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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드윙 님의 서재입니다.

노총각일기


[노총각일기] '달심'만 안다고? 누구도 '춘리'를 이길 순 없었다

문화가 된 전설의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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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트리트 파이터 시리즈는 전자오락실 역사에서는 '넘버1'이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 캡콤


스타크래프트, 포트리스, 리니지, 디아블로, 카트라이더 등… 이른바 잘 알려진 게임들은 많은 이들을 하나로 뭉치게 하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 나이, 직업, 성별을 떠나 함께 즐기고 관련된 여러 얘기를 나눌 수 있는 것 만으로도 금세 친밀감이 들기 일쑤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게임만큼 다수를 쉽게 안을 수 있는 아이템도 드물다.

총각 주변도 다르지 않다. 평소에는 제각각 다른 성격과 취미를 가진 지인들이 게임 앞에서는 삽시간에 취향 통일이 되는 경우를 많이 봤다. 말수가 적던 이들도 게임 얘기가 나오면 마치 학원강사 수준으로 말문이 터져 나오기 일쑤다. 현대사회에서 게임이 가지는 영향력을 새삼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임 자체에 별반 관심 없는 사람도 있다. 총각이 딱 그렇다. 직업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총각은 누구보다도 인터넷을 많이 하는 편이지만 게임만큼은 아예 하지 않고 있다.

과거

게임에 빠져 6~7개월 동안 제대로 맛을 본적도 있지만 더 이상 빠지기 전에 딱 끊어낸 바 있다. 뭔가에 몰두하면 쉽게 중독되어버리는 성격을 잘 알고 있는지라 미리 예방을 해버린 것이다.

지금은 아이 아빠가 된 절친한 친구를 보며 게임이 가지는 중독성을 크게 느낀 적이 있다. 친구는 과거 대학생 시절 PC방을 자기 집보다 더 들락거릴 정도로 게임에 푹 빠져 주변을 걱정시켰다. 평소에는 뭔가에 크게 집중을 안 하는 스타일이었는데 게임에서 만큼은 달랐다.

아르바이트로 막노동을 하면서도 일을 마치고 오면 저녁도 먹지 않고 PC방으로 출근(?)했다. 그리고 밤새도록 게임을 하다가 새벽녘에 잠시 숙소에 들어가 2~3시간을 잔 후 다시 일을 나갔다. 그런 생활을 무려 여름방학 내내 했다. 총각 역시 친구의 의지에 감탄에 "너, 공부를 이런 식으로 하면 사법고시도 합격하겠다"고 농담어린 말을 건넸을 정도다.

친구는 대신 카운터를 보기도 할 정도로 PC방 사장님과도 절친해졌다. 사장님이 직접 "너는 손님이 아니다. 우리 가족이나 다름없다"고 밝힌 웃지못할 에피소드도 있다. 지켜보는 총각으로서도 살짝 어이가 없던 기억이 난다. 지금도 그때 얘기를 하면 친구는 쑥스럽다는 듯 웃는다.

그 정도는 아니지만 총각도 꽤 오랫동안 즐기던 게임이 있기는 하다. PC 게임은 아니다. 한때 전자오락실에서 상당한 인기를 끌었던 <스트리트 파이터>시리즈가 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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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트리트 파이터1>은 지금의 시선으로는 투박하지만, 당시로서는 파격적이었다.
ⓒ 스트리트 파이터1 캡쳐


온몸 운동(?)을 시켰던 스트리트 파이터1

제대로 스트리트 파이터의 명성이 알려진 것은 2편부터였지만 시리즈의 전설을 알린 것은 단연 <스트리트 파이터1>이다. 지금의 시선에서는 여러모로 어설프게 보일지 모르겠으나 대전 격투게임이 거의 없던 시절 국가별로 실력자들이 나와 일대일로 대결을 펼치던 아이템은 당시로서 파격적이었다.

<갤러그>, <엑스리온>, <윙스>, <제비우스>, <불사조> 등 고전 슈팅게임이 여전히 전자오락실 단골 게임으로 인기를 끌던 시점임을 감안했을 때 더욱 그렇다.  <너클조>, <더블 드래곤> 등 일대 다수 격투게임과는 느낌이 확실히 달랐다.

최배달의 제자이자 '극진의 호랑이'로 불렸던 소에노 요시지를 모티브로 한 일본 무도가 류가 주인공으로 나오며 금발의 캔이 서브 주인공으로 뒤를 받친다. 동양인과 서양인으로 인종은 다르지만 '파동권(波動拳)', '용권선풍각(龍卷旋風脚)', '승룡권(昇龍拳)'이라는 같은 필살기를 공유하는 동문으로 설정되어 있었다.

바로 게임을 시작하면 류가, 중간에 동전을 넣고 도전해서 이기면 캔으로 게임을 진행할 수 있으며 단계별로 각 나라의 실력자들과 대결을 펼치게 된다. 일본의 무도승과 닌자(忍者), 미국의 서커스단 싸움꾼과 복서, 중국의 왕서방과 당랑권 노고수, 영국의 스킨헤드, 단봉 달인을 차례로 격파하면 태국의 두 보스급이 기다리고 있다. 최종 보스는 스트리트 파이터2에서 부두목 역할을 하는 사가트다.

