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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쓴것] '변화 시도' 오리온, 포워드농구 살아날까?

고양 오리온을 이끄는 추일승 감독은 '포워드 농구'의 장인으로 불린다. 이전까지 국내농구는 가드, 혹은 센터가 중심이 되는 클래식한 색깔이 주류를 이뤘다. 그러한 상황 속에서 추감독은 포워드를 핵심으로한 본인만의 스타일을 끊임없이 시도했는데, 실제로 좋은 결과로 이어지기도 했다.

2015-2016 시즌은 추일승표 포워드 농구가 정점을 찍었던 때다. 당시 오리온은 김동욱(38·194cm), 허일영(34·195cm), 문태종(44·196.5㎝), 최진수(30·202cm) 등으로 구성된 국가대표급 장신 스윙맨 라인에 장재석(28·204cm)과 이승현(27·197cm)이라는 든든한 토종빅맨까지 보유하고 있었다.

애런 헤인즈(38·199cm), 조 잭슨(27·180.2cm)의 외국인선수 조합 역시 궁합이 잘 맞았다. 역대급 외국인 포워드로 꼽히는 헤인즈는 이른바 'BQ(바스켓 아이큐)'가 빼어난 선수다. 특유의 센스를 바탕으로 내외곽을 오가며 득점을 올렸고 패싱게임, 수비에 모두 능했다. 헤인즈가 있기에 오리온 포워드 농구가 완성될 수 있었다는 얘기까지 있을 정도였다. 실제로 헤인즈는 이후 SK로 가서도 문경은표 포워드 농구의 구심점 역할을 해냈다.

물론 아무리 포워드 라인이 좋아도 좋은 가드의 지원 없이는 한계가 있다. 잠깐이라면 몰라도 포워드 다섯명으로 오랜 시간 경기를 치러나가기는 힘들다. 그러한 부분은 잭슨이 채워줬다. 잭슨은 장신 군단 오리온에서 주전 1번을 맡아 다소 빡빡할 수 있는 팀 공격을 매끄럽게 해주는 역할을 해냈다.

순간적인 움직임이 워낙 빠르고 덩크슛까지 가능한 신체능력을 가지고 있어 국내 선수가 일대일로 막는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무수한 돌파와 폭발적 외곽포로 상대수비를 찢어내고 흔들어버린 잭슨이 있었기에 오리온의 포워드진이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었다. 당시 오리온의 포워드 농구는 워낙 위력적이었던지라 '오리온 왕조의 탄생'까지 기대하게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잭슨과 재계약에 실패하고 헤인즈까지 타팀으로 가면서 오리온의 포워드 농구는 힘을 잃어가기 시작했다. 이른바 차포가 모두 빠진 상태에서 한계를 노출한 것이다.
 
 

(1) 조던 하워드.jpg
 단신 외국인 가드 조던 하워드는 좋을 때와 나쁠 때의 경기력 편차가 심하다.
ⓒ 고양 오리온


 
추감독의 결단, 포워드 농구의 반격 가능할까
 
올 시즌을 앞두고도 추감독의 시즌 플랜은 여전히 포워드 농구였다. 이는 외국인선수 구성에서도 확연하게 드러났다. 외국인선수 제도의 변화로 인해 대부분의 팀들이 장신 용병에 초점을 맞추는 상황에서 추감독은 조던 하워드(23·178.6cm)라는 단신 외국인가드를 선택했다. 여전히 허일영, 최진수, 장재석, 이승현 등이 버티고 있던지라 포워드군단의 조타수 역할을 기대하고 낙점한 것이다.

겉으로 보이는 성적만 놓고 봤을 때 하워드는 나쁘지 않다. 평균 17득점, 3.64어시스트, 3.45리바운드, 1스틸, 3점슛 성공률 42.37%의 성적은 충분히 수준급이다. 어려울 것으로 예상됐던 우승후보 DB전에서 25점(3점슛 7개)을 쏟아 부으며 승리의 선봉장 역할을 해내기도 했다.

문제는 기복이다. 하워드는 좋을 때와 나쁠 때의 편차가 심한지라 경기력이 들쭉날쭉하다. 이른바 계산이 안서는 스타일이다. 거기에 게임조립보다는 본인이 공격적으로 나서는 성향이 강해 추감독의 포워드 농구와는 아직까지 잘 맞지 않아 보인다.

같은 공격형이라 하더라도 잭슨은 내외곽에서 상대 수비진을 허물어뜨리며 동료들에게 많은 찬스를 제공했다. 반면 하워드는 외곽슛 의존율이 강하며 슛감이 좋지 않을 때는 경기력도 같이 다운되어버린다. 포워드진에서 윤활유 역할을 해낼 선수가 없다는 점도 안타까운 부분이다.

