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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미디어 쓴것] 돌아온 성룡, 명절이라 더 반가웠다

명절 혹은 국경일 브라운관의 단골손님이었던 성룡이 돌아왔다. 명절을 대표하는 스타였던 성룡표 코믹 액션 영화는 오랫동안 온가족의 브라운관을 독차지하다가 최근 들어 주춤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케이블 채널 슈퍼액션서 이번 설에 연달아 방송한 성룡 영화 시리즈는 7080세대에게는 아련한 추억을 되살렸고, 요즘 세대들에게는 이른바 '성룡 아저씨의 젊은 시절'을 볼 수 있는 기회였다. 방영된 작품은 특히 성룡의 이름을 세상에 널리 알렸던 초창기 코믹쿵푸영화라는 점에서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온 동네 아이들을 잠시 동안 쿵푸수련생(?)으로 만들어버렸던 성룡 표 작품은 당시 유행하던 수많은 쿵푸영화의 흐름을 선도해갔다. 그만큼 개성이 넘치고 이색적인 아이디어가 톡톡 빛났다. 많은 쿵푸영화가 그랬듯 뱀, 사마귀, 호랑이, 곰, 독수리 등 각종 곤충과 동물의 움직임을 따라하던 것을 비롯해, 술에 취할수록 더 강해지거나 울고 웃으면서 상대의 멘탈을 흔드는 소재까지 신선하고 파격적 요소가 많았다. 그전까진 이소룡으로 대표됐던 진중감 있는 무협영화와는 또다른 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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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권괴초.jpg  ‘소권괴초(笑拳怪超)’는 다양한 감정 변화를 응용해 상대의 멘탈을 흔들어 부수는 권법을 소재로 다뤘다.
ⓒ 소권괴초



그냥 웃고 즐겨라

지금의 상식으로 보면 당시 쿵푸영화들은 집중하기 어려운 부분도 많은 게 사실이다. 개연성을 무시한 듯한 어설픈 스토리와 전개방식 등은 그렇다 치더라도 격투신 자체만 놓고 봐도 황당하기 짝이 없다. 어차피 스토리로 승부하는 영화는 아닌지라 더욱 눈에 띌 수밖에 없다. 

목숨을 건 싸움에서 지나치게 특유의 자세를 집착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공격과 방어보다 동작 자체에 신경 쓰는 모습은 흡사 격투기보다는 합을 맞춰서 진행하는 프로레슬링 같다. 물론 영화특성상 합을 맞추는 것은 너무 당연하지만 그 합이 현실적 싸움보다는 체조의 느낌을 주는 부분도 강하다. 단순히 옛날영화니까 그렇다고 말하기에는 어렵다. 그보다 이전에 나왔던 이소룡의 영화들은 분명 많이 달랐다.

대부분 캐릭터들이 가지고 있는 맷집도 불가사의할 정도다. 뼈와 살로 이루어진 인간의 몸은 생각보다 강하지 않다. 아무리 단련됐다 해도 체중이 실린 공격에 정타를 맞으면 한 두 방만으로도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들 쿵푸영화에서 비중이 큰 배역끼리는 그야말로 수십 방 씩 정타가 들어가도 잘만 견디어낸다.

공중으로 크게 도약까지 하면서 체중을 실어서 한 날아 차기에 정통으로 얻어맞거나 폭풍 같은 연타를 계속 허용해도 금세 회복하는 모습은 하나같이 다들 맷집 왕인듯 보인다. 일반적인 격투 스포츠도 아니고 때로는 상대의 목숨까지도 과감하게 노리는 실전상황인데 말이다. 몇 분 동안 계속해서 정타를 얻어맞고도 견딜 수 있는 인간은 세상에 많지 않다.

물론 영화는 영화일 뿐이다. 상식이나 개연성으로 보지 말고 그냥 웃고 즐기면 된다. 대부분 코믹 쿵푸영화 자체가 거기에 초점을 맞춰서 만들어졌다. 더불어 당시의 시대도 반영해야 된다. 지금처럼 실전을 중시해 짧은 시간 내에 바로바로 승부가 났다면 팬들에게 먹히지 않았을 수도 있다.

