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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투기 쓴것] 알도, 카네이로에 TKO승... 폭군의 시대는 현재진행형

전 UFC 페더급 챔피언 '스카페이스(Scarface)' 조제 알도(33·브라질)가 자존심을 건 한판 승부에서 활짝 웃었다. 3일(한국시각) 브라질 포르탈레자서 있었던 'UFC 파이트 나이트 144' 코메인이벤트에서 난적 헤나토 '모이카노' 카네이로(30·브라질)를 2라운드 44초 만에 TKO로 무너뜨렸다. 당초 전력상 아래로 평가받던 상황에서 만들어낸 넉아웃 승리인지라 더욱 뜻깊고 짜릿했다.

모이카노는 철저히 자신의 거리를 지키면서 플레이하는 스타일이다. 앞 손으로 거리를 재면서, 한번에 강하게 치기보다 짧고 정확한 타격을 통해 누적 데미지를 쌓아나가는 타입이다. 연타에도 강해, 기회다 싶으면 몰아치고 상대의 반격이 나오려는 타이밍에서 반박자 빠르게 쓱 빠져버린다. 때문에 사이즈에서 밀릴 뿐 아니라 예전에 비해 신체능력이 다소 떨어졌다는 혹평을 받고 있던 알도가 모이카노의 거리를 어떻게 뚫을 것인가도 관심거리였다.

양 선수의 초반은 신중했다. 서로가 가진 패를 아껴가면서 상대의 공격을 끌어내려는 기색이었다. 알도는 모이카노의 잽이 나오는 타이밍에서 거리를 좁혀 카운터를 노렸다. 이를 눈치 챈 모이카노는 잽을 아끼는 대신 킥을 차주고 기습적인 뒷손 공격을 시도하는 등 알도에게 타이밍을 주지 않으려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모이카노가 근소하게 흐름을 잡아가는 모습이었다. 신장, 리치의 우위를 앞세운 잽의 적중률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알도가 바디블로우를 노리자 모이카노가 어퍼컷으로 반격했다.

하지만 알도는 알도였다. 2라운드에서 특유의 폭발력 넘치는 돌격모드를 다시 한번 보여줬다. 왼손 훅을 먼저 맞춘 후 바디블로우에 이은 안면연타가 연이어 들어가자 충격을 받은 모이카노가 흔들렸고, 기회를 잡았다싶은 알도는 폭풍같은 연타로 단숨에 경기를 끝내버렸다. 모이카노가 회복할 시간을 주지 않고 그대로 숨통을 끊어버린 것이다.

체력적인 면을 감안했을 때 만약 모이카노가 버티어냈다면 흐름이 바뀔 수도 있었겠지만 알도는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지난 제레미 스티븐스(33·미국)전에 이어 '폭군의 시대'는 여전히 진행형임을 증명했다.
 


조제 알도.jpg

 알도가 써내려가는 '폭군의 시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 UFC


 
저 평가 분위기속, 자신의 가치 증명한 전 챔피언
 
브라질 중소단체 '정글파이트' 챔피언 출신 모이카노는 특유의 거리감각을 살린 빼어난 아웃파이팅과 그라운드에서의 서브미션 결정력을 두루 겸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 알도와의 맞대결 이전까지 4경기를 치렀는데 제레미 스티븐스, 브라이언 오르테가, 켈빈 케이터, 컵 스완슨 등 하나같이 쟁쟁한 강자들이었다. 이중 오르테가에게만 아쉽게 패했을 뿐 나머지 상대들을 모두 잡아내며 페더급 판도를 흔들 '태풍의 눈'으로 지목받아왔다.

때문에 이번 경기는 양 선수 모두에게 기회이자 위기였다. 예전 같지 않다는 혹평을 받고 있는 알도 입장에서는 모이카노를 잡아내고 건재함을 증명할 필요가 있었다. 할로웨이와 3번째 경기를 치를 자격이 주어질지는 지켜볼 일이지만 일단 눈앞의 모이카노부터 이겨야하는 상황이었다.

이는 모이카노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전 연승기간의 성적은 훌륭했지만 어쨌거나 오르테가에게 패배를 허용했다. 베테랑 레전드 알도의 벽마저 넘지 못한다면 '잘하기는 하지만 한계가 있는 파이터'로 선이 그어질 수 있다. '물들어올 때 노 저어라'는 말처럼 한창 탄력을 받고 있는 현시점이 정상권으로 치고나갈 수 있는 타이밍이었다.

'전성기가 꺾인 자'와 '상승세에 접어든 자'의 차이일까. 여러 언론과 베팅 사이트들은 모이카노 쪽의 승리 확률을 좀 더 높게 보는 분위기였다. 대부분 알도 쪽을 언더독으로 분류해놓고 모이카노의 가능성에 점수를 더 줬다. 한때 체급내 폭군으로 악명 높았던 알도 입장에서는 자존심이 상할 법도 했다.

하지만 알도는 베테랑다웠다. "신경 쓰지 않는다"는 말과 함께 메인이벤트가 유력했던 경기를 체력부담이 적은 3라운드로 치르고 싶어서 코메인이벤트로 바꿔달라고 요청했을 정도로 감정보다는 이성을 앞세우는 영리함이 돋보였다. 할로웨이 전에서 체력적 열세를 보이며 뒷심부족을 드러냈던 알도인지라 현명한 선택이었다는 평가다.

결과적으로 이는 '신의 한수'였다. 체력부담이 적어진 알도는 뒷라운드를 생각하지 않고 집중력을 발휘하며 모이카노와 맞섰다. 체력싸움으로 가면 불리할 것이 뻔한지라 짧은 시간 내에 공격력을 집중시키는 전략을 들고 나왔다. 결국 알도는 모이카노의 빈틈을 찔러 페이스를 흔들었고 특유의 폭군모드를 부활시키며 이름값에 걸 맞는 결과와 내용을 과시했다.

알도는 올해 은퇴를 계획하고 있다. 잔여 경기 3경기(모이카노전 포함)를 모두 치르고 박수를 받으며 옥타곤을 떠나고 싶어 한다. 그러기위해서는 모이카노와의 첫 스타트가 중요했다. 첫 일전을 승리로 이끌고 탄력을 받아 마지막 불꽃을 후회 없이 불태우겠다는 각오를 드러냈다.

과연 알도는 바램대로 올해를 자신의 해로 만들고 화려하게 은퇴할 수 있을까. 첫 테이프를 제대로 끊은 폭군의 이후 행보가 더욱 기대된다.


- 문피아 독자 윈드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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