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윈드윙 님의 서재입니다.

전체 글


[내 일상] 꼭 나이가 많다고 너그러울까?

세월 속에서 변해가는 씁쓸한 '어른'의 모습

 

얼마전 친구들 몇 명과 오랫만에 만나 얘기를 나누던 중 '너그러움'이라는 단어 그리고 '나이'와의 상관관계에 대해서 긴 시간 동안 토의 아닌 토의(?)를 해보게 되었다.

 

누가 먼저 얘기를 꺼냈는지도 잘 기억나지 않지만 몇몇 친구가 문답형식으로 말을 주고받더니 이내 점점 내용이 길어지고 모두가 관심을 가지게 되는 가운데 졸지에 토의형식이 되어 버린 것이다.

 

필자보다 연배가 높으신 선배님들이 들으셨을 때는 건방지기 짝이 없을 수도 있겠으나 무엇을 평가하고 결론 내리자는 의미가 아닌 비슷한 연령의 또래들이 모여 각자의 생각을 들어본 좋은 나눔 정도로 생각해주셨으면 감사하겠다.

 

 

나는 어렸을 때는 말이야…

 

"나는 어렸을 때는 말이야 나이를 먹을수록 속이 넓어지고 매사에 관대해지는 줄 알았어. 그런데 한 살 두 살 더 먹다보니까 속이 막 좁아지고 뭐랄까… 매사에 편협해지는 느낌이 드는 것 있지"

 

한 친구의 말에 나를 비롯한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건방진 소리다. 대단히 건방진 소리다. 도대체 세상을 살았으면 얼마나 살았다고, 주제넘게 그런 소리를 꺼내고 거기에 공감까지 하는가. 하지만 앞서 말했다시피 어디까지나 우리들의 관점, 우리들이 생각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서로간의 생각의 틀을 맞춰본 것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밝힌다.

 

"맞아, 맞아. 어느 날 문득 나를 돌이켜보면 내가 이렇게 밴댕이 같은 사람이었나 깜짝깜짝 놀랄 때가 있어"

 

"그러게 나 뿐 아니라 아주 조그만 일에도 발끈하고 이해심을 보이지 않는 윗사람들을 보면 어쩔 때는 나이를 먹는다는 게 뭔가 하고 답답하기까지 한다니까! 그저 거울을 쳐다보며 변해버린 얼굴과 조금은 나아진 듯 한 주머니사정을 빼고는 도대체 뭐가 달라졌나 싶더라고"

 

계속해서 비슷한 의견들이 쏟아져 나왔다. 주변의 어른들에 대한 아쉬움, 그리고 그에 못지 않게 나이를 헛먹은 듯한 자신에 대한 실망, 과연 어른이 되어간다는 것은 뭘까하는 의구심은 좀처럼 답을 얻을 줄 모른다.  

 

어릴 때는 응당 부모님과 주변의 가까운 어른들의 모습을 보고자란다. 이분들 같은 경우,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너그럽고 관대하다. 내 부모, 내 지인 그리고 바꾸어 말하면 나는 그분들에게 아들이요 주변의 아이니까 당연히 그런 모습들의 한정된 공간 속에서 보호받고 가르침 받을 수밖에 없었으리라.

 

하지만 세상 속에 내던져 더 이상 그 보호의 틀 안에 있을 수 없는 상황에서는 동등한 사회구성원으로서 얘기하고 대해지고… 어쩌면 그런 모습들이 실제로 존재하는 참모습일 수도 있을 것이다.

 

 

나이를 먹을수록 세지는 고집

 

"나이를 먹을수록 고집이라는게 되게 세지는 것 같아. 어릴 때는 타인의 충고도 곧잘 듣고 그랬던 것 같은데 이제는 누가 진심 어린 충고를 해도 좋다는 것을 알아도 귀에 거슬리면 당장 기분부터 나빠지더라고"

 

"맞아! 다른 어른들을 보더라도 특정한 스타일이 고정되면 제 아무리 누가 옆에서 말을 해도 절대 고쳐지지가 않더라고, 아니 본인들 스스로가 고쳐지는 것을 용납 못할 수도 있겠지"

 

내가 세상을 이만큼 살아왔는데 감히 누가 나에게 충고를 할 수 있단 말인가… 어쩌면 이런 생각이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쌓이고 쌓여서 큰 벽을 이루는 게 아닌가싶다.

