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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총각일기


[노총각일기] 내 인생의 유일했던 '화이트 크리스마스'

내 인생의 유일했던 '화이트 크리스마스'

노총각이 노총각들을 위해 쓰는 일기③

 

오늘은 크리스마스 이브다. 아… 제발 이런 날은 안 왔으면 좋겠는데, 결국 또 오고 말았다. 난 크리스마스가 싫다. 왜 싫냐고? 물어보나마나 외로워서 싫다. 

 

어릴 때 외에는 교회에 다니지도 않았으면서도 이상할 정도로 크리스마스는 나에게 크게 다가온다. 남들 다 챙기는 생일조차 무심히 넘어가고, 발렌타인데이 등 각종 기념일에도 무덤덤하기만 한데 당최 이놈의 크리스마스는 해마다 내 가슴을 후벼판다.

 

나에게 크리스마스는 한 편의 영화다. "언젠가는 대작 한 편을 완성시킬 거야"라고 두고두고 다짐하지만 상대편 배우(?)가 없어 시나리오만 만지작거리는… 나름 제작비도 갖췄고, 소품 및 배경도 짜여졌지만, 막상 카메라를 들이밀려고 하면 찍을 장면이 없다.

 

연애? 하긴 했다. 어쩔 수 없이 헤어지고 말았지만 올해는 가깝게 지내던 연인도 있었다. 같이 여름을 보낼 때만 해도 올 크리스마스와 연말에는 제대로 영화 한 번 찍어보려고 했는데, 역시 난 겨울만 되면 흥행에 참패한 감독이 되고 만다.

 

언젠가는 "만날 사람도 없으면서 집에서 뒹굴거리지 말고 일이나 도와 주라"는 옛 직장 상사의 말에 그분의 치킨 집에서 일일 배달원으로 크리스마스를 즐겼으며(?), 작년에는 같이 솔로인 친구와 함께 길거리에서 군고구마 아르바이트도 했었다.

 

하지만 나도 딱 한번 제대로 된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보낸 적이 있다. 벌써 몇 년 전이기는 하지만 지금도 나의 뇌리 속에서 가장 행복했던 크리스마스로 기억된다.

 

  
   크리스마스.jpg
▲ 진심어린 마음에 약간의 용기만 보태진다면 '크리스마스의 기적'은 당신에게도 찾아올수 있다 
ⓒ 러브 액츄얼리   

 

절대로 넘어오지 않던 도도한 그녀

 

군 제대 후 하는 일 없이 빈둥거리던 시절, 갑자기 한 여자가 눈앞에 확 다가왔었다. 전문대도 겨우 들어갔던 나와는 달리 내가 사는 지역에서 가장 좋은 4년제 대학에 다니던 신입생이었다. 물론 대학은 중요하지 않았다. 공부와는 거리가 먼 내가 다닐 수 있는 대학은 아니었던 관계로 처음에는 약간 신기(?)하기도 했지만 진짜 중요한 것은 상대방이기 때문이다.

 

내가 좋아하는 건강한 외모에 무척이나 여성스러운 성격. 나에게 딱 맞는 맞춤형 아가씨였다. 하지만 세상만사가 그렇게 뜻대로는 되지 않는 것 같다. 나는 그 친구가 첫눈에 맘에 들었지만, 막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들어온 그 친구 입장에서는 자신보다 5살이나 많은 백수 아저씨가 그다지 눈에 들어오지 않는 듯했다.

 

연애경험이 많지 않았던 나는 막무가내로 들이댔다. 하루에도 몇 차례씩 전화를 하는 것은 물론 몇 푼 안되던 용돈도 먹을 것 아껴가고 차곡차곡 데이트 비용으로 모았고, 머릿속은 온통 어떻게 하면 그녀를 한 번 더 웃게 해줄까 하는 생각뿐이었다. 그러다 집요한 전화공세에 그녀가 어쩌다 한번 만나주면 세상을 다 얻은 것 마냥 기뻤다. 물론 연인이 아니었던 관계로 난 섹시한(적어도 내 눈에는 세상 누구보다도) 그녀를 바로 눈앞에 두고도 손도 제대로 잡을 수가 없었다.

