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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자드킹 님의 서재입니다.

악마 해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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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자드킹
작품등록일 :
2012.03.04 19:32
최근연재일 :
2012.03.04 19:32
연재수 :
1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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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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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글자수 :
52,247

작성
12.02.19 14:29
조회
331
추천
10
글자
8쪽

악마 해결사 2장-이건 데이트가 아니야(4)

DUMMY

“목소리를 낮춰.”

“네? 네에.”

선생님은 근심이 가득한 얼굴로 한숨을 내쉬었다.

“나도 아니길 빌었지만 모든 것이 일치한다.”

“도, 도대체 무슨 병인데 그래요?”

암 같은 죽을병이라는 건가? 난 아직 세상 살만큼도 못살았다구. 벌써 죽기는 싫어.

“죽을병은 아니야. 칠혈기절에 걸렸다 해도 일반인과 다를 바가 없어.”

“그, 그래요?”

선생님의 말에 내심 안심했다.

“다만, 신체능력이 조금 떨어질 뿐이지. 내가 알기론 너의 체육점수는 그리 좋지가 않아.”

“으음, 네에.”

쑥스럽게 성적 얘기가 나오네. 선생님은 역시 선생님인가보다.

“그런데 문제는 그게 아니야. 칠혈기절의 문제는 바로 그 병의 증상이다.”

“증상이요?”

“그래. 칠혈기절의 뜻은 일곱 군데의 혈도에 흐르는 기가 끊어짐이야. 그 말은 즉, 네 몸의 어딘가의 일곱 군데에서 기가 끊임없이 소멸되고 있다는 거지.”

선생님은 나를 훑어보듯 바라보았다.

“인간의 몸엔 기가 흐르고 있다는 거 알지? 아닌 것 같지만 누구나 기가 흐른다. 동양사상에 대해서 조금만 알아도 대충은 알아들을 거다. 지금 확인한 부위는 손이야.”

“손이요?”

“일곱 군데 중 한 곳이지. 아니, 두 곳이구나. 손은 두 개니까.”

선생님은 냉커피를 마시고 말을 이었다.

“너의 손에서 기의 소멸이 일어나고 있어. 그것뿐만이 아니라 기의 소멸은 곧 ‘비물질의 소멸’을 의미하지. 기나 마력을 이용한 모든 기술이 통하지 않는다는 거야.”

김영주만이 아니라 선생님도 비슷한 말을 하고 있었지만 나는 당연하게도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기나 마력? 비물질??

그런 것을 내가 어떻게 안다는 말인가.

나는 음료만 마시며 눈만 깜빡거렸다. 내가 그러고 있어도 선생님은 설명에 열중이었다.

“이건 꽤 중대한 거야. 알겠어?”

자, 잘 모르겠어요….

그 말은 목구멍에서만 머물다가 사라졌다.

“문제는 이런 희귀한 특성 때문에 어떤 존재든 칠혈기절에 걸린 인간을 노린다는 거지.”

“네?”

노린다는 말에 번쩍 뜨였다.

“탐욕에 쩔어 사는 궁자는 물론이고 인간들까지! 그들은 칠혈기절에 걸린 인간을 그저 연구대상이자 발견되지 않은 비술로밖에 보지 않아.”

선생님은 미간을 찌푸렸다.

“결코 상상할 수 없는 지옥과도 같은 극악무도한 놈들이지. 놈들에게 결코 가선 안 돼.”

그런 선생님의 표정은 굉장히 무서워졌다. 깊고, 낮으며 차가웠다.

“왜 제가 위험해진다는 건가요? 전 과연 그게 병인지조차 모르겠는데.”

“일반적으로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체감할 수가 없지. 자기 몸에 흐르는 기를 느끼지도 못하는데 말이야. 하지만 느낄 수 있는 사람에게는 달라. 그들은 기를 통하여 인간을 뛰어넘는 힘을 손에 넣는다. 그들에게 칠혈기절은 한계를 뛰어넘는 비술로 전해진다. 그러기에 노리는 거야.”

선생님은 가라앉은 목소리로 덧붙였다.

“궁자는 세계간의 경계를 허물 수 있는 비기로서 칠혈기절을 받아들이지. 전부 칠혈기절을 원하는 데에 쓸 수 있다는 거야. 이해하기 쉬운 예로, 곰의 쓸개가 있지. 사람들이 몸에 좋다고 불법으로 곰을 잡아서 쓸개즙을 채취하는 경우가 있지? 비슷해.”

허억.

나는 확실히 와 닿는 예에 몸서리를 쳤다. 그런 대접을 받는다면 차라리 죽는 게 나을 것 같았다.

“김영주 역시 너를 노리고 있어. 다만 그 녀석은 칠혈기절에 걸린 너보다는 한 여자로서 보고 있기 때문에… 또 나와의 관계 때문에 여유를 두고 있는 거야.”

“그런가요.”

나는 선생님의 눈치를 보고 입을 열었다.

“저, 선생님.”

“왜?”

“리리스라는 여자에 대해서 아시나요?”

