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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이야기


[만화이야기] 대본소→월간지→단행본→웹툰... 퓨전무협의 세계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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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서(海恕)>는 일제의 침략이 본격화되는 구한말 일본인들에 맞서싸우는 여자 무사의 활약을 그렸다.
ⓒ 해서 제작진 제공


시기에 따라 조금씩 다른 색깔을 띄고 있기는 하지만 무협은 변하지 않는 인기 만화 장르 중 하나다. 1980~1990년대 초반까지 무협 만화는 대본소를 중심으로 폭발적 인기를 누렸다. 판타지라는 장르가 채 자리를 잡지 않던 시절인지라 상상 속 활극하면 단연 무협이 원탑이었다.

대본소 무협만화는 198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단편 혹은 전·후, 상·중·하 정도로 나뉘는 게 대부분이었으나 중반을 기점으로 장편 붐이 일어나면서 본격적으로 전성기를 누렸다. 황재, 황성, 하승남, 천제황, 이재학 등은 다양한 색깔의 무협만화를 꾸준히 내면서 대본소 인기작가로 명성을 떨쳤다. 장윤식은 아예 사마귀라는 주인공을 내세워 오랜 시간에 걸쳐 '권법 48기' 시리즈를 이어나갔다.

무협 만화라는 장르는 원체 인기가 좋았던지라 복싱 만화로 유명했던 김철호, 축구 만화의 오일룡 등 타 장르 작가들도 종종 손을 대고는 했다. 주말이면 많은 독자들은 대본소 의자에 옹기종기 모여앉아 무협 만화 속 환상의 세계로 떠났다.

그들은 어린아이들을 납치해 살인기계로 만드는 하승남의 '신검마검(神劍魔劍)' 속 악당들을 보며 분노했고, 양산위라는 마두에 맞서 싸우는 '촉산객(이재학 작)' 속 무룡의 화려한 검 놀림에 열광했다. 황재의 '영웅의 땅'에서는 침략자 왜구들에게 대항하는 중원 고수의 편에 서서 함께 울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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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생부(殺生簿)>는 조선시대 절대 권력자로 악명을 떨쳤던 한명회(韓明澮)와 맞서 싸우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다뤘다.
ⓒ 김종훈 작가 제공


시기에 따라 변해가는 무협만화의 색깔

대중문화 컨텐츠는 해당 시기를 반영한다. 때문에 어떤 것보다도 변화의 폭이 크고 빠르다. 무협 만화 역시 자연스레 변화를 하게 된다. 1990년 들어 만화 시장은 대본소 만화에서 슬슬 잡지 중심으로 개편되기 시작한다. 특정 장소에 가서 보는 불편함 없이 여러 작가의 작품이 연재되는 만화잡지를 사서 안방에서 편하게 보는 것이다.

주간 <아이큐 점프>와 <소년 챔프>가 대표적이다. 두 잡지는 이후 <영점프>, <영챔프> 등 또 다른 잡지까지 이어내며 앞서거니 뒤서거니 한참동안 경쟁 체제에 들어간다.

물론 이전에도 만화 잡지는 있었다. <새소년>, <보물섬>, <어깨동무>, <학생과학>, <소년중앙>, <소년경향>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보물섬 정도를 빼고는 대부분 만화가 주요 콘텐츠로 섞인 종합 학생잡지의 성격이 컸다. 거기에 월간지였다. 주간 전문 만화 잡지와는 아무래도 다를 수밖에 없었다.

만화잡지를 중심으로 다양한 소재의 작품들이 쏟아져 나왔고 그런 가운데 무협 역시 여러 가지 변화가 시도됐다. 특히 <아이큐 점프>를 통해 연재되던 '소림깡돌이'는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스토리로 눈길을 끌었다. 권선징악, 기연 등 기존 무협의 스타일을 따라가면서도 우주전함 등이 등장하는 시대, 공간 파괴적 요소가 가미되면서 이른바 퓨전무협의 장을 열게 된다.

물론 파격적이어도 너무 파격적이었던지라 연재 당시 팬들 사이에서는 호불호가 갈렸던 것도 사실이다. 지금 같으면 모르겠지만 여전히 정통무협이 대세를 이루던 당시 난데없이 소림사 하늘에 우주선이 들이닥치는 광경은 독자들 입장에서 쉽게 적응하기 힘들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 무협 작품이 정해진 공간과 틀을 벗어나지 않았던 점을 고려하면 충분히 긍정적인 시도였다는 평가다.

만화잡지 시장의 인기는 서점과 도서대여점에도 영향을 끼쳤다. <아이큐 점프>, <소년 챔프> 등은 인기 있는 연재물을 단행본으로 속속 제작했고 이는 독자들이 서점에서 직접 작품을 구입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주머니 사정이 부족한 독자들은 도서대여점을 통해 빌려보면 됐다.

잡지에서 모두 본 내용이기는했지만 아무래도 여러 작품이 섞인 잡지보다 자신이 좋아하는 해당 작품을 별도의 책으로 보거나 가지기를 원하는 독자들도 많았던지라 반응은 좋았다. 연재물은 아니지만 서점, 대여점을 노리고 만들어지는 별개의 작품도 있었다.

