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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드윙 님의 서재입니다.

노총각일기


[노총각일기] 총각의 변화, 먹고 싶은 것 있으면 장거리도 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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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이 통통하게 오른 대하를 바닷가를 바라보며 구워먹는 맛은 일품이었다.
ⓒ 윈드윙



가끔 연예프로그램 등을 보면 '당일치기로 일본 가서 점심 먹고 돌아온다'는 표현을 볼 수 있다. 돈많은 사람들이 한끼를 먹기 위해 가볍게 비행기를 탄다는 풍자 섞인 비유도 들어있지만 어떤 면에서는 공감이 가는 부분도 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예전에는 공감을 못했다. '그냥 세끼 밥만 먹으면 되지 뭐 특별할 게 있다고 멀리까지 가서…'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생각이 바뀌었다. 살면서 먹는 즐거움은 크다. 단순히 먹어서가 아닌 거기서 얻게 되는 만족감이나 정신적 즐거움도 있지 않은가.

해당 음식뿐 아니라 그것을 먹기 위해 준비하고 이동하는 과정에서 느끼는 즐거움도 분명 있을 것이다. 일과 집밖에 모르던(응?) 총각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런 생각을 차마 하지 못하고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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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총각은 소문난 맛집에 사람들이 득실거리는 것을 이해하기 힘들었다. 모 개그맨이 왔다 간 뒤 대박집으로 바뀐 물짜장 전문점, 하루에 몇 시간 밖에 안함에도 불구하고 점심시간 앉을자리가 없을 정도로 북적거리는 칼국수집, 텔레비전 방송 이후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는 고추짬뽕집 등 지인들의 권유에 의해 울며겨자먹기로 멀리까지 가서 길게 늘어선 줄에 합류해본 적도 있지만 당시 느낀 감정은 '내가 뭐하고 있지?' 정도였다.

맛은 호불호가 갈렸던 것 같다. 어떤 곳은 정말 맛있었지만 어떤 곳은 줄선 의미가 무색할 정도로 그저 그랬다. 그럼에도 소문난 맛집에는 늘상 손님들이 끊이질 않는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최근 들어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맛도 맛이지만 좋은 사람들과 함께 찾아가는 즐거움도 무시할 수는 없겠구나.' 예전의 총각은 그저 식사는 끼니만 해결하면 되는 것이라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김제 심포 재철 대하와 인천 새마을 된장찌개

사실 난 해물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주변에 바다에서 나오는 재료를 좋아하는 지인들이 많지만 유달리 난 육지 동물이 좋다.

어릴 때는 아예 입도 대지 않았고 그나마 나이를 먹으면서 나아져서 갈치 구이, 동태찌개, 오징어, 조기 등을 먹는 정도다. 하도 술자리에서 자주 먹다보니 광어회 정도는 그럭저럭 즐기게 됐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대체적으로 무난한 해산물 외에는 구태여 찾아서 먹지는 않는 편이다. 지인들이 먹으러 가자면 어쩔 수 없이 따라가는 정도다. 여전히 난 해산물보다는 삼겹살이나 김치찌개가 좋다.

하지만 세상은 혼자(?)살 수 없다. 주변 가까운 지인 중에는 일부러라도 맛집을 찾아다니는 이들이 많다. 비록 해물일지언정 맛있는 것 먹으러 같이 가자는데 거절한 명분은 없는 것이다. 나 역시 그 시간들이 나쁘지 않다.

전북 김제 심포는 예전하고 많이 바뀌었다. 과거에는 김제 유일의 바닷가로서 군산하고 연결된 만큼 어부들도 많고 각종 해산물 장사치들이 바글바글했지만 지금은 각종 개발로 사람들이 떠나가고 무늬만 바닷가가 됐다. 그럼에도 여전히 어업에 종사하는 이들이 있고 오래된 식당들이 있는지라 싱싱한 회나 해산물을 먹으려면 김제에서는 심포 뿐이다.

