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윈드윙 님의 서재입니다.

만화이야기


[만화이야기] 강백호와 로드맨, 조던과 서태웅

스포츠팬들 사이에서는 시간이 흘러도 계속해서 화두가 되는 논쟁이 있다. 예를 들어 '펠레와 마라도나 중 역대 최고의 축구 선수는?' '선동렬 혹은 허재가 전성기 시절 미국무대에 진출했다면?' '야구천재 이종범이 일본에서 부상을 당하지 않았거나 혹은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다면?' 등이 그런 것들이다. 답은 내릴 수 없지만 언제 이야기를 꺼내도 충분히 관심을 가질만한 것들인지라 시기에 상관없이 화제가 되기도 한다.

이노우에 다케히코 원작의 인기만화 <슬램덩크>(SLAM DUNK)는 농구 팬들 사이에서 잊히지 않는 밀리언셀러다. 주요 캐릭터 모두가 고정 팬을 가지고있는 것을 비롯해 '난 바스켓맨이니까' '왼손은 그저 거들 뿐' 등의 대사는 두고두고 패러디 되고 있을 정도다.

슬램덩크는 NBA(미 프로농구)가 한창 국내 팬들에게 인기가 좋을 때 연재됐다. 그런 만큼 만화 속 리얼한 캐릭터들은 여러 가지 부분에서 당시 NBA 스타들과 흡사한 면을 보이고 있다. 당연히 팬들 사이에서 비교 논쟁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데, 이는 지금까지도 계속되고있다.

여기에 대해 저자인 이노우에는 일부 캐릭터에 대해서만 모티프로 했다는 것을 인정했지만 그럼에도 논쟁은 그칠 줄을 모른다. 저자가 언급하지 않은 선수들 중에서도 외모나 스타일면에서 NBA스타들과 닮은 캐릭터들이 원체 많기 때문이다. 이에 팬들을 열광시키는 만화 속 인기 캐릭터들과 당시 NBA 스타들을 비교해봤다.

 슬램덩크.jpg
 슬램덩크속 캐릭터들은 NBA(미프로농구)가 한창 국내 팬들에게 인기가 좋을 때 연재됐었다. 그런 만큼 만화속 리얼한 캐릭터들은 여러 가지 부분에서 당시 NBA 스타들과 흡사한 면을 띠고 있다.
ⓒ 윈드윙

강백호와 데니스 로드맨

고등학생 신분으로서는 파격적인 빨강머리에, 아니다 싶을 때는 누구 말도 듣지 않는 고집불통. 하지만 한번 뭔가에 꽂히면 누구보다도 열심히 하는 열정을 가진 주인공 강백호. 널리 알려져 있는 대로 그의 롤모델은 '코트의 악동' 데니스 로드맨이다.

올해 NBA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리게된 로드맨은 자타공인 '리바운드의 달인'이다. 득점력은 떨어지지만 뛰어난 수비력과 무시무시한 리바운드로 항상 제몫을 해낸다. '리바운드를 제압하는 자가 경기를 지배한다'는 명언이 딱 들어맞는 선수다.

강백호 역시 마찬가지다. 농구 경력은 짧지만 탁월한 운동 신경을 갖추고 있던 그는 리바운드에 재미를 붙인 이후 소속팀 북산 골밑의 키 플레이어로 거듭난다. 상대 빅맨들에게 겹겹이 둘러 쌓인 상태에서 몇번의 연속 점프로 결국 리바운드를 낚아채는 것을 비롯 부상을 두려워하지 않고 루즈볼을 향해 몸을 날리는 투혼은 딱 판박이다.

'스탁스' 정대만과 '밀러' 신준섭

슬램덩크 속 최고 슈터는 단연 북산의 정대만과 해남의 신준섭이다. 외곽슛을 통해 경기 흐름을 바꿀 수 있을 정도로 위력적인 '한방'을 갖고있는 이들은 뛰어난 슈터라는 점은 같지만 플레이 스타일은 천양지차다.

'불꽃 남자'라는 애칭으로 불리고있는 정대만은 1990년대 뉴욕 닉스의 대표 슛쟁이 존 스탁스를 연상시킨다. 스탁스는 이른바 몰아치기에 강했다. 안정적으로 외곽을 터트리는 타입이라기보다는 한번 터질 때 미친 듯이 외곽슛을 쏟아붓는 스타일이었다.

