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윈드윙 님의 서재입니다.

격투기 쓴것


[격투기 쓴것] UFC 타이틀전서 무너진 오르테가, 다음 행보 기대되는 이유

최근의 MMA 무대에서 주짓수는 더 이상 비기가 아니다. 필수적으로 익혀야 할 종목 중 하나이기는 하지만 초창기 UFC 이후 주짓수 하나로 체급까지 뛰어넘는 무시무시한 상황을 만들어내기는 쉽지 않게 됐다. 이제는 너도 나도 주짓수를 익히다보니 기술에 대한 파악 및 어느 정도의 수비는 다들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물론 강력한 주짓수 스페셜리스트들은 여전히 위협적인 존재들이다. 파브리시오 베우둠, 호나우두 자카레, 데미안 마이어 등 주짓수 무대에서 맹위를 떨친 일류 주짓떼로들은 클린치 상황을 만들어내는 것만으로도 상대에게 적지 않은 긴장감을 안겨준다. 그들의 주짓수를 신경 쓰느라 타격 등 다른 부분에서까지 영향을 받기 일쑤다.

최근 UFC 페더급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T-CITY' 브라이언 오르테가(27·미국)도 위협적인 주짓떼로로 꼽힌다. 챔피언 '블레시드(Blessed)' 맥스 할로웨이(27·미국)에게 첫패를 당하기 이전까지 무패행진을 달렸던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자신이 밀리는 듯한 경기를 펼치다가도 한번 기회를 잡았다 싶으면 단숨에 경기를 뒤집을 수 있는 서브미션 결정력이 발군이다.

오르테가를 상대로 앞서는 경기를 펼치고 있어도 끝까지 방심하기 어려운 이유다. 비단 이것은 오르테가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높은 수준의 주짓떼로는 상대하는 선수에게 서브미션 한 수에 대한 위협을 줄 수 있어 늘 부담스럽다.
 

오르테가.jpg
 할로웨이와의 맞대결에서 브라이언 오르테가는 예상보다 더 처참하게 패배하고 말았다.
ⓒ UFC


 
오르테가의 업그레이드는 끝나지 않았다
 
물론 뛰어난 실력을 갖추고 있다고 모든 주짓떼로들이 다 성공가도를 달리는 것은 아니다. 주짓수 무대에서 맹위를 떨치며 기대를 받고 종합격투가로 데뷔했다가 쓴맛만 보고 물러나는 경우도 허다하다. 반면 주짓수 커리어는 별 것 없지만 파이터로서 잘 적응해 이른바 MMA식 주짓수 대가로 거듭나는 케이스도 있다. 주짓떼로의 명성은 참고자료일 뿐 진짜 중요한 것은 적응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세계적인 주짓떼로들이 MMA무대에서 고전하는 이유 중 하나는 주짓수만 가지고는 경기를 풀어나가기 어렵기 때문이다. 일단 상대를 넘어뜨려야 주짓수 실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는데, 테이크다운 능력이 약한 주짓떼로 같은 경우 그런 부분에서 어려움을 겪는다.

과거에는 악착같이 달라붙는 플레이로 이 같은 부분을 커버하는 주짓떼로가 많았으나 UFC 등 큰 무대에서 뛰는 수준급 선수들에게는 쉽게 통하지 않는다. 오히려 헛힘만 쓰는 가운데 타격의 먹잇감이 되기 십상이다. 큰 무대에서도 주짓수 실력이 통하기 위해서는 레슬링 등 상대를 넘길 수 있는 테이크다운 능력은 물론 스탠딩 싸움에서도 어느 정도 경쟁력 있는 타격 장착이 필수가 됐다.

오르테가는 이른바 완전체 주짓떼로로 진화를 거듭하고 있었다. 과거의 그는 투지를 바탕으로 끈질기게 달라붙어 상대를 제압하는 근성파 주짓떼로였다. 하지만 최근의 그는 다르다. 육체적으로 굉장히 탄탄해지면서 강한 완력과 맷집으로 상대를 압도하고 있다.

어지간한 잔타격은 신경쓰지 않고 들어가 상대에게 돌주먹을 꽂아 넣거나 클린치 싸움에서 우위를 점한 채 스탠딩초크까지 가능해졌다. 컵 스완슨, 프랭크 에드가전 승리가 대표적 예다. 구태여 그라운드로 끌고 가지 않고도 스탠딩에서 상대를 압박하며 부술 수 있게 되면서 챔피언을 위협할 강자로 떠올랐던 것이다.

최근의 오르테가는 워낙 육체적으로 강해지다 보니 타격전에서도 무서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디테일한 테크닉까지 겸비한 수준은 아니지만 완력 싸움에서 밀리지 않고 한방까지 갖추고 있는지라 그라운드 위협을 주며 전진스텝을 밟으면 상대는 쉽게 들어가기 힘들다. 이른바 혼란스러운 상황에서도 좀 더 자신감 있게 오르테가가 펼칠 수 있는 옵션이 많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같은 패턴이 동급 최강자 할로웨이에게는 무용지물이었다. 할로웨이의 경쾌한 움직임과 활동량은 스탠딩에서 오르테가에게 쉽게 거리를 허용하지 않았다. 거리를 좁히려고만 하면 어느새 다시 멀어지며 기관총 같은 타격이 쉴새없이 들어와 꽂혔고 두 수 세 수를 감안하고 움직이는 플레이에 특유의 셋업동작도 번번이 끊기기 일쑤였다. 특유의 사이즈를 이용한 압박도 장신의 할로웨이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결국 오르테가는 할로웨이를 압박하지도, 그래플링 싸움을 섞어주지도 못한 채 타격전 양상으로 끌려 다닐 수밖에 없었고 그러한 과정에서 무수한 유효타를 허용했다. '때리는 할로웨이보다, 맞는 오르테가가 더 대단했다'는 말이 나왔을 만큼 맷집 자랑(?)만 실컷 한 채 4라운드 종료 닥터스톱 TKO로 경기를 내줬다. 할로웨이를 꺾고 내심 슈퍼파이트까지 욕심냈던 오르테가의 야망은 산산이 부서지고 말았다.

의사가 경기를 중단시킨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오르테가는 엉망진창이 된 얼굴 외에도 코뼈와 엄지가 골절되는 등 적지 않은 부상을 입었다. 치료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오르테가의 마음은 꺾이지 않았다. 오르테가는 최근 자신의 SNS를 통해 "믿고 지지해준 모두에게 감사드리며 나는 곧 다시 돌아오겠다"며 후일을 기약하는 메시지를 남겼다. 무패행진이 깨진 오르테가의 다음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 문피아독자 윈드윙 -


댓글 0

  • 댓글이 없습니다.


댓글쓰기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글목록
번호 제목 작성일
2 격투기 쓴것 | 막데시, 태권도 발차기로 UFC 단두대 탈출? 12-11-23
1 격투기 쓴것 | 불뿜는 콘딧 최종미션 ‘수면제 GSP' 제거 12-11-23

비밀번호 입력
@genre @title
> @subject @ti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