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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투기 쓴것] '타격 머신' 아데산야, 실바전 승리에도 '졸전' 혹평

UFC 미들급에서 활약 중인 '더 라스트 스타일벤더(The Last Stylebender)' 이스라엘 아데산야(30·나이지리아)가 자신의 첫 넘버링대회 메인 이벤트를 무사히 잘 마쳤다. 그는 백전노장 '스파이더' 앤더슨 실바(44·브라질)와 함께 10일(한국 시간) 호주 멜버른 로드 레이버 아레나서 있었던 UFC 234 대회의 마지막 시합을 책임지며 자신의 인지도를 한껏 끌어올렸다.

3라운드 경기로 치러진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아데산야와 실바의 경기는 본래 코메인 이벤트였다. 미들급 챔피언 로버트 휘태커(28·호주)와 도전자 켈빈 가스텔럼(27·미국)의 타이틀매치가 메인이벤트를 장식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휘태커의 갑작스런 탈장 증세로 경기가 취소되는 악재가 발생했고 코메인이벤트가 메인이벤트를 대신하게 됐다.

많은 이에게 아쉬운 상황이었으나 아데산야에겐 기회였다. 휘태커, 가스텔럼에게 쏟아질 시선이 온전히 자신과 실바에게 집중될 수 있었기에 전 세계 격투 팬들에게 주목받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실바는 이름값은 높지만 '지는 해'라는 점에서 아데산야가 얻게 될 플러스 효과가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됐다.

결과적으로 아데산야는 자신에게 찾아온 행운의 기회를 제대로 살리지는 못했다는 분석이다. 3라운드 종료 만장일치 판정승으로 실바를 꺾고 16연승 무패 행진을 이어가게 됐으나 기대했던 것만큼의 임팩트는 없었다는 평이 많다. 외려 당장 은퇴해도 이상하지 않을 실바가 보여준 노익장에 더 많은 박수가 쏟아졌을 정도다.
 

아데산야.jpg
 더 라스트 스타일벤더(The Last Stylebender)' 이스라엘 아데산야
ⓒ UFC


강적 가득한 미들급, 정상 원한다면 더 강해져야 한다
 
물론 이것은 기대치에 비해서다. 현재로서도 아데산야는 충분히 대단하다. 2012년 종합 격투기 무대에 데뷔한 이래 단 한번도 패하지 않고 UFC 미들급 차기 대권후보 중 한명으로 성장했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 박수받을만 하다. 여전히 젊은 나이, 흔치않은 아프리카 국적 파이터 등을 감안했을 때 주최측에서 밀어줄만한 요소도 넘쳐난다. 여러 가지 면에서 제대로 키워볼만한 스타감이다.

신장 190cm, 리치 203cm의 매우 뛰어난 신체조건을 자랑하는 아데산야는 흑인 특유의 유연성과 탄력이 돋보인다. 거기에 입식타격 무대에서 맹위를 떨쳤던 선수답게 타격 자체의 기본기가 매우 탄탄한 정통파 스트라이커다.

원거리를 유지한 상태에서 빠르고 묵직한 킥 공격을 연사할 수 있으며 가까이 붙었다 싶은 순간에는 빰클린치 이후 니킥세례로 상대의 혼을 빼버린다. 거기에 더해 경기를 치를수록 테이크다운 디펜스까지 발전하는 모습인지라 대놓고 그라운드로 공략하기도 쉽지 않은 유형으로 성장중이다.

사실 아데산야 입장에서 실바 정도(?)는 손쉽게 제압했어야 맞다. 그와 경기를 벌인 실바가미들급 역사상 최고의 파이터로 추앙받는 전설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이름값적인 요소일 뿐 기량자체는 형편없이 떨어져있는 상태다. 실바는 이미 3년 전에 마이클 비스핑에게마저 판정패당할 정도로 예전의 위력을 상실했다. 14살의 나이차, 40대 중반의 노장인 점 등을 고려했을 때 실바는 아데산야를 빛나게 하기위해 던져진 제물이나 다름없었다.

체급내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던 아데산야의 타격은 실바를 맞아서는 크게 돋보이지 않았다. 더 빠르고 날카로운 것은 사실이었지만 이는 젊은 파이터임을 감안했을 때 너무도 당연한 요소였다. 외려 지나치게 조심스러운 플레이를 펼치며 실바를 넉아웃 시키지 못하고 판정까지 끌고 갔다는 점에서 실망했다는 팬들이 적지 않다.

출렁거리는 옆구리 살 등에서도 알 수 있듯이 실바는 신체적으로 예전 같지 않은 모습이 외견상으로도 확연히 드러났다. 순발력, 반사신경 등 실바가 자랑하는 모든 요소들은 더 이상 장점이 아니게 됐고 외려 젊고 강한 타격가의 스피드와 힘을 감당해야한다는 점에서 부담이 컸다.

하지만 실바는 노련하게 잘 싸웠다. 많이 움직이지 않고도 아데산야와의 거리 싸움을 잘 풀어나가며 쉽게 흐름을 넘겨주지 않았다. 특유의 회피능력은 '역시 실바다'라는 말이 나올 만큼 여전했다. 짧은 거리에서 쏟아지는 아데산야의 펀치연타를 머리 움직임만으로 빗겨 맞거나 흘려냈다.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서 날아드는 빠른 킥 공격을 간발의 차이로 피해내는 장면에서는 탄성이 터져 나왔다.

실바는 한창 잘나가던 시절 다양한 변칙기술에 능했다. 그런 실바인지라 다소 정석적인 유형의 아데산야의 타격이 좀 더 눈에 잘 들어왔을지도 모를 일이다. 실바는 한술 더 떠 아데산야의 빈틈이 보인다싶으면 거리를 좁혀 들어가며 짧고 예리한 펀치로 반격을 시도했다.

원체 좋은 타이밍에서 공격이 시도되는 경우가 많아 몸놀림이 좋은 아데산야 역시 여러차례 정타를 허용하며 당황한 기색을 드러냈다. 실바가 다리 부상 이전처럼 킥을 어느 정도 자유롭게 찰 수 있었다면 아데산야는 경기를 풀어나가기 더욱 버거웠을 수도 있었다.

성적상으로만 본다면 아데산야는 멀지않은 시간 내에 충분히 타이틀 도전도 가능해보인다. 그러나 실바처럼 최고의 스트라이커로 정상에 서기위해서는 좀 더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그는 노장 실바의 압박에도 당황한 기색을 여러번 드러냈다.

만약 이날 타이틀매치를 벌이려했던 휘태커, 가스텔럼이 상대였다면 더욱 위험한 상황을 맞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타격, 그래플링을 모두 견제해야하는 요엘 로메로, 호나우도 '자카레' 소우자, 크리스 와이드먼 등과의 일전이 치러질 경우 전천후 압박에 밀려 본인의 타격실력을 일부 봉인해야 될 수도 있다. 원거리 킥과 그라운드 상위 압박의 달인 루크 락홀드도 상성상 난적으로 예상된다.

어쩌면 아데산야를 향한 시험대는 이제 막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바전에서 노출한 여러 가지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가고 스스로를 더욱 발전시켜야 만이 향후 강적들과의 싸움에서도 연승을 이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 문피아독자 윈드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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