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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드윙 님의 서재입니다.

노총각일기


[노총각일기]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 술 대신 격투관람 선택하다

 (1)경기장.jpg
 현장에서 직접 보는 경기의 생생함은 확실히 다르다.
ⓒ 윈드윙



나이를 한 살 두 살 먹다 보니 달라진 것 중 하나가 친구 귀한 줄 알게 됐다는 점이다. 다들 객지로 뿔뿔이 흩어져 매일 반복되는 일상을 살다 보니 동창, 동네 친구 등 이른바 옛 친구들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갈수록 커지는 듯하다. 회사동료, 거래처, 현지친구 등 다양한 인맥을 새로이 접하며 잘 적응하며 살고 있지만 아무래도 오래된 친구만은 못한 게 사실이다.

이익관계, 이미지 관리 등 사회생활은 이른바 먹고살아야 한다는 이유로 신경쓸 게 원체 많다. 다들 그렇게 적응하며 잘살고 있지만 때로는 감정적으로 지치며 몸이 축 늘어질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럴 때마다 욕이라도(?) 마음껏 주고받을 수 있는 어린 시절 옛 친구가 그리워진다.

옛 친구는 신기한 존재다. 사회에서 만난 인맥 같은 경우 서로 간 필요관계가 사라지면 연락이 끊기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하지만 옛 친구는 다르다. 10여 년을 넘게 서로 얼굴도 못 보고 살다가도 어느 순간 대면하게 되면 별다른 어색함 없이 금세 과거로 돌아가는게 가능해진다. 오랜 공백기간 같은 것은 무의미하다. 나이를 먹음에 따라 늘상 입고 있을 수밖에 없던 진지함의 무게는 어느새 사라지고 어린아이처럼 재잘재잘 촉새가 되기 일쑤다.

그래서일까. 최근 몇 년간은 동창이나 옛 친구들의 연락이 잦다. 삶에 지치다 보니 어느 한쪽이라도 마음을 내려놓고 싶고 그런 점에서 친구만 한 존재는 없기 때문이다. 언제 학교를 졸업했는지 까마득하지만 친구들과 만나서 얘기를 하다 보면 금세 엊그제 있었던 일 마냥 기억은 생생해진다.

지난 주말 옛 친구들을 만났을 때도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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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 선수별로 진행되는 입장 퍼포먼스를 보고있노라면 마치 콘서트장에 온 기분이 든다.
ⓒ 윈드윙



친구들끼리 만나면 술만 먹을 게 아니다

요새 간혹 친구들끼리 만나면 무엇을 하는가 생각해봤다. 답은 어렵지 않게 나왔다. 정말 그것 하나뿐이기 때문이었다. 그렇다. 술이었다. 술 마시고 술 마시고 또 술 마시고 또또 술 마시고… 만나서 반가운 마음에 술로 시작해서 술로 마무리 짓는 게 당연한 패턴으로 연결됐다. 소주, 맥주, 식사, 입가심, 해장 등으로 술의 종류와 자리만 바뀔 뿐이었다. 처음 만날 때는 멀쩡하던 친구들도 헤어질 때쯤이면 비몽사몽 폐인모드(?)가 되어 마무리를 짓는 경우가 많았다.

물론 그 재미로 친구들을 만나는 것은 맞다. 다시 직장이나 가게 등 일터로 돌아가면 며칠간은 숙취로 고생하지만 친구들과 만나서 회포를 풀었다는 생각에 마음은 제법 풍요로워진다. 우리네 아버지, 삼촌, 형님들이 그랬을 것이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술 말고 다른 것은 없을까? 여자분들과 만나게 되면 그래도 제법 추억을 만든답시고 이것저것 신기한 것도 구경하러 돌아다니는데 동성 친구들과는 전혀 그런 게 없었다. 술자리가 몇 번 반복되다 보니 할 얘기도 줄었다. 학교 다니던 시절 추억 이야기, 요새 사는 얘기 등을 반복할 뿐이었다.