 

웬만해서는 절대 무너지지 않을 강력한 벽, 나이라는 콘크리트는 계속해서 이중 삼중으로 견고함을 보강해준다. 물론 그 벽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주변에 흐르는 '지혜'라는 큰 강과 그 동안의 삶을 거름 삼아 한그루 한그루 심어 이제는 숲이 되어버린 '경험'이라는 나무의 행렬. 사람에 따라 격차는 있겠지만 같은 조건이라면 한 살이라도 더 먹은 사람이 나으리라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다.

 

세상을 살면서 이러한 강과 숲의 역할은 절대적일 만큼 중요하겠지만 어쩌면 지나치게 이러한 것을 꾸미는데만 신경을 쓰다보니 반대편에 있는 벽의 두께를 줄이는데는 신경을 쓰지 못했던 것은 아닐까. 거기다 자꾸만 깊어져 가는 생각의 늪. 어릴 때는 누가 옆에서 뭐라하면 그 말에만 신경을 쓰게되는데, 나이를 먹게되면 필요 이상으로 그 외의 사항까지도 신경 쓰게 된다.

 

때로는 나에게 덕담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사람과의 관계, 내가 처한 상황, 심지어는 현재의 내 기분까지 대비시켜 "저 사람이 무슨 의도로 이런 말을 했을까…?"까지 늪의 깊이를 넓혀나간다.

 

필자 스스로 많이 경험했던 것이지만 어린 친구들이 많은 인터넷 사이트에서는 댓글 같은 것을 써도 욕설이나 직접적인 공격성 글만 아니면 대게는 유야 무야 넘어가는데 비해 되려 어른들이 많은 곳에서는 덕담이나 장난스런 말도 큰 싸움의 발단이 되기도 하고 쉽게 화해가 되지 않는 경우를 왕왕 보고 경험했다.

 

그리고 때로는 보이지 않는 익명성의 공간이라는 점을 이용해 그곳에서 보여지는 어른들의 모습이 훨씬 더 유치하고 어처구니없는 경우도 잦은게 사실이다. 물론 문제의 원인을 하나씩 조목조목 짚어가는 능력에서는 성인이 훨씬 나으리라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하지만 생각에 앞서 자신도 모르는 본능이 먼저 작용하기에 내가 고집을 굴복시키는게 아니라 고집이라는 녀석에게 내가 굴복 당하고 마는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도 든다.

 

고집은 때론 말도 안 되는 '자존심'으로 변질된다. 어릴 때는 한번 싸우더라도 서로 화해하면 금새 잊혀지지만 나이를 먹은 이들 사이에서는 작은 말다툼이 '평생(?)'을 가는 경우도 왕왕 볼 수 있다. 속이 밴댕이가 되는 것은 그야말로 '한순간'인 것이다.  

 

 

멈춰보자 던져보자 그리고 맡겨보자

 

친구들과의 얘기는 끝이 날 줄 몰랐고 어쩌면 당연한 것이겠지만 계속해서 이어질수록 그 결론은 내려지지 않았다.

 

어릴 때 느꼈던 '어른'이라는 이름이 '현실'과 다르다는 것에 대한 실망 더불어 우리자신도 그런 어른이 되어가고 있다는 슬픔, 어쩌면 이런 얘기를 꺼내고 생각하고 토의하고 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우리는 순수성을 위장한 계산적인 생각놀음을 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누군가 그랬다. '흔들림이 없어야 할 불혹에도 버림의 지혜를 깨우치지 못하는 것은 살아온 것에 대한 아쉬움과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에 대한 초조함이 아닌가'라고… 조금만 단순해지고 조금만 여유로워지고 조그만 버려보는 것도 자신을 위해서 참 좋을 것 같다.

 

멈춰보자!

때로는 멍청하다싶어도 좋으니 한가지 명제를 가지고 수십 가지로 생각하는 복잡한 생각의 톱니바퀴를.

 

던져보자!

내가 살아온 삶, 내가 걸어온 길, 내가 느꼈던 모든 것들이 참명제라고 뿌리박혀진 색 바랜 나무가방을.

 

그리고 맡겨보자!

있는 그대로의 말, 있는 그대로의 행동, 있는 그대로의 내 자신을 있는 그대로의 현실에…

어른이 되어간다는 것, 아직도 나에게는 너무나 어려운 문제 같다.


