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윈드윙 님의 서재입니다.

만화이야기


[만화이야기] 과장된 날라차기는 그만! 리얼해진 만화속 액션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만화 속 격투신은 나름 패턴이 뻔했다. 치고 빠지는 타격신에 분노한 주인공의 회심의 날려차기 등 과거 쿵푸영화를 보는듯한 장면 일색이었다. 넘어지면 일어날 때까지 기다려주는 등 매너있는 주인공은 폼나게 악당들을 물리쳤다.

엉겨 붙어서 싸우는 상황 이래봤자 유도식 업어치기나 프로레슬링의 백드롭 등이 고작이었다. 실제로는 구사하기 힘든 다양한 연타나 고난도 공중기술도 많았다. 만화처럼 싸운다는 말이 딱 들어맞았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면서 독자들은 좀 더 디테일함을 원하고 있다. 특히 종합격투기가 대중화되면서 동작 하나하나에 현실성을 부여하는 팬들도 부쩍 많아졌다.

김성모 만화 <럭키짱> 등에서 나오는 빽 드릴 킥, 드래곤 주먹, 108단 콤보같은 황당한 기술도 여전하지만 이는 본래 그런 콘셉트를 잡은 것이고 대부분 만화의 액션신은 과거와 크게 달라진 것이 사실이다. '현실은 만화처럼 싸우는게 힘들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독자들이 함께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격투 장면이 늘어나고 있다.

주된 모델은 역시 종합격투기다. 종합격투기는 정해진 룰 안에서 복싱, 레슬링, 주짓수, 킥복싱, 가라데 등 모든 기술을 가리지 않고 받아들이고 있다. 팬들은 거친 수련을 받은 실력자들이 어떻게 싸우는지를 확실히 알게 됐고 실전에 대한 개념 자체도 현실적으로 개편되게 됐다. 그라운드에 대한 중요성이 높아진 것이 대표적 예다.

범죄 액션물 <비질란테>(글 CRG, 그림 김규삼)가 현역 격투기 선수에게 자문을 구해 액션신을 그리고 있는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과거의 만화적 상상력보다는 이른바 리얼리티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는 분위기다.

종합격투기 대중화, 액션신의 흐름을 바꾸다

본격적 대중화 바람과 함께 종합격투기는 이제 격투물의 가장 선두에 서게 된 상태다. 과거 격투 만화하면 복싱을 선두로 쿵푸, 태권도, 유도 등이 주를 차지했다.

<스콜피오>, <무당거미>, <아웃복서>, <지옥의 링>, <파도여 파도여>, <신의 아들> 등의 복싱만화, <스카이 레슬러>, <액션 헐크> 등의 프로레슬링만화, <경량급 천하장사>, <배지기>, <나는 곰이다>, <오똑이 천하장사> 등의 씨름만화, <도시의 밤송이>, <천하무적> 등의 유도만화, <나간다 용호취>, <뒤죽박죽 당랑권>, <무당수 취팔권>, <즙포사신> 등의 쿵푸만화는 지금까지도 올드팬들에게 회자되고 있다.

현재는 격투만화의 상당수가 MMA의 지분으로 채워지고 있다. <라라파루자>, <서브미션>, <당랑거철>, <격기3반> 등 종합격투기가 주가 된 작품은 물론 <소녀더와일즈>, <최강전설 강해효> 등 학원물의 액션신 역시 MMA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모습이다. 이제 테이크다운, 트라이앵글초크, 하체관절기 등의 용어는 팬들 사이에서 전혀 낯설지 않다.

물론 그렇다고 앞선 종목들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종합격투기 자체가 모든 격투 기술의 종합 버전인 만큼 '자리바꿈'보다는 '보강'이라는 표현이 더 정확할 듯 싶다.

특히 그라운드 같은 경우 개념 자체가 확 달라졌다. 앞서 언급했다시피 과거 만화에서의 그라운드는 업어치거나 들어 던지는 정도에서 그쳤다. 심할 때는 상대를 번쩍 든 채 공중에서 빙글빙글 돌리거나 이른바 자이언트스윙 같은 쇼적인 기술도 거침없이 남발됐다.

하지만 최근 작품들에서는 많이 달라졌다. 레슬링식 태클로 하단의 빈틈을 노리는가 하면 클린치 싸움을 통해 중심을 빼앗아 넘겨뜨린다. 상대가 넘어져 순간적으로 밸런스가 무너지게 되면 그때는 곧 기회다. 멀뚱히 서서 기다리는 경우는 많지 않다.

거침없이 사커킥을 날리거나 같이 그라운드로 따라 들어가 유리한 포지션을 잡고 파운딩을 치거나 서브미션을 시도하는 것이 맞다. 격투기 경기에서나 볼법한 장면은 아니다. 실제 싸움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 무엇인가를 배운 상대들끼리는 더더욱 그렇다.

여기에 대해

최감자 작가는 "과거 만화 속에서 액션신을 표현하는 주된 요소는 과장이었지만 최근에는 현실적인 모습을 강조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는 추세다"며 "구 프라이드, UFC 등 격투기 경기를 통해 드러났듯이 상대의 빈틈을 공략하려면 큰 동작보다는 정확하고 간결한 움직임이 더 효율적이다는 사실을 팬들이 알았다는 부분도 영향을 끼친 것 같다"고 말했다. 어찌보면 만화 역시 또 다른 의미의 현실 투영인 것이다.

