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윈드윙 님의 서재입니다.

세상만사


[세상만사] 무협만화! 그 추억의 세계로…(2)

 무협만화! 그 추억의 세계로…(2)

 

(4)하승남: 80년대 후반 인기 무협 작가분들중 가장 오랫동안 생명력을 유지하고 계신 작가 분이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만화계(특히 대본소)의 고질적인 병폐인 자기스타일 잃어버리기·다른 사람이 대신 그리기에서 그다지 자유롭지 못한 듯 보이지만 어쨌든 중요한 것 하나는 이분은 그 오랜 세월 동안 무협만화가 하승남이라는 이름을 계속해서 어필하고 있다는 겁니다.

 

당시로서는 어린 나이였지만 저는 만화가 가지는 최소한의 현실성이라는 것에 상당히 집착하던 편이었습니다. 워낙에 천제황님이나 그외 등등의 만화가분들께서 지나치게 과장된 액션을 구사하셔서 아무리 어린 저였지만 이건 아니다싶더군요.


놀라운 무공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것은 좋지만 장풍하나에 사방이 쑥대밭이 되고 섬광 몇번에 내놓라하는 고수들이 우수수 쓰러지는 것은 '드래곤볼'에서나 어울리는 장면들이겠죠?

 

처음으로 읽었던 하승남님의 작품은 '무림문(武林門)'으로 기억됩니다.
상당히 실사적인 그림체에 장풍같은 것도 일체 나오지 않고 오로지 검과 창, 활 등으로 싸우는 실사액션이었습니다.

 

모든 것에 첫인상이 중요하다는 말처럼 이때의 첫인상으로 말미암아 제 머릿속에는 하승남하면 그래도 최소한의 현실성을 배려해서 무협만화를 그리는 만화가라는 인식이 턱하니 박혀버렸지요.

 

무림세가의 후계자이면서도 무술보다는 글읽기를 좋아하는 주인공 유세옥은 얼마 후에 있을 운가영이라는 미녀와의 결혼에 가슴이 잔뜩 들떠있습니다. 허나 자신들보다 훨씬 강한 무림세가에서 운가영을 아내로 달라고 하고 이도저도 아니면 차라리 자결하라는 통첩을 보냅니다.


그쪽 방주의 말인즉슨 '내 아들이 운가영이라는 소저를 좋아하니 마음을 줄 수 없으면 미련이라도 없게 죽여주시오'라는 뜻을 표명하지요.


하지만 주인공의 아버지는 보기 좋게 거절하고 그에 대한 대가는 일가의 전멸로 이어지지요. 운가영은 위장독약(?·먹으면 잠시동안 죽은 듯 보이나 실상은 나중에 다시 살아나는^^)을 먹고 죽은 것으로 세상에 알려지고 유세옥은 충복에 의해 몰래 빼돌려져 뼈를 깎는 아픔을 이겨내며 상승검법을 연마하면서 복수를 꿈꾸지요.

뭐 대충 이런 줄거리인데 책표지의 '애정무협만화'라는 말처럼 사랑에 관한 내용이 상당히 많이 나옵니다.

 

초창기 하승남 화백의 화풍은 내내 이런 식이었는데 언제부터인가 '대공자'를 필두로 점점 과장되기 시작하더군요. 출판사의 압박 때문인지 아니면 인기를 의식한 변화인지는 모르겠으나 어떻게든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나름대로의 자구책적인 요소도 분명히 내재되어 있었을 것이라 짐작만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분은 내내 천제황님처럼 오바액션만을 추구하지는 않고 상당히 다양한 스타일을 오랫동안 구사했었지요.


'대업(大業)' '쾌도만리행' '고수는 외로워' 등에서는 여전히 애정 또는 세상살이를 주테마로 해서 실전무협을 그렸고 앞서 말한 '대공자'를 비롯 '신검마검' '사대가문' '철혈대공'등에서는 과장된 무협액션을 선보였지요.


하승남 화백은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70년대 성룡의 쿵푸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의 만화들(제목이 잘 기억이 안 나네요.)을 쏟아내기도 했지요.

 

내용이야 스토리작가가 관여하면 된다지만 그 다양한 그림체에 대해서는 과연 그분 혼자 변화를 주신 것일까 아니면 전혀 딴사람이 개입된 것 인가에 대해서는 안타깝게도 알길이 없군요.

 

아무튼 1981년부터 1991년까지 납본(納本)했던 단행본 발행수(공식 집계된 기록만 봐도)만 따져봐도 총112종 1,074권에 이른다는 이분은(타이틀 수에서는 '국내최고'를 기록했고 발행권수로는 박봉성 화백의 다음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정말이지 그 꾸준함만큼은 최고 수준의 만화작가라고 밖에 말할 수 없겠네요.


