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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쓴것


[스포츠 쓴것] 승부처에 강했던 KCC는 옛말? 봉인은 언제 풀릴까

프로농구 대표적 명가 전주 KCC 이지스는 큰 경기나 승부처에서 유달리 강한 모습을 뽐내왔다. 초대 신선우 감독은 '이조추 트리오'로 불리는 영리한 토종 3총사를 필두로 다양한 식스맨을 적재적소에 활용하며 빅게임 승부사로 명성을 떨쳤다. 상대의 라인업이나 전략에 맞춰 허를 찌르는 전술을 잘 구사했던 그는 '신산'이라는 별칭으로 불리기에 충분했다.

뒤를 이은 허재 감독 또한 선수 시절 보여 왔던 두둑한 배짱과 뚝심을 지도자로서도 제대로 증명했다. 강병현, 신명호, 임재현, 하승진 등 호불호가 뚜렷한 선수를 팀에 맞게 장점을 잘 뽑아냈고 식스맨 활용도 좋았다.

특히 수비는 전략적으로 펼치면서도 공격시에는 자신감을 강조하는 지도법으로 팀 전체에 자신감을 심어주었다. 그 결과 허감독과 함께하는 선수들은 승부처에서 유달리 자신감을 드러냈다는 평가다. 신감독이 디테일했다면 허감독의 농구는 선이 굵었다.

현재 KCC를 이끌고 있는 추승균 감독은 앞선 두 감독에 비해 아직 증명할게 많다. 구단의 전폭적 지원 속에서 올 시즌 재계약까지 성공한 그는 신선우, 허재 두 전임 감독과 모두 함께했다는 점에서 장점을 두루 갖춘 명장이 될 것이다는 기대가 많았다. 그만큼 감독까지 올라온 성장 배경과 환경이 너무 좋았다. 그야말로 엘리트 코스였다.

정식 감독 첫 시즌 추 감독 역시 승부처에서 강한 모습을 보였다. 본인이 야심차게 뽑은 안드레 에밋(36·191cm) 덕분이다. 지나친 볼 독점으로 이후 골칫덩어리가 되기는 했으나 첫 시즌 에밋은 놀라운 골 결정력으로 KCC의 순항을 이끌었다. 추 감독은 승부처에서 무조건 '에밋고'를 외쳤고, 에밋 역시 알고도 막기 힘든 득점력으로 이에 화답했다.

올 시즌 추 감독은 팬들에게 자신의 능력을 증명해야한다. 팬들의 집단 반발 속에서 소리 소문 없이 조용히 재계약이 이뤄진지라 신구조화가 잘된 팀을 이끌고 성적과 리빌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한다. 에밋과의 길었던 3년이 지나고 브랜든 브라운(33·193.9cm), 마퀴스 티그(25·185.4cm)라는 완전히 바뀐 외국인 선수 진용과 함께 한다.

구단 역시 능력 있는 외국인 코치 수혈 등 다방면으로 추 감독을 밀어주고 있는 상황이다. 역대로 따져도 이정도로 많은 지원을 받은 감독도 흔치않다. 지도자 입장에서 완벽한 조건과 환경이다. 때문에 올 시즌 추 감독에게 쏟아지는 팬들의 관심은 매우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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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주 KCC가 살기위해서는 강행군으로 몸이 무거워진 토종 에이스 이정현의 적절한 체력안배와 팀패턴의 지원이 필요하다.
ⓒ 전주 KCC


 
최근 3연패 KCC, 후반 전략 싸움에서 약점 드러나
 
최근 KCC는 분위기가 좋지 못하다. 슬로우 스타터답지 않게 초반부터 승수를 쌓아가며 순항하는 듯 했으나 라운드 막판 연패에 빠지며 결국 4승 5패의 성적으로 1라운드를 마쳤다.

1일 서울 삼성, 3일 안양 KGC 인삼공사와의 경기는 KCC가 좋은 전력을 가지고 왜 연패에 빠졌는지를 짐작케 한다. 전반 승기를 잡아가며 무난히 경기를 가져갈 듯 하다가 후반에 점수를 따라잡히고 접전에서 고배를 마시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

삼성 전의 승부처는 상대 장신 외국인 선수 벤 음발라(23·196.3cm)가 허벅지 부상으로 물러나있던 4쿼터였다. 빅맨 용병이 빠지게 된 삼성은 위기를 맞았다. 그 순간 추 감독은 장신 외인 브라운을 불러들이고 티그를 투입했다. 단신 외국인 선수로 맞불을 놓은 것이다. 하지만 별다른 소득은 없었고 결국 브라운을 다시 투입해 높이로 승부로 건다.

