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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투기 쓴것] '늙은 맹수' 앤더슨 실바, 젊은 강자 꺾는 기적 일으킬까?

'도저히 이기는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다'

오는 10일(한국 시간) 호주 멜버른 로드 레이버 아레나서 있을 UFC 234대회에 출전하는 '스파이더' 앤더슨 실바(44·브라질)를 바라보는 일반적 시각이다. 전 미들급 챔피언 실바는 1975년생 노장으로 격투기 선수로 따지면 환갑을 훌쩍 넘겼다고 할 수 있다. 어찌보면 UFC에서 뛰고 있는 것 자체만으로도 대단하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다. 그래플러도 아닌 반사 신경과 순발력 등이 중요한 타격가임을 감안했을 때 더욱 그렇다.

실바가 이번에 맞붙을 상대는 상승세의 젊은 스트라이커 '더 라스트 스타일벤더(The Last Stylebender)' 이스라엘 아데산야(30·나이지리아)다. 실바보다 14살이나 어리며 사이즈도 더 크다. 육체적 노쇠화로 인해 당장 은퇴해도 이상하지 않을 실바 입장에서는 터무니 없는 상대를 만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진 배어맨 코치는 유튜브에 공개된 아데산야 비디오 블로그를 통해 "아데산야의 타격 레벨은 실바보다 높다. 일반 팬들은 내 말에 동의하지 않을지도 모르겠지만 입식타격기부터 경험을 쌓은 보다 등급 높은 스트라이커다"고 말한 바 있다.

사실 이는 크게 의미가 없다. 아데산야가 킥복싱 무대 등에서 실바와 비교가 안되는 높은 커리어를 쌓은 것은 사실이지만 앞에서 언급했다시피 그게 문제가 아니다. 둘간의 나이 차이는 그 자체로 미스매치에 가깝다. 아데산야가 기술적으로 떨어지는 선수도 아닐 뿐더러 UFC측에서 인정받는 타격가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실바는 젊은 선수의 도약을 위해 내던져진 제물이나 다름없는 입장이다.
 

앤더슨실바(아시아).jpg
 한창 때의 앤더슨 실바는 미들급을 지배하던 폭군이었다.
ⓒ UFC 아시아 제공


 
한 시대를 풍미한 전설, 노익장 보여줄 수 있을까?
 
익히 잘 알려져 있다시피 실바는 UFC 미들급 역사상 최고의 파이터로 평가받는 위대한 레전드다. 2006년 6월부터 2012년 10월까지 16연승 내달린 것을 비롯 2006년 10월부터 2012년 7월까지 타이틀 10차 방어에 성공하는 등 체급 역사에 굵직한 획을 그었다.

실바 이전 주최 측에서 미들급 전설 후보로 밀어주던 선수는 '에이스' 리치 프랭클린이었다. 하지만 그는 실바와의 2차례 맞대결에서 완패한 후 스스로 라이트헤비급으로 올라갔다. 투쟁심이 강한 성격상 3차전을 노릴 만도 했지만 '실바만큼은 도저히 이길 수 없겠다'는 한계를 느끼고 차라리 상위체급에서의 새로운 도전을 택한 것이다. 그만큼 한창때 실바의 기량은 경쟁자들에게 아쉬움을 넘어 절망감을 안겨줄 정도였다.

전성기 실바는 무결점 타격가로 불렸다. 기술적인 부분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사이즈, 신체능력, 맷집, 체력, 멘탈 등 스트라이커에게 필요한 모든 부분에서 평균 이상의 능력치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동시대 활약했던 상당수 타격가들은 자신만의 필살기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커 시간이 흐를수록 상대 선수들에게 간파를 당하며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실바는 달랐다. '스파이더'라는 링네임처럼 온몸의 신체부위를 고르게 활용하여 펀치와 킥은 물론 팔꿈치, 무릎 등 룰이 허락되는 한도 내에서 공격 가능한 모든 테크닉을 거침없이 구사했다. 짐승같은 회피능력에 특유의 유연성을 앞세워 짧은 거리에서 상대의 공격을 피하고 간결하고 정확하게 카운터를 꽂는 능력은 그야말로 발군이었다.

치고 빠지는 인 아웃 파이팅도 리드미컬하고 자연스러운지라 한번 실바의 리듬 속에 빠지면 어지간한 상대는 변변한 반격조차 못하고 거미줄에 걸린 먹잇감처럼 흐느적거리다 무너지기 일쑤였다. 거리를 둔 상태에서는 킥과 펀치로, 가까이 붙었다싶으면 빰클린치를 활용한 니킥 연타로 경기를 주도했다.

테이크다운 디펜스가 약하다는 평가도 있었으나 그것 또한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부분일 뿐이었다. 어지간한 상대는 실바의 화력을 견디고 가까이 접근하는 것조차 힘겨웠으며 어렵사리 넘긴다 해도 데미지가 축적된 상태에서 서브미션에 허를 찔리는 경우도 많았다. 앞서 언급한대로 16연승, 10차 방어전 성공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 동시대 파이터들에게 실바는 '악몽' 그 자체였다.

어쨌든 이러한 실바의 엄청났던 타격임팩트는 이제 옛말이 되어버린 것이 사실이다. 나이로 인한 노쇠화로 인해 체력, 힘 등 기본적인 요소는 물론 동체시력, 반사신경, 유연성 등 모든 부분에서 능력치가 급격하게 다운 되어버렸다. 머리로 상대의 수를 읽어낸다 해도 몸이 받쳐주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라 할 수 있다.

반면 아데산야는 한창때 실바가 그랬듯 신체능력이 절정에 달한 상태에서 경험치가 쌓이고 있는 상태다. 흑인 특유의 탄력과 유연성에 더해 다양한 테크닉을 앞세워 상대를 무력화시킨다.

상대의 킥을 허리를 젖히며 흡사 영화 <매트릭스>의 한 장면 같이 피해내는가 하면,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서 브라질리언 킥을 작렬시킨다. 뒤돌려차기, 옆차기, 백스핀 엘보우 등 래퍼토리가 무척 다양하다. 잽을 치면서 니킥이나 미들킥이 연타로 들어가고 상중하로 컴비네이션이 자연스럽고 부드럽게 이어지는 등 물오른 다연발 화력을 자랑한다.

이같은 양 선수의 전력차를 들어 각종 전문 매체는 물론 팬, 관계자들 역시 아데산야의 압도적 우세를 점치고 있는 분위기다. 실바가 이기게 된다면 그야말로 이변이라고 할 수 있다. 과연 이빨 빠진 늙은 맹수는 한창 물오른 젊은 강자를 물어뜯고 역 반란을 일으킬 수 있을까. 코메인 이벤트로 치러질 빅매치에 팬들의 눈과 귀가 집중되고 있다.


- 문피아독자 윈드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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