댓글 4

  • 001. Lv.1 [탈퇴계정]

    13.02.14 05:06

    너그러움은.........
    여유와 관계가 깊은 것 같더군요.

    먹고 살기 힘들 때,
    우환이 몰려올 때.
    ......
    그럴때는 너그러움이 저 멀리 달아나는 것이

    그래서 우리들은 늘 마음의 여백을 유지하도록 노력해야 할지도..
    특히 나이를 먹을 수록.
    그래야 추해 보이지 않을테니까요.

    젊은 사람이야 너그럽지 못한것도
    젊음의 특권으로 치부될테니까요.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 002. Personacon 윈드윙

    13.02.14 06:34

    가끔 누니누니님의 넓은 마음과 성숙해져가는 마음에 감탄한답니다..^^

  • 003. Lv.1 [탈퇴계정]

    13.03.06 00:41

    뜨끔 하고 갑니다
    나이와 너그러움은 전혀 상관 없는 단어가 맞습니다
    그냥 마음의 여유를 가진 사람들이 너그럽지요
    마음의 여유는 나이를 불문하는 ~ 실제로 나이 어린 사람들이 인간성이 더 좋은 사람들이 많고요 현실에 적응하면서 변해가는 모습을 종종 겪어 보네요

    저야 먹고 살기에 바빠서 라는 핑계로 그냥 저냥 마음에 날을 세우고 있었는지를 생각 해 보는 시간이 되었네요~!!

  • 004. Personacon 윈드윙

    13.03.09 06:51

    에구..ㅠㅠㅠ 저역시 항상 반성하려고 노력중이에염


댓글쓰기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글목록
번호 제목 작성일
347 격투기 쓴것 | 조련사 김동현, 미완성 괴수 우들리 길들일까 14-08-23
346 격투기 쓴것 | ‘매미권+스턴건’ 김동현, 3.0버전 구현하나 14-08-23
345 격투기 쓴것 | 김동현 '달아오른 스턴건' 우들리도 찌릿찌릿? 14-08-22
344 스포츠 쓴것 | ‘닥공이냐, 닥수냐’ 2번 뚫린 KCC 고민 14-08-22
343 격투기 쓴것 | 유양래, 혹독한 MMA 신고식…열쇠는 크로캅 벤치마킹 14-08-19
342 격투기 쓴것 | '화끈한 TKO' 송가연 데뷔전, 환호와 비난 사이 14-08-18
341 격투기 쓴것 | 권아솔, 실력 없는 어설픈 악동?…이젠 증명할 때다 14-08-17
340 스포츠 쓴것 | KIA, 낯선 좌완투수 의존증…많던 우완투수 어디로? 14-08-17
339 스포츠 쓴것 | 강병현-김민구 없는 KCC, 무너진 '2번 왕국' 14-08-17
338 노총각일기 | ‘리얼논쟁’ 송가연… 난 20살 때 뭐했나? *2 14-08-16
337 스포츠 쓴것 | KIA 왼손으로 '대동단결' 4강 포기 없다 14-08-15
336 격투기 쓴것 | ‘황혼의 전설’ 윤동식-추성훈, 드림매치 가능할까 14-08-13
335 노총각일기 | "고양이 새끼한테 무슨 애정을 쏟아... 외로워?" 14-08-12
334 스포츠 쓴것 | 절정의 멘탈, KIA 안치홍, 진화의 가속도 생긴다 14-08-10
333 스포츠 쓴것 | ‘비율왕’ 한화 김태균…요란함 요구되는 이유 14-08-07
332 스포츠 쓴것 | ‘발리 깎는 이동국’ 레전드 시계 여전히 진행형 *2 14-08-07
331 스포츠 쓴것 | '엔트의리' 논란 김상수, 우상 이종범처럼 되라 14-08-07
330 격투기 쓴것 | “이미 누워 있다” 진화하는 김동현 ‘매미의 권’ 14-08-06
329 스포츠 쓴것 | '비교?' 최고 유격수 강정호, 이종범 위엄 재확인 14-08-04
328 격투기 쓴것 | 후스트의 로우킥... 파워보다는 타이밍이 기술 14-08-03

비밀번호 입력
@genre @title
> @subject @ti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