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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투기 쓴것


[격투기 쓴것] 아쉬운 가정, 안요스가 맥그리거와 붙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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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 알바레즈전 승리는 코너 맥그리거에게 많은 것을 가져다 주었다.
ⓒ 코너 맥그리거 인스타그램


UFC 라이트급 팬들 사이에서 가장 아쉬운 사건 중 하나는 이른바 '알바레즈의 반란'이다. 에디 알바레즈(34·미국)는 2016년 7월 있었던 'UFC 파이트 나이트 90'대회서 하파엘 도스 안요스(34·브라질)를 1라운드 TKO로 잡고 챔피언에 등극한 바 있다.

물론 도전자가 챔피언을 이기고 벨트를 빼앗은 것은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체급시스템의 정점은 타이틀매치인지라 너무도 당연한 수순이다. 전체적 완성도에서는 도스 안요스가 더 강해보였던 것이 사실이지만 알바레즈는 자신이 최고의 장점을 발휘할 수 있는 근거리 펀치상황에서 날카로운 정타를 꽂아 넣으며 거물을 잡아냈다. 딱하나 도스 안요스보다 앞서는 장점을 제대로 써먹었다 할 수 있다. 이러한 부분은 알바레즈에게 박수를 보내줘야 한다.

문제는 이후의 '나비효과'다. 알바레즈는 도스 안요스를 꺾은 기세를 이어갈 틈도 없이 다음경기에서 '악명 높은(Notorious)' 코너 맥그리거(30·아일랜드)에게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말 그대로 완패를 당하며 챔피언 벨트를 바로 빼앗겨버렸다.

맥그리거가 UFC 동료 파이터들에게 끼친 민폐는 별다른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방대하고 크다. 타이틀 방어전을 치르지 않은 상태에서 자신의 인기와 벨트를 이용해 안하무인으로 행동하며 페더급, 라이트급을 진흙탕으로 만들어버렸으며 타체급 파이터들에게도 좋지 않은 선례를 보여주며 혼란을 도래한 바 있다.

알바레즈는 그런 맥그리거에게 본의 아니게 날개를 달아줬다. 상위체급 파이터답지 않게 외려 사이즈에서 현격하게 밀리는 흔치 않은 상황 속에서 경기를 치렀다고는 하지만 도스 안요스를 꺾은 인물이 맥그리거에게 일방적으로 당했다는 사실은 팬들에게 큰 충격과 실망을 안겨줬다. '그럴 거면 도스 안요스를 왜 이겨가지고…'라는 볼멘소리까지 터져 나왔다.

전천후 작은 거인과 감각적 카운터 펀처

알바레즈와 타이틀매치를 벌일 당시 도스 안요스는 절정의 기량을 뽐내고 있던 상태였다. 강력한 타격을 바탕으로 조심스레 롱런까지 예상되고 있던 '쇼타임(showtime)' 앤소니 페티스(31·미국)를 압도하고 챔피언에 오른데 이어 1차 방어전에서도 '카우보이' 도널드 세로니(35·미국)를 너무도 가볍게 넉 아웃으로 제압했다. 승리도 승리지만 경기 내용이 모두 일방적이었다는 점에서 향후 행보에 대한 기대가 컸다.

하지만 익히 잘 알려진 데로 도스 안요스의 라이트급 커리어는 알바레즈에게 의외의 패배를 당한 이후 어긋나고 말았다. '엘쿠쿠이(El Cucuy)' 토니 퍼거슨(34·미국)에게 마저 아쉽게 패하며 연패의 수렁에 빠져버렸고 도스 안요스는 더 이상의 미련을 버린 채 상위체급인 웰터급으로 올라간다.

여기에 대해 팬들과 관계자 사이에서는 아쉬움의 목소리가 컸다. 기록상으로 연패이기는 하지만 도스 안요스는 여전히 라이트급 최강자 라인을 이룰 수 있는 선수였다. 알바레즈전 넉 아웃패배는 교통사고 같은 색깔이 진했으며 퍼거슨과의 경기 또한 초반에는 유리하게 흐름을 잡아가다가 눈 찌르기 반칙을 당한 이후 분위기가 뒤바뀐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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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파엘 도스 안요스는 작은 신장을 빼어난 기술과 다양한 공격옵션으로 커버한다.
ⓒ UFC 아시아 제공


두 경기 모두 리벤지 매치가 펼쳐질 경우 충분히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는 평가다. 어찌되었든 도스 안요스를 이긴 선수들은 많은 것을 가져갔다. 알바레즈는 챔피언에 올랐으며 퍼거슨 또한 '독수리(The Eagle)' 하빕 누르마고메도프(30·러시아)와 더불어 라이트급 양강으로 자리를 굳히게 됐다.

