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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


[세상만사] 흥분하면 초인 되던 쿵푸영화와 냉정해야 되는 MMA

흥분하면 초인 되던 쿵푸영화와 냉정해야 되는 MMA
 
쿵푸영화와 다른 현실속 격투기(Ⅰ)
 

'아버님과 사부님의 원수를 갚기 위해 지난 몇 년간 뼈를 깎는 고통을 인내했다!'

 

대한민국 남성이라면 어린 시절 한 번쯤은 쿵푸영화에 열광해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권선징악(勸善懲惡)'이라는 지극히 단순한 주제를 가지고 자신보다 더 강한 원수를 노력 끝에 격파하는 스토리는 봐도 봐도 질리지 않는 최고의 레퍼토리 중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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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룡표 쿵푸영화중 하나인 소권괴초(笑拳怪招). 주인공의 최고 비기는 울고 웃는등 다양한 감정을 표출해내며 상대를 제압하는 특이한 무술이었다
ⓒ 소권괴초

나 역시 텔레비전 등에서 쿵푸영화 재방송이 있는 날은 끝나기가 무섭게 친구들과 마당에 모여 각종 화려한 초식을 엉망진창으로 서로 나누곤 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70년대와 80년대 초반까지 전성기를 누렸던 홍콩 쿵푸영화는 그야말로 내용이 있는 것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하나같이 비슷한 설정일색이었다.

 

주로 청나라 시절을 배경으로 주인공의 소중한 사람(부모님-스승)을 해한 원수를 물리치는 스토리가 주종을 이뤘는데 이 가운데 다른 복잡한 스토리가 끼어들 겨를은 그다지 크지 않았다.

 

심지어는 영화 속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남녀간의 사랑도 그다지 큰 비중을 차지하지 못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특별한 오락거리가 없어서였는지 몰라도 쿵푸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은원 관계 속에서 수련하고 복수하는 등 치고 받는 형식 위주였다.

 

이 같은 쿵푸액션은 강호무림을 다룬 무협영화나 소설하고는 또 달랐다. '취권(醉拳)' '소권괴초(笑拳怪招)' '용권(龍拳)' '사학팔보(蛇鶴八步)' '권정(拳精)' '사형도수(蛇形刀手)' '사왕일후(四王一后)' '사제출마(師弟出馬)' 등 한때 가장 잘 나갔던 성룡표 쿵푸영화같은 경우는 정말 모든 것이 도장으로 찍어낸 듯 상당수가 비슷한 패턴으로 일관했지만 그래도 팬들은 거기에 열광했다.

 

지금의 격투기가 보여주는 짜릿한 육체적 액션을 당시의 쿵푸영화는 보여줬던 것이다. 국내에서도 그러한 영향을 받아 홍콩영화인 척 제작되었던 쿵푸영화가 제법 많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 만화 대본소에도 이러한 스타일의 만화가 한때 크게 유행했으며 이향원 등 잡지전문 만화가들도 '뒤죽박죽 당랑권', '무당수 취팔권' 등을 발표하기에 이른다.

 

물론 이러한 은원관계 설정-복수 다짐-뼈를 깎는 수련-원수갚기 등의 스토리는 비단 쿵푸영화뿐 아니라 상당수 액션 영화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쿵푸영화처럼 극단적이지는 않지만 쟝클로드 반담의 대표작인 무에타이 영화 '어벤져' 등도 그런 식이다. 중독성같은 스토리인지라 시대를 불문하고 여전히 어느 정도는 먹힌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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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속 격투에서 가장 중요한것은 '냉정함'이다
ⓒ UFC

감정변화에 따라 강해지던 쿵푸영화주인공들, 격투기는 다르더라

 

