인에게 제공하는 등 그를 감동케 한다. 

 

사실 거지 노인의 정체는 무림문파인 사형문의 거물 백장천(원소전)이었다. 백장천은 간복의 착한 마음씨에 마음이 움직여 그를 제자로 삼고 자신의 비전절기인 사형권을 전수한다. 그로 인해 간복은 보잘것없는 천덕꾸러기에서 강력한 무술을 갖춘 고수로 탈바꿈하게 된다.

 

백장천은 자신의 문파를 몰살시키려는 응조문 일당에게 쫓기고 있었다. 특히 응조문의 장문인 상관일운(황정리)은 백장천조차 당하기 힘들 정도로 강력한 무공을 갖춘 고수 중의 고수였다. 

 

무협 영화에서 주인공이 더욱 강해지는 계기 중 하나는 '깨달음'이다. 사형권의 상당수를 배웠음에도 상관일운을 당하기 힘들었던 간복은 어느날 고양이가 코브라와 싸워 이기는 모습을 보고 '묘조(猫爪)'의 비기를 깨닫는다. 더불어 이를 사형권과 결합해 한 단계 높은 무술을 완성하기에 이른다. 

 

간복은 사형권과 묘조를 합한 초식으로 상관일운의 '응조권(鷹爪拳)'을 깨뜨리게되고 이를 지켜본 사부 백장천은 이 무술의 이름을 '사형도수'라고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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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쿵푸영화? 현실성은 일단 잊자

 

사형도수는 실전 격투기 등 현실적인 액션에 익숙한 요즘의 팬들에게는 황당하기 그지없다. 동물의 움직임을 무술에 응용시킨다는 설정은 그럴듯해 보이지만 수련 과정의 효율성이나 액션신 등에서 실소를 머금케 하는 장면도 많기 때문이다. 

 

어쩌면 여기에는 MMA(격투기의 일종)의 대중화로 인해 팬들의 눈높이가 올라간 점도 간과할 수 없다.

 

기타 성룡표 코믹 쿵푸 영화가 그렇듯 사형도수에서도 다양한 수련법이 나온다. 나무 기둥 2개에 머리와 다리만 걸친 자세로 복부와 가슴 쪽에 사람이 앉아 누르는가 하면 큰 링을 팔에 두르고 사권의 동작을 연습하기도 한다. 

 

어디 그뿐인가, 나무 기둥 2개에 손가락을 이용한 팔굽혀펴기 자세로 오랫동안 버티고 있는데 바로 밑에는 뜨거운 향이 피워져 있어 조금만 자세가 낮아지면 맨살에 뜨거운 고통이 몰려오기 일쑤다.

 

나무 위에 올려진 날 계란을 뱀이 먹이를 공격하듯 빠르고 정확하게 낚아채 올리는 장면도 인상적이다. 이러한 수련법은 이후 다양한 아이디어가 추가되면서 성룡식 쿵푸 영화의 명물이 되기도 한다.

 

사형도수에서 나오는 주요 인물들은 하나같이 맷집과 체력이 비상식적(?)으로 강하다. 인간의 몸은 생각보다 강하지 않다. 무예를 익힌 사람들의 발차기는 단련한 사람끼리도 한방 제대로 맞으면 견디지 못하고 나가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짧게 끊어 치는 잽성 주먹이라 할지라도 턱 등 주요 부위에 제대로 들어가게 되면 한방에 실신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나 영화에서는 엄청난 타격 공방전이 한참동안 이어짐에도 끊임없이 버티고 또 버틴다.

 

안면이나 목 쪽을 노리고 풀 파워로 휘두른 상단킥이나 급소에 이어지는 날카로운 펀치나 조수 공격은 물론 심지어 체중을 잔뜩 실어 때린 날려 차기에도 버티고 또 버틴다. 

 

서로 피하고 막아내는 경우가 아닌 마치 맷집 시험이라도 하겠다는 듯 이런 식으로 치고 받으면 사실상 견딘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맷집이 강하기로 유명한 마크 헌트(37·뉴질랜드)나 한창때의 안토니오 호드리고 노게이라(35·브라질)같은 격투가들도 그런 식으로 맞으면 골로 갈(?) 것이다. 거기에 체력들은 어찌나 좋은지 큰 동작으로 한참을 싸워도 쌩쌩 하기만 하다. 

 

물론 영화는 영화다. 하늘을 나는 무협 영화가 아닌 현실적인 느낌을 많이 주는 쿵푸 영화이기는 하지만 지나치게 실전성에 시선을 두고본다면 작품에 몰입하는 데도 방해가 될 것이 분명하다. 

 

사실 이제 이런 류의 영화는 어지간해서는 예전처럼 흥행을 거두기 힘들다. 당시와 시대적 배경이나 관객들의 눈높이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전히 <사형도수>는 볼 만한 영화다.  아무 생각 없이 편안한 마음으로 즐긴다면 당시 성룡 액션이 줬던 짜릿한 코믹 쿵푸 판타지의 매력을 듬뿍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윈드윙-


댓글 4

  • 001. Lv.99 궁귀검신

    12.12.20 11:30

    요즈음에도 한번씩 TV에서 방영하더군요,
    전 참 재미있던데..
    몇번씩이나 본 작품이네요~

  • 002. Personacon 윈드윙

    12.12.20 13:40

    이상하게 성룡영화는 아주 오래전것을 봐도 질리지가 않는것 같아요..^^

  • 003. Lv.99 궁귀검신

    12.12.20 22:37

    윈드윙님은 정말 소설, 사진, (음식점 사진 광고까지), 격투기
    다 방면에 해박하신것 같네요
    노력하면 가능한거죠?

  • 004. Personacon 윈드윙

    12.12.21 03:13

    헉! 제가 좀 장난기가 많고 ㅋㅋㅋ 엉뚱해요..^^ 힛~
    해박이 아니라 잼난 놀거리를 만들다보니까 그런것 같아요.
    사실 소설을 쓰는것도 여기분들이랑 어울리려는 의도가 많아요.
    그냥..좋은 사람들과 좋은인연 쌓으며 오래오래 우정쌓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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