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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투기 쓴것] '레슬링 금메달' 출신 UFC 세후도, 딜라쇼 꺾고 괴력 보여줬다

'지난 타이틀전은 예고편에 불과했다.'

UFC 플라이급 챔피언 '더 메신저(The Messenger)' 헨리 세후도(32·미국)가 또다시 대형 사고를 쳤다. 20일(한국 시간) 미국 브루클린 바클레이스센터서 있었던 'UFC 파이트 나이트 143'대회 메인이벤트에서 최강의 상대 TJ 딜라쇼(33·미국)를 맞아 1차 방어전을 성공시켰다. 1라운드 32초 만에 펀치 연타와 파운딩으로 경기를 마무리 지으며 지켜보던 이들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세후도가 거둔 최근 2경기 성적은 UFC 역사에 남을 만하다. 그는 플라이급 역사상 가장 완벽한 챔피언으로 꼽혔던 '마이티 마우스' 드미트리우스 존슨(31·미국)을 누르고 챔피언에 올랐다. 비록 팽팽한 접전 끝에 거둔 5라운드 판정승이었지만 체급 내에서 '통곡의 벽'으로 불리던 존슨임을 감안했을 때 타이틀을 빼앗았다는 자체만으로도 대사건이었다.

세후도는 거침없었다. 잠시 쉬어갈만도 하건만 1차 방어전을 존슨 이상으로 벅찬 상대와 가졌다. 밴텀급에서 내려온 딜라쇼는 단순한 강자가 아니다. 헤난 바라오(32·브라질), 코디 가브란트(27·미국) 등 자신과 제왕 자리를 놓고 경합하던 상대들을 연거푸 패퇴시키며 완벽하게 자신의 체급을 정리해버린 최강의 밴텀급 챔피언이다. 전 챔피언 존슨조차 피하는 기색이 역력했던 상대다.

세후도는 상대가 누구든 가리지 않았다. 가뜩이나 플라이급 폐지설이 나돌며 위기감이 감돌고 있던 상황인지라 데이나 화이트 대표가 보낸 '자객' 딜라쇼를 물리치고 자신의 자리를 공고히 하고자했다. 그리고 보란 듯이 이를 현실로 만들어내며 존슨을 이겼던 것이 우연이 아님을 입증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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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밴텀급 챔피언 TJ 딜라쇼(왼쪽)와 플라이급 챔피언 헨리 세후도(오른쪽)
ⓒ UFC


 
폭풍 같은 세후도의 연타, 무너진 딜라쇼의 야망
 
도미닉 크루즈(34·미국)가 부상에서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상황인지라 자신의 체급에서 더 이상 이룰 게 없다고 판단한 딜라쇼는 타체급 정벌을 선언했다. 이번 경기에서 세후도를 꺾고 2체급 챔피언에 오른다면 기세를 몰아 페더급 챔피언 '블레시드(Blessed)' 맥스 할로웨이(28·미국)와도 일전을 겨루고 싶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UFC 최초 세 체급 챔피언을 노리는 것이다.

이 같은 발언은 세후도의 자존심을 건드렸다. 자신은 당연히 이긴다고 생각하고 다음 계획을 세우는 듯한 모습에 필승을 다짐했다. 많은 팬과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딜라쇼의 우세를 예상하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았으나 신경 쓰지 않았다. 언제나처럼 '나는 지지 않는다'라는 자신감을 가진 채 경기에 임했고 대어를 잡아내는 데 성공했다.

딜라쇼는 밴텀급은 물론 UFC 전체를 통틀어서도 최고의 테크니션으로 평가받는 파이터다. 현란한 스탭과 스탠스 전환을 통해 다양한 타격을 쏟아낼 수 있는지라 상대 선수 입장에서는 공수에서 대응하기가 매우 버거운 타입이다. 워낙 빠르고 다이나믹한데다 정석과 변칙을 섞어 쓰는 등 옵션까지 다채로워 거리감, 타이밍 등을 맞추기가 까다롭다. 체력과 맷집 또한 빼어나 변수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당초 예상은 여러 가지 면에서 세후도가 불리한 가운데 그나마 레슬링 정도가 변수로 꼽혔다. 베이징 올림픽 레슬링 자유형 55㎏ 이하급 금메달에 빛나는 세후도의 레슬링 실력은 체급 내 최고 수준인지라 어떤 상대를 맞아서도 통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 세후도가 존슨을 이길 수 있었던 배경에도 레슬링의 힘이 컸다.

결과적으로 세후도는 장기인 레슬링을 쓰지도 않았다. 딜라쇼는 세후도의 레슬링을 경계하며 타격전을 벌이려했다. 적어도 스탠딩 싸움에서 딜라쇼가 무너지는 그림은 예상하기 힘들었다. 세후도는 딜라쇼의 예상보다 더 빠르고 파워풀했다. 타격을 주고받는 상황에서 세후도의 라이트 훅이 귀 뒤쪽에 적중됐고 충격을 받은 딜라쇼는 앞으로 넘어졌다.

세후도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딜라쇼를 따라다니며 후속타를 쉬지 않고 냈다. 결국 쏟아지는 파운딩 세례에 심판은 경기를 중단시켰다. 딜라쇼는 자신이 몰린다 싶으면 머리를 숙이고 사이드로 빠지는 움직임을 통해 위기를 벗어나고는 했다. 하지만 세후도는 딜라쇼의 동선을 잘 파악하고 나온 듯 그림자처럼 달라붙으며 펀치를 적중시켰다.

이날 딜라쇼의 패배는 과거 '더 매지션(The Magician)' 존 도슨(35·미국)에게 1라운드 1분 54초만에 TKO로 무너지던 장면을 연상케 했다. 큰 펀치를 허용한 후 이어지는 후속타에 경기를 내주는 모습이 매우 닮아있었다. 딜라쇼는 스피드를 앞세워 상대보다 반 박자 빠른 움직임을 통해 경기 흐름을 잡아가는 스타일이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빠르고 날렵했던 도슨, 세후도에게는 장점을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

세후도전 패배로 인해 딜라쇼는 향후 행보에 먹구름이 끼게 됐다. 내심 페더급까지 욕심냈던 상황에서 시작부터 브레이크가 걸렸다. 경량급 라인의 큰 그림을 그려나가던 주최 측의 계획 역시 어그러졌다. 세후도의 승리가 확정되자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오른 채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던 화이트 대표의 표정이 모든 것을 말해주는 듯했다.

세후도는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파이터다. 하지만 존슨, 딜라쇼 등 거물급 상대를 연달아 사냥하며 '킹 슬레이어(King Slayer)'로서의 명성을 얻게 됐다. 거침없는 작은 거인의 괴력이 다음에는 누구를 향할지 주목된다.


- 문피아독자 윈드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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