무협콘텐츠도 발전을 거듭하며 <용비불패>, <협객 붉은매>, <열혈강호> 등 지금까지 회자되는 명작들이 서점, 대여점을 중심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기존 정통무협을 그대로 따라한 작품을 비롯 판타지 적인 요소가 가미된 퓨전 무협 등 소재도 다양했다. 무엇보다 그림체 등에서 좀 더 완성도가 높았던지라 대본소 만화를 선호하지 않는 독자층까지도 더불어 끌어들였다는 분석이다. 그야말로 무협속 상상의 세계는 끝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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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려시대 ‘만적의 난’이후의 이야기를 다룬 <무장>또한 최충헌, 김준 등 당시 주요 인물들이 대거 등장하지만 구태여 역사적 사실에 틀을 맞추지는 않았다.
ⓒ 김철현 작가 제공


퓨전의 시대, 변형 역사 무협부터 판타지 무협까지...

지금도 무협작품(소설, 만화) 지망생들에게는 무협 특유의 세계관을 공부하는 것이 필수코스처럼 되어 있다. 아주 예전처럼 구파일방(九派一幇), 녹림(綠林), 마교(摩?) 등에 집착하지는 않지만 기본적인 무협색은 가져가려고 한다. 아무리 시대가 변했다고 해도 어느 정도 최소한의 무협 요소는 갖춰야 만이 독자들 사이에서 무협 작품이다고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는 이른바 웹툰의 시대다. 대본소, 잡지, 단행본 등 종이책의 한계를 넘어 아예 컴퓨터나 스마트폰으로 쉽고 편하게 볼 수 있다. 독자층에 큰 변화가 온 만큼 무협 장르 역시 또다시 많은 변화를 거듭하고 있는 모습이다. 기존 무협 마니아부터 정통 무협에 익숙지 않은 젊은 세대까지 고르게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이를 반영하듯 기발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퓨전 무협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독자들의 취향이 다양해진 만큼 특정 대세를 따라가기보다는 작가의 아이디어가 톡톡 튀는 작품이 많다. 최근 무협 웹툰의 상당수는 꼭 배경을 중원으로 한정하지 않는다. 가상의 세계를 설정하기도 하고 국내를 그대로 쓰기도 한다.

눈에 띄는 것은 변형 역사물이다. 고려, 조선 등을 배경으로 실제 사건과 인물들 사이에 가상의 인물을 끼워 넣는 방식인데 어차피 픽션이라 가정하고 역사적 사건을 자유롭게 구성한다. 예전에는 역사에 맞추려 신경을 많이 쓰는 분위기였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독자들 역시 그러한 부분을 충분히 감안하고 작품을 즐긴다.

<해서(海恕)>는 일제의 침략이 본격화되는 구한말 일본인들에 맞서 싸우는 여자 무사의 활약을 그렸다. 일본 공사관에서 명성황후를 시해하기 위해 보낸 낭인 패거리들을 긴 '협도(挾刀)'로 쓸어버리는 등 통쾌감을 준다.

<살생부(殺生簿)>는 조선시대 절대 권력자로 악명을 떨쳤던 한명회(韓明澮)와 맞서 싸우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다뤘다. 어느 정도 팩트가 정해진 스토리일수도 있으나 김종훈 작가는 구태여 역사적 사실에 모든 것을 맞추지 않고 조금씩 사건과 내용을 바꾸며 자유롭게 작품을 끌고나갔다.

서기 1198년 고려시대 '만적의 난' 이후의 이야기를 다룬 <무장>또한 최충헌, 김준 등 당시 주요 인물들이 대거 등장하지만 구태여 역사적 사실에 틀을 맞추지는 않았다. 몽골의 침략이 극심하던 당시, 각 나라 별 국가적 힘은 무신이라는 존재에서 나왔다. 얼마나 강한 무신이 나라를 지키느냐에 따라 국력이 판가름 난다. 만적의 아들로 설정된 주인공 권은 꾸준하게 성장을 거듭하며 고려를 지키는 구국의 영웅으로 독자들에게 존재감을 보여준다.


(4) 무장쟁패.jpg

 <무장쟁패(武裝爭覇)>는 영원한 밀리언셀러 <삼국지> 영웅들을 현대 종합격투기에 빗대 그린 MMA 만화로 격투팬들 사이에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 신동민 작가 제공


<무장쟁패(武裝爭覇)>는 영원한 밀리언셀러 <삼국지> 영웅들을 현대 종합격투기에 빗대 그린 MMA 만화로 격투 팬들 사이에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에밀리아넨코 표도르를 모델로한 관우가 테이크다운을 시도하고, 브록 레스너가 빙의한 여포가 괴력을 자랑하는 등 신선한 소재와 구성이 돋보였다.

전극진, 박진환 콤비는 독특한 무협 작품을 만들기로 이름이 높다. <브레이커>시리즈는 전형적인 무협 스토리를 표방하면서도 배경은 현대도시다. 강력한 장력으로 자동차를 뒤집고 건물 사이를 '경공술(輕功術)´과 ´보법(步法)´으로 헤집고 다니는 모습은 신선하기 그지없다. 현재 연재중인 <트리니티 원더>에서는 한 술 더 떠 미래 도시에 무협, 판타지 세계의 인물들이 등장해 결전을 벌이는 퓨전 무협의 절정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정통 무협도 꾸준히 인기를 유지중이다. 류기운, 문정후 콤비는 '용비불패' 이후의 이야기로 설정한 <고수>를 통해 과거 무협의 향수를 현대적 기법으로 세련되게 표현하고 있다는 극찬을 받고 있다.


- 문피아독자 윈드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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