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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쓴것] 유도훈 감독의 결단, 전자랜드 약진 이끌까?

최근 프로농구 인천 전자랜드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 3연승 행진을 달리고 있는 것을 비롯 최근 6경기에서 5승 1패의 호성적을 기록 중이다. 무엇보다 공수에서 팀플레이가 톱니바퀴처럼 잘 돌아가며 결과는 물론 내용까지 좋다는 점에서 전자랜드 팬들을 기쁘게 하고 있다.

젊은 선수들이 많은 팀 특성상 연승으로 인해 분위기가 좋아지고 상승세까지 타고 있어 어떤 팀과 붙어도 해볼만하다는 자신감이 선수단 사이에 번지고 있는 모습이다. 승차가 많이 벌어진 관계로 선두권을 욕심내기에는 무리가 있겠지만 현재의 기세를 유지해나간다면 플레이오프에서 '대형사고'를 칠 수 있는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사실 전자랜드는 시즌 전부터 다크호스로 평가받던 팀이다. 유재학 현대모비스 감독은 프로농구 개막 미디어데이에서 "올 시즌 일을 낼 것 같다"며 전자랜드를 우승후보로 꼽기도 했다. 대부분 감독들이 막강 전력의 SK를 선택한 것에 비해 유 감독의 소신 발언(?)은 참석자들을 깜짝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아쉽게도 올 시즌 전자랜드는 매시즌 그랬듯이 잘 하기는 하지만 우승후보로 꼽히기에는 2% 모자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스피드라는 확실한 강점에 각 부분 적절한 밸런스를 살리며 DB, SK 등 강호들을 위협할 힘을 과시하고 있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현재 뛰고 있는 외국인선수들이 팀에 잘 녹아들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이유로 분석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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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자랜드 유도훈 감독은 신장에서 아쉬움이 있던 브라운을 믿고 교체용병으로 낙점했고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 인천 전자랜드


고집보다는 실속을 선택한 유 감독의 결단

전자랜드 입장에서 가장 아쉬운 것 중 하나는 올 시즌 외국인선수 드래프트에서 디온테 버튼(23·192.6cm)을 뽑지 않은 것이다. 버튼은 드래프트 현장에서 최고의 단신 외국인선수로 꼽혔지만 유 감독은 1라운드 5순위(실질적 1순위)로 조쉬 셀비(26·186cm)를 선택했다.

결과적으로 이는 악수가 되고 말았다. 셀비는 전혀 팀에 녹아들지 못한 채 그저 그런 모습을 보였던 것에 비해 버튼은 신입 용병 중 눈에 띄는 기량을 자랑하며 소속팀 DB의 선두 경쟁을 이끌고 있다. 전자랜드를 응원하는 팬들의 한숨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설상가상으로 장신 외국인 선수마저 신통치 않았다. 유 감독은 골밑을 지켜줄 선수로 2라운드 6순위 지명권을 행사해 몰트리를 낙점했다. 하지만 연습 경기 등에서 보여준 몰트리의 기량은 성에 차지 않았고 대체선수로 지난 시즌 LG에서 뛰었던 제임스 메이스(32·200cm)에 대한 가승인을 신청했지만 안타깝게도 메이스의 가정사로 인해 실패하고 말았다.

결국 유 감독은 울며 겨자먹기로 그대로 시즌을 시작했지만 몰트리의 경기력은 나아질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공격력은 둘째 치고 장신 외국인선수로서 골밑에서 투지를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유 감독의 눈살을 찡그려지게 했다. 결국 유 감독은 몰트리를 포기하고 새로운 외국인선수로 브랜든 브라운(36·193.9cm) 카드를 꺼내들었다.

지금이야 성공작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브라운 교체는 당시 팬들과 관계자 사이에서 호불호가 갈렸던 것이 사실이다. 브라운이 잘하는 선수라는 것은 트라이아웃 당시부터도 어느 정도 검증됐다. 실제로 버튼과 함께 가장 인상적인 경기력을 선보였다. 문제는 브라운의 신장이었다. 브라운은 겨우 단신 외국인선수 한계선을 넘어선 사이즈의 소유자다. 사실상 언더사이즈 빅맨으로 분류할 수 있는 선수였다. 타팀에서 브라운을 인정하면서도 지나친 가장 큰 이유였다.