선생님은 쥐고 있던 컵을 내려놓고 한없이 진지한 눈으로 나를 쳐다보다가 한숨을 내쉬며 어깨를 축 늘어트렸다.

“김영주에게 들은 거냐?”

“네, 대충은요.”

“그 여자는 나의 모든 것이지. 지금도 나를 살아가게 하는 원동력이야.”

그렇게 말하는 선생님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리리스라는 여자는 생각만 해도 선생님을 슬프게 하는 모양이다.

“제가 그 여자랑 닮았나요?”

“그래.”

“아하하, 그런가요.”

멋쩍게 웃으며 뺨을 긁적였다.

선생님은 그런 나를 걱정이 가득한 눈길로 쳐다보며 말했다.

“어쨌든, 이런 말을 하는 이유는 네가 위험하기 때문이야. 네가 칠혈기절이라는 걸 알면 다른 녀석들이 가만히 두지 않을 거다. 나는 김영주하고만 조용히 결판을 내면 되는 거야.”

“………….”

더 이상은 내가 알아야 될 영역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처음부터 알아선 안 됐지만 이미 들은 이야기는 어쩔 수 없으려나.

“나는 결코 다른 녀석들에게 너의 존재를 들키지 않을 거야. 김영주 녀석만 처리하면 되는 거라고. 그래, 그 녀석만 처리하고 이곳을 뜨면 돼.”

혼자서 중얼거리던 선생님은 고개를 들고 나와 눈을 마주쳤다.

그 눈에는 나에 대한 복잡한 감정들이 서려있었다.

걱정, 근심, 슬픔… 그리고 보고만 있어도 가슴이 시리는 애틋함이.

“그만 가자.”

“아, 네.”

더 할 이야기가 없는지 선생님은 자리에서 일어났고 나도 따라서 일어났다.

선생님은 집까지 나를 바래다주고 돌아갔다.

먹으면 먹을수록 살찐다는 이치와 같이, 들으면 들을수록 어찌해야 좋을지 모르겠구나.

그 날은 머릿속에서 칠혈기절이라는 말만 떠돌았다. 내가 걸렸다는 병인 칠혈기절은 궁자든 인간이든 노리는 위험한 것이라는데.

으아아아, 모르겠어. 모르겠다고!

뭔 병이라는 거야! 알 게 뭐야! 난 다른 사람이랑 다를 바 없이 지내고 있는데!

그런가.

비현실적인 존재와 엮이게 된 이유는 이 칠혈기절 때문인가.

나도 바보가 아닌 이상, 김영주와 선생님이 했던 이야기를 되새겨보면 대충의 흐름을 알 수 있었다.

처음의 궁자가 나를 알아보고 접근했으나 무리를 한 끝에 선생님에게 퇴치됐고, 그 뒤로 선생님과 연이 있던 궁자 김영주가 온 것이겠지.

선생님 역시 깊은 뒷사정이 있다. 무엇인지 잘 모르겠으나 결코 좋을 것 같지는 않았다.

그래서?

이제 나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지?

김영주는 나를 노리고 있고, 선생님은 최대한 나를 보호하고자 한다. 이대로 가다간 둘이서 싸울 기세였다. 아니, 싸울 것이었다.

궁자와 해결사라는 것만 봐도 그러했다.

거기서 나는 뭘 해야 하는 걸까. 칠혈기절이라는 정체모를, 귀찮기만 한 병을 가지고 있는 내가 선생님을 도울 수나 있을까.

분명 걸림돌만 될 것이다.

나는 솔직히 말해서, 퇴치된 궁자가 어찌 되는지 알 바가 아니었다. 본래 해악이 돼서 사라져야만 한다면 김영주도 그래야만 하겠지.

선생님도 궁자를 퇴치하고 또 다른 궁자를 퇴치하러 떠도는, 본래의 일로 돌아가야 할 것이다.

그래, 나는 이 혼란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예전처럼 근심없이 일상을 이어나가는 그런 생활로 돌아가고 싶었다.

어느 샌가 나의 일상은 어그러져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결코 나는 일상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때는 얼마 안 있어서였다.

최악의 충격과 공포는,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


작가의말

조금 늦었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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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악마 해결사 3장-죄악의 혈전(1) 12.02.20 274 2 7쪽
» 악마 해결사 2장-이건 데이트가 아니야(4) 12.02.19 332 10 8쪽
9 악마 해결사 2장-이건 데이트가 아니야(3) 12.02.16 234 3 8쪽
8 악마 해결사 2장-이건 데이트가 아니야(2) 12.02.14 326 3 7쪽
7 악마 해결사 2장-이건 데이트가 아니야(1) +3 12.02.13 259 3 10쪽
6 악마 해결사 1장-선생님?(5) +3 12.02.12 340 3 9쪽
5 악마 해결사 1장-선생님?(4) +1 12.02.11 296 3 7쪽
4 악마 해결사 1장-선생님?(3) 12.02.10 318 3 7쪽
3 악마 해결사 1장-선생님?(2) 12.02.09 335 4 8쪽
2 악마 해결사 1장-선생님?(1) 12.02.08 433 4 8쪽
1 악마 해결사 프롤로그 +4 12.02.08 783 2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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