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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자드킹 님의 서재입니다.

악마 해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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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자드킹
작품등록일 :
2012.03.04 19:32
최근연재일 :
2012.03.04 19:32
연재수 :
1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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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23
추천수 :
48
글자수 :
52,247

작성
12.02.24 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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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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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9쪽

악마 해결사 3장-죄악의 혈전(2)

DUMMY

전쟁이란 어떠한 조짐이 보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어떠한 조짐도 없이 일어나기도 한다. 조짐이라도 보인다면 마음의 준비를 가질 시간이 생기지만 조짐도 없이 일어난다면 정신없이 전쟁에 휘말리고 만다.

내 꼴이 그러했으니 무슨 말이 필요하랴.

“허억, 허억…”

나는 낼 수 있는 최고의 속도로 달리고 있었다.

턱까지 차오른 숨을 억지로 참고 벌린 입으로 최대한 산소를 빨아들이며 다리를 쉬지 않았다.

그러나 상대는 그런 나의 노력에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존재였다.

“으앗?”

정면의 골목을 꺾어 들어가니 내 앞에 상대가 ‘이미’ 와있었다.

나는 비명을 지르며 몸을 돌렸다. 반대편 방향으로 도망갔으나 곧 막혀버렸다.

정확히 표현하면 무언가 보이지 않는 벽이 도망갈 길을 막고 있었다.

철커덕.

육중한 쇳소리를 내며 상대가 내 뒤에 섰다.

“……….”

말없이 서있는 키가 2m 정도 되는 철갑의 기사가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왜, 왜 이러세요?”

그러나 기사는 말없이 손을 번쩍 들어올렸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으나 손은 무언가를 쥐고 있는 것처럼 되어 있었다.

나도 참 바보 같이 왜 이러냐니. 대충 눈앞의 기사가 어떤 존재인지는 알면서….

분명히, 학교가 끝나고, 집에 돌아가는 길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길을 걷다보니 인적이 없는 골목에 들어서게 되었다.

하늘은 점점 어두워지고, 시간은 흐르는데, 나는 도저히 그 길을 빠져나갈 수 없었다. 저 멀리서 차 다니는 소리에 사람들이 움직이는 소리가 들리는데도, 마치 다른 세계에 갇힌 것 마냥 끝도 없이 같은 길만 돌았다.

더군다나 길 중간 중간 보이지 않는 벽이 길을 가로막아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하였고, 어떤 곳은 저 멀리 사람이 보이는데, 내가 보이지 않는 벽을 죽어라 두드리고 죽어라 소리를 질러도 반응하지 않았다.

솔직히 말해서 미치는 거였다.

이게 무슨 공포 영화란 말인가? 이런 건 영화에서나 나오는 건 아니었나?

내가 현실과는 거리가 먼 여러 가지 일들에 휘말린 건 사실이지만 이런 일은 상상도 못했다. 눈물이 나오려 했으나 겨우 참았다.

더욱 무서운 것은 도망가는 내내 누군가가 뒤를 쫓는 느낌이 들었다는 것이고, 쫓는 자가 정말 있다는 것은 곧 알게 되었다.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휘두르며 나에게 달려오는 철갑을 두른 기사는 무지막지한 공포였다.

나는 계속 도망쳤으나 마침내 뒤를 잡혔다. 아니, 기사는 나를 가지고 놀았다. 얼마든지 나를 잡을 수 있었으나 여유를 부리며 추격전을 즐겼다.

“으으…”

눈을 질끈 감았다. 죽게 될 지도 모른다는 공포보다는 왜 이런 일을 당해야 하는지에 대한 당혹감과 의심만이 가득했다.

나는 이 상황 자체를 납득하지 못한 것이다.

콰악!

감았던 눈을 떠보니 내 발치가 깊게 파였을 뿐 기사는 서있었다.

“…왜?”

두근거리는 마음을 진정시키며 물었지만 상대는 말이 없었다. 대신 내게 손을 내밀었다.

“…?”

그게 무슨 뜻인지 몰라 두 눈을 깜빡이며 푸른색이 감도는 갑주를 입은 기사를 쳐다보았다.

“…?!”

그러던 기사가 갑자기 고개를 들더니 주변을 두리번거리고는, 나를 덥석 안아 올렸다.

“꺄앗!”

비명을 질렀으나 억센 기사의 손길에 붙잡힌 나는 꼼짝할 수 없었다.

기사는 갑옷을 걸친 것과는 다르게 엄청난 기동력을 보이며 건물을 넘나들었다. 나는 정신이 없었으나 기사에게 안긴 상태로 뒤쪽에서 누가 쫓아오는 걸 볼 수 있었다.

기사보다 상대가 더 빨랐는지 곧 거리가 좁혀졌고 기사는 멈춰야만 했다.

쫓아온 상대는 미모의 여자였다.

닌자 처럼 검정색 도복이었으나 이목구비가 확실한 얼굴은 들어냈고 길고 검은 생머리였다.

“너도 선택받았구나. 이 ‘혈전’에.”

“……….”

기사는 말을 못하는 것인지 침묵으로 일관했다.

“그런데 왜 이리 저돌적이지? 다른 자의 존재는 생각 하지 않은 건가?”

“………….”

기사의 침묵은 가히 무적이었다. 여자는 한숨을 내쉬고 팔짱을 꼈다.

“그 여자애 끼고 나랑 싸울 수 있겠어?”

“……………….”

잠시 생각하는 것처럼 보이던 기사는 나를 휙 던져버렸다.

“아파아.”

지붕 위에 떨어진 나는 아픈 엉덩이를 매만지며 떨어지지 않으려고 자세를 잡았다.

여자와 기사는 그 상태로 대치하는 듯 했으나 제 3자가 개입하였다.

