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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투기 쓴것] 은가누 이긴 루이스, 추락한 괴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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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C]데릭 루이스가 8일 UFC 226 무대에서 은가누에 판정승을 거뒀다. ⓒ 게티이미지
예고편만 화려했다.

8일(한국시각)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T-모바일 아레나서 열린 ‘UFC 226’ 코메인이벤트 프란시스 은가누(31·카메룬)와 데릭 루이스(33·미국)의 헤비급 괴수 대결 후 팬들은 크게 실망했다. 괴수로 불리던 파이터들의 경기답게 화끈한 충돌을 기대했지만, 경기 내내 이해하기 어려운 소극적인 플레이로 ‘역대급 수면제 경기’를 연출했기 때문.

경기를 치르다보면 본의 아니게 소극적인 운영을 할 수도 있지만 이날은 그러한 수준을 넘어섰다. 은가누와 루이스가 ‘짐승 캐릭터’로 인기를 끄는 배경에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무엇보다 터프한 외모에 걸맞은 저돌적 파이팅 스타일이 가장 크게 자리한다.

UFC 역시 그러한 그림을 기대하며 매치업을 짰고, 팬들도 큰 기대를 품고 있었다. 계체량 현장에서도 험악한 분위기를 연출하며 분위기를 띄웠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자 ‘네가 들어와라’ 모드로 3라운드 내내 시간을 흘려보냈다. 화끈한 장면은 한 번도 없었다.

루이스 판정승으로 끝나긴 했지만 팬들에게는 아무 의미가 없었다. 루이스의 손이 올라갈 때, 극심한 야유가 쏟아져 나왔다. 팬들 눈에는 둘 다 패자였다.

이겼지만 찜찜했던 루이스, 야수 본능은 어디로?

테러리스트, 비스트 등의 별명을 가진 파이터답게 루이스의 파이팅 스타일은 마치 거친 뒷골목 싸움꾼을 연상시킨다. 터프하면서도 때론 어설픈 모습을 노출하는 등 여러 본능을 온몸으로 표현한다.

데미지를 입어도 표정 관리를 하며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는 상당수 파이터들과 달리 루이스는 아픈 기색을 온몸으로 드러낸다. 장신(200cm) 타격가 트레비스 브라운(35·미국)전에서는 복부에 충격을 입자 ‘복부가 너무 아프다‘는 표정으로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복부를 움켜쥐고 싸우는 우스꽝스러운 장면까지 연출했다.

이것이 묘한 인간미(?)로 작용해 루이스에게 호감을 느끼는 팬들도 적지 않다. 귀여운 야수 캐릭터로 인기를 모았던 밥 샙과 비슷한 부분이다. 루이스는 밥 샙과는 다르게 위기에 몰려도 맷집과 투지로 상황을 뒤집는 능력이 있다. 정타를 맞으면 어쩔 줄 몰랐던 밥 샙과 달리 루이스는 아픔을 호소하면서도 경기를 쉽게 포기하지 않는다.

루이스의 공격 옵션은 단순하다. 성큼성큼 전진 스텝을 밟으며 타이밍을 노린다. 상대가 펀치거리에 들어오면 주저하지 않고 훅과 어퍼컷 등을 휘두른다. 앞손 잽, 뒷손 카운터 등 대부분 파이터들이 즐겨 쓰는 정돈된 패턴은 찾아보기 힘들다. 상대가 눈에 들어오면 바로 주먹을 내지를 뿐이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상대들은 루이스와 정면 펀치대결을 꺼린다. 맞으면서도 더 세게 돌려주는 루이스의 특성상 어설프게 카운터를 시도하다 역풍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덩치에 비해 몸이 유연하고 맞추는 능력이 뛰어나 자칫 방심하다 큰 충격을 받기 십상이다.

펀치 자체가 워낙 묵직해 정타가 들어가기 시작하면 상대는 급격하게 페이스가 흔들린다. 그런 상황에서 진흙탕 난타전이 벌어질 경우 루이스의 짐승 모드에 빨려 들어간다. 야수의 본능이 깨어난 루이스는 대단히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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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정승 후에도 야유 들은 루이스. ⓒ 게티이미지
루이스 앞에서 케이지 구석에 몰리거나 상위 포지션을 빼앗기면 매우 위험하다. 무차별적으로 펀치 러시나 파운딩이 들어가는데 폭발력이 무시무시하다. 가드를 해도 고스란히 충격이 전달된다.

주로 펀치일변도지만 기습적으로 로우킥, 니킥은 물론 하이킥까지 시도해 펀치에만 신경 쓰다가는 의외의 공격에 데미지를 입을 수도 있다. 최근에는 테이크다운 시도 등 진화하는 맹수의 모습도 선보였다.

경기 전까지만 해도 "승리는 은가누가 따내고, 루이스는 인상적인 모습을 몇 번 연출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비슷한 짐승 캐릭터라도 그동안 보여준 경기력에서 은가누의 포스가 더 강해보였기 때문이다. 신체능력은 좋지만 어설픈 모습이 많았던 루이스에 비해 은가누는 경기운영, 테크닉에서도 상당한 수준을 과시했다.

이날 경기는 두 파이터 모두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다. 손익을 따지자면 승리를 챙긴 루이스 쪽이 더 나은 것이 사실이지만 데이나 화이트 대표의 굳은 표정에서도 알 수 있듯, UFC 측과 팬들은 매우 실망한 상태다. 상품성을 잃어버린 괴수는 가치가 없다. 은가누, 루이스 모두 빠른 수습이 필요하다.

문피아독자 = 윈드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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