뭐니뭐니해도 가장 아쉬운 것은 도스 안요스와 맥그리거의 진검승부다. 도스 안요스는 알바레즈보다도 작은 단신(172cm) 파이터인지라 맥그리거에게 사이즈적인 측면에서 불리한 것이 사실이다. 작은 선수 잡아내는데 일가견이 있는 맥그리거임을 감안했을 때 여러모로 어려움이 느껴진다.

맥그리거는 거리싸움과 카운터에 능하다. 특유의 자신만만한 성격을 바탕으로 성큼성큼 상대를 압박한 후 빈틈을 노려 묵직하고 날카롭게 들어가는 왼손 카운터가 일품이다. 앞 손으로 잽이나 짧은 훅을 치는 상당수 선수들과 달리 앞손을 견제 용도로 주로 사용한다.

뒷손싸움에 자신이 있는 만큼, 앞 손을 활용해 상대가 앞 손을 제대로 활용하기 어렵게 만들어버린다. 그리고 자신의 거리를 유지한 채 상대의 타격셋업을 끊어먹으며 자신의 공격을 성공시킨다. 알바레즈는 맥그리거의 이같은 패턴에 휘말려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엉망진창으로 얻어맞으며 나가떨어지는 굴욕을 당해야했다.

하지만 도스 안요스는 일반적인 기준으로 평가할 수 있는 파이터가 아니다. 알바레즈처럼 상성을 심하게 타지 않는다. 그는 좋은 사이즈와 더불어 스피드와 다양한 타격옵션까지 갖춘 전천후 스트라이커 페티스를 압도하며 패퇴시켰다. 맥그리거보다도 훨씬 큰 세로니도 안요스에게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웰터급에 올라가서는 190cm의 장신파이터 닐 매그니(28·미국)까지 잡아낸 바 있다.

이른바 체중에서 압도적인 차이가 나는 상위 체급 파이터라면 모를까 신장의 크고 작음 정도로는 도스 안요스를 멈추게 하지 못한다. 지금까지 치러온 대부분 경기를 신장, 리치의 불리함을 당연한 듯 안고 싸워온지라 몸에 배인 본능적 움직임은 그러한 부분을 계산해 스스로 반응할 수 있다.

도스 안요스의 최대 장점은 공격옵션이 다양하면서도 좌우를 가리지 않고 전천후로 폭격이 가능하다는 부분이다. 빼어난 타격을 자랑하는 대다수 선수의 경우 자신이 주로 쓰는 방향이 어느 정도 고정되어있는 경우가 많다. 상대 입장에서도 경기전 전략을 짤 때 이같은 부분을 충분히 고려한다.

그런 면에서 도스 안요스는 맞춤형 전략을 짜기 매우 까다로운 유형의 파이터다. 앞발 뒷발로 자유롭게 빠르고 묵직한 킥을 날리는지라 막아내기가 쉽지 않고 바디샷, 스트레이트 등이 특별한 예비동작 없이 거침없이 쏟아져 나온다. 전진스탭을 밟으며 자신의 거리를 유지한 상태에서 붙었다 떨어졌다를 반복하는 스탭이 좋아 작은 신장의 열세가 크게 눈에 띄지 않는다.

도스 안요스는 뛰어난 타격가이자 주짓떼로이다. 상대가 자신의 타격에 카운터로 반격하려하면 역카운터로 허를 찌른다. 타격과 테이크다운을 콤비네이션으로 쓰는 패턴에도 익숙해 도스 안요스가 압박을 들어오면 상대 입장에서는 어떻게 대응을 해야 할지 난감해지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맥그리거와 경기가 치러졌다면 승패는 물론 경기 양상 역시 쉽게 짐작하기 어렵다. 옵션의 다양성에서는 단연 도스 안요스지만 맥그리거의 한방은 일반적인 예상을 깨트리는 경우가 잦은지라 늘 팬들을 집중케 하는 매력을 갖고 있다.

만약 당시 도스 안요스가 알바레즈에게 발목을 잡히지 않고 맥그리거와 붙었다면 둘을 둘러싼 향후 행보는 어떻게 바뀌었을지, 가정일 뿐이지만 격투 팬들 입장에서는 충분히 해봄직한 상상이 아닐 수 없다.


- 문피아독자 윈드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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