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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투기 쓴것] 엇갈린 코리안 파이터 운명…옥타곤의 빛과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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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현규는 UFC 164에 출전한 코리안 파이터 가운데 유일하게 승리를 거뒀다. (수퍼액션 영상캡처)


1일(한국시간) 미국 위스콘신 주 밀워키 BMO 해리스 브래들리 센터에서 열린 UFC 164는 코리안 파이터들이 대거 출전해 이목이 집중됐다.

‘김치파이터’ 벤 헨더슨(29·미국)을 비롯해 ‘미스터 퍼펙트' 강경호(25), ‘에이스’ 임현규(28) 등이 그 주인공. 헨더슨은 라이트급 챔피언 자격으로 타이틀방어전에 임했고 강경호와 임현규는 UFC 2경기 째에 나섰다.

누군가 그랬다. 오로지 혼자 싸워야하는 MMA만큼 고독한 스포츠도 많지 않다고. 누군가는 승리의 탄성을 옥타곤 가득 내지르지만 또 다른 누군가는 패배의 아픔에 소리 없는 눈물을 흘려야 한다. 이처럼 냉혹한 옥타곤에서 세 선수의 희비도 극명하게 엇갈렸다.

‘거침없는 넉아웃 행진’ 타격머신 임현규

‘에이스’의 화력 앞에 ‘독일전차’는 무력하기만 했다. 이날 출격한 코리안 파이터 3인방 중 유일하게 승전보를 올려준 선수는 '에이스' 임현규(28)였다. 상대는 파스칼 ‘전차’ 크라우스(26·독일)로 좋은 신체조건에 뛰어난 서브미션 능력, 그리고 묵직한 잽을 장착한 만만치 않은 선수다.

이날 임현규는 상대를 의식하지 않고 딱 자신이 할 것만 했다. 임현규는 동양인 같지 않은 긴 리치를 바탕으로 자신감 있게 상대를 압박하며 타격을 내는 스트라이커다. 펀치와 킥은 물론 거리가 잡혔다 싶으면 주저하지 않고 니킥을 성공시킨다. 다소 느린듯하면서도 기회다 싶은 순간에는 가속도를 올려 넉아웃 확률을 높인다.

임현규와 크라우스는 경기 초반부터 펀치와 킥을 주고받았다. 잽 적중률에서는 크라우스가 앞서는 듯했으나 임현규는 이를 의식하지 않고 과감하게 타격을 내며 뒤로 밀리지 않으려 애썼다.

승부는 경기시작 3분 만에 갈렸다. 서로 엇갈리듯 펀치를 내는 순간 임현규의 펀치에 크라우스가 충격을 받았다. 임현규는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듯 공격적으로 몰아붙였고 결국 케이지 구석에서 니킥을 성공시키며 크라우스를 쓰러뜨렸다.

이후에 쏟아진 파운딩은 확인 사살일 뿐이었다. 이로 인해 임현규는 5만 달러(약 5500만원)에 이르는 파이트 오브 더 나이트(Fight Of The Night) 보너스까지 챙겼다.

UFC 진출 당시만 해도 임현규는 불안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것이 사실이다. 체급을 감안했을 때 특별히 빠른 것도 아니거니와 공격루트도 한정돼 있고 체력 문제까지 꾸준히 거론돼 왔기 때문, 그러나 자신의 장점을 잘살려 경기에 임한 그는 2연속 넉아웃 승리라는 좋은 결과물을 얻었다.

특히 결정력 높은 니킥 공격은 앞으로 임현규를 상대하는 선수들에게 경계대상 1호로 떠올랐다.

UFC에서 뛰고 있는 대부분의 동양선수들은 서양선수들에 힘에서 밀리는 경우가 많아 그래플링-스피드 등으로 경쟁력을 키우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임현규는 역으로 덩치-파워로 상대를 압박한다. 이는 캐릭터의 희소성적인 측면에서도 큰 플러스알파가 될 가능성이 높다. 임현규의 향후 미래가 밝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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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벤 헨더슨은 암바에 무너지며 챔피언 방어에 실패했다. (수퍼액션 동영상 캡처)


확실한 장기 필요한 헨더슨-강경호

경기가 시작될 때까지만 해도 헨더슨과 강경호의 승리가능성은 높아 보였다. 헨더슨은 WEC시절 '쇼타임(showtime)' 앤소니 페티스(26·미국)에게 당한 전력이 있지만 이후 꾸준한 발전을 거듭해 UFC라이트급 챔피언까지 등극했다. 객관적 기량 면에서 앞선다는 평가가 많았다. 강경호 역시 치코 ‘더 킹’ 카무스(28·미국)보다 못할게 없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하지만 뚜껑을 열자 기대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경기 내용이 흘러갔다. 헨더슨은 페티스에게 너무 허무하게 경기를 내줬다. 패인에 대해 ‘상대성’ 측면에서 바라보는 시각도 있지만 전략 미스라는 지적도 많다.

