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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투기 쓴것] KO패 페트로시안... '극강의 닥터' 부활할까

K-1스타일의 입식격투를 비롯 MMA는 길지 않은 역사(본격적 활성화 기준)에도 불구하고 나날이 그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존폐가 거듭되고 있지만 수많은 단체가 계속적으로 생겨나는 것을 비롯 수련 인구 숫자 역시 나날이 늘어가고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프로선수 기준으로 봤을 때 아직까지는 특정 국가들의 독주가 계속되고 있다. 활성화 단계부터 해당 국가들에 넓은 인프라와 좋은 선수들이 많았던 것이 그 이유로 입식은 네덜란드, MMA는 브라질-미국이 양분하고있는 모양새다. 아시아권에서는 일본이 정통적인 강국이었으나 최근 들어 대한민국 역시 급속도로 발전을 거듭하며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유럽권에 위치한 이탈리아 역시 격투강국이라고 하기에는 거리가 멀다. 일부 좋은 선수들이 활약하고 있지만 수많은 챔피언-강자들을 배출한 국가들에는 초라하기만 하다. 그러나 입식격투 그것도 경량급으로 한정 했을 때는 어지간한 국가들보다는 훨씬 위에 있다고 평가해도 모자라지 않다. 다름 아닌 '닥터' 조르지오 페트로시안(28·이탈리아)의 존재 때문이다.

 

 
 조르지오 페트로시안 복사.jpg
ⓒ K-1



아주리 전사… 수비의 최고 경지를 보여주다.

페트로시안은 엄청난 기량에 비해 일반 팬들에게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다. 한때 세계 최고의 경량급 입식무대인 K-1 월드맥스에서 제대로 활약한 기간이 짧기 때문. '철권 귀공자' 알버트 크라우스(33·네덜란드), '은빛늑대' 마사토(34·일본), '분쇄기' 앤디 사워(31·네덜란드), '황제' 쁘아까오 포 프라묵(30·태국)등은 전성기를 맥스에서 누리며 4대천왕으로 군림했지만 페트로시안이 막 날개를 펼치려 할 때는 이미 단체가 몰락의 길을 가고 있었다.

2회우승의 기록을 가지고 있으나 그때는 맥스가 저물어가는 시기였다. 만약 맥스가 계속해서 활황세를 누렸다면 페트로시안은 4대천왕 이상가는 위치에서 활약했을 것이 분명하다.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스포츠는 단연 축구다. 이른바 '아주리 군단'으로 불리는 그들은 브라질만큼 화려한 개인기로 무장하지도, 잘 나갈 때의 독일처럼 막강한 화력이 돋보이지도 않았지만 안정된 경기력을 바탕으로 월드컵무대에서 통산 6번 결승에 진출해 4번이나 정상에 섰다.

이른바 '카테나치오(Catenaccio)'로 통하는 '빗장수비'는 이탈리아가 자랑하는 필승공식이다. 공격수 이상의 기량을 가진 뛰어난 수비수들이 조직적으로 펼치는 강력한 수비전술은 세계적인 스트라이커들도 좀처럼 뚫지 못했다. 여기에 벼락같은 '역습'은 이탈리아를 세계적인 축구 강국으로 견인한 원동력이었다.

페트로시안은 맥스무대에서 이탈리아 수비력(?)의 진수를 제대로 보여준 선수로 통한다. 축구와 입식격투로 종목은 다르지만 그가 보여준 압도적인 수비포스는 월드컵 이탈리아 축구팀을 능가한다.

페트로시안은 종종 프로복싱계의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36·미국)와 비교되기도 한다. 44전 44승의 경이로운 전적을 자랑하는 메이웨더는 흑인특유의 유연성에 짐승같은 순발력을 바탕으로 이른바 맞지 않는 복싱을 하는 대표적 선수다. 철벽같은 가드에 경기운영 능력까지 완벽한지라 상대 선수들에게는 거대한 벽이다.

맥스에서의 경기력만 놓고 봤을 때 페트로시안은 메이웨더보다 더한 괴물이다. 맥스에서 활약했던 선수들은 다방면에서 고르게 완성된 이른바 입식기술자들이다. 그러나 페트로시안 앞에서는 모두가 평범해지고 만다. 단순히 앞서는 정도가 아니라 경기 내내 별다른 유효타조차 거의 허용하지 않을 정도다. 사워같은 정상급선수들도 페트로시안과 붙으면 삽시간에 포스를 잃고 만다.

페트로시안의 상상을 초월하는 디펜스는 그야말로 상대를 질리게 한다. 빠른 스텝과 엄청난 동체 시력을 바탕으로 쉴 새 없이 쏟아지는 상대의 주먹과 발을 흘리듯 피해내는 묘기를 선보인다.

