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윈드윙 님의 서재입니다.

스포츠 쓴것


[스포츠 쓴것] 김국찬, 현대모비스 '이동 미사일'로 뜬다

농구라는 스포츠에서 슛이 좋다는 것은 엄청난 장점이다. 여러 가지 요소가 맞물려있지만 결국은 골을 넣어서 득점을 해야 이기는 종목이기 때문이다. 최고의 선수들이 몰려있는 프로무대에서는 더욱 그렇다. 압도적 사이즈, 탈 리그 수준의 운동능력이나 수비력을 갖추고 있지 않은 이상 슈팅능력이 떨어지게 되면 생존을 장담하기 쉽지 않다.

반면 슈팅력만 안정되어있다면 다른 능력치가 조금 떨어져도 어느 정도 기회를 얻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슈팅력은 해당 선수의 커리어에 엄청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이는 전 세계 농구 흐름을 좌지우지하는 현 'NBA(미프로농구)'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난다. 스테판 커리는 운동능력 등에서는 NBA 상위권이라고 보기 힘들지만 극강의 슈팅력하나만으로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를 일약 역대급 왕조로 만들어냈다.

이는 NBA 전체에도 큰 영향을 끼쳤고 원활한 공간창출을 위해 빅맨도 슈팅력을 갖춰야한다는 흐름으로 이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현재의 NBA는 빅맨도 오픈찬스에서는 과감하게 외곽슛 혹은 중거리슛을 성공시켜야하는 추세다. 각종 수비기술이 늘어나면서 결국 전원이 슈팅력을 갖추지 못하면 경쟁력이 떨어지는 시대가 된 것이다.

이는 국내 프로농구(KBL)에서도 마찬가지다. '한국판 제이슨 키드', '테크로 가드' 등으로 불리던 커리어 초창기 주희정은 폭발적 스피드와 공격적인 경기 운영으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약한 슈팅 능력은 최고가 되는 길목에서 늘 발목을 잡았고 이에 부단하게 슛 연습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결국 슈팅까지 장착하게 되면서 완전체 가드로 리그를 호령할 수 있었다.

신명호는 최악의 슈팅력에도 불구하고 수비력 하나만으로 명문 KCC의 프랜차이즈 스타가 된 희귀한 케이스다. 하지만 바꿔 말하면 슈팅력만 평균 정도 되었어도 지금보다 훨씬 나은 커리어를 만들어 냈을 것이다. 그를 키웠던 허재 전 감독이 신명호가 신인이던 시절 "외곽슛만 갖춘다면 5억 원짜리 선수다"는 말을 했을 정도다.

슈팅력이 안정되었다는 것은 비단 한가지 장점으로 끝나지 않는다. 수비 입장에서 슈팅을 의식하다보면 이것저것 신경 써야 될 것이 많아지고 플레이하는 선수는 다른 부분까지도 덩달아 잘되는 시너지효과를 볼 수 있다. 프로 데뷔 당시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하던 전자랜드 강상재와 김낙현이 안정적인 슈팅능력을 앞세워 맹위를 떨치고 있는 것이 대표적 예다.
 


(1) 문경은.jpg

 '람보슈터' 문경은은 프로농구 역사를 대표하는 슈터중 한명이다.
ⓒ 서울 SK


 
외곽 라인의 에이스, 고감도 저격수 슈터
 
슈팅능력의 정점에 서있는 선수들은 이른바 '슈터'로 불린다. 다른 무엇보다도 슛을 앞세워 팀에 공헌하는 스나이퍼들로 그들이 제대로 상대진영을 저격해줘야 동료들도 편하게 플레이할 수 있다. 경기에서 패한 팀 수장이나 팬들 사이에서 '00의 외곽슛이 한두방만 터졌어도…'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슈터의 한방은 단순한 3점 1개가 아닌 경기 전체의 흐름을 바꿀 수도 있다.

물론 슈터가 슛만 정확하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슈팅능력이 좋은 선수에게는 상대팀에서도 집중견제가 들어간다. 끈질기게 달라붙어 슛찬스를 흔들어놓는 것은 물론 아예 공을 편하게 잡지 못하게 수비하기도 한다. 경쟁력있는 슈터가 되기 위해서는 그러한 수비를 견디어 내거나 뚫고 슛을 성공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아마시절 뛰어난 슈터였지만 프로에서 기대치만큼 못하고 사라진 선수 중 상당수는 슛은 좋지만 프로수준의 수비를 이기고 득점을 만들어내는데 실패한 케이스가 대부분이다. 신장이 작은데도 스피드가 좋지 못하거나 사이즈는 갖췄지만 센스가 부족한 경우 등 다양한 요인이 지적됐다. 슈터라는 포지션이 단순히 슛만 좋다고 되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때문에 빼어난 슈터들의 상당수는 이른바 '공 없는 움직임이 좋다'는 평가를 받는 케이스가 많다. 개인능력으로 자신의 마크맨을 따돌리고 득점을 성공시키는 것도 좋지만 공간을 활용할 수 있어야 팀에 더욱 큰 도움이 된다. 자신의 기록을 가져가면서 팀 조직력도 끌어올릴 수 있다.