핵심은 멘탈 싸움

최근 UFC 코리안 파이터 중 가장 핫한 인물을 꼽아보라면 단연 '슈퍼보이' 최두호(26·부산팀매드)다. 최두호는 순식간에 상대를 때려눕히는 펀치기술이 일품이다. 여기에는 본래 가지고 있는 타격 파워가 강한 것도 특징이지만, 무엇보다 카운터에 능한 것이 현재 인기의 가장 큰 비결로 평가된다.

아무리 격차가 있다하더라도 고수끼리의 대결에서는 대놓고 정타를 넣기 힘들다. 적어도 선수 급으로 활동할 정도라면 타격을 버티는 경험이나 정타를 맞지 않기 위한 가드 등은 갖추고 있다. 때문에 경기를 가지는 선수들은 찰나의 순간을 놓치지 않고 정타를 넣기 위한 훈련을 끊임없이 반복한다.

최두호는 이른바 '카운터 펀치'에 매우 능하다. 다양한 속임 동작을 통해 자신이 쳐놓은 함정 안으로 상대를 끌어들이는 것은 물론, 큰 공격이 들어왔을 때 같이 걸어버리기도 한다. 카운터는 상대의 공격을 피함과 동시에 자신이 정타를 터트려야한다는 점에서 매우 어렵다.

하지만 상대가 순간적으로 방어가 힘든 상황서 치고 들어오는 체중까지 역으로 돌려줄 수 있다는 점에서 일단 맞추기만 하면 어마어마한 충격을 줄 수 있다. 최두호가 이러한 플레이를 잘한다는 것은 그만큼 냉정하기 때문이다. '가슴은 뜨겁게, 머리는 냉정하게'라는 격투계의 격언이 괜스레 나온 게 아니다.

1979년 성룡이 직접 감독까지 했던 코믹쿵푸영화 <소권괴초>(笑拳怪超)는 다양한 감정을 활용한 권법이 등장한다는 점에서 이채롭다. 일부러 허술한 모습을 보여 상대를 방심시키고 천천히 마음을 흔들어 빈틈에 치명타를 가한다는 점에서 그 이전에 나온 <취권>(醉拳)과 궤를 같이하기도 한다.

역시나 내용은 당시 쿵푸 영화들처럼 단순하기 그지없다. 악당에게 살해된 할아버지의 원수에게 수련을 통해 강해진 성룡이 복수하는 스토리다. 영화 속에서 성룡은 강한 원수와 상대하기 위해 할아버지의 지인에게 쿵푸를 배우는데, 그중에서 눈에 띄는 것은 필살기로 꼽히는 특이한 괴 초식이다. 기쁨, 증오, 근심, 행복 등 여러 감정을 마음껏 표출하면서 권법을 펼친다.

주먹을 내지르면서 울음을 터트리고 어린아이처럼 박장대소를 지으며 발차기를 날린다. 어찌 보면 지극히 냉정함을 유지해야 되는 고수들 간 싸움에서 말이 안된다하겠지만 실상은 다르다. 괴초를 펼치는 성룡은 행동만 우스꽝스럽지 머리는 지극히 냉정함을 유지한다. 요점은 자신이 감정에 휩싸이는 것이 아닌 상대의 멘탈을 흔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성룡은 할아버지의 원수를 갚아야한다는 생각이 가득해 첫 번째 대결에서 원수에게 일방적으로 얻어맞았다. 실력도 밀리거니와 지나치게 흥분해 막무가내로 달려들었던 것이 이유다. 두 번째 대결에서도 초반에는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당하다가 이후 냉정을 되찾고 괴 초식을 펼쳐 상대의 감정을 흔들면서 승리를 가져갈 수 있었다.

분명 지금 기준으로 보면 영화적 완성도나 실전성에서 많이 떨어지지만 멘탈 싸움에서 이겨야 만이 대결도 승리로 가져갈 수 있다는 부분은 예나 지금이나 궤를 같이한다 할 수 있다. 더불어 성룡 쿵푸 영화의 참신한 소재만큼은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충분히 인정할만한 대목이다.


-문피아독자 윈드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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