존 스탁스는 분위기를 잘 탄다고 할 수 있는데 학창 시절 방황으로 인해 한동안 농구공을 잡지 못해 기복 심한 슈터가 된 정대만과 비슷하다. 자기 자신에 대한 프라이드가 상당히 강하다는 점도 닮은꼴이다.

깡마른 체구에 큰 키 그리고 안정적인 3점슛을 갖춘 신준섭은 인디애나 페이서스의 전설적 슈터 레지 밀러와 판박이다. 저자는 밀러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지만 당시 NBA에 관심 있던 팬이라면 슛폼과 외모에서부터 신준섭과 닮았다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다.

'토마스' 이정환과 '프라이스' 김수겸

북산과 같은 도내에서 오랜 시간 동안 최강팀으로 군림하고 있던 해남과 상양, 그곳을 이끄는 리더들은 이정환과 김수겸이라는 강력한 포인트가드들이다. 이들은 외모와 플레이 스타일은 다르지만 각각 뛰어난 카리스마를 갖고있는지라 팀 동료들이 큰 믿음을 갖고 따른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정환은 디트로이트 '배드보이스'의 캡틴 아이재이아 토마스를 쏙 닮았다. 토마스는 186cm의 크지 않은 신장에도 엄청난 돌파와 클러치 샷을 자랑했으며 자신보다 훨씬 큰 상대들과의 몸싸움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이정환도 마찬가지다. 그는 어설픈 패싱게임으로 경기를 풀어가기보다는 자신이 직접 선두에 서서 상대팀의 수비진을 허무는 돌격형 투사다. 순간적인 스피드가 좋아 동선이 간파 당해도 어렵지 않게 뚫는다. 한발 앞서 잽싸게 막아서는 상대는 몸싸움으로 밀어낸다.

워낙 빠르고 힘이 좋아 복잡한 잔기술이 크게 필요 없다. 같은 1번 포지션은 물론 어지간한 포워드들과의 몸싸움에서도 밀리지 않을 정도다. 북산센터 채치수의 골밑수비를 돌파로 뚫고 능남 포워드 윤대협을 상대로 블록슛을 하는 등 탈 가드급 플레이의 소유자다.

반면 김수겸은 클리블랜드 캐밸리어스 시절 마크 프라이스가 그랬듯 정교한 슈팅과 패싱 능력으로 경기를 풀어나간다. 호리호리한 체구를 가진 그는 신체 조건은 썩 뛰어나지 않지만 센스와 전체 경기를 읽는 눈이 좋다. 동료들 움직임에 맞춰 한 박자 빨리 패스를 건네는 것은 물론 슛을 던지는 타이밍 또한 상당히 빨라 매치업 상대를 쉽게 속인다.

'매직' 윤대협과 '조던' 서태웅

3학년 이정환과 김수겸이 고교시절 내내 도내를 대표했다면 이들의 뒤를 이을 선두주자는 단연 능남 2학년생 윤대협과 북산 1학년 서태웅이다. 내외곽을 넘나드는 뛰어난 공격력을 갖춘 이들은 팀내에서도 '에이스'로 불리는데 그런 만큼 팬들 사이에서의 인기도 매우 높다.

포워드임에도 어지간한 포인트가드 이상의 리딩능력과 센스를 갖춘 윤대협은 쇼타임 레이커스의 전설 '코트의 마법사' 매직 존슨을 연상케 한다. 매직은 1번이면서도 어지간한 포워드보다도 큰 신장(206cm)을 갖춘 장신 가드였다. 단순히 키만 큰 것이 아닌 최고 수준의 포인트가드이면서도 필요하다 생각되는 순간에는 다른 포지션도 문제없이 소화해냈던 만능 플레이어다.

윤대협도 그렇다. 그는 이타적인 마인드로 인해 동료들을 살리는 플레이를 즐기지만 위험하다 판단되면 직접 에이스가 되어 위기상황을 뚫어나간다.

