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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아-피플


[매니아-피플] ‘화가도 만화가도 디자이너도’ 아닌 그냥 손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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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야오를 동경하는 괴짜 일러스트레이터 손진걸(50) 작가는 젊은 시절 별명이 ‘포비’였다. ⓒ 손쌤

일본의 전설적 애니메이터 미야자키 하야오(宮崎駿)는 우리시대의 안데르센으로 불린다.

1970년대 말 데뷔한 그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하울의 움직이는 성’, ‘바람이 분다’, ‘붉은 돼지’. ‘이웃집 토토로’,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등 주옥같은 애니메이션을 선보이며 전 세계 만화 팬들의 가슴에 또 다른 동화 세상을 열어줬다. 단순히 상상력을 자극하는 정도가 아닌 동심의 세계로 독자들을 안내하는 ‘낭만의 시대’의 인도자였다.

하야오를 동경하는 괴짜 일러스트레이터 손진걸(50) 작가는 젊은 시절 별명이 ‘포비’였다.

포비는 하야오의 데뷔작이자 대표작 ‘미래소년 코난’의 캐릭터 중 한 명이다. 처음에는 주인공 코난과 라나, 다이스 선장 등에 가려져 있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만의 캐릭터를 가져가며 많은 인기를 얻어간다. 넓적한 얼굴에 들창코를 가진 그는 얼굴 자체는 못생긴 편이지만 순박하고 의리 있는 모습으로 코난이 가지지 못한 이미지를 보충하고 작품을 밝은 분위기로 이끌어 가는데 한 몫 한다.

손진걸 작가는 포비와 닮은 듯 다르다. 젊은 시절부터 어디로 튈지 모르는 좌충우돌에 괴짜였다는 그는 개성은 강했지만 의리 있고 호탕한 성격이었다고 지인들이 전한다. 포비는 개구리와 고기를 좋아하는 반면 여자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반면 손진걸 작가는 개구리는 좋아하지 않지만 고기와 술을 좋아한다. 더불어 여자도 싫어하지(?) 않는다. 거기에 상당한 로맨티스트라 자칭한다.

인연을 소중히 생각한다. 그래서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많다. 때문에 항상 고맙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장난꾸러기인 나, 개구쟁이인 나, 철딱서니 없는 나, 버럭쟁이인 나 그럼에도 나를 좋아해주시는 분들에게 항상 감사합니다”

엉뚱함으로 똘똘 뭉쳐 자신만의 세계를 한폭 한폭 그려나가고 있는 일러스트레이터 손진걸 작가를 '데일리안'이 부산에서 직접 만나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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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뚱함으로 똘똘 뭉쳐 자신만의 세계를 한폭 한폭 그려나가고 있는 일러스트레이터 손진걸 작가를 '데일리안'이 부산에서 직접 만나봤다. ⓒ 손쌤

화가도 만화가도 디자이너도 아닌 그냥 예술가?

-손진걸 작가의 명성을 듣고 직접 부산으로 날아왔다. 그런데 호칭을 어떻게 해야 하나. 여러 작품도 많이 냈고, 전시회도 주기적으로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독자들은 어떻게 불러야 하나.

부산에서 그림 그리는 손진걸이다. 그렇지 않아도 비슷한 질문을 많이 받았다. 언젠가 누군가는 대놓고 그러더라. 화가도 아닌 것 같고. 만화가라기에는 조금 이상하고. 일반적인 디자이너들과는 또 다르고. 도대체 정체가 뭐냐고 물어보길래 빵 터졌다. 그냥 일러스트레이터 손진걸이라고 불러주면 감사하다. 그냥 손쌤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인터넷 상에서는 이런 닉네임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지금은 프리랜서로 일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주로 어떤 일을 하고 있나. 또 작품을 원하는 분들과 어떤 경로로 연락을 취하나.

