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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투기 쓴것] ‘역대급 기량’ 생피에르…스타일은 재앙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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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C 웰터급 챔피언 조르주 생 피에르(32·캐나다)는 MMA 역사상 최강의 챔피언 그룹에 속하지만, 팬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웰터급은 그동안 늘 '죽음의 체급'으로 꼽혔다. 경량급에서 중량급으로 넘어가는 단계에 있는 체급의 특성상 힘과 기술을 모두 갖춘 뛰어난 파이터들이 끊임없이 경쟁을 펼치기 때문이다. 그만큼 장기집권하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그러나 생 피에르는 웰터급에서 절대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맷 휴즈라는 막강한 챔피언이 버티고 있는 와중에 출현한 생 피에르는 존 피치-조쉬 코스첵-카로 파리시안-티아고 알베스 등 쟁쟁한 선수들과 왕좌를 다퉜다. 차세대 챔피언으로 꼽히던 디에고 산체스가 끝내 꽃봉오리를 피지 못하고 묻혀버렸을 정도다.

웰터급은 마르지 않는 샘물과도 같았다. 당시 생 피에르와 정상을 다투던 선수들 중 상당수가 아직도 경쟁력을 지녔다. 여기에 카를로스 콘딧-마틴 캠프만-조니 헨드릭스-제이크 쉴즈-닉 디아즈-로리 맥도날드-릭 스토리-제이크 엘런버거 등 또 다른 신구 강자들까지 대거 합류했다.

맷 브라운-아미르 사돌라 등 어지간한 유망주들은 명함을 내밀기 어렵다. ‘코리안 파이터’ 김동현 역시 생존 자체로 박수를 받을만하다. 랭킹 10위권 밖의 선수들 중 상당수가 챔피언 타이틀에 도전할만한 기량을 갖췄다는 평가가 허언이 아니다. UFC의 어떤 체급도 이 정도로 치열하지는 않다.

챔피언 생 피에르의 힘을 입증하는 대목이다. 끊임없이 강해지는 웰터급전선에서도 생 피에르의 위상은 흔들리지 않고 있다. 패배하지 않는 것은 물론, 고전하게 만든 도전자조차 찾아보기 힘들다. 웰터급의 치열함을 감안했을 때 경악할만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생 피에르에 대한 팬들의 평가는 극과 극이다. 잘생긴 백인 영웅 이미지로 인해 미국과 자국 캐나다 시장에서의 상품성은 높지만 그 외 지역에서는 호불호가 심하게 엇갈린다.

국내에서도 마찬가지다. 상당수 팬들은 그의 높은 승률은 인정하면서도 에밀리아넨코 표도르-앤더슨 실바 등 역사에 남을 위대한 챔피언들과 같이 이름이 거론되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표하고 있다. 역대급 챔피언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존 존스-조제 알도 등에 대한 팬들의 인식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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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생 피에르가 저평가를 받는 이유는 다름 아닌 지루한 경기 스타일 때문이다. 언제부터인가 그는 팬들 사이에서 '수면제 파이터' '불면증 치료제' '판정머신' 등으로 불린다. 역사상 가장 지루한 파이터라는 혹평까지 나오고 있다. 실제로 그의 경기는 수준은 높지만 팬들을 환호하게 만들지는 못한다.

5라운드를 꽉 채워서 야금야금 포인트를 따나가는 모습은 어지간한 인내력 없이는 지켜보기 어렵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판정 경기를 펼쳐나가는 광경은 흡사 인간이 아닌 프로그램이 잘 입력된 로봇 같은 느낌까지 전해준다. 상당수 격투 팬들이 MMA의 매력으로 꼽는 투지, 열정, 드라마 같은 스토리는 찾아보기 힘들다.

물론 생 피에르 말고도 지루한 파이터들은 각 체급별로 존재한다. 다만, 생 피에르가 챔피언이라는 점 때문에 화살이 집중되는 모양새다. 물론, 경기 스타일 자체의 문제를 탓할 수만은 없다. 쉴즈가 타격이 좋은 선수를 상대로 스탠딩에서 난타전을 한다거나, 디아즈의 좀비복싱을 피치가 따라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생 피에르 같은 경우는 조금 다르다. 뛰어난 레슬러이면서 강력한 타격가다. 거기에 서브미션 결정력까지 갖췄다. 고루 겸비한 수준이 아닌 해당 종목의 스페셜리스트와 정면 승부가 가능할 정도로 밸런스가 좋다. 마음만 먹으면 타격이든 그래플링이든 경기 내내 한 방향으로만 싸우는 것도 가능하다.

그럼에도 생 피에르는 포인트 위주의 싸움방식을 고집한다. 언제 어디서 한방이 터질지 모르는 격투기의 특성상 최소한의 위험부담마저도 용납하지 않으려는 것이 그 이유다. 혀를 내두를 정도의 꼼꼼함에 감탄사가 절로 터져 나온다.

그림 같은 장면을 얼마든지 만들어낼 수 있는 기량을 갖추고 있음에도 안전제일주의로 일관하는 생 피에르의 경기 스타일은 격투기 역사를 통틀어서도 찾아보기 어렵다.

UFC 초대 여성부 밴텀급 챔피언이자 인기스타인 론다 로우지(25·미국)는 생 피에르에 대해 "비지니스맨과 운동선수의 관점에서는 존경할 만하지만 보고 싶은 경기를 하는 파이터는 아니다"며 "그는 상대를 이기려고 싸우는 게 아니라 단순히 경기를 이기려고 싸우는 거 같다"고 말했다.

생 피에르가 뛰어난 기량을 지녔다는 것에는 누구도 이의를 달지 못한다. 하지만 팬들을 움직이는 것은 승률만은 아니다. 과거형이 돼버린 표도르에 대해 많은 말이 오가고 있지만, 확실한 것 하나는 그의 경기는 지루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윈드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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