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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이야기] 독자들 화나게 하는 매력 ‘찌질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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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기의 답답한 행보를 통해 독자들은 “이런 멍청한 놈!”이라는 말을 수없이 되풀이한다. ⓒ 네이버 웹툰 '찌질의 역사'

네이버에서 인기리에 연재 중인 웹툰 ‘찌질의 역사(김풍·심윤수 작)’가 지난달 15일 ‘시즌2’를 마무리했다.

‘스무살 소년들이 남자로 진화한다. 평생을 철들지 못하는 우리들의 찌질한 이야기’라는 타이틀로 2013년 11월부터 연재를 시작한 ‘찌질의 역사’는 부끄럽지만 공감할 수밖에 없는 남자들의 연애사를 다뤘다는 점에서 초창기부터 독자들의 폭발적인 성원을 받았다.

남자들의 술자리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골소재 중 으뜸은 단연 ‘여자 이야기’다. 취미도 개성도 원하는 화젯거리도 다르지만 여자라는 단어가 등장하면 모두가 함께 귀를 기울이게 된다. 나이가 적든 많든 잘났든 못났든 정도의 차이만 있다.

대다수 남자들은 ‘떠나간 버스’를 그리워한다. 과거의 남자나 연애지사를 잘 돌이켜보지 않고 칼같이 끊는 경향이 짙은 여자들과 달리 남자들은 미련이 많다. 때론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미화되기도 하고 두고두고 흑역사로 남아 외로운 밤 혼자 잠자리에서 ‘이불킥(?)’을 날리는 원흉이 되기도.

그럼에도 남자들의 기억 속에서 지나간 사랑은 오래오래 잊히지 않고 기록된다. 그리고 친구나 지인들과의 술자리에서 때론 적당히 포장돼 언급되기 일쑤다. “그때 참 좋았는데 말이야…”라고.

후회 가득한 흑 역사, 시간 지나면 추억?

작품은 어느덧 34세가 된 주인공 민기가 오랜만에 어린 시절 절친들을 만나면서 시작된다.

맥주와 함께 사는 이야기 등을 나누던 중 유일한 기혼자 광재가 ‘설하’라는 이름을 언급했고 민기는 어느덧 옛 추억 속으로 빠져든다. 예쁘고 사랑스러운 여자들을 만나봤다는 점에서 행운이라면 행운이었지만 그 가운데 펼쳐졌던 후회 가득한 흑역사들, 민기의 과거 연애사는 독자들을 속터지게 하면서 묘한 몰입의 장으로 이끈다.

‘시즌2’까지 진행되는 동안 민기는 3명의 설하를 만난다. 가지지 못한 동갑 설하, 배려심과 지혜부족으로 놓쳐버린 연상 설하, 만들어놓았지만 결국 실패를 되풀이하는 연하 설하까지 민기의 인생에서 설하라는 이름은 결코 잊을 수 없는 추억 그 자체다.

첫 번째 설하는 민기의 첫사랑이었다. 민기는 모두가 탐내던 미모의 신입생이었던 그녀와 우연한 계기로 친해진다. 제대로 여자를 만나보지 못했던 민기는 퀸카인 설하와 같이 대학생활을 공유한다는 것은 기적 같은 일이었다. 수많은 잘생긴 선배들이 그녀의 마음을 얻고자 갖은 애를 썼지만 설하가 가장 편하게 대한 이성은 민기가 유일했다.

마음에 있는 여성과 친해진 모든 남자가 그렇듯이 민기 역시 설하와 함께할수록 머릿속이 복잡하다. “이성으로 친해질 수 있을까? 어쩌면 이미 설하는 나를 남자로 보고 있는지도.” 그런 민기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설하는 한결 같이 친근한 태도를 유지한다.

남녀사이에 순수한 친구라는게 있을까. 여전히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의견이 분분한 화두는 민기에게도 적용되는 고민거리였다.

결국, 민기는 용기를 내서 설하에게 고백을 했지만 결과는 실패였다. 설하가 민기를 좋아했던 것은 맞다. 하지만 그녀는 친구로서 민기를 진심으로 좋아했다. 민기가 설하를 좋아했던 마음과는 색깔이 달랐던 것이다. 동성처럼 지내는 예쁜 여자 친구와 이성관계로 발전할 수 있을까라는 상념에 휩싸였던 독자들 입장에서는 민기와 같이 절망을 맛보고 말았다.

결과적으로 짝사랑에 그치고 말았던 첫 번째 설하와는 달리 두 번째 설하와는 진짜 사랑을 했다.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이상형의 여자를 거리에서 만난 민기는 용기를 내서 말을 걸었고 의외로(?) 성공이라는 반전을 이뤘다. 연상인 그녀는 속이 깊은 여자였다. 겉으로는 애써 담담한척 하지만 가늘게 손이 떨리고 있던 민기의 모습을 놓치지 않았고 그러한 진심을 읽어 받아준 것이다.