 

"아저씨, 오늘도 약 안 드셨죠? 약 드세요. 약!" 무조건 들이대는 나에게 그녀는 지혜롭게 돌려서 수없이 거절의사를 표시했다. 나도 안다. 그녀의 마음이 조금도 나를 원하지 않고 있었다는 것을, 하지만 그야말로 죽어라 들이댔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세상에서 가장 힘들고도 무식한 방법이었다.

 

자존심? 정말 순수했던(?) 나에게 자존심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정식으로 첫 고백을 했던 당시 그녀는 싫고 좋고를 떠나서 내 말 자체가 귀에 들어오지 않는 듯했다. 그녀에게는 이미 마음에 있던 남자가 있었고 머릿속에는 온통 몇 시간 후에 있을 그 사람과의 약속만이 가득차 있었다. 결국 "다음에 다시 얘기해요"라고 웃으면서 거절한 그녀는 이내 택시를 타고 그 사람에게로 가버렸다. 난 폭탄 맞은 사람 마냥 몇 시간 동안 멍하니 길가에 서 있었다.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그 뒤로도 비슷한 사건(?)은 수없이 많았고 그때마다 난 같은 경험을 되풀이하는 아픔을 겪었다. 언젠가 내 생일 때 그녀와 함께 하고 싶어서 밖으로 불러내 밥을 먹은 적이 있다. 구태여 생일이라고 말은 안 했지만 그녀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부담스러웠던지 우리는 누구도 생일이라는 단어를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고, 결국 그녀는 잠시 후 군대에서 휴가 나왔다는 고등학교 동창을 만나기 위해 이내 자리를 떴다.

 

한번은 이런 내가 답답했던지 전설적인(?) 여자 따라다니기의 명수인 한 동창이 나에게 충고를 했다. "윙아, 이대로는 안 되겠다. 좀 더 자극적인 방법이 필요하겠다," 그 녀석 말인즉슨 화이트데이에 안 만나준다는 그녀의 거절에 낙담하지 말고 직접 쳐들어가라는 것이었다. 녀석은 이 바닥에서 신화적인 존재다. 나보다도 훨씬 악조건(?)을 갖고 있으면서도 어려운 여자를 함락(?)시킨 불굴의 주인공이다. 워낙 대단했던 녀석의 '일화'에 대해서는 다음에 따로 다루기도 하겠다.

 

난 전화로 분명히 "사탕을 받지 않겠다"고 거절의사를 밝힌 그녀의 기숙사로 동창과 함께 찾아갔다. 경비실에 "아는 동네 오빠입니다"라고 거짓말로 둘러댄 후 스피커로 그녀를 불러냈다. 친구들과 함께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계단을 내려오던 그녀는 나를 보더니 황당함과 당혹스러움이 겹쳐진 얼굴로 어찌할 바를 몰라 했다. 어쨌든 난 꽃과 사탕을 전달했고, 그녀는 아무 말도 없이 황급히 기숙사로 들어갔다.

 

그리고 다음날 나의 휴대폰 문자와 이메일에는 '부담스러우니까 연락 안 했으면 좋겠다'는 내용이 가득했고, 난 생전 처음으로 며칠동안 심한 몸살에 걸렸다. 물론 나는 그럼에도 미련을 버리지 않았지만 다시 그녀를 만나기까지는 5개월 이상이 필요했다.

 

당시 난 백수였던 관계로 차가 없었다. 때문에 그녀가 사는 지역으로 버스를 타고 이동해야했고 행여나 막차를 놓치면 피시방 같은 곳에서 밤을 꼴딱 세우기 다반사였다. 학교 공부와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던 그녀였던지라 시간을 많이 빼앗기도 힘들었다. 못 만나는 경우도 잦았고 행여 만나더라도 간단하게 밥 한끼 하고 돌려보내야 만했다.

