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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투기 쓴것] 'UFC 공무원' 도널드 세로니, 맥그리거 퇴직금 당첨?

'카우보이' 도널드 세로니(36·미국)는 이른바 '공무원'으로 불린다. 이런저런 이유로 툭하면 결장, 장기공백이 난무하는 파이터들 사이에서 단연 돋보이는 개근형 선수이기 때문이다. 이는 최근 5년 여간의 기록만 봐도 확연히 알 수 있다. 2014년부터 최근까지 무려 19경기를 소화했다. 연평균 4경기에 가까운 수치다.

어쩌면 이는 세로니의 위엄이라고도 할 수 있다. 노장 세로니는 끊임없는 자기관리와 승부욕을 불태우며 조금의 틈만 있으면 옥타곤에 오르는 모습이다. 19경기를 소화하는 기간 내 성적 역시 14승 5패로 준수했다. 14승 중 판정승은 3회에 불과했을 정도로 경기내용 또한 지루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야말로 주최측과 팬들을 모두 만족시키는 유형의 선수로 부족함이 없다.

세로니가 어떤 선수인지는 각종 성적 좌표만 살펴봐도 알 수 있다. 올해 초 알렉산더 에르난데스(27·미국)를 하이킥으로 무너뜨리며 UFC 최다승 기록을 22승으로 늘린 것을 비롯 무려 16회나 보너스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주최측 입장에서 보면 효자도 이런 효자가 없을 정도다.

적지 않은 나이, 잦은 타격 소모전을 감안했을 때 세로니도 슬슬 은퇴를 생각해야 될 시기가 왔다. 어찌보면 이제는 경기를 자주 갖는 것보다 임팩트있는 빅매치도 생각해볼 때다. 그런 시점에서 세로니의 커리어에 큰 훈장을 달지도 모를 한판승부가 언급되고 있으니 다름 아닌 '악명 높은(Notorious)' 코너 맥그리거(31·아일랜드)와의 경기가 바로 그것이다.
 
맥그리거는 자신감 충전, 세로니는 퇴직금 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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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세로니 '카우보이' 도널드 세로니
ⓒ UFC 아시아


얼마 전까지만 해도 둘의 경기는 쉽게 상상하기 힘들었다. 아무리 세로니가 성실하고 부지런한 파이터라해도 흥행파워, 이름값 등에서 많이 부족해 보이는 게 사실이다. 맥그리거와 붙고 싶어 하는 선수가 줄을 서있는 상태에서 정상급과는 거리가 먼 세로니 카드는 다소 아쉽게 느껴진다.

하지만 현재는 상황이 달라졌다. 맥그리거는 최근 '독수리(The Eagle)' 하빕 누르마고메도프(31·러시아)와의 맞대결에서 큰 패배를 당했다. 누르마고메도프의 레슬링 압박을 경계하다 자신의 주전장인 스탠딩에서도 재미를 보지 못했고 결국 4라운드 서브미션으로 경기를 내줬다.

맥그리거는 주최측 입장에서 아주 특별한 선수다. 소수의 인기스타 중에서도 최고의 흥행 캐릭터다. 다른 선수의 1패와는 다르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경기 전부터 누르마고메도프에게 전력상 밀린다는 평가가 많았으나 제대로 해본 것도 없이 무너진 터인지라 상품가치에 금이 간 것은 사실이다. 그런 상황에서 연패라도 당하게 된다면 캐릭터 자체에 큰 흠이 생길 수 있다.

어쨌거나 1승이 절실한 맥그리거로서는 강한 상대는 부담스럽다. 누르마고메도프 외 라이트급에서 맥그리거와 겨뤄볼만한 랭커로는 '엘쿠쿠이(El Cucuy)' 토니 퍼거슨(35·미국)을 필두로 에드손 바르보자(33·브라질), 케빈 리(27·미국), 알 아이아퀸타(32·미국) 등이 있다. 하나같이 맥그리거가 승리를 자신하기 어려운 상대들이다.

영리한 맥그리거는 세로니를 자신의 도우미로 선택했다. 세로니가 에르난데스를 꺾고 파이트 오브 나이트, 퍼포먼스 오브 나이트에 모두 뽑히는 경사를 누리자 SNS를 통해 '너와 싸우고 싶다'는 글을 남겼다. 데이나 화이트 대표 역시 '카우보이도 재미있는 경기를 펼칠 수 있는 후보다'라며 지원사격을 했다.