진짜 제대로 된 찌질의 역사는 그녀와의 만남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요즘의 연애는 단순히 좋아하는 마음만 가지고는 쉽지 않다. 서로가 다른 취향과 스타일을 가지고 있어 상대와 적절한 배려를 통한 센스있는 교감이 이뤄져야한다.

하지만 연애 초보인 민기에게는 그게 쉽지 않다. 자기만의 감정에 들떠 그녀의 입장을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같은 잘못을 수없이 되풀이했다. '열 가지 잘해주기보다 상대가 싫어하는 한 가지 안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격언을 떠올려야 상황이었지만 대부분 남자들이 그렇듯 민기에게는 이것이 늘 어렵다.

항상 시간이 조금 흐른 후에 상대의 마음을 알게 됐고, 빗나간 타이밍은 쌓여가는 실망감으로 상황을 악화시키기 일쑤였다. 결국 설하는 민기를 포기하고 자신의 마음을 잘 읽어주는 속 깊은 남성에게로 돌아선다.

남자들에게 흑역사는 지나간 연인을 잡으려는 집착 속에서 더 깊어진다. 떠나간 후에야 그녀만한 여자가 없었다는 것을 느낀 민기는 몇 년 동안 끈질기게 설하의 주위를 맴돈다. 이미 그녀의 가슴속에 민기라는 존재는 없었지만 ‘혹시나’하는 혼자만의 희망이 집착을 만든 것이다.

‘시즌2’에 접어들어서 민기는 드디어 연하를 만난다. 복학생인 민기는 자신이 예전보다 조금 성숙했다고 생각한다. 나름 처세술도 배운 만큼 남들 눈에도 그렇게 보인다. 의젓하고 어른스러워 보이는 민기의 모습에 퀸카 후배가 먼저 접근한다. 어떻게든 자신과 사귀어보려 애쓰는 다른 남자들과 달리 자기 절제가 강해보이는 민기가 매력적으로 보였던 것이다.

하지만 민기에게는 사정(?)이 있었다. 여전히 예전의 연상 설하를 잊지 못하고 있던 민기는 끊임없이 그녀에게 집착하는 상태였고 그로인해 다른 이성들에게 신경 쓸 상태가 아니었다. 결국 끊임없는 그녀의 애정공세에 민기는 훅 빠져들게 되고 둘은 연인이 된다. 심지어 그녀는 이름까지도 설하로 개명한다.

후배 설하를 만나던 초창기 민기의 모습은 모든 남자들의 부러움을 사기에 충분하다. 사귀게 된 과정 때문이었는지 몰라도 둘 사이의 '갑'은 단연 민기였다. 민기가 까칠하게 굴어도 그녀는 항상 애교를 떨었고 다소 지나친 반응에도 화를 내기보다는 왈칵 울어버리기 일쑤였다.

어쩌면 민기는 그동안의 경험을 살려 본의 아니게 형성된 자신의 캐릭터를 잘 살려야했다. 하지만 민기는 쉽게 변하지 않았다. 아니 어쩌면 예전이 찌질한 모습 그대로였다. 알콩달콩한 연애를 거듭할수록 불안해지는 것은 민기였고 어느덧 갑을관계는 바뀌고 만다. 결국 끊임없이 사랑을 갈구하던 민기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그녀의 마음을 묶어두는데 실패한다.

‘찌질의 역사’의 매력은 독자들을 화나게 하는데 있다.

민기의 답답한 행보를 통해 독자들은 “이런 멍청한 놈!”이라는 말을 수없이 되풀이한다. 독자들이 봤을 때 그렇게 하면 안 되는데 민기는 자꾸 엉뚱한 곳으로 간다. 제3자 입장에서 보이던 것이 당사자가 되어보면 하나도 안 보이는 현상이 벌어지는 것이다. 그리고 민기뿐 아니라 우리 자신이 그렇게 연애를 했던 아픈 과거가 있기에 더욱 화가 난다고 할 수 있다.

작품 초반부에서 34살의 민기에게 광재가 말한다. 설하가 드디어 시집간다고. 이에 민기는 담담한 반응을 보이고 어리둥절해진 광재는 소리를 지르며 더 큰 리액션을 요구한다.

시집을 간다는 설하가 어떤 설하인지는 독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지금까지 나온 3명의 설하 중 한 명일 것이다는 의견부터 아직 나오지 않은 또 다른 설하일 수도 있다는 예상도 있다. 3명의 설하 중 한 명은 ‘시즌2’에서 시집을 가는 것으로 설정돼 '그녀는 아닐 것이다'는 짐작 정도만 가능하다.

설하가 시집간다는 말에도 차분하기만한 자신을 의아하게 쳐다보는 광재에게 민기가 의미심장한 말을 던진다. “남자는 살면서 여러 여자를 거쳐가며 성장하는 거야. 그리고 우리의 지금 모습엔 그녀들의 흔적이 어딘가 남아있는 거고. 그래서 남자에겐 자신을 스쳐간 모든 여자가 다 특별한거야.”

어쩌면 민기는 독자들이 스스로에게 하고 싶었던 자조의 말을 대신 해줬는지도 모른다.

문피아독자 = 윈드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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