더불어 상대 공격이 나오는 타이밍에서 반 박자 빨리 공격해 흐름을 끊는 기술은 신기에 가깝다. 마치 상대의 마음속을 들여다보듯 짧고 간결한 공격으로 맥을 자르는 테크닉은 이제껏 어떤 선수에게도 볼 수 없던 비기 중의 비기로 극찬 받는다.

페트로시안은 공격을 하면서도 수비를 생각하는 파이팅을 보여준다. 날카롭게 펀치와 킥을 내다가도 상대 반격 타이밍엔 공격이 어려운 사각으로 슬쩍 비켜서는가 하면, 가벼운 클린치를 활용해 자연스럽게 좌우앞뒤로 이동한다. 공격은 공격대로 하면서도 상대에게 기회를 절대 허용하지 않는다.

물론 복싱의 메이웨더가 그렇듯 이러한 페트로시안의 패턴은 기존 챔피언들과 비교해 화끈함에서는 다소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그 안정감이 워낙 극강인지라 일부에서는 "페트로시안을 잡으려면 니킥 룰 개정 이전 광전사 모드의 쁘아까오 밖에 없다"는 탄식까지 흘러나왔던 것이 사실이다.

수비력으로 입식무대에서 명성을 날린 선수들은 종종 있었지만 그 누구도 페트로시안처럼 압도적이지는 않았다. 초창기 쁘아까오가 끝판왕같은 포스였다면 페트로시안은 이른바 절대 무너지지 않을 것 같은 난공불락의 요새라고 표현하는게 맞다. 무협식으로 표현하자면 페트로시안의 수비력은 오기조원(五氣朝元), 삼화취정(三華聚頂)의 경지에 올랐다고 할 수 있다.

충격적인 패배.. 부활할수 있을까?

이렇듯 무적의 포스를 자랑하던 페트로시안이 최근 패배를 당했다. 지난 달 24일(한국시각) 미국 뉴욕에서 있었던 '글로리 12'라이트급 토너먼트 4강전에서 복병 앤디 리스티(수리남·31)에게 3라운드 43초 만에 KO로 무너졌다. 자신의 생애 첫 KO패였다.

팬들은 페트로시안의 KO패가 믿기지 않는다는 반응일색이다. 그도 그럴 것이 페트로시안은 탄탄한 가드와 현란한 스탭 거기에 상대보다 반 박자 빠르게 치고 빠지는 테크닉 등을 통해 어지간한 공격은 스치는 정도도 허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거기에 상대의 약한 부위나 가드가 허술한 부분을 집중 타격하는 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오죽하면 외과의사라는 뜻에서 '닥터'라는 별명이 붙었겠는가. 76승 1패 2무라는 무시무시한 전적이 모든 것을 설명해준다.

물론 43승 3패 1무를 기록중인 상대 리스티 역시 엄청난 강자였다. 특히 상대적으로 우월한 리치 등 신체조건에서 앞서는 부분은 언뜻 보기에도 상대성에서 좋지 않음은 분명했다. 그럼에도 팬들은 페트로시안이기에 패배에 큰 충격을 받는 분위기다.

리스티는 앞서는 신장을 적극적으로 살리는 한편 수시로 스위치 스탭을 섞어가며 페트로시안 특유의 거리감에 혼돈을 줬다. 자신의 거리에서 차근차근 상대를 갉아먹는 페트로시안 입장에서는 크고 빠른데다 변칙적인 공격을 수시로 펼치는 리스티에게 초반부터 흐름을 넘겨줬고 이후 평소와는 다른 리듬으로 공방전을 펼친게 패인이라는 분석이다.

승부는 3라운드 초반에 갈렸다. 클린치 상태에서 떨어진 리스티는 프론트킥 페인트에 이어 오른손 펀치를 적중시켰고, 이어 계속적으로 압박하던 가운데 왼손 펀치강타를 페트로시안의 안면에 꽂아 넣으며 승부를 끝내버렸다.

팬들은 과거 쁘아까오 포 프라묵이 그랬듯 페트로시안 역시 극강의 포스를 잃어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물론 이제 겨우 1패를 추가했을 뿐이고 리스티 전에서 컨디션이 썩 안좋아 보였다는 이유를 들어 좀 더 지켜봐야한다는 의견도 많다. 계속된 연승행진으로 매너리즘에 빠져있었을 수도 있다.

과연 페트로시안은 충격적인 패배를 딛고 다시금 경량급 입식타격 최강자의 위용을 과시할 수 있을지, 수술에 실패한 외과의사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문피아 애독자 윈드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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