현재는 주로 기업이나 영리단체의 캐릭터 작업 및 심볼 로고타입 작업을 하고 있다. 과거에는 직접 방문이나 전화로 주문을 많이 했는데 최근에는 인터넷 블로그나 SNS계정으로 많이 바뀐 것 같다. 인터넷 강국답게(웃음). 비록 구닥다리 아저씨지만 이러한 흐름에 맞춰가려 나름 노력한다.

-프리랜서 전에는 어떤 일과 활동을 했나.

30대 시절에는 광고기획실을 운영하고 40대 초중반까지는 그동안의 경험을 살려 디자인학원을 운영했다. 미천한 기술이지만 원하는 사람들에게 노하우를 나눠주고 싶었다.

-작가들은 작품 활동을 할 때 소신과 신념을 바탕으로 한다. 이것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 혹은 꼭 이렇게 해야 한다는 원칙이 있나.

순수미술은 아니지만 성인들을 위한 외설적인 그림은 아무리 큰 돈을 준다 해도 맡지 않는다. 전부터도 원하지 않았지만 딸을 키우는 아버지 입장이 되니 더욱 강해졌다.

-징크스 같은 것은 있나. 혹은 슬럼프에 빠졌을 때 탈출하는 비법 같은 것이 있는지 궁금하다.

단 한 번의 선을 긋는데 느낌이, 오늘은 아닌데 싶으면 그날은 깔끔하게 작업을 접는다. 이런 날은 아무리 끙끙대도 그림이 그려지지 않기 때문이다. 차라리 느낌이 좋을 때 집중하는 쪽이 더 효과적이다. 억지로 그린 그림을 독자 혹은 손님들에게 보여주기는 싫다.

슬럼프 참 무서운 친구다. 이 친구는 오지랖도 넓다. 상대가 누구든 가리지 않고 불쑥불쑥 찾아온다. 오지 말라고 그렇게 말했는데 눈치는 또 지독히도 없어서 난데없이 머리를 들이민다. 그럴 때는 방법이 없다. 그냥 걷는다. 정처 없이 멍한 상태로. 그저 주위의 사물에 시선을 두고. 사람구경도 좋고. 걷고 또 걸으면서 세상의 풍경을 감상하는 게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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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화기법이나 작업방법이 과거와는 사뭇 달라진 것으로 같다. 독자들을 위해 살짝 설명해줄 수 있나.

요즘에는 디지털시대에 걸맞게 페인터(Painter)라는 프로그램을 쓴다. 길을 걷다 이야기꺼리가 될만한 장면을 스마트폰으로 찍고 그 사진 위에 제가 그린 캐릭터를 새 레이어에 덧칠하면서 그리는 방식이다. 중요한 건 사진과의 이질감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여기서 잠깐! 컴퓨터를 많이 쓰다 보니 많은 독자들이 오해한다. 나 같은 그림쟁이들의 작품은 상당수가 컴퓨터의 힘을 빌리는 것으로. 절대 아니다. 스케치북과 물감 대신 프로그램 위에 그림을 그리는 것이지 못 그리는 것을 컴퓨터가 뚝딱 해결해주지는 않는다. 어차피 선하나하나 직접 그리는 것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똑같다. 오히려 이 같은 방식에 익숙하지 않은 그림쟁이들은 더 고전하기도 한다.

-전시회도 종종 여는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떤 전시활동을 하는지 궁금하다.

미대출신으로는 첫 개인전을 아주 늦게 한 편이다. 지난 2013년 11월에 해운대 달맞이 ‘전혜영갤러리’로 스타트를 끊었다. 48세였다. 기존의 유화나 수채화 등으로 부터 탈피해 뭔가 새로운 걸 해보고 싶었다. 디지털 시대인 만큼.

그러나 실상은 아날로그 감성에 맞춘 작업들이었다. 역시나 나의 이야기, 사람의 이야기들이었다. 20여점의 작품들 중 딸의 그림만 빼고 완판하는 신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첫 전시치고는 대박이었다.