뜻밖의 행운(?)에 세로니는 잔뜩 고무됐다. "걱정마라. 난 언제든 준비가 되어 있다. 대회 프레스 콘퍼런스서 프로퍼 트웰브(맥그리거가 론칭한 아일랜드산 위스키 브랜드)를 마셔주겠다. 더불어 버드와이저를 들고 갈테니 한 번 신나게 즐겨보자"고 바로 화답했다. 이에 맥그리거는 '파티라도 하자는 것인가'라며 유쾌한 반응을 보였다. 그야말로 쿵짝이 잘 맞는 소통의 연속이었다.

명분상으로는 조금 아쉽지만 세로니와 맥그리거의 대결은 흥행적인 부분에서 나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세로니의 인기가 현지에서 낮지 않을 뿐더러 아일랜드와 미국의 술파티라는 컨셉까지 더해지며 그럴듯한 그림이 가능해진다. 세로니는 선수생활 말년에 거액의 대전료를 챙길 수 있고 맥그리거 또한 승리 가능성이 높아 자신감 충전의 기회로 그만이다. 이른바 서로에게 윈윈게임이 될 공산이 크다.
 
슬로우 스타터 세로니, 맥그리거 초반 압박 견디어낼까?
 
무에타이 스타일의 세로니에게 킥 거리를 허용하며 리듬을 타게 할 경우 매우 위험해진다. 앞손 잽에 로우킥, 미들킥 등이 쉴새없이 들어가며 특유의 공격성에 불이 붙기 때문이다. 상대가 밀리는 듯한 기색이 보이면 서서히 압박 스탭을 밟아가고 결국 강력한 화력을 앞세워 부숴버린다.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서 터지는 세로니의 하이킥은 매우 위협적이다. 다리나 복부를 꾸준히 때려주다가 머리나 목 쪽으로 킥이 날아들면 대다수 선수들은 미처 방비하지 못한 채 큰 충격을 받고 쓰러지기 일쑤다. 거리에 그래플링 옵션까지 갖추고 있는지라 기습적으로 테이크다운을 시도하거나 클리치 싸움을 벌이며 자신의 타격에 신경을 집중하고 있던 상대의 허를 찌르기도 한다.

둘간의 승부는 맥그리거 쪽에 무게가 실리는 것이 사실이다. 세로니는 전형적인 '슬로우 스타터'로 불린다. 초반부터 급피치를 올리기보다 서서히 리듬을 타다가 어느 정도 예열이 되었을 때 파괴적인 압박으로 상대를 무너뜨린다. 현격하게 약한 상대를 만나서는 초반부터 두들기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어느 정도 몸에 열이 올라와야 제 기량을 선보인다.

반면 맥그리거는 초반부터 정확도 높은 카운터펀치 구사가 가능한 타입이다. 옥타곤에 올라서기 무섭게 집중력 있게 카운터를 장전하고 경기에 임하는지라 조금의 빈틈만 보이면 바로격발에 들어간다. 경기 초반 채 흐름을 타지 못한 세로니가 허점을 노출할 경우 맥그리거의 정확도 높은 펀치는 기회를 놓치지 않을 것이다.

세로니는 그간 자신의 동선을 막아서며 리듬을 깨는 빠른 테크니션이나 위협적인 한방을 앞세워 빈틈을 찌르는 스나이퍼 스타일에게 어려움을 드러냈다. 앤소니 페티스, 하파엘 도스 안요스, 대런 틸 등이 대표적이다. 상대를 압박할 때 강한 모습을 드러내던 세로니는 역으로 압박을 당하면 좀처럼 페이스를 찾지 못했고 그러한 과정에서 패배의 쓴잔을 마시고는 했다.

더욱이 세로니는 최근 들어 노쇠화가 진행되며 반응속도 등에서 예전같지 않은 기색을 드러냈다. 맥그리거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잡아먹기 쉬운 먹잇감으로 느껴질 수 있다. 물론 세로니에게 그라운드라는 또 다른 옵션이 존재한다. 하지만 맥그리거가 누르마고메도프전에서 보여준 발전된 테이크다운 디펜스라면 기회를 잡아 그라운드로 끌고 가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 문피아독자 윈드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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