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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일상] 더위 잡는 여름사냥꾼 '팥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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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팥과 아삭아삭한 얼음의 조화

  
찐다. 푹푹 찐다.

올  여름역시  무더울 것이라는 예상을 빗나가지 않고 찜통더위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 각 학교들은 방학에 들어가기 시작했고 직장마다 휴가스케줄 잡기에 바쁘다.

하지만 일 또는 개인사정 때문에 아무리 더워도 휴가를 즐기기 어려운 사람들도 있고 설사 간다하더라도 그때뿐인 것이 사실이다.

 

강렬한 햇빛, 고온다습한 기온, 열대야현상.
이때를 위해 힘을 아꼈던 고약한 여름의 맹수들은 뜨거운 포효와 함께 사정없이 맹공을 퍼붓고 있다.

 

생각이 있으면 길도 있다는 옛말처럼 막을 방법은 있다.
그 중에서 좋은 방법 한가지를 소개한다.

바로 여름사냥꾼 팥빙수에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다.
온몸이 얼얼해지는 서늘한 얼음 총에 떡, 우유, 미숫가루, 젤리 등으로 만든 다양한 탄약들을 골고루 장전하고 팥으로 마지막 마무리를 마치면 사격준비가 완료된다.

탕! 타탕! 타앙…

짜증나는 여름, 숨막히는 여름! 여름사냥꾼 팥빙수와 함께 더위를 잡아보자.

 

사격준비, 장전…철컥!

 

팥빙수와 함께 더위사냥을 떠나려면 기본적인 재료준비는 필수사항이다.
잘게 갈은 얼음은 당연하겠고 그 다음으로 중요한 것이 팥이다.

얼음총을 실질적으로 움직이게 하는 뇌관역할을 하는 이 팥은 반드시 붉은색 팥이어야 한다. 보통 팥빙수용 팥이라고 하면 거의 통한다.

냄비에 찬물과 5대1비율로 섞고 팥이 푹 물러질 때까지 2시간정도 확실히 끓인다.

설탕을 넣어 물기가 거의 없을 때까지 낮은 불에 은은하게 끓인 다음 저온에 보관하면 팥빙수용 팥 완성.

거기에 윤활유 구실을 하는 우유까지 준비하면 기본적인 사격준비는 갖춰진다 하겠다.

그 외에 떡, 젤리, 과일 통조림, 미숫가루, 생 과일, 소프트 아이스크림 등 다양한 탄약들이 상황에 따라 요구되어진다.

자! 그럼 일단 장전하시고…철컥!

 

여름사냥꾼은 어디서 왔는가?

 

여기서 잠깐, 그렇다면 여름사냥꾼 팥빙수는 도대체 어디서 왔는가?

많은 사람들, 특히 학생들에게 질문을 던져본 결과 제과점이나 패스트푸드점에서 판매하는 특성 때문인지 서양에서 흘러 들어온 식품으로 아는 경향이 많았다.

 

하지만 팥빙수만큼 지극히 동양적이고 또 전통적인 우리 입맛과도 잘 조화되는 음식도 많지 않을 것이다.

팥빙수의 기원을 따져보노라면 보통은 기원전 3000년경 고대중국을 꼽는다.

야사에 의하면 고대중국인들은 눈 또는 얼음에 꿀과 과일즙을 섞어먹었다는 얘기가 있는데 구태여 가져다 붙이자면 팥빙수 아니 빙수 자체의 원조쯤 된다 하겠다.

 

서양 역시 기원전 4세기 경 알렉산더 대왕이 더위와 피로에 지쳐 쓰러져가는 병사들에게 산 정상의 눈을 퍼와 거기에 꿀과 과일, 그리고 우유를 섞어 먹여 기운을 북돋게 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온다.

 

제과제빵사인 정모(50·ㅌ 베이커리)씨에 따르면 "중국이나 서양에도 그런 야사가 있다지만 우리나라 역시 조선시대 무더운 여름철이 되면 조정에서는 서빙고(西氷庫)에서 얼음을 꺼내 잘게 부수어 화채 등의 음료에 넣어 마셨다는 기록이 있는 만큼 그 원조를 논하기는 쉬이 어렵다"며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각 나라마다 빙수의 기원은 다 존재하고 제각기 입맛에 맞는 재료 등을 통해 발전시켰던 만큼 우리고유의 음식중 하나라고 해도 크게 무리는 없지 않나 생각된다"고 말했다.