사실상 양 팀에서 할 수 있는 전략은 뻔했다. 삼성은 높이를 포기하고 스피드와 외곽슛으로 승부를 봐야했다. 반면 KCC는 포스트가 약해진 삼성의 약점을 공략할 필요가 있었다. 그러한 뻔한 대결 양상에서 이상민 감독이 웃었다. 공격시 스페이싱 플레이를 살려 빠른 돌파와 외곽슛을 성공시켰고 수비시에는 적절한 도움 수비로 브라운을 막아냈다.

반면 KCC는 눈에 보이게 브라운에게 볼을 몰아주다보니 삼성의 수비에 막혀 공격 성공률이 낮았다. 수비시 삼성의 스페이싱 플레이에도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하며 속공, 외곽 공격을 제어하는데 실패했다. 절대적으로 유리한 상황이었으나 전략, 흐름 싸움에서 고배를 마신 것이다.

삼성은 음발라가 막판 퇴장당하며 병 주고 약주는 플레이로 패배 위기까지 몰렸지만 이감독의 냉정하고 영리한 대처로 값진 승리를 얻을 수 있었다. 스포츠에서 감독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몸소 보여준 승부였다. 이는 KGC 전에서도 비슷하게 반복되며 지켜보던 KCC팬들을 속터지게 했다.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는 브라운, 이정현
 
삼성과의 경기에서는 브라운과 이정현(31·191cm)의 플레이가 아쉬웠다. 기록적인 면만 놓고 봤을 때는 그럭저럭 나쁘지 않았으나 수비에서 매치업 상대를 제대로 제어하지 못했다.

브라운은 경기 내내 음발라를 효과적으로 봉쇄하지 못했다. 음발라는 투박하지만 투지 넘치는 골밑 플레이가 인상적이다. 힘이 좋은지라 어지간한 충돌은 개의치 않고 골밑에서 공격을 펼친다.

슈팅거리가 길지 못하고 섬세하지 못한 유형이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하승진(33·221cm)의 부상 공백이 아쉬운 부분이다. 브라운은 음발라의 밀어붙이는 플레이에 여러차례 바스켓 카운터를 허용했다. 그 과정에서 격한 몸싸움이 자주 일어나고 스스로도 흥분을 주체하지 못해 격앙된 모습을 드러냈다.

이런 경우 벤치에서 다른 방식의 수비를 지시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완전히 자리를 내주거나 뚫렸다 싶을 때는 추가 파울은 불필요했다. 흥분한 브라운은 하지 않아도 되는 파울로 음발라에게 바스켓 카운터를 허용하며 기만 살려주고 말았다. 이는 공격시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끼쳤을 것이 분명하다. 공격 또한 밀어붙이는 방식보다는 미들슛 횟수를 늘리거나 동료들을 살리는 플레이로 음발라의 약한 부분을 노리는 플레이가 필요했다.

이정현은 올 시즌 출발이 좋지 못하다. 매 시즌 많은 출장시간을 가져가고 국가대표로도 활약하는지라 체력적으로 힘에 부칠 수 밖에 없다. 때문에 최근 몸이 부쩍 무거워진 듯 한창 좋을 때의 플레이가 잘 나오지 못하고 있다. 출장 시간 조절의 필요성에 관한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그런 상태에서 이정현은 이관희(30·190㎝)와 매치업 됐다. 이관희는 이정현처럼 기술적으로 빼어난 유형은 아니지만 빠른 발을 앞세운 날카로운 돌파가 위협적이다. 더욱이 이정현과는 여러 차례 경기 중 충돌한 사례가 있다. 1년 후배임에도 이정현만 만나면 당장이라도 싸울 듯이 분노를 자주 표출하며 승부욕을 불태운다.

이감독은 이관희에게 적극적인 돌파를 지시했다. 이관희는 장기인 스피드를 살려 쉴새없이 KCC 골밑을 공략했다. 부쩍 몸이 무거워진 이정현의 발은 이관희를 따라가지 못했다. 그로인해 이관희(19득점 7리바운드 2스틸)는 본인이 많은 점수를 올린 것을 비롯 동료들에게도 많은 공간을 만들어주는 시너지 효과를 불러일으켰다. 차라리 발 빠른 젊은 선수들을 앞세워 컨디션이 좋았던 이관희를 수비하는 것은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정현이 지난 시즌을 통해 토종 에이스 역할을 잘 해준 것은 사실이지만 선수가 매 경기 좋을 수는 없다. 더욱이 체력적으로 지친 현재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자팀 선수의 컨디션을 체크하고, 상대편에서 흐름이 좋은 선수의 리듬을 적절한 매치업 변경을 통해 끊어주는 것도 벤치의 몫이다.

좋지 못한 이정현의 컨디션은 경기 막판 클러치 상황에서도 악재로 작용하고 말았다. KCC는 4점 차이로 뒤지며 패색이 짙던 상황에서 음발라의 유파울로 인해 자유투 2개와 공격권을 얻었다. 단숨에 동점 혹은 역전까지 노릴 수 있던 상황이었다. 음발라가 유파울 두 개 째를 범하며 퇴장 당했다는 점에서 연장전으로 가더라도 KCC가 무조건 유리했다.

