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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쓴것] 고농도 오렌지 쌍포, 어디까지 터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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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전 앞둔 네덜란드 쌍포 반 페르시-로벤. ⓒ 게티이미지

‘오렌지군단’ 네덜란드는 대대로 강력한 공격수를 보유했다.

토탈사커 창시자이자 포지션 파괴의 선두주자였던 요한 크루이프를 필두로 ‘검은 튤립’ 루드 굴리트, 스트라이커의 교본 마르코 반바스텐, ‘논플라잉더치맨’ 데니스 베르캄프, ‘돌고래’ 패트릭 클루이베르트, 최고의 타켓맨 루드 반니스텔 루이 등 한 시대를 풍미한 쟁쟁한 공격수들이 즐비하다.

브라질월드컵 역시 예외는 아니다. 특급 공격수의 씨가 마르지 않는 나라답게 세계 정상권 쌍포가 가공할 화력을 과시하고 있다. EPL 득점왕 출신 로빈 반 페르시(31·맨체스터 유나이티드 FC)와 ‘인간탄환’ 아르엔 로벤(30·FC 바이에른 뮌헨)이 그 주인공들. FIFA랭킹 1위의 스페인을 상대로 1경기 치렀음에도 벌써 4골을 퍼부으며 득점왕을 향한 스타트를 끊었다. 팀에서 한 명도 나오기 힘든 득점왕 후보가 무려 2명이나 자리하고 있는 것.

유럽지역 예선에서 고감도 골 감각을 선보이며 9승1무로 여유 있게 D조 1위 자리를 이끈 쌍포의 위력은 스페인전에서 어김없이 빛났다. 당초 예상은 스페인의 근소한 우세. 네덜란드가 강한 것은 분명하지만 스페인은 FIFA랭킹 1위에 빛나는 지난대회 우승팀이다. 반면 네덜란드는 현재 15위다.

하지만 네덜란드는 스페인과 맞붙으면서 투지가 더욱 불타올랐다. 2010 남아공월드컵 결승전에서 자신들의 첫 우승을 물거품으로 만든 상대였기 때문이다. 당시 네덜란드는 전천후 미드필더 베슬리 스네이더(30·갈라타사라이)를 앞세워 치열한 접전을 펼쳤지만 미세한 차이로 승부가 갈려 분루를 삼켰다.

당시에도 네덜란드는 스페인을 굉장히 힘들게 했다. 네덜란드는 독일이 스페인에 무너졌던 4강전을 잘 분석하고 나왔다. 당시 독일은 이전까지의 경기들과 달리 '선 수비-후 역습' 전략을 들고 나오며 스페인과 맞불 전략을 피했는데 결국 이는 패배의 원인 중 하나가 되고 말았다.

뒷선의 수비를 두껍게 한다고는 했지만 중원을 상대적으로 헐겁게 놓아두자 스페인 특유의 '점유율 높은 패스축구'가 살아난 것. 그 결과 독일은 경기 내내 스페인 공격에 시달리고 끌려갔다.

네덜란드는 미들필드진에서부터 적극적으로 스페인에 몸싸움을 걸며 패스가 원활하게 돌아가지 않게 하는데 주력했다. 그 결과 거친 플레이로 인한 경고가 속출했지만 그만큼 스페인은 잔 패스를 통해 경기를 풀어나가기가 어려웠다. 다른 경기들과 달리 롱패스가 자주 나왔다는 것은 네덜란드 압박이 그만큼 컸다는 얘기다.

네덜란드는 스페인의 미드필드진을 강하게 압박하다가 빈틈이 생기면 발 빠른 선수들이 날카롭게 역습에 나섰다. 허리라인에서의 압박은 스페인도 네덜란드 못지않았다. 스페인 점유율 축구의 키포인트는 미드필드진에서부터의 원활한 패싱게임이다. 상대가 볼을 잡으면 순식간에 2~3명이 에워싼 채 공을 빼앗고 이어서 '패스마스터' 에르난데스 사비의 발끝을 통해 공격진에 패스가 전달되는 과정은 매끄러움 그 자체다.