그동안의 경기내용에서도 알 수 있듯이 헨더슨은 장기전의 명수다. 타격-그라운드에서 특별히 강한 모습을 보이진 않았지만 고른 기량을 갖추고 있어 체력을 바탕으로 진흙탕싸움이 가능하다. 산소탱크로 명성이 높았던 전 챔피언 프랭크 에드가를 제압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능력이 큰 영향을 끼쳤다.

헨더슨과의 1차전이후 페티스는 타격에 물이 올랐다는 평가를 받았다. 펀치-킥-무릅 등 어떤 상황에서도 강력한 한방을 터트릴 수 있어 같은 스트라이커들 사이에서도 급이 다르다는 극찬이 쏟아졌다. 경량급 크로캅이라는 호평까지 있었다. 반면 클레이 구이다전에서도 알 수 있듯이 강력한 레슬링 압박에는 다소 약한 모습을 노출했던 만큼 헨더슨은 바로 이점에 초점을 맞췄던 것으로 보인다.

헨더슨은 경기가 시작하기 무섭게 대놓고 클린치 이후 테이크다운 전략으로 들어갔다. 나쁜 전략은 아니었지만 너무 눈에 뻔히 보이는 만큼 페티스 역시 경계를 단단히 하고 방어태세를 갖췄고 결국 그라운드로 끌고 가는데 실패했다. 부담을 털어버리고 1차전 때와 비슷하게 경기에 임했으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이 드는 대목이다.

거듭된 테이크다운 실패 이후 스탠딩 싸움에서 헨더슨에게 악재로 작용한 것은 페티스의 미들킥이었다. 한창때 크로캅의 킥을 연상시키듯 묵직하고 날카롭게 몸통으로 꽂혀 들어간 미들킥에 헨더슨의 얼굴은 일그러졌다.

이후 페티스의 킥 동작이 크게 들어간 틈을 타 그라운드로 공방전이 이어졌지만 지나치게 서두른 탓에 암바를 허용하고 말았다. 미꾸라지처럼 상대의 서브미션을 빠져나가는데 일가견이 있던 헨더슨임을 감안했을 때 의외의 결과였다.

페티스가 경기를 잘 풀어 나갔다고도 할 수 있지만 헨더슨이 지나치게 부담을 갖고 서두른 경향도 컸다. 헨더슨으로서는 2차례나 페티스에게 패했던 만큼 향후에도 천적관계로 형성될 공산이 커졌다. 여러모로 손해가 큰 한판이었다.

강경호 같은 경우 확실한 색깔을 갖추는 게 시급해졌다. 첫 상대였던 알렉스 케세레스(24·미국)를 비롯해 이번 카무스전까지 두 경기를 연속해서 아쉽게 판정패로 내줬다. 경기 체점을 두고 여러 가지 말들이 오가는 것이 사실이지만 확실하게 상대를 제압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점에서 강경호의 책임도 크다.

강경호는 타격은 물론 레슬링-서브미션 등에 고루 능하다. 스피드는 물론 유연성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하지만 UFC는 세계 최고 파이터들의 집합소답게 올라운드 플레이어들이 즐비하다. 모든 능력치에서 상급이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으나 그렇지 못하다면 확실한 자신만의 특기가 필요하다. 같이 데뷔한 임현규가 연승을 따낸 것도 본인이 가장 잘하는 타격능력을 극대화시킨 영향이 크다.

강경호는 선배인 김동현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스턴건’이라는 별명에서도 알 수 있듯이 김동현은 UFC에 오기 전까지만해도 강력한 카운터펀치로 유명한 선수였다. 그러나 UFC에는 김동현 이상 가는 펀처가 즐비했고 상대선수들의 맷집과 내구력 역시 이전 단체들과는 천지차이였다.

결국 김동현은 어설픈 타격 공방전 대신 그라운드에서 포지션을 확실하게 잡아가는 압박형 그래플링을 택했다. 화끈하지 못하다는 혹평도 있지만 쟁쟁한 그래플러들까지 그라운드에서 묶어버리는 위력을 선보이며 이제는 만만치 않은 위치까지 올라섰다. 연패에 빠진 강경호 입장에서는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레슬링을 활용해야한다는 지적이다.

-윈드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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