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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총각일기


[노총각일기] '젊어 보여요', '동안' 덕담이 좋은 '아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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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마음자세와 느낌으로 지내는가라는 부분도 동안, 노안에 영향을 끼친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사진. 지인이 가져온 호랑이탈과 옷을 총각이 한번 입어봤다
ⓒ 윈드윙


현재 나의 외모를 가장 잘 봐주는 사람은 오랜만에 만난 지인이 아닐까 싶다. 세월이 흘러감에 따라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외모는 변한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모른다. 매일 거울을 보면서 자신을 확인하지만 그러기에 더욱 확 달라진 모습을 구분하기가 어렵다. 예전 사진이라도 보지 않으면 자연스러움 속에 묻혀서 나는 항상 그 모습 그대로인 것처럼 인지하기 십상이다.

이는 자주 보는 지인들도 마찬가지다. 본인이나 지인들이나 너무 자연스럽게 나이를 먹어 가는지라 서로의 달라진 모습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별로 변한 것 같지 않다. 반면 오랜만에 만난 지인은 예전 모습만 기억하고 있다가 깜짝 놀라는 경우도 종종 있다. 내가 바라보는 상대, 상대가 바라보는 나, 어느새 세월의 흔적을 확 맞아버린 외모가 그대로 들어온다.

여성분들 같은 경우는 그런 상황에서도 이른바 돌직구를 잘 날리지는 않는다고 들었다. "어머 언니, 예전하고 달라진게 없으세요. 아니 더 젊어지셨어요" 외려 칭찬을 해버린다. 어찌 보면 뻔한 거짓말일 수도 있지만 그래도 듣는 사람은 기분이 좋다. 오는 말이 고우니까 가는 말도 곱고 서로 덕담이 오간다.

반면 총각 주변 또래 남자들은 다르다. 확실히 냉정(?)하다. 눈으로 보이는 그대로 돌직구를 날려버린다. 보통 상갓집에 가면 오랜만에 많은 동창들을 볼 수 있다. 보통 서로 일에 바빠 절친한 사이 아니면 연락을 하지 않거나 뜸한 경우가 대부분인데 상갓집에서는 덜 친한 동창까지 만날 수 있다. 안 본 지 족히 몇 년은 된 사이부터 심지어 학교졸업 후 처음 보는 동창까지 심심치 않게 발견된다.

재미있는 것은 여기서 오랜만에 마주친 동창끼리 외모에 대한 덕담(?)이 오간다는 것이다. "야 반갑다. 그런데, 너 언제 이리 아저씨 됐냐? 엄청 늙어버렸다" 여자분들 사이에서 흔하게 있는 적당히 기분 맞춰 주는 배려 따위는 없다. 아니 자비가 없다고 해야 하나. 돌직구를 얻어맞은 상대는 허허 웃는다. 물론 '썩소'다. 그리고 적당히 답해준다. "그러는 너도 만만치 않거든" 먼저 말했던 동창 역시 움찔하면서 역시 웃는다. 무협에서 말하는 이른바 '양패구상(서로 다침)의 형국이다.

물론 이것은 남자동창이니까 가능한 것일 수도 있다. 오랜만에 만나서 반갑고 어색한 감정이 교차하는 가운데 '농담 반(진담 반?)'으로 던지는 것이다. 사람에 따라 조금씩 편차가 있겠지만 어차피 연예인도 아니고 일반 '아재' 남성들끼리는 '쳇'하고 넘어가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 정도에 깊이 상처받는 '남자 사람'은 많지 않다. 이것은 총각의 경험담이기도하다.

물론 남자들도 눈치는 있다. 솔직한 외모 돌직구를 날려야 될 때가 있고 멈추거나 반대로 행동해야될 때도 분명 있다. 특히 같은 상대로는 정말 어지간히 허물없는 사이가 아니면 '나이 들어 보인다'는 등의 말을 쓰지 않는다. 아무리 눈치 없는 '아재'라도 같은 외모장난을 쳐도 사람마다 받아들이는 정도가 다르다는 것 정도는 안다.

'우리 같이 긍정적으로 살아봅시다' 권해본다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그렇다. 예를 들어 거래처 고객을 만나거나 했을 때는 절대 그렇게 하지 않는다. 고객이 나이를 말하면 대게 "그 나이로 안 보이세요. 제 또래로 봤어요" 등 과감하게 거짓말(?)도 일삼는다. 상대 입장에서도 그렇게 말하면 대게는 민망한 듯 너털웃음을 터트리며 손사래를 친다. 진실 여부를 떠나 기분이 나쁘지는 않기 때문이다.

대게 남자들끼리는 '잘생겼다'는 등의 말은 서로 잘 쓰지 않는다. 지극히 현실적인 특성상 어지간히 잘 생기지 않고서는 잘 생겼다는 말을 듣기 힘들다. 대신 쓰이는 외모 칭찬이 '동안이세요'라는 말이다. 동안은 미남에게도, 추남에게도 살이 찐 사람에게도 마른 이에게도 모두 쓸 수 있는 칭찬이다. 다른 얘기를 일체 뺀 채 그냥 젊어 보인다는 것인지라 얘기를 하는 사람과 당사자 모두 부담(?)이 없다. 갈수록 동안이 경쟁력이 되어가는 사회현상 속에서 이만한 칭찬도 드물다. 무뚝뚝한 '아재'도 단숨에 웃음 짓게 하는 단어가 '동안'이다.

나이가 어리든 많든 외모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 사람은 드물다. 덜쓰냐 많이 쓰냐, 적극적으로 노력을 하느냐 그냥 신경만 쓰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이는 '아재'들도 마찬가지다. 과거 어떤 상갓집에서 옛 직장상사와 이틀을 꼬박 새운 적이 있다.

당시 상이 끝나고 어디를 같이 가자는 총각의 말에 옛 상사는 손사래를 쳤다. "미안하지만 내일하면 안될까?" 옛 상사의 표정에는 난처함이 잔뜩 묻어 있었다. "왜요? 무슨 일 있으세요?" 의아한 듯 물어보는 총각에게 상사가 진지한 표정으로 답했다. "이틀이나 새서 얼굴이 푸석거리고 상태가 영 안 좋아. 이런 얼굴로 다른 사람들을 만나기 싫다. 오늘 푹 자고 내일 좋은 얼굴을 보여주고 싶어" 그렇다. 적지 않은 나이의 옛 상사분이셨지만 타인들에게 좋은 얼굴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은 똑같았던 것이다.

마지막으로 개인적인 총각의 사견을 하나 붙여 본다. 총각이 경험했고 보고 있는 동안의 상당수는 성격이 무던하고 둥글둥글한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어지간한 일에는 화도 안내고 인상도 잘 안 쓴다. 되도록 웃으려고 한다. 그러다보니 분위기 자체가 편안해지고 얼굴빛도 좋아진다.

어차피 관리를 잘하는 소수의 사람이 아닌 이상 어느 정도 나이 먹은 '아재'들의 피부와 외모는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단 밝은 느낌을 주는 사람은 상대적으로 나이에 비해 젊어 보이는 공통점이 있다. 동안에는 외모 그 자체와 더불어 인상 등 전체적 이미지도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그래서 엉뚱한 총각은 동안이 되고 싶어 하는 '아재'들께 '우리같이 웃고 긍정적으로 살아보려 노력해 봅시다'라고 권하고 싶다.


- 문피아독자 윈드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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