 

물론 중간중간 포기하고 싶은 생각도 들고, 자존심이 상해 혼자 씩씩댄 적도 많았다. 하지만 문제는 아무리 화가 나도 몇 시간만 지나면 금세 풀어지고 그 자리를 그리움이 메워버린다는 사실이었다. 행여나 그녀의 목소리를 전화 상으로 듣게되는 날에는 언제 화났느냐는 듯 가슴부터 쿵쾅거리기 일쑤였다.

 

  
   크리스마스2.JPG
▲ 친구가 중국여행중 찍은 장가계 산 정상 난간대에 걸려있는 열쇠들 이곳을 찾은 연인들은 자물쇠통을 난간에 채우고 열쇠를 절벽밑으로 버린다고 한다. 둘만의 사랑을 꼭꼭 채우고~~영원히 풀리지 않길 바라며~~ 
ⓒ 백재승  
 

 

크리스마스에 일어난 기적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는 시점에서 난 어느 정도 체념 상태에 들어갔다. 아무리 들이대도 대답 없는 그녀가 야속하기도 했고, 그런 내가 한심하기도 했다. 물론 그녀에 대한 마음은 변함 없었다. 다만 예전처럼 불도저 모드로 밀어붙이기에는 힘이 상당히 빠진 상태였다.

 

크리스마스 이브날 나는 같은 솔로족인 친구들과 소주를 기울이며 우리만의 소박한 위로를 즐기고 있었다. 주변 교회에서는 캐롤송이 울려 퍼지고 길거리에는 연인들로 보이는 남녀들이 꼬옥 부둥켜 앉은 채 지나가고 있었는데, 우리는 그들을 안주(?)삼아 신세 한탄 한번에 소주 한잔을 절묘하게 섞어서 인생의 쓴맛을 맛보고 있었다.

 

다음날 난 집에 틀어박힌 채 꼼짝도 하지 않았다. 여느때 같으면 그녀에게 전화를 했겠지만 '아마 어디서 친구들과 놀고있겠지'라는 생각에 애써 자제했다. 이런 날까지 귀찮게 하기에는 그녀에 대한 미안함과 나에 대한 서글픔이 너무 컸던 것이다.

 

누군가 그랬다. "기적은 기대하지 않고 있을 때 도둑처럼 찾아온다"고, 정말이지 크리스마스의 기적은 나에게도 찾아왔다. 멍하니 텔레비전을 보고있던 나에게 휴대폰 벨소리가 들렸다. '받을까? 말까?' 당시 나는 상대편 전화번호가 찍히는 서비스도 사용하지 않아 일단 휴대폰을 받아야 만이 상대가 누군지 알 수 있었다. 때문에 혹시나 '술이나 먹자'라는 아는 이들의 전화일까 봐 귀찮은 마음부터 들었다. 다른 때 같으면 몰라도 그런 날은 술친구들도 귀찮았다.

 

망설이다 전화를 받은 내 귓가에 익숙한 음성이 들렸다. "아저씨 뭐해요?" 그녀였다. 그녀는 뭐가 그리 좋은지 목소리에 웃음기가 가득했다. 갑자기 화가 났다.

 

"뭐하기는, 그냥 텔레비전 본다."

"아저씨도 참 청승이다. 크리스마스에 집에서 뭐 하러 그러고 있어요?"

 

정말이지 얄밉기 그지없는 말의 연속이었다. 누군 크리스마스를 즐겁게 보내고 싶지 않아서 그런가, 나도 너랑 같이 즐겁게 보내고 싶단 말이다.

 

"아저씨, 오늘은 화이트 크리스마스에요. 밖에 봐요. 눈 많이 왔죠?"