때문에 중원 싸움은 어느 때보다도 치열할 수밖에 없었고 최전방 스트라이커들에게 볼이 투입되는 횟수도 상대적으로 적었다. 당시 로벤은 큰 실수를 범했다. 좀처럼 찬스를 잡지 못하던 가운데 후반 17분 절묘한 패스를 이어받아 스페인의 수비진을 순식간에 뚫고 단독 찬스를 만들었지만, 회심의 슈팅이 골키퍼 이케르 카시야스의 선방에 막히고 말았다.

한 타임 먼저 슈팅을 때리거나 각을 좁히고 앞으로 튀어나온 카시야스를 제쳤어야 했지만 무척 좋은 기회에 스스로 당황한 듯 어정쩡한 슈팅으로 일관하다 찬스를 놓쳤다는 지적을 들었다. 반면, 스페인은 연장 후반 11분경 프란세스크 파브레가스의 절묘한 침투 패스를 전달받은 안드레스 이니에스타가 침착하게 마무리 슈팅을 성공시키며 우승을 이끌었다.

하지만 스페인과 다시 만난 로벤은 같은 실수를 범하지 않았다. 로벤은 후반 8분과 35분 카시야스가 버틴 스페인의 골문을 두 번이나 갈랐다. 특히, 후반 35분경 동료가 앞쪽으로 찔러준 패스를 전력 질주해 앞서 달리던 스페인 수비수 세르히오 라모스를 제치고 공을 따낸 후 카시야스 골키퍼까지 따돌린 뒤 골을 넣는 장면은 압권이었다. 4년 전 카시야스에게 당했던 아픔을 이자까지 쳐서 갚아버렸다.

로벤의 빠른 발 앞에 스페인이 자랑하는 ‘티키타카’는 전혀 힘을 쓰지 못했다. 로벤은 빠를 뿐 아니라 골문 근처에서의 다양한 움직임이 압권이다. 질풍 같은 속공은 물론 느릿느릿 움직이다 순간적으로 속도를 올려 수비수를 따돌리는 테크닉은 따라올 선수가 많지 않다는 평가다. 가속은 물론 순간 동작도 워낙 빨라 수비수가 정말 감당하기 힘든 스타일이다.

반 페르시는 반니스텔 루이를 잇는 최고의 타깃맨이다. 로벤처럼 끊임없이 움직이지는 않지만 시종일관 상대 수비진의 허점을 살피며 결정적인 순간 ‘킬러본능’을 뽐낸다. A매치 평균 0.5골이 넘는 특유의 결정력은 스페인전에서 빛났다.

반 페르시는 스페인에 페널티킥을 허용해 0-1로 끌려가던 전반 44분 동점골을 작렬했다. 달레이 블린트(AFC 아약스)가 하프라인 근처에서 연결한 공을 오프사이드 트랩을 깨고 들어가 골문을 비우고 나와 있던 카시야스를 살짝 넘기는 환상적인 다이빙 헤딩을 선보였다. 네덜란드 대역전극의 서막을 여는 첫 골이었다.

반 페르시의 골은 스페인 골대로부터 17.5야드(약 6m) 떨어진 곳에서 나왔는데 이는 헤딩골이 측정된 이래 가장 먼 거리에서 나온 골로 기록됐다. 반 페르시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팀이 3-1 앞선 후반 27분 카시야스 골키퍼의 실수를 틈타 추가골까지 터뜨리며 팀에 3골차 리드를 안겼다.

네덜란드가 월드컵 무대에서 5골 이상을 터뜨린 것은 1998 프랑스월드컵 당시 한국과의 경기(5-0 승) 이후 처음이다. 반대로 스페인이 A매치에서 다섯 골 이상 허용한 것은 지난 1963년 스코틀랜드(6-2) 전 패배 후 51년 만이다. 그리고 스페인에 치욕적인 대패를 안긴 중심에는 4골을 합작한 반 페르시-로벤의 쌍포가 있었다.

숙적 스페인을 침몰시킨 네덜란드는 오는 19일 호주, 24일 칠레와 남은 조별 리그를 치른다.고농도 오렌지 쌍포가 네덜란드를 어디까지 끌고 갈 것인지 주목된다.
문피아 애독자 = 윈드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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