이후 김해도서관 ‘가야갤러리’에서 세분의 사진작가들과 ‘free’ 전 초대작가로 전시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서울 인사동 성보갤러리에서 ‘디지털 아트’전을 했다. 8월 29일부터 부산 해운대문화회관에서 ‘조우(사진과 일러스트의 만남)'라는 주제로 네 번째 전시회를 준비 중이다. 부산, 경남 사는 분들은 많이들 와서 관람해주면 좋겠다. 물론 타 지역 분들이 먼 걸음 해주면 더더욱 사랑해드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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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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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털한 부산사나이 손진걸

-질문의 색깔을 바꿔 작가 손진걸의 인간적인 부분을 물어보고 싶다. 작가님을 찾아온 독자들과도 스스럼없이 술을 즐기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인간 손진걸에게 술이란 무엇인가.

하하하. 이것 독자 분들이 “이놈은 그림은 안 그리고 순 술만 쳐 먹는 것 아니냐?”고 오해하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 어쩔 수 없다. 술이라면 사양을 안 하는 성격이다. 술은 작업과 영감에 많은 도움을 주는 양념 같은 존재다. 술로 인해 그림이 방해를 받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도움을 받고 있다고 말하고 싶다. 하지만 앞으로는 건강을 위해 조금씩 조절해서 마실 계획이다.

-술에 대한 철학(?) 잘 들었다. 그러면 인간 손진걸에게 그림 그리고 여자(?)란 무엇인가.

아이쿠! 이것 큰일이다. 술 좋아하고 여자 좋아하고 완전 난봉꾼으로 몰리겠다. 하지만 독자들을 위해 솔직하게 말하겠다. 그림은 몸에 붙어있는 떼어낼 수 없는 장기와도 같은 존재다. 한때 붓을 내려놓고 사업도 해봤지만 안 되겠더라. 그림 그릴 때가 가장 즐겁다. 다른 열혈 작가들과 마찬가지로 저도 도저히 어쩔 수 없는 그림쟁이의 피가 흐르고 있다는 걸 스스로 인정해야했다.

아 그리고 여자..별것 있나. 한마디로 표현하겠다. 지구에 반은 여자다. 그저 친하게 지내고 싶은 존재다(웃음).

-후배들이 손진걸 작가님을 따라서 같은 길을 걷고 싶다면 어떤 충고를 해주고 싶은가.

다소 뻔한 말 같지만 솔직히 말하겠다. 육상선수가 되려면 강한 심장과 튼튼한 하체가 기본이듯 선긋기부터 기본적인 데생력을 키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림쟁이는 확고한 소신 없이 돈과 명예를 쫓아가기 보다는 내 색깔, 내 이야기를 끊임없이 엮어 나가야 한다. 상황에 따라서는 조금 배고픈 것도 감수해야 한다. 안정적인 직장인이 아니다보니 굴곡은 따를 수 밖에 없다.

-향후 인간 손진걸은 어떻게 살고 싶은가.

앞으로도 끝없이 도전하고 늘 새로운 이야기꺼리를 만들어가며 조용한 곳에서 사람냄새 풍기면서 자연 그리고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고 싶다. 하나라도 빠지면 안 된다. ‘사람’은 스무살 시절부터 내 작업의 모토다.

멋들어진 사진을 보면 ‘그림 같다’라고 하고 잘 그려진 그림을 보면 ‘사진 같다’라고 한다. 사진과 그림이 만나 재미와 감동을 느끼고 피식 웃으면서 ‘우리네 사는 모습이 이렇구나’라고 작업한다. 자연 속의 인간 사람은 너무나 보잘 것 없고 작은 존재지만, 사람은 또 그 스스로가 거대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문피아독자 = 윈드윙


댓글 2

  • 001. Lv.1 [탈퇴계정]

    15.11.05 14:31

    지브리 스튜디오를 아주 무척 좋아합니다. 하야오님을 정말 좋아하고요. 부산에 저런분이 계셨네요. 잼있게 잘 읽고 갑니다.

  • 002. Personacon 윈드윙

    15.11.08 14:10

    핫 ㅋ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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