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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감상


[작품 감상] <신투>... 어설픈 도둑 구달비의 유쾌한 무협활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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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소설(武俠小說), 여성 독자에게 로맨스 소설이 있다면 남성독자에게는 무협 소설이 있다.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장르 문학 중 하나인 무협 소설은 중국 대륙이나 한반도 또는 일본 등을 주 무대로 혹은 이와 유사한 가상 세계를 배경으로 무림이나 협객의 이야기를 다룬다. 시대에 따라 흥망성쇠를 거듭하기는 했지만, 할아버지 세대나 손자 세대나 여전히 꾸준한 독자층을 가지고 생존하고 있다.

1980년까지는 이른바 대리만족의 무협이 주를 이뤘다. 잘생긴 주인공이 기연을 얻어 부모님의 복수를 하고 더불어 미녀와 명성까지 한꺼번에 얻는 스토리가 많았다. 어찌 보면 대다수 남성이 꿈에서라도 원하는 최고의 판타지다. 내게 피해를 끼친 자를 더 강한 힘으로 물리치고 아름다운 여인과 명예를 모두 가져간다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모든 남자들의 로망이다. 무협소설은 현실에서 이루기 힘든 남성의 꿈을 대신 이뤄줬고 그로 인한 많은 독자층을 확보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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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투>
ⓒ 청어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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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부작용도 무시할 수는 없었다. 무협을 좋아하지 않는 독자들 입장에서 보면 이러한 천편일률적 전개는 황당 그 자체였다. 거기에 대다수 출판사가 비슷비슷한 내용을 빨리 찍어내기 위해 이른바 공장 시스템을 돌리면서 무협 소설의 격은 한 없이 떨어졌다. 소설 중에서도 가장 질 낮은 장르로 낙인 찍혔고 만화와 함께 한동안 천대를 면치 못했다. 그로 인해 무협소설은 지금까지도 시간 때우기용 소설이라는 인식이 강한 게 사실이다.

1990년대를 기점으로 무협계에도 새바람이 일었다. 당시 무협의 저평가를 직접 경험했던 독자들이 작가가 되면서 좀 더 인정받을 수 있는 무협, 현실적인 무협을 쓰기 위한 노력이 병행됐다.

인터넷 상의 인기를 바탕으로 출간된 <신투(神偸)> 역시 예전의 무협 소설과는 다른 형태를 띄는 작품 중 하나다. 무협 소설의 특성 상 기연이 완전히 빠질 순 없겠지만, 완벽하지 않은 주인공, 기연보다는 노력, 현대식 문체, 지금의 기준으로 봐도 이해가 되는 인간 관계 등 최대한 현실성을 놓치지 않으려 노력한 흔적이 엿보이고 있다.

친근한 주인공과 개성 만점 조연들

"다소 가벼워 보이는 문체, 지나치게 현대적인 대화와 지문 등이 자꾸 거슬려서 처음에는 이질감도 느꼈지만 계속 읽다 보니 그게 아니더군요. 이제까지 읽었던 어떤 작품보다도 더욱 촘촘하고 꽉 짜여 있는 듯한 구성이 무척 맘에 듭니다."

"뭐랄까, 신투는 따로 등장 인물을 설정해서 소설을 전개해나가는 것이 아니라 캐릭터 한명 한명이 살아서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이는 것 같아요. 작가는 그저 생명이 담긴 실을 통해 가볍게 제어만 해준다고 할까요."

인터넷 연재 당시 열혈 팬들이 달았던 댓글 내용처럼 <신투>의 최대 매력은 제각기 생명력을 부여받은 다양한 캐릭터들이다. 미남은 아니지만 그렇게 못생기지도, 영리하지 않지만 유달리 멍청하지도 않은 지극히 평범한 주인공 구달비. 유일한 재능인 경공술을 바탕으로 강호 상에서 도둑으로 활동한다. 하지만 사람을 해치는 것도, 도리에 어긋나는 행동도 싫어하는 제법 바른 행동의 소유자다.