 

그녀의 말에 난 창 밖을 쳐다봤다. 정말이지 오랜만에 크리스마스에 눈이 내린 듯했다. 잠깐 멍한 표정으로 눈 구경을 하던 내 귓가로 그녀가 말했다.

 

"아저씨, 나 아저씨 사는 동네 왔는데, 거기 무슨 아파트에요?"

 

순간 난 내 귀를 의심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내 나는 심드렁한 음성으로 받아쳤다. "나 오늘 슬프다. 장난치지 마라" 그 말을 곧이 곧대로 믿기에는 그동안의 현실이 너무 호락호락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그녀의 말은 나를 너무도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아파트라고 한 것 같은데, 저기요, **아파트로 가주세요."

 

그녀는 택시기사에게 말을 건네는 듯 보였다. 순간 난 눈이 번쩍 뜨였다. "정말? 정말? 정말? 정말 여기 온 거야?" 믿을 수가 없었다. 어떻게 그녀가 여기를 올 수 있단 말인가… 난 허겁지겁 얇은 체육복만 걸친 채 밖으로 뛰쳐나왔다. 그리고는 한참동안 굳어진 채 아무 말도 못했다. 정말이었다. 그녀가 정말로 우리 아파트 앞에 와 있었던 것이다.

 

어두컴컴한 가로등 불빛 아래 그녀가 서 있었고 하늘에서는 눈이 펑펑 쏟아지고 있었다.

 

"……"

"반갑죠?"

 

말없이 멍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나에게 그녀가 생긋 웃으며 말을 건넸다.

 

밖으로 눈은 예쁘게 쏟아지고 있었지만 그녀를 춥게 놓아둘 수는 없었다. 딱히 돈도 없고, 갈 데도 없던 나는 그녀를 데리고 몰래 아버지 사무실로 들어갔다. 이미 아버지는 퇴근하신 후였고, 난 열쇠는 없었지만 아버지 사무실 문을 열 수 있는 방법을 진작에 숙지(?)한 상태였다.(아버님 죄송합니다) 혹시라도 누가 볼까 봐 사무실 불은 켜지 않고 난롯불만 작동 시켰다.

 

"아저씨 나 피곤해요."

 

그녀는 놀랍게도(?) 내 무릎에 자신의 머리를 대고 누웠다. 아니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다니, 손 한 번 잡기도 그렇게 힘들었던 그녀의 돌발행동에 난 꼼짝도 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녀의 머리가 내 무릎에서 떨어지는 그 순간까지 난 머릿속이 멍해져 바보모드로 들어가고 말았다. 분명히 도란도란 무슨 대화를 나누고있는 것 같기는 한데 도통 기억이 나지 않았다. 아… 딱 한마디는 기억난다.

 

"아저씨, 세상에 아저씨 같은 사람이 한 명만 더 있으면 난 미쳐버릴 것 같아."

 

난 뭐라고 대답해야될지 몰라 그냥 "으응"하고 고개만 끄덕였다.

 

잠시 후 그녀가 말했다.

 

"아저씨 나 차시간 다됐다."

"응, 그…그래?"

 

난 잠깐의 꿈같은 시간을 뒤로 한 채 엉거주춤 일어났고, 그런 나를 향해 그녀가 나지막한 음성으로 "아저씨 나 한 번만 안아줄 수 있어요?"라는 말은 건넸다. 그녀의 갑작스런 태도변화에 난 당황한 표정으로 어찌할 바를 몰라했고, 그런 내가 웃겼는지 그녀가 웃는 얼굴로 나를 끌어안았다. 난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그녀의 이마에 살짝 입을 맞췄다.

 

잠시 후 밖으로 나오자 사방에는 눈보라가 심하게 몰아쳤다. 그녀는 완전히 내게 밀착해서 걸었고 우리는 마치 한 몸이 된 듯 서로의 품으로 파고 들었다. 워낙에 가슴이 불타고 있었던지라 날카로운 눈보라 정도는 신경도 쓰이지 않았다.