“여어, 여기서 뭐하나.”

기, 김영주?

지붕 위로 펄쩍 뛰어올라 착지한 남자는 다름 아닌 김영주였다. 다만, 내가 알고 있는 학생의 모습이 아니라 훤칠한 키를 가진 미남의 모습이었다. 학생에서 어른이 된 건가.

“고생하고 있네? 내 사랑.”

나를 쳐다보며 키스를 날리는데 밥맛이었다.

그렇게 세 명이 대치하게 됐는데 여자가 먼저 입을 열었다.

“모두 저 여자애가 목적인가?”

“당연하지.”

“………….”

…???

왜 내가 목적이야?

나는 잠시 생각하다가 혹시 칠혈기절이 아닌지, 추측하고 흠칫 몸을 떨었다.

아아, 욕하고 싶네.

“김위식도 참 한심하군. 저런 여자 같은 애송이들만 있는 인간들한테 굴복하다니. 덕분에 이런 고위 결계에는 들어오지도 못하잖아. 하다못해 부적이라도 줘서 같이 들어오지 그랬어?”

김영주가 여자를 보며 퉁명스럽게 말하자 여자는 혀를 찼다.

“나는 그에게 우호적이야. 이런 위험한 곳에 그 상태로 들일 순 없지.”

“꼴에 사람 생각 좀 해줬다 이건가.”

김영주는 흘끗, 기사를 쳐다보았다.

“네놈은 그 유명한 유령 기사로군. 이름조차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은 녀석인데, 이번 전쟁에 선택된 건가? 무슨 목적일지 궁금하다만, 저 여자애를 노리는 거라면 안 됐어.”

기사가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쥐고 전투태세에 들어갔다. 이대로 가다간 셋이서 싸울 것 같았다.

“잠깐.”

그때 여자가 손을 들고 제지했다.

“일단 우리 모두 여기선 물러나는 걸로 하지.”

그러자 모두가 여자를 쳐다보았다. 나 역시 기대에 찬 눈으로 쳐다보았다. 제발 싸우지 않고 끝났으면 좋았기에.

“저 기사가 결계를 치는 바람에 급하게 내가 나왔지만 여기서 소동이 벌어지면 우리 협회에서도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 또 다른 어떤 녀석들이 근처에 와있을지 모른다고.”

김영주가 고개를 끄덕였다.

“뭐, 그 말에 나는 찬성이다. 김위식 녀석이 약골인 것도 짜증나고. 그 녀석한테 걸린 봉인 풀어주면 안 될까?”

“그건 내 권한이 아니야.”

“…그럼 어쩔 수 없지.”

김영주는 씁쓸하게 웃으며 나를 보았다. 뭔가 아쉬움과 망설임이 느껴졌으나 왜 그런지는 알 수 없었다.

그러면서도 나는 그때 가면을 쓴 감정의 권속이라는 녀석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그렇습니다. 당신이라면 그에게 걸린 봉인을 풀 수 있을 거예요. 칠혈기절은 총 일곱 군데의 혈도에서 생기는 증상. 그것은 부위에 따라 강도가 틀리다는 걸 주의하세요.’

아, 왜 이리 가슴이 시려올까.

마음 한 구석이 아련하게 아파오며 짜릿한 감각이 전신을 탔다.

정녕 칠혈기절 때문에 내가 이런 꼴에 봉착한 거라면 핵심이란 것을 쥔 이상 나 스스로도 무언가를 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언제까지 이런 모양새를 당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도 없었고 이해하기도 싫었다.

나는 무고한 피해자로 이 상황이 싫었던 것이다.

“좋아. 그래도 물러나기는 하겠다. 유령 기사, 네놈은 어쩔거냐? 싸울 거면 각오는 하는 게 좋아.”

김영주와 여자가 동시에 노려보자 기사는 말없이 전투태세를 풀고 뒤로 물러났다.

“그래야지.”

“일단… 일단은 물러나는 거다.”

기사가 먼저 물러나고 여자가 지붕 뒤로 사라졌으며 김영주는 나에게 윙크를 하며 공중에서 없어졌다.

“…하아.”

깊은 한숨을 몰아쉬며 안도하였다. 다행히 싸움은 벌어지지 않았다.

그런데… 여기서 어떻게 내려가지?

나는 한참을 고민하다가 지붕 근처의 담을 타고 내려올 수 있었다.

다행히 근처에는 아무도 없었다.

“은지야!”

익숙한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니 선생님이 뛰어오고 있었다. 선생님의 표정엔 걱정이 가득했다.

“서, 선생님.”

“집까지 바래다주마.”

“아, 네.”

집에 가는 내내 선생님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여느 때 같으면 잠이 들 때까지 고민을 하며 나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이지 곱씹었겠지만 오늘은 그럴 기력도 남지 않았던 터라 곧바로 잠이 들었다.

그만큼 오늘은 너무도 피곤한 일이 벌어졌다.


작가의말

이번에도 좀 늦었네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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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악마 해결사 2장-이건 데이트가 아니야(3) 12.02.16 234 3 8쪽
8 악마 해결사 2장-이건 데이트가 아니야(2) 12.02.14 326 3 7쪽
7 악마 해결사 2장-이건 데이트가 아니야(1) +3 12.02.13 259 3 10쪽
6 악마 해결사 1장-선생님?(5) +3 12.02.12 340 3 9쪽
5 악마 해결사 1장-선생님?(4) +1 12.02.11 296 3 7쪽
4 악마 해결사 1장-선생님?(3) 12.02.10 318 3 7쪽
3 악마 해결사 1장-선생님?(2) 12.02.09 335 4 8쪽
2 악마 해결사 1장-선생님?(1) 12.02.08 433 4 8쪽
1 악마 해결사 프롤로그 +4 12.02.08 781 2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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