현재 오리온 포워드진은 적재적소에서 공을 돌리거나 게임조립에 참여할 스타일이 없다. 최근 활약이 좋은 장재석은 철저히 자신의 컨디션에 따라 경기력이 오가는 유형이다. '스페이싱(Spacing)'이나 동료를 활용하는 등의 능력은 여전히 부족하다.

최진수 또한 볼을 오래가지지 않고 간결하게 플레이할때 위력적이며 허일영은 슈터형 포워드인지라 좋은 패스를 받아야 제 기량을 펼칠 수 있다. 이승현은 전형적인 블루워커 마당쇠 스타일이다. 적재적소에 이들에게 공을 주고 움직임을 만들어줄 선수가 없다. 시너지 효과가 제대로 나지 않는 것이다.

물론 뛰어난 가드가 있다면 이같은 문제는 상당 부분 해소된다. 안타깝지만 오리온은 가드진의 열세를 풍부한 포워드진으로 채워가는 팀이다. 올 시즌 역시 오리온의 가드진은 외국인 가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10개 구단 중 가장 약한 축에 속하는지라 크게 기대하기 힘들다. 결국 좋았을 때 그랬던 것처럼 포워드진에서 해줘야하는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인다.

우승시즌에는 그러한 역할을 해줄 선수들이 많았다. 가드 잭슨은 물론이거니와 '포인트 포워드'로 불리던 김동욱의 역할이 컸다. 헤인즈 역시 게임을 이끌어가거나 조립하는데 능했으며 문태종 또한 매우 센스 있고 영리한 선수였다. 아쉽게도 현재의 오리온에는 그러한 기술자형 포워드들이 하나도 남아있지 않다.

그냥 좋은 포워드만 많은 형국이다. 볼이 잘 돌지 않는다. 타팀에서 부러워할만한 좋은 포워드 자원들을 대거 보유하고도 제대로 써먹지 못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허일영은 사타구니 부상으로 인해 4~5주 정도 결장이 불가피할 예정이며 이승현 역시 발바닥 부상으로 제 컨디션이 아닌 상황이다. 현재의 이승현은 무조건 쉬어야하지만 팀 사정 때문에 무리를 하고 있다.

 

(2) 추일승 감독.jpg
 '포워드 농구'를 선호하는 고양오리온 추일승 감독
ⓒ 고양오리온


 
그러한 악재 속에서 추감독은 최근 팀 전력에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 모습이다. 일단 마커스 랜드리(34·197cm)의 대체 외인으로 합류했던 올루 아숄루(31·197㎝)를 교체하기로 했다. 6경기에 나서 평균 10.2점 5.5리바운드 1.3어시스트를 기록했던 아숄루는 추감독의 성에 차지 않았다.

새롭게 합류할 선수는 보리스 사보비치(32·206㎝)다. 세르비아-몬테네그로 출신인 사보비치는 러시아, 폴란드, 몬테네그로 등 다양한 유럽리그에서 뛰며 많은 경험을 쌓았던 선수다. 안정된 슈팅력은 물론 팀플레이에 능해 조직적인 농구에서 강점을 보일 수 있는 유형으로 평가된다. 좋은 체격을 바탕으로 골밑에서 버티는 수비도 가능한지라 장재석, 이승현이 힘겹게 사수중인 포스트에도 큰 힘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추감독은 거기에 더해 '2019 KBL 국내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도 승부수를 던졌다. 추감독은 이번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4순위로 상명대 가드 전성환(22·178.2cm)을 선택했다. 고졸 기대주 안양고 김형빈(19·200㎝), 성균관대 센터 이윤수(23·202.7cm) 등 좋은 빅맨들이 남아있었지만 당장 발등의 불인 가드수혈이 급했다. 2라운드에서도 7순위로 가드인 연세대 김무성(22·184cm)을 뽑은 것이 이를 입증한다.

상명대 최초 로터리픽 선수 전성환은 점점 프로농구에서 보기 힘들어진 정통파 포인트가드 스타일이다. 경기조율과 패싱게임에 능하다. 상대의 갑작스런 압박수비를 패스를 통해 깨트릴 수 있을 만큼 침착하고 안정된 시야와 센스를 가지고 있다는 평가다.

신장은 작지만 웨이트가 좋은 편이라 몸싸움에서 쉽게 밀리지 않는 편이며 약점으로 꼽혔던 3점슛 또한 꾸준히 발전하고 있다. 거기에 더해 김무성은 활동량을 내세워 악착같은 수비를 자랑하는 부지런한 타입의 가드인지라 전성환과 더불어 즉시 전력감으로 기대를 모은다.

용병 교체에 신인 수혈까지, 과감한 변화를 시도한 추감독의 선택은 흔들리는 오리온 포워드농구를 다시 안정시킬 수 있을까. 반격을 꿈꾸는 오리온 행보에 농구팬들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 문피아독자 윈드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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