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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투기 쓴것] ‘뉴 챔프’ 와이드먼, 거미줄 찢는 치명적 속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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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바를 때려눕힌 와이드먼. ⓒ UFC


‘스파이더맨’ 앤더슨 실바(38·브라질)가 무너졌다.

‘얼음황제’ 에밀리아넨코 표도르와 함께 MMA 역사상 가장 위대한 챔피언으로 불리던 실바는 11차 방어전에서 고배를 들며 7년간 이어왔던 연승 행진에 제동이 걸렸다.

실바는 7일(한국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 MGM 그랜드가든아레나서 열린 ‘UFC 162’ 메인이벤트 크리스 와이드먼(29·미국)과의 타이틀 매치에서 2라운드 초반 펀치에 이은 파운딩으로 TKO패 했다.

실바 하락세는 어느 정도 감지됐던 게 사실이다. 동물적 감각과 빼어난 타격 테크닉을 바탕으로 쟁쟁한 상대들을 거푸 때려눕혔던 강자이긴 하지만 실바 역시 곧 불혹을 맞이하는 인간이다. UFC 안팎에서는 실바의 체력과 운동능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지적이 부쩍 늘고 있었다. 어찌 보면 ‘공공의 적’으로 불리면서도 지금까지 옥타곤의 황제로 군림했던 것 자체가 경외심마저 갖게 한다.

하지만 현지 팬들과 언론의 일방적인 응원을 등에 업고 옥타곤에 섰던 와이드먼의 기세는 초반부터 만만치 않았다. 경기 초반 비교적 빠른 시간에 테이크다운에 성공한 것을 비롯해 계속된 압박으로 실바를 당황케 했다.

와이드먼이 결정적으로 승기를 잡을 수 있던 비결은 타이밍 싸움에서 밀리지 않았다는 것. 그동안 실바가 스탠딩 싸움에서 ‘극강’의 위력을 과시했던 배경에는 타격 타이밍을 빼앗기지 않았던 것이 크게 자리한다. 하지만 와이드먼은 이 부분에서 밀리지 않고 실바의 리듬을 흐트러뜨렸다.

1라운드에서 와이드먼 그래플링에 고전했던 실바는 이후 의도대로 타격하기가 곤란했다. 와이드먼은 차엘 소넨처럼 힘으로만 밀어붙이지 않고, 그라운드에서의 포지션 싸움-파운딩-서브미션 등에 고루 능해 실바 입장에서도 그 어느 때보다 테이크다운을 경계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실바가 꺼내든 카드는 ‘도발’이었다. 최근 실바는 노가드 혹은 다소 엉뚱한 동작 등을 경기 중에 펼쳐 보이며 상대의 허점을 끌어내는 전략을 구사해왔다. 워낙 반사 신경이 좋고 카운터에 능해 조금의 빈틈만 보여도 단숨에 경기를 끝내는 것이 가능했다.

그러나 와이드먼은 달랐다. 실바 덫에 걸려들지 않고 냉정하게 자기 페이스를 지켰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실바는 도발의 강도를 더 높였다. 그 순간 와이드먼의 펀치가 꽂혔다. 잘 알려진 대로 실바의 회피능력은 상상을 불허한다. 근접거리에서 빠르게 날아드는 상대의 주먹을 상체 움직임만으로 피한 후 가벼운 타격으로 큰 충격을 안겨 ‘투신(鬪神)’을 연상케 한다.

그런 실바를 상대로 와이드먼은 자신만의 타이밍으로 펀치를 꽂았다. 경기가 마음대로 풀리지 않아 실바의 마음이 급해질 즈음 와이드먼은 주먹을 휘두르며 매섭게 달려들었다. 회피능력에 자신이 있는 실바는 크게 당황하지 않고 와이드먼의 펀치를 흘리듯 피할 준비를 했다.

이 상황에서 와이드먼은 4번의 펀치를 시도했다. 왼손부터 시작했으니 왼손-오른손-왼손-오른손 패턴을 예상케 했다. 실바 역시 그런 움직임에 맞춰 몸을 흔들며 펀치를 피했다. 하지만 여기서 와이드먼은 치명적 페이크를 썼다.

왼손-오른손 이후 왼손을 내지 않고 오른손을 바깥쪽으로 휘두르며 라이트 공격만 연달아 두 번 가한 것.

허리가 뒤로 꺾여 몸의 중심이 흔들린 실바는 마지막 들어오는 왼손 펀치를 막을 수 없었다. 정확하게 턱을 가격 당한 실바는 큰 충격을 받고 나가 떨어졌다. 이어진 파운딩에 장기집권 체제도 붕괴됐다.

물론 전설 실바를 무너뜨렸다고 해서 와이드먼이 새로운 전설로 등극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실바가 리벤지 매치에 큰 관심을 나타내고 있지는 않지만, 언제든 2차전이 성사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한창 기세가 오른 비토 벨포트를 비롯해 호시탐탐 벨트를 노리는 미들급 강자들의 도전을 받아야한다. ‘수면제’ 조르주 생 피에르를 꺾고 잠시 정상에 서봤던 맷 세라같이 될 수도 있다.

어쨌든 지능적이면서도 치명적인 속임수로 실바를 깨뜨린 와이드먼이 정체됐던 미들급에 광풍을 몰고 온 것은 분명하다.

-윈드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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