얼마 전 친구들이 찾아와 제철 대하를 먹으러 가자고 했다. 살짝 고민스러웠다. 사실 난 대하에 대한 기억이 좋지 않다. 언젠가 내가 일하는 사무실에 아는 분이 검은 비닐봉지에 대하를 몽땅 가져와 구워먹은 적이 있는데 별로 맛있다고 느끼지 못했다. 외려 사무실에 연기만 가득차서 냄새를 빼는데 며칠씩 걸리며 고생했다. 대하는 바삭바삭한 머리가 제 맛이라며 앞에서 다들 맛있게 먹었지만 난 '이게 맛있나?'라는 생각밖에 없었다. 어쩔 수 없다. 개인적인 입맛일 뿐이니.

친구들과 먹어서인지 심포에서 먹는 대하는 사무실에서 구워먹을 때보다는 나았다. 같이 간 친구는 몸에 밴 듯 열심히 여자동창들을 챙겨주었지만 난 까주는 걸 먹는 게 더 좋았다. 이때 확실히 알았다. 나 역시 누구를 챙겨주는 것은 좋아하지만 음식을 먹을 때 만큼은 거꾸로인 게 더 좋다는 것을. 살짝 눈치도 보였지만 모른 채 까주는 것만 날름날름 먹었다. 살짝 찌그러진 양푼에 끓여먹는 칼국수 맛도 일품이었다.

확실히 무엇인가를 먹으러 멀리 갈 때는 단순히 음식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일 때문에 집과 사무실만 무한정 반복하다가 모처럼 바닷가에 와서 대하도 먹고 탁 트인 풍경을 보니 기분전환도 되는 느낌이었다. 그렇다. 단순한 맛집 기행이 아니었다. 대하를 위장한 모처럼만의 짧은 나들이였던 것이다.

        
새마을찌개.jpg  된장찌개에서 김치찌개, 청국장, 고기맛이 한꺼번에 나던 새마을 된장찌개는 그야말로 밥도둑이었다.
ⓒ 윈드윙



삼겹살은 내가 좋아하는 품목이다. 멀리 인천까지 찾아간 것은 오로지 내 의지에서였다. 솔직히 해산물같으면 거기까지 가지 않겠지만 충분히 즐거울 수 있는 메뉴인지라 모처럼 기차도 타고 지인들도 보자는 생각에 사무실 근무를 하루 제끼고 인천까지 날아갔다.

삼겹살은 두껍고 육질도 많아서 역시 맛있었다. 하지만 그 정도 맛있는 삼겹살 집은 김제에도 있다. 아주 특별한 음식을 먹었다는 것보다는 태어나서 처음 인천 구경을 했다는 것에 만족할 생각이었다.

뜻밖의 수익은 다른 데서 있었다. 후식으로 시킨 새마을 된장찌개가 그것이었다. 삼겹살을 많이 먹었던지라 입가심 정도로 생각한 된장찌개가 탄성이 나올 만큼 맛있었다. 맛있는 된장찌개 같으면서도 청국장 느낌도 있었고, 얼큰한 김치찌개 맛도 났다. 그야말로 밥도둑이었다. 반공기 정도만 먹으려 했던 밥을 무려 세 공기나 먹었다.

탱탱한 두부가 가득 들어있는 상태에서 김치는 물론 차돌박이도 섞여있었고 청국장 콩도 들어있는 것 같았다. 어찌 보면 마구 집어넣은 것 같지만 각각의 조화가 너무 잘되어서 입안에서 섞이는 맛이 장난이 아니었다. 물론 유달리 내 입맛에 딱 맞는 것일 수도 있지만 같이 먹었던 지인들 역시 맛있다고 칭찬일색이었다. "아… 이래서 맛집을 찾아다녀야 되나?"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멀리까지 맛집을 찾아다니는 것이 시간낭비라고 생각한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충분한 가치가 있구나로 생각이 바뀌어버린 총각이다.  


- 문피아독자 윈드윙-


댓글 2

  • 001. Lv.36 말로링

    16.11.07 23:22

    맛집 탐방은 그게 묘미죠! 먼 거리를 가서라도 꼭 먹어야 하는 그런 음...뭐라고 해야 할까
    어쨌든! 저는 맛집을 찾아 다니는 걸 좋아해요! ㅎㅎ
    흐 대하 맛있겟다. 요즘 제철 아닌가요?

  • 002. Personacon 윈드윙

    16.11.09 01:55

    이제 조금씩 지나가는것 같아요. 그래도 지금도 맛있어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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