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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투기 쓴것] ‘설익은’ 강경호-임현규 데뷔전…UFC 롱런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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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퍼펙트' 강경호(24)와 '웰터급의 존 존스' 임현규(28)의 희비가 엇갈렸다.

3일(한국시간) 일본 사이타마 슈퍼아레나서 열린 UFC on FUEL TV 8 'SILVA vs STANN' 대회서 나란히 데뷔전을 치른 그들은 패자와 승자로 첫 게임을 마쳤다.

마카오 대회에서의 데뷔전이 불발됐던 터라 이번 대회에 대한 둘의 의지는 남달랐다. 당시 강경호는 발가락 골절로, 임현규는 체중 감량 도중 쓰러지는 불운으로 대회에 참가하지 못했다.

경기 내용과 결과가 사뭇 달랐다.

강경호는 이소룡 키드로 유명한 '브루스 리로이' 알렉스 케세레스(24·미국)를 맞아 선전했지만, 후반으로 가면서 밀리며 아쉽게 판정패했다. 반면 임현규는 지나친 긴장감으로 뻣뻣한 경기를 펼치는 등 제 기량을 펼치지 못했지만 2라운드에 기가 막힌 니킥 공격을 성공시키며 마르셀로 구이마라에스(29·브라질)를 TKO로 잡아냈다.

세계 최고의 MMA단체답게 UFC는 생존 자체가 쉽지 않은 무대다. 한때 국내선수들과 레벨이 달랐다는 평가를 받았던 데니스 강이 허무하게 퇴출됐으며 늦은 데뷔가 문제이긴 하지만 추성훈 역시 별다른 성적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황소' 양동이 또한 기대에 못 미친 채 사라져갔다. 그나마 김동현-정찬성 정도가 버티고 있을 뿐이다.

이날 데뷔전은 톱클래스 국내파인 강경호-임현규의 가능성을 타진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었다. 첫 경기가 모든 것을 말해주는 것은 아니지만 세계시장에서 무명에 가까운 그들이기에 첫 단추는 무엇보다도 중요한 의미를 부여할 만했다.

강경호는 레슬링이 좋은 선수답게 뛰어난 테이크다운 실력을 선보였다. 단순히 상대를 넘기는 정도가 아니라 슬램에 가까운 기술을 수차례 보여주며 케세레스를 압도했다.

하지만 문제는 넘어뜨린 이후다. 테이크다운에 성공한 후 좋은 포지션을 잡은 것까지는 나무랄 데 없었지만 이후 이어지는 공격들이 영양가가 없었다. 큰 위협을 느끼지 못한 케세레스는 하위 포지션에서 치열하게 반항을 거듭했고 강경호는 의미 없는 태클만 되풀이했다. 물론 계속해서 이런 식으로 전개됐으면 승리는 그의 것이 됐을 공산이 크다.

강경호는 가드패스에 주력하며 상당한 시간을 흘려보냈고 이는 중후반 이후 체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악재로 작용하고 말았다. 결국, 후반에 가서는 케세레스의 엄청난 반격에 시달리며 판정패하고 말았다.

강경호가 '미스터 퍼펙트'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이유는 수려한 외모와 더불어 타격-그라운드 등에 고루 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UFC는 강자들이 총집결한 무대다. 마이너무대에서는 강경호 스타일이 통했는지 모르겠지만 UFC같은 큰 무대에서는 자신만의 확실한 특기가 하나쯤은 있어야한다. 어설픈 올라운드가 살아남기에는 선수들의 능력치가 너무 탁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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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크다운 능력이 좋은 강경호로서는 유리한 포지션을 잡았을 때 활용할 필살기를 갖춰야 한다. 파운딩이나 서브미션으로 결정을 내는 그림이 가장 좋겠지만 어렵다면 김동현처럼 확실하게 눌러놓고 점수를 딸 필요가 있다.

안타깝게도 이날 강경호는 둘 중 아무것도 못했다. 가드패스에 신경 쓰기보다는 파운딩을 한 대라도 더 때리던지 아님 안정적으로 꾹 눌러 놓았어야 됐다는 지적이다. 더불어 순간순간 집중력을 잃어버리며 판단미스로 공격과 수비에서 반 박자씩 늦게 움직였던 것도 돌아봐야 한다.

임현규는 리치가 무려 2m에 달한다. '웰터급의 존 존스'라는 다소 부담스러운(?) 별명이 붙은 것도 그 때문이다. 어쨌든 동양인답지 않은 좋은 체격조건을 갖췄다는 것은 격투가로서 복 받은 일이다.

이렇듯 좋은 신체를 타고난 덕에 임현규는 자신만의 파이팅 스타일을 펼칠 수 있으며 그로 인해 남들과는 다른 캐릭터 구축이 가능해졌다. 중장거리에서 찔러 넣는 펀치공격은 물론 묵직한 전진 니킥을 주무기로 구사하는 패턴은 체격조건이 받쳐주지 않으면 쉽지 않다. 마이너무대 시절부터 임현규가 계속해서 팬들 사이에서 언급된 것도 이러한 이유다.

긴장이 지나쳤던 탓일까. 임현규는 구이마라에스를 상대로 좀처럼 원활하게 풀어나가지 못했다. 뻣뻣한 몸놀림에 스텝도 제대로 살리지 못해 리치 차에서 오는 이점을 못 살렸다는 지적이다.

당초 임현규에게서 기대됐던 패턴은 사이즈의 차이를 앞세워 스탠딩에서 구이마라에스에게 최대한 많은 타격을 주는 것이었다. 그러나 임현규는 좀처럼 위력적인 타격을 적중시키지 못했고 외려 구이마라에스가 크게 휘두른 펀치에 몇 번의 아찔한 상황까지 맞으며 거리싸움에서 별다른 재미를 보지 못한다.

믿었던 필승패턴이 통하지 않자 잘 막아내던 테이크다운까지 연거푸 허용했다. 일단 화력에서부터 압박을 주지 못하자 구이마라에스가 부담을 털고 자신 있게 공격을 감행했다. 결국, 임현규는 중반을 넘어가면서 지쳐가기 시작했는데 그런 상황에서 3라운드 경기를 모두 소화했다면 판정에서 좋지 않은 결과가 나왔을지도 모른다.

임현규는 뜻대로 경기가 풀리지 않는 상황 속에서도 집중력을 잃지 않았고 결국 2라운드를 얼마 남겨놓지 않은 시점에서 묵직한 니킥을 적중시켜 경기를 끝내버렸다. 내용은 그다지 만족스럽지 못했지만 결과만큼은 아주 좋게 나왔다.

이후 있었던 경기에서 반더레이 실바와 마크 헌트 등이 연달아 엄청난 KO경기를 펼치지 않았다면 '넉아웃 오브 더 나이트(Knockout of the night)'는 임현규의 차지가 될 수도 있었다.

임현규는 다른 무엇보다 자신의 특기를 잘 갈고 닦아야 한다. 특히 한참 리치가 짧은 구이마라에스와 대등한 거리에서 치고받았다는 것은 문제가 많다. 스피드가 썩 좋은 편이 아니라는 점을 감안할 때 빠르고 펀치력 강한 선수와 겨루게 되면 오히려 당할 우려가 있다. 라이트헤비급 챔피언 존 존스나 과거 K-1의 세미 슐트처럼 자신이 가지고 있는 좋은 신체능력을 최대한 활용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강경호와 임현규에 대한 한국 팬들의 기대는 높다. 과연 이들이 김동현-정찬성처럼 롱런하는 코리안 파이터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윈드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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