류와 캔은 이후 시리즈에서도 꾸준하게 주인공급의 역할을 맡으며 스트리트 파이터를 이어가는 중추적 역할을 한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스트리트 파이터1은 상당히 투박한 게임이었다. 앞서 언급한 3대 필살기를 쓰기 위해서는 상당한 에너지(?)가 필요했다. 기술이 한번에 잘 걸리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 애를 쓰며 스틱을 특정 방향으로 흔들어대며 용을 쓰는 상황이 자주 벌어졌다.

운이 좋으면 한꺼번에 파동권과 승룡권이 연결되어 단숨에 끝판왕 사가트도 박살내버리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상대의 연속기에 허무하게 나가떨어지기 일쑤였다. 이같은 상황은 오락실 기계별로 편차도 있어서 해당 게임에 꽤 능했던 총각 역시도 그날그날 운에 어 느정도 기대는 경우도 잦았던 기억이 난다.

기술을 걸기 위해 때로는 몸까지 과격하게 움직여대다 기계 전체가 통째로 흔들거리는 웃지 못할 장면까지 쉽게 볼 수 있었다. 마지막 스테이지까지 넘기고 엔딩화면을 볼 때면 뿌듯한 기분과 함께 욱신거리는 손의 통증도 함께 경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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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캔과 류는 시리즈 전체를 관통하는 2명의 주인공이다.
ⓒ 캡콤


전자오락실을 점령한 스트리트 파이터2의 인기

앞에서 언급했다시피 스트리트 파이터를 세계적 게임으로 알리게 된 것은 단연 2편부터다. 2편의 등장으로 스트리트 파이터는 일부 마니아들을 훌쩍 넘어 단숨에 모두가 함께 즐기는 초대박 인기 게임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총각 역시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총각이 다니던 오락실에 스트리트 파이터1 프로그램을 깐 오락기계는 딱 두 대가 있었다. 그로 인해 간혹 기다리는 수고스러움을 겪기도 했으나 오래지 않아 차례가 돌아오는지라 별다른 불만은 없었다.

반면 <스트리트 파이터2>는 주인아저씨 역시 폭발적 인기를 직감한 듯 처음부터 10대 이상의 기계에 프로그램을 깔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계를 차지하기는 쉽지 않았다. 길게 늘어선 줄을 반영하듯 대기자가 너무도 많았기 때문이다.

특히 학교를 마치는 시간대에는 길면 두어시간 이상까지도 기다려야 했다. 오락기계 옆에는 조금이라도 먼저 하려는 이들이 내려놓은 동전들이 쌓여있었다. 몇 개월 후 총각이 다니던 단골 오락실은 전체 오락기계의 반절 이상이 스트리트 파이터2로 재편되는 진풍경까지 펼쳐졌다.

그만큼 스트리트 파이터는 당시 어떤 게임과도 비교하기 어려울 만큼 매력적 요소가 들끓었다. 전작이 류와 캔 외에 딱히 눈에 띄는 인기 캐릭터가 없었다면 2편은 달랐다. 캐릭터를 무려 8명이나 골라서 즐길 수 있었던지라 몇배의 재미가 느껴졌다. 조작법도 훨씬 다양해지고 부드러워져 과거처럼 용을 쓰며 스틱을 흔들어댈 필요도 없었다.

총각은 지루한 대기시간을 줄이기 위해 '도전'이라는 방법을 즐겨 썼다. 게임을 하고 있는 상대의 기계에 동전을 넣고 옆에 있는 또 다른 버튼을 누르면 즉시 화면이 멈추고 두명의 플레이어가 각자 자신의 캐릭터로 대결을 벌이게 된다. 이같은 시스템은 스트리트 파이터 시리즈의 인기를 대폭 증가시켰을 뿐 아니라 이후 비슷한 아류작들을 마구 쏟아지게 한 결정적 이유로 작용했다고 알고 있다.

전작에서 종종 끝판왕을 깬 경험자답게 총각의 스트리트 파이터2 솜씨는 상당히 좋은 편이었다. 거의 전 캐릭터로 게임을 클리어 했다. 그런 만큼 많은 플레이어들과 자웅을 겨루고싶은 마음에 시내 여러 오락실을 수시로 돌아다녔던 기억도 난다.

각 오락실마다 나름 유명한 실력자들이 다수 있었던지라 대전을 치를 때마다 강한 승부욕이 발동하고는 했다. 그것은 그들도 마찬가지였으리라. 나중에는 아예 옆 지역으로 원정을 가며 고수(?)를 찾아다녔다. 당구 좋아하시는 분들은 당구에 비유하면 더 잘 이해될지도 모르겠다. 총각은 대전을 더 잘하기 위해 당시 서점에서 인기리에 팔던 '스트리트 파이터2 공략집'을 구입해 따로 공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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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캐릭터 춘리는 따로 영화로 제작되었을정도로 꾸준한 인기를 누렸다.
ⓒ 스트리트 파이터 춘리의 전설


최고의 히트 캐릭터, 무술 소녀 춘리의 등장!