하지만 이정현은 자유투 2개중 하나를 놓쳤고 당황한 나머지 이어진 공격 기회에서도 무리한 플레이로 일관하다 결국 경기를 내어주고 말았다. 자유투를 놓치며 부담감이 커진 이정현 대신 다른 선수가 공격을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러한 부분을 체크해 이정현을 자제시키거나 미리 만들어온 패턴을 돌리는 것도 물론 벤치가 할 일이다.
 
KGC 전에서도 이어진 유리한 상황 못 살리기
 
절대적으로 유리한 상황에서도 삼성과의 후반 접전 승부에서 분패한 KCC는 KGC를 상대로도 비슷한 내용으로 역전패 당하고 말았다. 이날 KCC는 전반에 브라운이 펄펄 날며 KGC 골밑을 맹폭했다.

삼성 전에서 음발라의 터프함에 고전했던 브라운은 미카일 매킨토시(24·198cm)를 상대로 공격, 리바운드에서 압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거기에 매킨토시가 3쿼터 파울 트러블로 빠져버리며 KCC에 유리하게 흐름이 전개됐다. 연패를 끊어내고 분위기를 재정비할 찬스였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삼성 전의 악몽이 재현되고 말았다. KGC 김승기 감독은 국내 선수들을 잘 활용한 라인업으로 경기 흐름을 반전시켰다. KGC는 외려 매킨토시가 빠지자 국내 선수들의 적극적 리바운드 가담과 더블팀 수비를 통해 더 좋은 경기력을 보였다. 이같은 흐름은 4쿼터에서 이어졌다.

KGC는 양희종같이 3점슛에 능하지 못한 선수들까지 돌아가면서 3점을 성공시키고 강한 압박 수비로 KCC의 실책을 유도했다. 작전 타임 타이밍을 잘 잡지 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던 추 감독은 이날도 흐름을 빼앗기고 역전이 되고나서야 뒤늦게 부랴부랴 작전 타임을 불렀다. 이상민 감독과의 전략 대결에서 밀린데 이어 김승기 감독에게마저 완패를 당했다.

KCC는 선수들의 막판 투혼으로 승부를 연장 접전까지 몰고 가는데 성공했지만 변변한 휴식 없이 많은 출장 시간을 가져갔던 브라운을 비롯한 주축 선수들의 체력이 방전되며 힘없이 경기를 넘겨주고 말았다.
 
토종 에이스 이정현, 부활할 수 있을까?
 
브라운은 지난 시즌 주포인 에밋과 비교해 패싱 게임에도 신경을 쓰고 받아먹는 플레이도 잘해준다는 점에서 나쁘지 않은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이정현과의 호흡에 대해서는 아직까지는 만족스럽지 않다. 브라운은 정통 빅맨스타일이 아닌 센터 역할이 가능한 기술 좋은 포워드다. 포스트업보다는 페이스업이 위력적이고 스크린을 서주는 플레이 등은 능숙하지 못하다.

이정현이 토종파를 대표하는 올라운드 플레이어가 된 배경에는 스크린을 잘 이용한다는 부분도 컷다. 지난 시즌 찰스 로드(33·200cm)와의 투맨게임이 위력을 떨쳤던 부분도 그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브라운과는 아직까지 궁합이 썩 좋지 못하다.
벤치에서도 그런 부분을 모를 리가 없었을 터인지라 선발 당시부터 다른 방식으로 채울 수 있는 옵션을 준비했어야한다. 어쨌거나 브라운, 이정현이 모두 제몫을 해내야 팀이 살기 때문이다.

여기에 대해 다른 선수들이 스크린에 더 신경을 쓰거나 브라운과의 또 다른 공격 옵션을 맞췄어야 된다는 지적이 많다. 물론 시즌 중에 만들어질 가능성도 있겠으나 완성되는데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는지라 시기적으로 아쉬움이 남는다. 신입 외인도 아닌지라 전자랜드에서 지난 시즌 브라운을 어떻게 활용했나 참고할 필요가 있다.

다행히 KGC전에서의 이정현은 여기에 대한 어느 정도 해법을 보여줬다. 신인시절부터 이정현의 최대 장점으로 꼽혔던 부분은 자신감 넘치는 공격이다. 경력이 쌓이면서 올라운드 플레이어가 된 그이지만, 내 외곽에서 받아먹는 플레이도 잘한다.

1번 유형의 티그는 물론 브라운도 패싱게임에 신경을 쓰는 스타일이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우선은 받아먹는 플레이 위주로 컨디션을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 실제로 이날 이정현은 외곽에서 자리를 잡은 채 받아먹는 득점을 통해 조금씩 예전의 모습을 찾아가는 모습이었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좋은 자원들이 많은 KCC가 1라운드에서의 답답한 봉인을 풀고 달라진 색깔을 보여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 문피아독자 윈드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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