슈터는 상대의 빈틈을 파고드는 저격수의 임무를 맡고 있는지라 끊임없이 움직이며 동료들이 패스를 주기 편하게 만들어내야 한다. 본인 역시도 최대한 좋은 타이밍에서 패스를 받아야 외곽슛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 위협적인 슈터가 부지런히 코트를 누비고 다니다보면 상대 수비 입장에서도 부담스럽기 그지없다.

김상식 한국 남자 농구 국가대표 감독은 선수시절 '이동미사일', '날다람쥐'등의 별명으로 불렸다. 단순히 외곽에서 받아먹는 타입이 아닌 끊임없이 움직이며 슈팅을 날리는 활동량, 센스와 테크닉을 모두 갖춘 흔치않은 전천후 슈터였기 때문이다. 문경은, 조성원 등에 비해 이름값은 떨어졌지만 한창때 기량만큼은 충분히 대적할만 했다는 평가다.

비록 대부분의 선수시절을 기업은행(실업), 나산 플라망스(프로) 등 약팀에서 보내느라 가지고 있던 기량에 비해 스포트라이트는 적게 받았지만 실력만큼은 당대의 쟁쟁한 스타들 못지않았다. SBS에서 뛰던 시절에는 이미 전성기의 기량을 상실한 상태였다.

현재도 그렇지만 김상식 전 감독이 현역으로 뛸 때에도 돌파, 드리블, 슈팅, 패싱능력 등을 고르게 갖춘 선수는 극히 드물었다. 그는 찬스에서 받아먹기만 하던 대부분의 슈터들과 달리 뛰어난 개인기로 수비수 한두명 쯤은 가볍게 제칠 수 있었고 자신에게 수비가 몰리면 기가 막힌 패스로 동료들의 찬스를 봐주는 능력도 탁월했다.

거기에 스탭까지 빠른지라 상대팀에서는 그를 막는데 상당한 애를 먹었다. 이런 그를 두고 많은 팬 사이에서는 올라운드 플레이어의 대표 주자인 허재의 '보급형'이라는 평가까지 있을 정도였다. 기업은행과 나산에서 뛰던 시절 상대팀 벤치에서는 "상식이만 막아! 상식이 놓치지마"라는 소리가 습관처럼 들리기 일쑤였다.
 


(2) 김국찬 안영준.jpg

 울산현대모비스 차세대 '이동미사일'로 성장중인 김국찬
ⓒ 울산현대모비스


 
스나이퍼 기질 풍부한 김국찬, 새팀에서 가능성 폭발?
 
프로에 발을 딛은 선수 중에 슈터형으로 분류되는 선수는 무수히 많다. 결국 공을 넣어서 점수를 올려야 승리를 가져갈 수 있는 농구의 특성상 슛이 정확한 선수는 각광받을 수밖에 없다. 운동능력, 사이즈, 기타 능력 등에서 조금 떨어지더라도 슛에서 경쟁력이 있으면 어느 정도의 기회가 보장된다.

하지만 프로에서 슈터로 성공하기는 매우 어렵다. 각팀마다 슛 능력으로 승부하는 유형은 여럿씩 있는지라 팀내 경쟁을 넘어 어느 정도 출전시간을 확보하고, 또 실제 경기에서 꾸준히 보여주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정래, 전정규, 이동준, 신동한 등 대학무대에서 위력적인 슈팅을 자랑했던 상당수 선수들이 프로에서 기대치만큼의 성적을 올리지 못하고 유야무야 사라져간 것이 이를 증명한다.

프로에서 슈터로 자리 잡기 어려운 데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가장 큰 장애물중 하나는 단연 '수비'다. '공격보다 수비전술의 발전이 더 빠르다'는 평가처럼 국내리그는 꾸준하게 디펜스 시스템이 발전하고 있다. 전문수비수가 각광받는 것은 물론 팀수비 자체에서도 업그레이드가 계속되는 있는 모습이다. 과거처럼 고득점 국내 선수가 쉽게 나오지 않는 이유 중 하나다.