스트리트 파이터2에서 류와 캔은 여전히 매력적인 무도인이었으며 나머지 6인도 각각 개성이 달랐다. 목욕탕을 배경으로 등장해 국내 팬들 사이에서 일명 '때밀이'로 불렸던 스모캐릭터 에드먼드 혼다는 움직임 자체는 빠르지 않았으나 힘이 좋고 여러 가지 필살기가 인상적이었다.

상대를 압박해 구석으로 몬 후 무시무시한 핸드스피드로 쉴새 없이 타격하는 '백열장(百裂張)'을 몰아치게 되면 설사 막아낸다 해도 가드 위로 전해지는 충격으로 인해 에너지 게이지가 삽시간에 떨어졌다. 멀리 있는 상대는 슈퍼박치기로 공략했으며 상대를 휘감아 던지는 '백관떨구기(百貫落とし)'도 인상적이었다.

러시아 프로레슬러 장기에프는 상대를 거꾸로 붙잡은 채 공중에 솟구친 후 지면에 내리찍는 '스크류 파일 드라이버'라는 무시무시할 기술을 구사했다. 빙글빙글 몸을 회전시킨 채 거구의 체중까지 실어서 구사하는지라 현실적 시각으로 보면 말도 안 되는 살인기술이었다. 

브라질 정글의 초록색 야수 블랑카(Blanka)는 원거리에서는 몸을 둥글게 말아 상대를 향해 충돌하는 '롤링어택'을, 근접거리에서는 온몸에서 고압전기를 뿜어내는 이른바 '일렉트릭 썬더'로 인기를 끌었다. 인도 요가승 달심은 팔다리가 쭉쭉 늘어났으며 빗자루같은 헤어스타일이 인상적이었던 공군대위 가일은 효율성 면에서 최고라는 평가를 받았다.

실제로 가일같은 경우 대전을 즐기는 플레이어들 사이에서 최고 인기를 끌었다. 류, 캔의 파동권과 달리 가일의 '소닉붐(sonic boom)'은 쏘고 나서 바로 움직이는 게 가능하다. 때문에 대전시 소닉붐을 쏘고 상대가 방어해내거나 반격을 가하는 사이 가까이 다가가 때리거나 집어던지는 플레이가 즐겨 쓰였다. 공중에 뜬 상대는 일명 '반달차기'로 불리는 '서머솔트킥(somersault kick)'으로 꽁꽁 묶었다.

실력의 고하를 떠나 상대가 가일을 잡으면 대전시 이기기가 무척 힘들었다. 총각도 한때 가일을 고른 실력자에게 당한 게 한 두번이 아니다. 그런 가일을 제압할 수 있는 캐릭터가 있었으니 다름 아닌 유일한 여성캐릭터 춘리였다.

중국무술을 베이스로 치파오(旗袍) 복장으로 등장하는 춘리는 날렵한 움직임이 장점이다. 특히 벽을 발로 차고 그 탄력으로 여기저기 도약하는 기술은 가일의 서머솔트킥을 공중에서 바로 제압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었다. 상대를 순간적으로 잡아서 던지는 속도 역시 가일 못지 않았으며 타이밍만 잘 잡아 '백열각(百裂脚)'이나 '스피닝버드킥(spinning bird kick)'을 작렬시키면 한꺼번에 많은 충격을 안길 수 있었다.

이후 스트리트 파이터는2는 같은 캐릭터를 동일하게 고르는 것은 물론 악역 4대천왕까지 함께 선택 가능한 '대쉬'에서 인기의 정점을 찍었고 '터보', '슈퍼', '슈퍼 X', '하이퍼' 등으로 이어진다. 워낙 재탕성 업그레이드가 심하게 이뤄졌던지라 나중에는 팬들이 지겨워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과유불급이라는 말이 생각나는 대목이다.

당시로서도 그랬지만 지금 와서 보면 스트리트 파이터 시리즈에서 가장 인기 있는 캐릭터는 춘리가 아니었나 싶다. 시대가 많이 흘러 스트리트 파이터는 많이 잊혔지만 수많은 강한 남자들 사이에서 당당하게 존재감을 뽐내던 춘리의 이미지는 여전히 생생하게 남아있다.

제작사에서는 춘리의 인기에 힘입어 후속시리즈를 통해 라라 마츠다, 레인보우 미카, 샤론, 유니, 치토세 케이, 카스가노 사쿠라, 칸즈키 카린, 캐미 화이트 등 여러 여성들을 등장시켰지만 누구도 춘리를 넘어설 수는 없었다. 이른바 원조의 힘이었다.

따로 영화까지 제작되었을 정도로 지속적 인기를 노린 춘리는 스트리트 파이터 시리즈에 별반 관심이 없거나 아예 모르는 팬들에게마저 이름이 알려져 있다.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도 각종 코스프레 행사의 단골 아이템으로 자주 쓰이는 것을 비롯 별명이나 컨셉을 따라하는 유명인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 이를 입증한다.


문피아독자 윈드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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