 

그녀를 버스에 태워서 보내고 집에 돌아온 나는 흥분된 마음을 가라앉히지 못한 채 밤늦도록 엉거주춤한 기색으로 방안을 빙빙 돌았다. "왜 그려? 요새 만나는 가시네가 너 싫대?" 그런 내가 이상해 보였는지 할머니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어왔다. "아니, 전혀 아니야" 강하게 도리질을 한 나는 계속 그렇게 밤새도록 히죽히죽 웃고 다녔다. 다음날 그녀에게서 한통의 이메일이 왔다. 마치 자신에게 쓰는 일기 같은 내용이었다.

 

'전 크리스마스를 무척이나 기다리며 나름대로 뭔가 특별한 일이 나에게 일어나지나 않을까 기대했었습니다... 그런데 기대와 달리 이번 크리스마스 이브엔 감기몸살로 몸이 많이 아팠습니다... 쓸쓸한 크리스마스도 좋은 추억이 될 수 있을꺼란 생각을 해봤지만… 아마도 그건 저에겐 너무나 버거운 일이었나 봅니다... 쓸쓸한 크리스마스가 너무 싫었으니까요... 황금 같은 크리스마스 이브를 그냥 보내버린 게 아쉽기도 했습니다.

 

크리스마스날도 전 어김없이 아르바이트를 했습니다... 아침부터 기분이 너무나 쳐져있던 터라 맘이 많이 울적했습니다... 하루가 점점 저물어가면서 전 문득 그 사람이 살고 있는 그곳에 가고 싶어졌습니다... 6시쯤 아르바이트를 끝내고 무작정 터미널로 갔습니다...

전 그곳에 가서 그와 연락이 되지 않으면 어쩌나... 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그는 언제든... 어디서든... 내가 손을 내밀면 내게로 달려올 꺼라 믿었으니까요... 그가 살고 있는 그곳에 내렸을 땐... 낯선 곳임에두 불구하고 왠지 설레기만 했습니다... 때마침 눈까지 날리고 있었으니까요...

 

그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그는 내가 그곳에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 듯 여러번 되물었습니다... 정말이냐고.. 그가 살고 있는 아파트 아래에서 그를 기다리는 동안 난 가로등 아래도 내리는 눈을 올려다보며 참 예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세상이 참 예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 순간 만큼은 나에 머릿속에 아무 생각도 없었으니까요... 다른 세상에 온 것 같았으니까요.

 

그는 급하게 나왔는지 얇은 츄리닝 차림이었습니다... 난 그에게 미소를 지어 보였습니다... 그렇게 반갑게 맞아주는 그가 참으로 고마웠습니다... 그 후 그와 난 조그만 난로불 앞에서 이얘기 저얘기 하며 그렇게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가 정말로 너무 고마웠습니다.. 이 세상에 나에게 아무 조건 없이 이유 없이 너무나 다정하게 맞아주는 단 한 사람... 그가 진실로 고마웠습니다... 그로 인해 세상이 아직은 따뜻하다는 걸 느꼈고 그로 인해 삶에 위로를 얻었으며 그로 인해 난 삶의 용기를 얻었습니다... 그러나 전 그에게 아무것도... 어느 것 하나도 줄게 없는게 아쉬울 따름입니다... 전 그에게 너무나도 많은 걸 받았습니다..

 

그도 언제까지나 저에게 그렇게 따뜻한 포근함을 줄 수는 없겠지만... 전 오랫동안 그의 편안한 미소를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여자는 정말 신기한 존재다. 어제까지만 해도 벽처럼 느껴지는 존재가 다음날 엄청나게 친근한 대상으로 확 바뀌기도 한다. 크리스마스 이후 그녀는 정말 나에게 잘해줬고, 난 그로 인해 엄청나게 많은 마음의 위안을 받기도 했다. 특히 내게 부모님 이상의 존재였던 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그녀가 옆에 없었다면 마음의 충격을 견디어내기 힘들었을 것이다.