 

현재의 빙수가 우리나라에 도입된 것은 일제시대 때로, 잘게 부순 얼음송이 위에 일본식 팥죽인 단팥죽을 식혀서 올려 먹기 시작한 것이 초창기모델이며 후에 여러가지 색소와 향, 과일, 젤리, 저민 떡 등을 첨가하여 지금의 팥빙수가 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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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위를 피해 제과점에 들어온 학생들이 팥빙수의 시원·달콤한 맛을 즐기고있다

조준! 입맛 다시고, 침삼키시고…

 

더위를 소탕할 준비를 마친 여름사냥꾼 팥빙수가 서늘한 얼음 총에 장전을 마치고 조준을 시작하면 지켜보는 이들의 모습은 시시각각 변하게된다.

푹 삶은 달콤한 팥과 여기저기에서 자태를 뽐내는 오색빛깔의 젤리와 찹쌀떡에 자신도 모르게 입맛이 다셔지고 곱게 갈아진 얼음 밑을 받치고있는 우유와 미숫가루의 맛있는 향이 느껴지노라면 결국 견디지 못하고 침을 꿀꺽 삼키고 만다.

조그만 스푼을 치켜들어 얼음의 중심부를 푹 찔러 휘휘 저어대노라면 어느 결에 가슴이 시원해지고 오싹한 한기가 스물스물 스며들어오는 것을 느낄 수 있으리라.

이십년이 넘게 팥빙수 애호가임을 자부한다는 박모(36)씨는 "먹을 때의 달콤 시원한 맛도 좋지만 먹기 전의 책상 위에 놓여진 얼음산 같은 모습 역시 또 다른 매력중 하나인 것 같다"며 "곱게 빻아진 얼음을 각종 재료들과 혼합해 쓱쓱 비빌 때면 먹기 전부터 온몸이 덜덜 떨려오는 기분을 느끼고는 한다"는 말로 팥빙수의 매력을 설명했다.

 

발사! 탕탕탕…더위야 덤벼라!

 

팥빙수는 다양한 맛으로 더위를 사냥한다.
먼저 금방이라도 입안전체를 얼어버릴 것 같은 얼얼함과 머리까지 피어올라오는 오싹한 한기가, 그리고 다음에는 팥 특유의 달콤함과 우유의 부드러움이 맛있는 목 넘김을 확실하게 보장해준다.

이어서 씹히는 풍부한 맛들은 준비해 넣은 재료에 따라서 다양한 입 속의 쾌감을 선별해서 느낄 수 있다.

어디 그뿐이랴, 팥빙수의 진정한 힘은 더위는 잊게하되 정과 사랑은 돈독하게 하고 추억은 더욱 선명하게 하는데 있다.
단순히 더위만 물리쳐서야 진정한 여름사냥꾼 팥빙수의 체면이 서지 않을 것이기에…

 

온갖 정성을 다 기울여도 냉담하기만 한 그녀, 1년여가 지나자 저도 서서히 지쳐만 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집 근처 제과점에서 빵을 사는 그녀를 발견하고는 후다닥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리고는 다짜고짜 팥빙수 두 그릇을 시켰습니다. 팥빙수가 먹고싶다기보다는 그녀를 일단 붙잡아놓으려는 생각이었죠. 그녀의 팥빙수를 비벼주면서 말했습니다. 

"이 그릇 속의 얼음 가루는 팥과 우유가 섞이면 세상 어떤 음식보다도 달콤하게 변하는데 넌 왜 이렇게 내 마음을 몰라주냐"고, 

그녀! 잠깐 입가에 미소가 스치는 듯 하더니 잠시 후 팥빙수를 비우고 집으로 가버리더군요. 전 멍하니 쳐다볼 수밖에 없었죠. 그 다음에 어떻게 되었냐고요? 우리는 지금 세상 어느 연인 부럽지 않은 닭살커플이 되었답니다. 

그날 이후 정말 그녀는 얼음은 얼음이되 달콤한 팥빙수가 되어서 제 앞에 나타났거든요. 믿거나 말거나지만 팔빙수의 마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 최정렬(가명) -

 

-윈드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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