반면 서태웅은 시카고 불스가 1차 3연패를 이루기 직전 시절 '블랙켓' 모드였던 마이클 조던과 닮아있다는 의견이 많다. 당시 조던이 그랬듯 서태웅은 뛰어난 득점력은 갖추고 있지만 주로 개인기 위주이며 노련미가 부족하다. 윤대협(매직)-이정환(토마스) 등 노련한 플레이어들에게 밀리는 것도 그 때문이다.

하지만 앙숙이자 콤비(?)인 강백호가 그랬던 것처럼 연이어 강적들과 겨루면서 성장을 거듭하는데 전국대회에서 산왕공고와 혈투를 벌인 이후 팀 플레이에도 눈을 떠간다. 상당한 시행착오 끝에 농구황제로 거듭난 조던이 그랬던 것처럼.

'로빈슨' 채치수와 '올라주원' 신현철

성실하고 모범적인 이미지에 듬직한 체격을 바탕으로 골밑을 든든하게 지켜주고 있는 북산 센터 채치수는 샌안토니오 스퍼스의 기둥이었던 '해군제독' 데이비드 로빈슨과 쏙 닮아있다. 로빈슨은 후계자 팀 던컨이 그랬던 것처럼 크게 개성을 부리거나 튀는 스타일은 아니다. 묵묵하게 농구에 집중하고 기복없는 플레이로 포스트를 사수하며 팀 동료들을 든든하게 해준다.

강백호를 농구계에 입문하게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하는 채치수는 자신이 에이스가 된다거나 인기스타로 발돋움하는 것에는 큰 욕심이 없다. 오직 팀 동료들과 함께 좋은 성적을 거두기를 바랄 뿐이다. 채치수가 지키는 골밑을 만만하게 보고 달려들면 큰코다친다. 항상 골밑에 집중하고 있는 채치수는 상대가 누구든 그의 영역에 침범하면 '파리채 블로킹'을 통해 제압해버린다.

초창기에는 고릴라 이미지를 보이며 페트릭 유잉을 연상케 하기도 했지만 성격과 플레이 스타일 그리고 나중에 살짝 변해 가는 외모(?)등에서는 유잉보다는 로빈슨에 가깝다는 의견이 많다.

반면 전국 최강 산왕공고의 주전 센터 신현철은 '드림쉐이크(Dream Shake)'로 유명한 하킴 올라주원을 연상케 한다. 센터이면서도 어지간한 포워드 못지 않은 유연한 몸놀림과 테크닉으로 채치수를 놀라게 했던 그는 외곽슛까지 갖춘 전천후 센터다. 외곽에서부터 골밑까지 모두 위력을 떨쳤던 당시 올라주원의 위력이 신현철을 통해 뿜어져 나온다.

이밖에도 산왕공고의 주전 포인트가드 이명헌과 에이스 정우성은 각각 게리 페이튼과 페니 하더웨이를 닮아있다. 날카로운 이미지에 악착같은 수비력을 선보였던 페이튼은 화려함보다는 실속 있는 플레이로 상대를 주눅들게 했던 이명헌과 판박이이며 페니의 놀라운 개인기와 멋진 폼은 정우성의 플레이를 통해 그대로 재현된다.

더불어 작품이 생각보다 빨리 끝나는 바람에 자주 등장하지는 못했지만 명정공고의 김판석은 짧은 등장신에도 팬들에게 큰 임팩트를 남긴 캐릭터다. 엄청난 체구를 바탕으로 골밑을 지배했던 그는 단순히 어깨를 툭 부딪힌 것만으로도 힘 좋은 강백호를 깜짝 놀라게 했다. 김판석의 모델은 다름 아닌 거구와 괴력으로 당시 NBA팬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겨줬던 올랜도 매직 시절의 '공룡센터' 샤킬 오닐이다.
 
-문피아 애독자 윈드윙-

댓글 0

  • 댓글이 없습니다.


댓글쓰기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글목록
번호 제목 작성일
3 만화이야기 | 피와 땀이 튀는 리얼격투기 '프로레슬링' *2 12-11-28
2 만화이야기 | 만화 속에서의 타이거 마스크 12-11-24
1 만화이야기 | 전성기․침체기, 언제나 존재했던 호랑이 가면 12-11-23

비밀번호 입력
@genre @title
> @subject @ti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