프로의 수비는 거칠다. 대학 아마무대에서는 쉽게 벗겨지던 수비가 프로에서는 더욱 끈끈하고 터프한 것은 물론 때에 따라서는 외국인 선수의 디펜스마저 감당해야한다. 슛을 많이 던지면서 감을 잡아야하는 슈터의 특성상 슛기회 자체가 줄어들게 되면 특유의 리듬을 유지하기가 매우 어려워진다. 당연히 영점이 들쭉날쭉할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울산현대모비스 김국찬(23·191cm)은 행복한 슈터다. 팀의 미래 자원 키우기의 중심으로 낙점받아 끊임없이 기회를 잡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가지고 있는 자질이 출중하기에 그러한 기회가 주어지고 있다고 볼 수 있겠지만, 여러가지 상황이 그에게 좋은 쪽으로 돌아가고 있는 것 만큼은 분명하다.

김국찬은 본래 KCC의 미래 중 한명으로 불렸던 선수다. 부상으로 주춤하기는 했으나 워낙 슈터로서의 재능이 빼어나다는 평가를 받았다. 전창진 감독 역시 개인 훈련까지 함께하며 김국찬을 키우려했다. 그러던 중 현대모비스와의 대형트레이드가 터졌다. KCC는 이대성(29·193cm), 라건아(30·199cm)를 받고 리온 윌리엄스(33·197cm), 박지훈(30·193cm), 김세창(22·182cm) 그리고 김국찬까지 내줬다.

이에 KCC팬들 사이에서는 안타까움의 목소리가 컸다. 라건아, 이대성이라는 거물이 합류하는 것은 반가웠지만 어디까지 성장할지 모르는 김국찬의 이적은 그저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막 슈터로서의 불꽃이 일어나는 시점이어서 더욱 그랬다. 하지만 당시 이름값만 놓고 봤을 때 김국찬까지 끼지 않고서는 트레이드가 성립되기 어려웠을 것이다.

김국찬은 트레이드 후 더욱 펄펄 날고 있다. 출장시간이 늘어나자(평균 32분) 장기인 3점슛은 물론 미들슛에 허를 찌르는 돌파와 2대2플레이까지 전천후 슈터로서 성장 중이다. 끊임없이 코트를 누비며 다양한 플레이를 펼치는 모습은 흡사 한창때 김상식을 보는 듯하다. 울산현대모비스에서 5경기를 소화한 김국찬은 현재 평균 15.6득점, 2.6리바운드, 2어시스트로 국내선수 상위급 성적을 기록 중이다.

과연 김국찬은 여러 가지 악재를 딛고 리그를 대표하는 슈터로 성장할 수 있을까.  새로운 '이동 미사일' 등장에 울산현대모비스 팬들의 즐거운 비명이 계속되고 있다.


- 문피아독자 윈드윙-


댓글 0

  • 댓글이 없습니다.


댓글쓰기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글목록
번호 제목 작성일
17 스포츠 쓴것 | '50억 효과' 김주찬…KIA 폭발 도화선 *2 13-03-31
16 스포츠 쓴것 | 애증의 채태인 '채리 본즈'로 돌아오라 *2 13-03-29
15 스포츠 쓴것 | 신종길, 시범경기 맹타…봄종길 오명 씻을까 *2 13-03-23
14 스포츠 쓴것 | KIA 마무리 잔혹사…2002 리오스 반면교사 *4 13-02-25
13 스포츠 쓴것 | ‘박경상·김효범·강병현’ 되살아난 가드왕국 KCC *2 13-02-17
12 스포츠 쓴것 | '용 되지 못한 이무기?’ 이종범과 다른 박재홍 13-01-28
11 스포츠 쓴것 | KIA 떠난 타격왕…NC서 영광 재현? 13-01-25
10 스포츠 쓴것 | ‘꼴찌도 서러운데’ KCC 공공의 적 취급 13-01-19
9 스포츠 쓴것 | ‘불꽃남자 전대만’ 전정규…먹튀 오명 벗고 펄펄 13-01-03
8 스포츠 쓴것 | ‘무르익는’ 무등아이돌…KIA판 스탁턴·말론? 12-12-06
7 스포츠 쓴것 | ‘김진우 아깝다’ KIA 뒷문 때문에 힁하다 12-12-05
6 스포츠 쓴것 | ‘희망고문’ 이대형, 유망주 껍질 언제 벗나 *4 12-12-04
5 스포츠 쓴것 | ‘톱타자감만 넷’ KIA…관건은 LCK포 파괴력 12-11-30
4 스포츠 쓴것 | ‘김주찬 불똥?’ 홍성민 잃은 KIA…불펜 비상령 12-11-29
3 스포츠 쓴것 | '양날의 검' 전태풍…짝 잃은 외기러기? 12-11-28
2 스포츠 쓴것 | 의리택한 인민타자…애정지수 급상승 12-11-23
1 스포츠 쓴것 | 50억 투여 김주찬…KIA 육상부 중심이동? 12-11-23

비밀번호 입력
@genre @title
> @subject @ti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