(2) 격투 몬스터.jpg
 실전 리얼 종합격투기와 가상세계 게임의 만남으로 화제를 모았던 <격투 몬스터>
ⓒ 격투 몬스터


격투몬스터... 내용은 판타지, 액션은 리얼리티

극진가라데 고 최영의 총재가 젊은 시절로 돌아가 케이지 무대에서 도복을 입은 채 코너 맥그리거를 상대로 '일격'의 신화를 재현하고, 전설적 싸움꾼 시라소니가 종합격투기 챔피언을 상대로 실전 대결을 벌이는 모습 등은 상상 속에서나 가능한 그림이다. 누가 이기고 지고를 떠나 각자가 활약한 시대가 다르기에 이뤄질 수 없다.

하지만 무대가 웹툰 속이라면 문제는 달라질 수 있다. 웹툰속 상상의 세계에서는 불가능한게 없기 때문이다. 거기에 퓨전 판타지 장르라면 얘기는 더욱 쉬워진다. 리얼 퓨전 격투기 웹툰을 표방한 <격투몬스터>(글 이준형 그림 팀 맷가마리)가 딱 그렇다. 실전 리얼 종합격투기와 가상세계 게임의 만남으로 화제를 모았던 작품은 독특한 구성과 소재로 인해 연재 당시 격투기, 게임 매니아들 사이에서 뜨거운 관심을 모은 바 있다.

미국 거대 게임 제작사 NK소프트의 회장은 날이 갈수록 일본 경쟁사에 밀리고 있는 현실에 분노한다. 그러던 중 심복의 조언으로 홍콩에 천재 게임 개발자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가 제작중인 가상현실 격투게임 프로젝트를 밀어주게 된다. 목표는 단하나 세계 게임시장의 탑을 탈환하는 것이다.

그러나 게임은 높은 수준만큼 여러모로 복잡하기 그지없다. 실전 격투 게임의 특성상 완벽한 기술의 데이터화가 필요했고 개발자는 세계 최고 MMA무대에서 3체급 석권(라이트헤비급, 헤비급, 슈퍼헤비급)을 이뤄낸 괴물 파이터 최태권을 몰래 가상 세계에 보낸다.

아쉬운 현실이지만 종합격투기 중량급 무대에서 동양인은 여전히 약자다. 질적 양적으로 경쟁력 있는 파이터가 거의 없는지라 중량급은 서구파이터들만의 리그가 되어버린지 오래다. 그런 점에서 세계 최고의 파이터 그것도 가장 무거운 중량급을 싹쓸이한 인물이 한국인이라는 점은 비록 만화지만 독자들에게 통쾌감을 주기도 한다.

격투 하나만을 중점에 두고 만들어낸 세계답게 가상현실 게임 속은 전설속 파이터들이 가득하다. 앞서 언급한데로 시라소니, 최영의는 물론 미야모토 무사시, 이소룡, 여포 등을 연상케 하는 파이터들이 자신만의 특기를 내세워 경쟁하고 있었다. 인디언, 중세시대 기사, 여고생 싸움꾼, 거인족 여전사 등 각양각색의 격투 전쟁터였다.

하지만 문제는 아직 게임의 부작용이 제대로 검증되지 않았다는 부분이었다. 개발자는 이러한 부분을 이유로 시간을 달라고 했으나 게임회사 회장은 금전관계를 들어 출시를 재촉했고 어쩔 수 없이 미완성된 상태에서 상품화되고 만다.

게임의 오류는 생각보다 심각했다. 가상현실 속에서 자신이 상상했던 파이터가 됐던 고객들이 그 모습 그대로 현실 세계로 복귀해버린 것이다. 학교에서 심하게 괴롭힘을 당하던 힘없는 빵셔틀 소년은 캐릭터 빙의 후 하룻밤사이에 근육질 싸움꾼으로 변해 일진들을 일망타진하고 외려 그들의 대장이 되어버린다.

빚독촉에 시달리던 어떤 중년남자 역시 게임속 기사캐릭터의 힘을 얻어 전쟁터에서나 쓸 법한 병기로 흉포한 사채업자들을 잔인하게 도살하는 충격의 퍼포먼스를 연출한다. 일견 이해할 수 있는 부분도 있었으나 그래서는 안되는 일이었다. 다급해진 개발자는 부랴부랴 최태권에게 사실을 털어놓고 현실세계로 들어온 캐릭터들 이른바 격투몬스터를 직접 처리해달라고 부탁한다.

격투몬스터 역시 소재는 판타지+격투기지만 액션신만큼은 리얼리티하기 그지없다. 상대의 움직임에 맞춰 짧고 정확한 정타를 날리고 스탭을 활용한 카운터 동작 등 실제 쓰이는 기술 위주로 액션신이 진행된다. 그라운드 대결시에도 파운딩이나 서브미션은 물론 유리한 자세를 가져가기위한 다양한 포지션 싸움이 흥미롭게 그려지고 있다.


- 문피아독자 윈드윙 -


댓글 0

  • 댓글이 없습니다.


댓글쓰기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글목록
번호 제목 작성일
3 만화이야기 | 피와 땀이 튀는 리얼격투기 '프로레슬링' *2 12-11-28
2 만화이야기 | 만화 속에서의 타이거 마스크 12-11-24
1 만화이야기 | 전성기․침체기, 언제나 존재했던 호랑이 가면 12-11-23

비밀번호 입력
@genre @title
> @subject @ti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