 

이후 상당한 시간이 흐른 후 그녀와 나는 이별하고 말았지만, 그 날의 따뜻했던 크리스마스는 내 인생에서 절대 잊을 수 없는 소중한 추억으로 남고 있다. 내 마음 속까지도 하얗게 빛나게 했던 꿈 같은 화이트 크리스마스로….

 

-윈드윙-


댓글 20

  • 001. Personacon 은소현

    12.12.25 15:08

    비밀댓글

    비밀 댓글입니다.

  • 002. Personacon 윈드윙

    12.12.25 15:13

    비밀댓글

    비밀 댓글입니다.

  • 003. Lv.99 궁귀검신

    12.12.26 16:06

    무협과는 또다른 가슴 찡한 무언가가 있네요~
    이런류의 글을 쓰셔도 좋을것 같아요..
    가슴을 열고 기다리면, 좋은 인연은 찾아온다네요!

  • 004. Personacon 윈드윙

    12.12.26 21:52

    네..^^ 항상 가슴을 활짝 열어놓으려구여 ㅎㅎ

  • 005. Personacon 水流花開

    12.12.26 22:02

    정담에서 이 글 주의깊게 읽었습니다.

    소설 같은 이야기이지만, 또 모든 일상사가 소설 같은지라...실화라고 믿겠습니다.

    제 볼 것 없는 서재에 방문해 주셔서 감사...^^

  • 006. Personacon 윈드윙

    12.12.27 01:43

    그냥 제 경험이 비슷한 입장에 처한 분들에게 작은 용기가 될까해서 적어봤어요..^^

  • 007. Lv.21 향란(香蘭)

    13.02.08 00:19

    동화같은 실화네요^^그때 무척 행복하셨겠어요.

  • 008. Personacon 윈드윙

    13.03.13 00:09

    네..^^; 좀 그렇죠

  • 009. Lv.60 정주(丁柱)

    13.02.11 21:44

    여노추, 여기 노총각 하나 추가요.

  • 010. Personacon 윈드윙

    13.03.13 00:09

    허걱! 능력좋으실것 같은데요 ㅋ

  • 011. Lv.1 [탈퇴계정]

    13.03.14 00:10

    와 정말 잘 읽었습니당

  • 012. Personacon 윈드윙

    13.03.19 04:16

    힛 ㅋ 감사합니다..^^

  • 013. Lv.1 [탈퇴계정]

    13.03.24 06:51

    와우 감동이다
    절대 저렇게 하기 힘든데
    역시 여자는 사랑해주는 남자에게 다가옵니다
    (그 과정이 힘들어도 사람을 좋아 하고 사랑하는데 아무 이유 없지요) 전 끈질긴 구애를 해본적 없어서 부럽네요~~그 용기에 박수를 드립니다~~

  • 014. Personacon 윈드윙

    13.05.02 08:13

    에구..꾸벅(__)

  • 015. Personacon [탈퇴계정]

    13.08.19 20:50

    윙님 서재에 왔다가 ... 멀까 하고 클릭했는데
    가슴이 찡~~~~ 하고 갑니다...^^
    사랑을 시작할 때 세상이 젤 아름다워 보이는 것 같아요
    좋은 글 써주신 윙님 감사합니다~~~^^^!!!

  • 016. Personacon 윈드윙

    13.09.27 01:51

    ^^;; 감사합니다

  • 017. Personacon 밤의꿈

    13.12.30 08:48

    흐어어어어엉8ㅂ8

  • 018. Personacon 윈드윙

    17.07.04 00:36

    아쿠쿠..^^

  • 019. 인기작가

    14.04.22 23:57

    잘 읽고 갑니다. ~

  • 020. Personacon 윈드윙

    17.07.04 00:36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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