성룡으로 대표되던 쿵푸영화들의 경우 극적인 설정 때문인지 사람의 흥분된 감정을 스토리에 잘 적용시키곤 했다. 단순히 수련해서 강해진다는 것뿐 아니라 특이한 감정 상태에 따라 상대를 맞이하는 전투력 자체가 달라지는 경우도 잦았다.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경우가 극도로 분노하면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는 장면이었다. 그렇게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원수가 너무 강한지라 불가항력적으로 두들겨 맞지만 또 다른 소중한 이가 눈앞에서 당하거나 아님 자극적인 대사(악역들은 왜 승부를 빨리 끝내지 않고 어느 정도 됐다 싶으면 중얼중얼 안 해도 되는 말들을 내뱉으며 시간을 끌면서 주인공을 자극할까?)에 열이 받아(?) 승부를 역전시키는 모습을 자주 찾아볼 수 있다.

 

일반인들의 막 싸움도 아니고 어느 정도 수준에 오른 강자들끼리의 대결인데 실력이 밀리는 쪽이 흥분했다고 승부가 뒤집히는 장면은 좀 아이러니하기도 하다.

 

성룡표 쿵푸영화는 이러한 패턴의 집합소였다. 흥분해서 원수에게 역전쇼를 펼치는 영화는 물론 하다하다 안되니 울고 웃는 괴상망칙한 패턴으로 결전을 마무리짓는 작품도 있었다. 심지어 '취권' 같은 경우는 술을 먹음으로서 집중력과 테크닉이 발전한다는 괴이한 설정이다.

 

이러한 영화들을 보면서 어릴 때는 이렇게 흥분하거나 이상한 짓(?)을 하면 나보다 더 강한 사람도 이길 줄 알았다. 하지만 점차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이런 것은 아니라는(실제로 가능한 경우도 있을지 모르지만 극소수) 것을 깨닫게 됐다.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한 승부에서는 무엇보다도 마음 속에서 냉정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하물며 잠깐의 방심으로도 승패가 뒤바뀔 수 있는 종합격투기같은 경우는 오죽하겠는가.

 

한때 '60억분의 1'로 불렸던 에밀리아넨코 표도르. 그는 오랜 세월 동안 쟁쟁한 강자들과 맞서 싸우면서 '얼음황제'라는 닉네임을 얻었다.

 

태생이 추운 러시아이기도 하지만 워낙 냉정하게 경기를 이끌어 가는 능력이 뛰어난지라 그러한 별명으로 불리게 된 것. 활동 체급이 헤비급이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되려 체격조건 등에서는 불리한 요소도 없잖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표도르는 특유의 침착함을 바탕으로 누구나 인정하는 세계최강의 파이터로 군림했다.

 

표도르의 냉정함은 일반인은 물론 웬만한 정상급 파이터들도 따라가기 힘들 정도다. 프라이드 시절 후지타 카즈유키에게 불의의 일격을 얻어맞고도 침착하게 그래플링으로 상황을 전환시켜 역전승을 거둔 경기는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있다.

 

표도르와 '어플릭션(Affliction)'에서 맞섰던 '핏불' 안드레이 알롭스키 같은 경우 뛰어난 타격실력과 더불어 테이크다운 방어를 통해 경기 초반 유리한 흐름을 가져가며 팬들에게 '혹시나?'하는 기대감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그러나 극도로 흥분한 상태에서 '플라잉 니 킥(Flying Knee kick)'을 시도하다 카운터펀치를 맞고 그대로 실신하고 말았다. 표도르는 잠깐 자신이 밀리는 상황 속에서도 조금도 냉정함을 잃지 않고 정확히 알롭스키의 움직임을 읽어가며 주먹을 날렸던 것이다.

 

정상급 파이터끼리의 승부에서 냉정함이 끼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 것인지를 알 수 있었던 대표적 경기라고 할 수 있다.

 

흥분하거나 감정의 기복이 심할 때 기적을 일으키기도 했던 쿵푸영화 속 주인공들, 하지만 현실에서는 페이스유지와 냉정함이 더 중요한 것 같다. 영화와 현실은 닮은 것 같으면서도 다르기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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