하지만 그렇다고 협객까지는 아니다. 예쁜 여자를 보고 한눈에 반해버린 나머지 말도 안 되는 호언장담을 해대고, 피해를 준 상대에게는 이를 부드득 갈기도 하는 등 지극히 일반적인(?) 보통 남성의 감정을 가지고 있고, 앞날에 대한 걱정이 가득한 것이 어찌 보면 취업걱정으로 날을 지새우는 이 시대의 젊은이와도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어쩌면 주인공 구달비에게 독자들이 느끼는 감정은 '공감'일수도 있겠다.

<신투>를 읽다보면 독자들은 자신도 모르게 작품 속에 등장하는 수 많은 캐릭터 중 취향에 맞는 캐릭터를 고를 수 있는 특권을 부여받은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주인공과 라이벌 관계를 형성하기는 하지만 왠지 모르게 동정심이 가는, 역시 요즘의 젊은이를 연상하고 있는 선우운철. 무엇인가에 속박되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그리고 바로 그러한 점 때문에 일파의 문주자리마저 스스로 거부한 희대의 이기주의자 독고강.

당문이라는 무서운 문파의 핵심 간부 중 한 명이면서도 지독히도 운이 안 따르는 당조제. 좋지 않은 병에 걸려 누각 안에서만 지내야하지만 천하 제일의 미모를 지녔고, 거기에 지독한 순수성까지 가진 금경은. 각기 다른 스타일의 황금장 3형제. 약간 예쁜 얼굴만을 믿고 이리저리 계산하기에만 바쁜 남궁영영과 전형적인 부잣집 아들 모영영출.

심신이 모두 연약하지만, 세파에 시달린 탓에 눈치 하나는 기가 막힌 갈명수. 현재는 하오문의 우두머리지만 향후에는 뭔가 크게 한건 할 야망에 불타고 있는 암흑대제 강상배 등 마치 한편의 잘 짜여진 장편 인형극을 보는 듯 <신투>의 캐릭터들은 다양성과 개성에서 높은 점수를 받을만하다. 거기에 인물간 세세한 인과관계와 장갑 같은 사소한 소품까지 신경 쓴 작가의 꼼꼼함까지 더해져 <신투>가 완성될 수 있었다.

인터넷 상에서 일명 녹삼이라고 통하는 <신ㅎ투>의 작가 녹목목목은 특유의 소탈한 성격을 바탕으로 독자와 함께 호흡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현재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주부 작가 녹목목목은 활짝 열어제친 사고 방식을 바탕으로 중년층은 물론 어린 학생 층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대화를 주고받는 등 작가와 독자 사이의 거리감을 거부하고 있으며, 사소한 댓글까지도 일일이 답변을 해주는 자상함을 보여주고 있다.

언젠가 녹목목목 작가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한 적이 있다.

"작가님은 참 대단하세요. 글의 내용을 이끌어나가시는 진행 방식이나 독자들의 글에 리플 달고 그러시는 것 보면 나이 차이가 제법날 것 같은 어린 독자 분하고도 스스럼없이 소통을 잘 하시는 것 같아요. 때로는 일부러 자신의 생각이나 수준을 낮추시는 실력이 장난이 아니신 것 같아요."

거기에 대한 녹목목목 작가의 대답은 뜻밖이었다.

"일부러 낮춘다구요? 절대 아닙니다. 제가 나이에 비해 조금 밑으로 다운된 수준을 가지고 있는지라. 전 글을 일부러 가볍게 쓰는 것도 아니고, 어린 독자 분들과 공감대를 맞추려고 노력하지도 않습니다. 그냥 제가 원래 그렇습니다. 호호."

 

언제나 여고생같은 순수성을 잃지 않고 있는 녹목목목 작가, 그녀의 한편의 동화와도 같은 신비로운 이야기가 여과 없이 담겨 있기에 더욱 친근한 <신투>다.

 

-문피아 독자 윈드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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