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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이야기


[만화이야기] '다 용서해도 일본만은…' 무협 웹툰 <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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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이 음산하게 내려앉은 1895년 경복궁.

총칼로 무장한 일단의 무리들이 "교태전 쪽을 뒤져라!"하며 한밤중에 궁궐에 난입한다. 조선의 성역과도 같은 궁이었지만 침입자들에게는 거리낌이 없었다. 궁녀와 환관들은 목소리 높여 시위들을 부르지만 침입자들의 총칼을 앞에서 쓰러질 뿐이다.

궁궐에 침입한 무뢰한들은 다름 아닌 일본 공사관에서 명성황후를 시해하기 위해 보낸 패거리였다. 궁녀들은 마지막까지 몸을 바쳐 그들을 막아보려 하지만 허망한 죽음일 뿐이었다. 우두머리의 명령에 의해 복면의 칼잡이가 명성황후를 베려는 찰나에 놀라운 일이 벌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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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념한 듯 앉아있던 명성황후의 눈이 매섭게 빛나더니 '번쩍'하는 섬광과 함께 칼을 내리치려던 복면 검객이 피를 흩뿌리며 나가떨어진다. 깜짝 놀란 다른 무리들이 덤벼들지만 이내 똑같은 운명이 돼 나뒹굴 뿐이다.

순식간에 복면인들을 제압하고 무리의 우두머리와 마주선 명성황후의 손에는 긴 '협도(挾刀)'가 쥐어져있었다. 명성황후의 복장을 하고 비장한 표정으로 일본검객들과 맞선 젊은 여인. 그녀의 이름은 해서(海恕)였다.

애국정신으로 그린 퓨전역사 판타지

중국이 낳은 유명 대중작가 중 김용이라는 무협 소설가가 있다. 탄탄한 역사적 지식을 바탕으로 실존인물과 가상인물을 적절히 잘 구성한 스토리라인이 강점인 그의 작품은 무협소설에 별 관심이 없는 독자들까지도 강호 무림세계로 끌어들이는 마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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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에 그의 작품은 발표된 지 수십 년이 된 지금까지도 시대를 초월해 폭넓게 사랑받고 있으며, 많은 이들은 그를 '신필(神筆)'이라 부르며 존경을 표하고 있다.

유명 포털 사이트에서 인기리에 연재중인 웹툰 '해서(글 고정욱·그림 정지완)' 역시 이러한 스타일을 따라가고 있다. 자칫 흐릿해지기 쉬운 우리의 치욕스런 역사를 회상케 하며 '그때 우리가 이랬더라면'이라는 가정을 섞어 넣어 픽션으로 재구성했다.

그렇다고 말도 안 되게 황당한 설정으로 역사와는 또 다른 세계관을 그리지는 않았다. 사실적인 기본 흐름은 그대로 둔 채 통쾌한 스토리를 덧입혔다. 명성황후, 흥선대원군의 인간적인 모습은 그들의 또 다른 매력을 드러내고 독자의 흥미를 유발해야하는 웹툰답게 화려한 무협 액션신을 리얼하게 그려내고 있다.

의 두 작가는 애국정신이 투철하다. 웹툰의 주제 자체도 그렇거니와 중간 중간 독자와 소통하는 작가의 말을 통해서도 독도를 자신들의 땅이라 우기는 일본의 역사왜곡에 대한 반감이 묻어난다. 마치 웹툰을 통해서 '절대 잊어서는 안 될 것들'에 대한 메시지를 강조하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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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서를 연재중인 고정욱-정지완 작가는 "생각했던 것보다 근현대사의 기록이 거의 남아있지 않다. 명성황후 시해사건에 대해서도 너무도 많은 의혹이 깔려있음을 취재 도중 알게 됐다"며 "그러한 미스터리들을 바탕으로 여러 가지 사건들을 재구성했다"고 밝혔다.

용서하는 마음으로 태어났지만 용서하지 못하는 것도 있다

'해서'는 바다와 같은 넓은 마음으로 너그럽게 용서한다는 의미다. 이하응(흥선대원군의 이름)은 과거 관직에 오르기 전 미모와 덕을 두루 갖춘 둘째 부인 서 씨를 깊이 사랑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를 못마땅하게 여긴 첫째 부인은 질투심에 눈이 멀어 임신까지 한 그녀를 내치고 말았다.

먼발치에서 애처롭게 이를 지켜보던 이하응은 하인을 시켜 떠나가는 서씨 부인에게 서찰을 전한다. 서찰에는 '해서'라는 두 글자가 적혀있었고 이를 본 서씨 부인은 이하응을 원망하기보다는 자신이 부족할 뿐이라며 눈물을 삼킨다. 이후 그녀는 딸을 낳게 되고 이하응의 마지막 서찰을 기억하며 이름을 해서로 짓는다. 웹툰의 주인공 해서는 태어나던 그 순간부터 용서하는 마음으로 세상에 나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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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인들의 삶은 다 그런 것일까. 운명은 실타래처럼 꼬여 갖은 오해가 생긴다. 어린 시절의 해서는 우연히 길거리에서 만난 이하응이 자신의 어머니를 죽인 것으로 오인하고 복수를 꿈꾸고, 이하응을 물심양면으로 돕던 기생 춘홍마저 자신의 배려가 배신으로 돌아온 것으로 오해해 분노의 칼을 간다.

오해는 곳곳에서 생긴다. 고종은 자신의 아버지 대원군을 오해하고, 명성황후 역시 시아버지의 마지막 마음까지 불신한다. 그런 가운데 서구열강과 일본군의 칼날은 점점 조선을 조여 온다. 오해는 모두가 단결하는 데 가장 큰 적이다.

서로를 믿지 못하니 함께 할 수 없고, 함께 할 수 없다는 것은 힘을 합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로 작용한다. 모두가 아는 것처럼 일본의 식민지가 될 수밖에 없었던 건 분열이라는 가장 나쁜 요소가 한꺼번에 터진 탓이 크다.

여기서 작가는 독자들에게 큰 카타르시스를 제공한다.

어차피 우리의 비극적인 역사는 바뀔 수 없겠지만 결국 가장 큰 공통의 적인 일본에게도 한 방을 먹여야 한다. 주인공 해서는 시간이 지나면서 하나둘 주변인들을 용서하기 시작하지만 결론적으로 일본 만큼은 용서할 수 없다. 그리고 자신과 생사고락을 함께한 동료들과 함께 고종의 명을 받아 엄청난 반격을 준비하기에 이른다.

작가는 해서라는 인물을 통해 곳곳에서 여러 가지를 표현하고자 노력한 흔적이 역력하다. 사람들이 살아가는데 수많은 은원관계가 생기고 오해가 피어나지만 결국은 그럴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고 때로는 큰 틀에서의 용서도 필요하다. 하지만 끝까지 그것을 반성하지 않는 일본에는 응징의 철퇴도 꼭 필요해 보인다.

한편, 이 작품은 그 구성력과 스토리를 인정받아 출판은 물론 드라마 제작까지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윈드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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