(5) 김철호: 사실 이분은 무협만화가라기보다는 권투나 탐정만화 전문이었습니다. 특히 '즙포사신'이라는 권법만화 시리즈를 발표할 당시는 이 작품보다는 '스콜피오' '슈퍼스타' '챔피언은 내 거야'등의 권투만화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이분의 작품들을 대표하고 있었지요.


이분의 작품인 '즙포사신'은 당시에 유행하던 쿵푸만화를 주 모티브로 하고있습니다.
세로줄 대사에 이분 특유의 스케치식 그림체가 돋보였는데(이분 작품을 많이 읽어보신 분들은 아실 겁니다.

 

인물하나를 그려도 실제인물을 대입해 초상화같이 그리시던, 후에 날제비 시리즈 등을 통해 깔끔한 그림체(?)로 변화를 시도하게 되지요.) 배경이나 내용은 청나라 시대, 성룡영화식의 스타일이었고 한가지 이야기를 두권 정도로 나누어 시리즈물로 발표되고는 했었지요.

 

여기서 주목할만한 점은 주인공 즙포사신, 전체적인 분위기나 내용은 분명 성룡의 쿵푸영화 판박이인데 딱 한명 주인공만은 영락없는 이소룡이었지요.

 

얼굴이며 스타일, 기합소리와 함께 벼락같이 나가는 주먹과 발은 이분이 얼마나 이소룡을 연구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이분의 이소룡 사랑은 다른 작품을 뒤져봐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권투만화는 물론 씨름·축구만화 등에서도 주인공의 상대역 등으로 시도 때도 없이 나오고 격투 신에서도 찢어질 듯한 기합소리와 함께 순간적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액션장면이 자주 발견되고는 했었습니다.

 

(계속)


댓글 6

  • 001. Lv.1 [탈퇴계정]

    13.02.03 04:02

    김철화 작가의 만화는 잘 모르지만, 하승남 작가의 만화는 많이 봤네요. 요즘도 나오고 있으니까...

  • 002. Personacon 윈드윙

    13.02.03 04:32

    근데 신기한게 지금쯤 연세가 상당하실텐데 꾸준히 만화그리시는게 놀라워요. 후예들이 브랜드만 빌려서 그러는지도..^^; 과거 이재학 화백처럼요

  • 003. Lv.3 블랙랜서

    13.03.24 16:53

    김철화화백의 날제비...그림체만 괜찮았어도.. ㅋㅋ

  • 004. Personacon 윈드윙

    13.05.04 12:54

    그래도 그게 김철호화백만의 개성이었잖아요 ㅋㅋ

  • 005. Personacon 흑천청월

    13.05.05 03:11

    하승남 작가님 저도 참 좋아라 했습니다. 주인공 이름이 늘 같았다는 기억이...

  • 006. Personacon 윈드윙

    13.05.05 04:32

    초창기에는 거의 유세옥이었죠..^^ 근데 다른 작가들도 그랬어요.
    황성님은 청풍, 황재님은 태풍, 고행석님은 구영탄, 오일룡님은 유비, 천재황님은 백유향 등등 ㅋ


댓글쓰기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글목록
번호 제목 작성일
14 세상만사 | '계산은 여기로 부탁해요'... 코로나 시대의 영업 풍속도 20-03-20
13 세상만사 | 수훈이와 하원이의 메이저 격투대회 도전기 16-07-14
12 세상만사 | 주짓수 열풍, 김제 지역 체육관도 퓨전이 대세? 16-06-26
11 세상만사 | 파퀴아오 vs. 메이웨더, 지루했지만 즐거웠다! 15-05-06
10 세상만사 | ‘모델 여전사’ 조유림 씨 “성추행범 쫓아가 바닥에 메쳤죠” *2 14-11-02
9 세상만사 | 지평선, 새마을, 벽골제... 택시도 뭉쳐야 산다 14-08-02
8 세상만사 | 흥분하면 초인 되던 쿵푸영화와 냉정해야 되는 MMA *2 13-06-29
7 세상만사 | 떨어져있어도 서로를 그리는 미성님 커플? *4 13-05-29
6 세상만사 | 미성님은 이렇게 연예중? *10 13-05-04
5 세상만사 | 무협만화! 그 추억의 세계로…(3) *10 13-02-12
» 세상만사 | 무협만화! 그 추억의 세계로…(2) *6 13-02-03
3 세상만사 | 쌍룡사 불화(佛畵) 그리고 고양이 *4 13-02-03
2 세상만사 | 무협만화! 그 추억의 세계로…(1) *8 12-12-05
1 세상만사 | 미남·미녀는 계절을 가리지 않는다 *4 12-12-05

비밀번호 입력
@genre @title
> @subject @ti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