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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쓴것] KIA 마무리 잔혹사…2002 리오스 반면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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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KIA 타이거즈는 전통적인 선발왕국이다.

중심타선-불펜진에서는 어려움을 겪은 적이 적지 않지만 선발투수만큼은 대체적로 풍족했다. 김진우가 임의 탈퇴로 빠지고 김대우-김수화-정영일 등 지역 출신 특급 유망주들을 놓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윤석민이 선발진 기둥으로 성장하며 빈자리를 메웠다.

특히, 용병 운이 좋았다. 게리 레스-마크 키퍼-다니엘 리오스-세스 그레이싱어-아킬리노 로페즈-릭 구톰슨-트레비스 블렉클리-헨리 소사 등은 맹활약으로 선발 마운드에 힘을 보탰다.

KIA가 용병 투수를 잘 고르는 팀으로 유명해진 것은 200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해태를 인수한 KIA의 초대 사령탑을 맡은 김성한 감독은 당시 강타자 제조기로 명성이 높았다. 현역 시절 최고의 전천후 타자로 이름을 날렸던 그는 지도자로서도 이호준, 장성호, 홍세완 등을 줄줄이 키워냈고 그 결과 KIA의 방망이 역시 뜨거웠다.

여기에 키퍼와 리오스, 두 외국인투수가 최상덕-김진우와 함께 막강한 마운드를 형성하면서 KIA는 예상보다 빠르게 강팀으로서의 입지를 굳혀나갔다. 그럼에도 플레이오프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건 뒷문이 불안했기 때문이다. 경기를 마무리 지을 특급 '클로저(closer)' 부재는 깊은 고민거리였다.

김성한 감독이 지나치게 강속구 마무리 투수에 집착한 것이 화를 불렀다는 평가가 많다. 키퍼와 리오스, 두 외국인투수를 놓고 저울질했지만, 결국 선택은 리오스였다. 대만리그에서 필승조로 활약한 키퍼가 더 낫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김성한 감독은 150km를 넘나드는 강속구를 뿌리는 리오스를 불펜 에이스로 확정했다. 키퍼는 다양한 변화구와 수싸움이 인상적이었지만 구속이 떨어져 성에 차지 않았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리오스 마무리 기용은 대실패였다. 처음부터 잘 던지는 스타일이라기보다는 투구수가 많아지면서 몸이 풀리는 타입이었다. 여기에 다혈질이라 잘 던질 때와 못 던질 때의 편차가 심했다. 주자를 모아놓고 잔뜩 흥분해 무모한 승부를 벌이다 적시타를 얻어맞는 경우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결국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리오스는 '9시의 공포'라는 불명예스런 별명까지 얻으며 퇴출 일보직전까지 몰린다. 리오스는 뒤늦게 선발로 갈아탄 뒤에야 호투하며 리그 최고의 선발투수로 거듭난다. 선수의 특성에 따라 맞는 보직이 따로 있음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다.

아직도 일부 팬들은 "당시 키퍼가 마무리로 뛰었다면 어땠을까"라며 회상하곤 한다. 키퍼는 구속은 빠르지 않았지만 워낙 구종이 다양해 경기 초반 상대타자들이 굉장히 애를 먹었다. 선발로도 쓸 만했던 것은 사실이었지만 이닝 이터 타입은 아니었다. 투구수가 많아지면 힘이 떨어지면서 제구가 불안정해지는 단점도 있었다. 그 결과 한 타순이 돌면 초반의 포스를 잃고 무너지곤 했다. 만약 마무리로서 짧은 이닝동안 집중했다면 어떤 결과가 생겨났을지 궁금해지는 부분이다.

강속구를 갖춘 마무리투수에 대한 김성한 감독의 패착은 이후에도 이어졌다. 특히, 선발투수인 김진우를 포스트시즌에서 마무리로 썼다가 실패한 사례는 이후 자신의 목까지 조이는 결과를 불러왔다. 당시 김진우의 묵직한 공은 마무리투수로 쓰기에 부족함이 없었지만 취약한 위기관리능력이 문제였다.

경기 후반 상대 타선을 힘으로 누를 수 있는 강속구를 갖췄다는 것은 마무리투수로서 매력적인 요소다. 그러나 마무리 투수의 성공여부는 꼭 구위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빠른 공을 가지지 않았음에도 마무리로 성공한 정대현-정재훈 등이 대표적 경우다. KIA 내부에서도 이강철-박충식-유동훈-최향남 등 구속이 빠르지 않은 선수들이 마무리로 나서 좋은 모습을 보인 사례는 많다.

현재 KIA 사령탑을 맡고 있는 선동열 감독은 당시 김성한 감독처럼 마무리 부재가 가장 큰 고민거리다. 때문에 그는 여러 선수들을 물망에 올려놓고 옥석 가리기에 한창인데 역시나 첫째 조건으로 강력한 구위를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진우, 소사와 함께 경쟁하다 최종 낙점된 것으로 알려진 앤서니 역시 시속 150Km에 육박하는 강력한 직구가 주무기다. 과거의 경험을 떠올리며 꼭 강속구 투수만으로 한정짓지 말아달라는 의견도 있지만, 적임자가 선뜻 떠오르지 않는 게 문제다. 오승환을 키워낸 선동열 감독의 결정을 믿을 수밖에 없다. 마무리 농사가 올 한해 KIA 성적을 좌우할 것이라는 점은 그 누구보다 선동열 감독이 잘 알고 있다.

과연 앤서니가 선동열 감독과 팬들의 오랜 고민을 해결해줄 적임자인지, 아니면 또 다른 실패작으로 남을지 지켜볼 일이다.

-윈드윙-


댓글 4

  • 001. Lv.1 [탈퇴계정]

    13.02.25 08:03

    한 때 삼겹살 집에서 프로야구 보다 의견 다툼으로
    (같은 편 어느 선수가 가장 뛰어나나...ㅋㅋ)
    소주병으로 친구의 머리통을 때렸던...
    그 놈은 어느곳에서 잘 살고 있을지....

  • 002. Personacon 윈드윙

    13.02.25 08:20

    헐.....누니누리님, 무서운 분이셨군요 ㄷㄷㄷㄷㄷ 저 보시면 때리지마세염 ㅠㅠㅠㅠ

  • 003. Lv.60 정주(丁柱)

    13.03.01 08:15

    후덜덜덜 어디 팬이세요?
    전 한화팬입니다.
    라고 하면 대부분 아, 그렇구나... 안됬다.. 올해도 꼴지하겠네... 사리나오겠구나... 하는 눈으로 처다보던데 크크크크

  • 004. Personacon 윈드윙

    13.03.23 06:27

    대한민국 야구역사상 최고의 천재 이종범의 영향으로 타이거즈 팬입니다. 하지만 엘지와 한화도 많이 좋아합니다. 이병규-구대성등을 좋아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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