좋은 선수임은 확실했지만 현재의 장·단신제도에서 단신제한보다 겨우 0.9cm 큰 브라운을 장신 외국인선수로 선택하기에는 뭔가 손해 보는 느낌이 들었던 것. 브라운을 데려가는 팀은 실질적으로 단신 외인만 둘을 놓고 쓰는 상황이 될 수도 있었다.

각팀마다 장신 외국인선수를 보유하고 있는 실정에서 확실한 토종 빅맨이 없는 전자랜드임을 감안했을 때 유감독의 결단은 모험적인 요소도 있었다. 그러나 유 감독은 신장보다는 기량이라고 판단했다.

더불어 장신 1번 박찬희(31·190cm)를 필두로 정효근(23·201cm), 김상규(28·201cm), 강상재(22·200cm), 차바위(28·192cm) 등 신장과 슈팅능력을 겸비한 포워드 자원들이 많았던지라 물량공세를 통한 '벌떼농구'로 포스트의 약점을 커버하는 방법을 택했다.

이는 결과적으로 대성공이었다. 장신으로 분류되기에 신장은 조금 아쉽지만 브라운의 경기력은 어떤 선수와 비교해도 부족하지 않았다. 운동능력과 센스가 좋아 내외곽을 오가며 전방위로 활약했다. 거기에 탄탄한 웨이트와 긴 리치를 가지고 있어 실제적으로 상대 장신 용병들에게 크게 밀리지 않았다.

그럼에도 전자랜드는 우승권에 다가가기에는 살짝 힘이 모자랐다. 브라운과 함께 팀을 이끌어야할 셀비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설상가상으로 셀비가 발목부상을 당했고 지난 시즌 현대모비스에서 뛴 네이트 밀러(31·187cm)가 대체용병으로 들어온다.

사실 밀러는 현대모비스에서 뛸 당시 크게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빼어난 수비실력을 바탕으로 이것저것 고르게 잘하기는 했지만 결정적으로 공격력이 에이스급이 아니었다. 주포가 필요했던 현대모비스와는 잘 맞지 않았다. 때문에 밀러가 좋은 모습을 보였음에도 셀비가 돌아오면 다시금 떠날 것으로 봤던 예상이 대다수였다.

하지만 유 감독은 셀비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밀러와 함께 남은 시즌을 함께하기로 결정했다. 셀비는 개인기는 뛰어나지만 경기중 기복이 심하고 무엇보다 팀원들과 함께하는 농구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특정선수에 의지하기보다는 폭넓은 선수층을 활용하는 현 전자랜드 스타일과는 물과 기름 같이 좀처럼 섞이지 않았다. 셀비를 살리려고 팀플레이를 일정 부분 포기하는 상황도 많았다.

반면 밀러는 살림꾼 색깔을 살려 어지간한 토종 선수 이상으로 팀플레이에 집중했다. 앞선부터 언더사이즈 빅맨 수비까지 모든게 다 되다 보니 상대적으로 다른 선수들이 편해졌다. 유 감독이 펼칠 수 있는 전술적 효율성도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전자랜드 선수들은 신이 났고 특유의 빠른 농구가 살아났다. 

전자랜드는 최근 이른바 '소매치기 군단'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대부분 선수들이 신장과 스피드를 겸하고 있는지라 모든 포지션에서 미스매치가 발생하지 않는다. 풍부한 선수층을 활용해 끊임없이 뛰고 도움수비를 가며 앞선, 포스트를 가리지 않고 상대팀을 압박해 흐름을 무너뜨리는 모습이다. 최근 전자랜드와 맞붙는 팀들은 초반부터 분위기를 빼앗기며 고전하는 내용을 드러내고 있다.

연이은 대체 용병 카드 성공 등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뚝심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유 감독의 전자랜드가 올 시즌 어디까지 진격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문피아독자 윈드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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