나는 별다른 취미가 없다. 호기심 많은 성격이라, 전에는 없던 일도 만들어서 해보고 그랬지만 역시나 나이가 들다보니 먹고사는 것 외에는 관심이 뚝 떨어져 버렸다. 자그마한 일도 구태여 만들고 싶지 않았다. '먹고 살기도 바빠 죽겠는데'라는 것이 제일 큰 핑계였는데 사실 따지고 보면 그 정도로 바쁜 사람은 아니었다. 충분히 잠깐씩은 시간을 내서 다른 것이 가능했으나 이른바 의욕이 떨어져 있다고 보는 게 맞았다.

문득 조그만 것이라도 경험하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워낙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인지라 하나씩 챙겨본다는 것은 쉽지 않지만 가끔은 생업과 관계없는 일들도 구경하는 정도는 해보고 싶었다. 얼마 전 서울모터쇼를 보러 일부러 서울까지 상경했던 것도 그러한 이유였다.

이번에 총각의 눈에 들어온 것은 입식격투기 대회 '맥스 FC'였다. 전국의 격투 열기에 일조하고 싶다는 단체답게 맥스 FC는 수도권뿐 아니라 지방에서도 꾸준히 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마침 맥스 FC 09 '원 모어 라운드'대회가 총각이 사는 곳에서 가까운 전북 익산 원광대학교 문화체육관서 열렸다.

여러 차례 만족감을 느낀 팬의 입장에서 격투 경기 관람은 적극 추천하고 싶다. 격투 팬이라서가 아니다. 격투기 발전을 위한다는 거창한 의미도 없다. 그저 재미있기 때문이다. 나를 위해, 나의 힐링을 위해 간혹 한번 즐길만한 오락거리다.

"에이… 뜬금없이 무슨 격투기 경기야. 나 바빠" "어쩌니, 나 그날 약속 있는데…" 되도록 많은 지인들과 함께하고 싶었지만 대부분은 거절 일색이었다. 술 약속, 소개팅 약속은 거절당하는 경우가 적은데 격투기 경기 관람은 손사래를 치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주말 시간대에 구태여 시간까지 내서 볼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맥스 FC 같은 큰 규모의 격투기 경기는 충분히 그만한 가치가 있다. 현장에서 선수들의 움직임을 보는 것도 좋지만 무엇보다 격투기를 좋아하지 않는 이들도 즐길만한 거리가 많다.

관중들과 함께 함성을 지르고 경기장 근처 임시노점에서 군것질을 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무엇보다 선수 입장시 나오는 다양한 퍼포먼스와 귀를 쨍쨍 울리는 음악소리는 마치 콘서트장에 온 것은 아닐까 착각할 정도로 흥이 난다. 초대가수 공연도 있으며 경기 중간 휴식시간을 틈탄 포토타임 시간도 굉장히 재미있다. 링에서만 보던 맥스엔젤(라운드걸)을 휴대폰 사진에 담는다는 것도 팬 입장에서는 쏠쏠한 추억거리다.

올해는 친구 두 명이 함께했다. 고등학교 동창인 형태와 철웅이가 그들로, 무려 서울에서 내려와서 함께 격투 경기를 봤다. 고등학교 졸업 후 얼굴을 직접 본 것은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인데 그럼에도 꾸준히 연락을 했고 나의 설득에 흔쾌히 지방까지 내려와 함께 뜨거운 토요일을 즐겼다.

"예상했던 것보다 더 재미있는데…" "그러게 아무 생각 없이 내려왔는데 쓸만한 추억하나 생겼다" 다행히 형태와 철웅이는 무척 만족한 기색이었다. 각자의 휴대폰은 대회에서 찍은 사진으로 가득 찼다.

특히 철웅이는 사진에 관심 없는 척하더니 맥스 엔젤이 등장하자 그녀들을 뒷배경으로 자신의 셀카를 열심히 찍어댔다. 사진 좀 한번 카톡으로 보내보라고 했더니 자신만의 추억으로 간직하겠다고 한사코 공개를 거부하기도 했다.

그렇다. 어느새 아저씨가 되어버린 우리들이지만 친구 간 회포는 꼭 술이 아니더라도 풀 수 있다는 것을 확실하게 느낀 하루였다.  


- 문피아독자 윈드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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