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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자드킹 님의 서재입니다.

악마 해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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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자드킹
작품등록일 :
2012.03.04 19:32
최근연재일 :
2012.03.04 19:32
연재수 :
15 회
조회수 :
5,120
추천수 :
48
글자수 :
52,247

작성
12.02.16 10:48
조회
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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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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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악마 해결사 2장-이건 데이트가 아니야(3)

DUMMY

일상은 언제나 삶을 지배한다. 인간인 이상 해야 할 일이 있고 해야 할 일로부터 자유로울 순 없다.

지배를 받는 일상으로부터 중독이 되어버린 채 중독되었다는 사실조차 모르지만 가끔 지쳐버리기도 한다.

김영주는 정말로 마음을 고쳐먹기라도 한 것인지 이상한 행동은 하지 않았다.

너무 조용해서 오히려 정말 궁자가 맞는지 의심이 들 정도였다.

선생님 역시 조용하기만 했다. 따로 나타나서 어떤 움직임을 보인 것도 아니었다.

김영주와 이야기를 한 뒤의 내 혼란은 증가하면 증가했지 감소폭은 보이고 있지 않았다. 내가 스스로를 ‘일반인’이라고 부르기엔 알고 있는 게 너무 많았다.

5W 1H의 원리로 정리해도 그 이유는 미지수였다. 내가 어째서 그런 이야기를 들어야 했고 궁자라는 외계스러운 존재와 알고 지내야 하는 지를.

일상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따분하지 않아서 즐겁다, 따위의 소리는 하고 싶지 않았고 그런 마음도 없었다.

솔직히 곤란하기만 하다.

대놓고 좋다고 하며 들이대지는 않을 뿐이지 은근히 대시를 해대는 김영주와 도무지 감도 잡기 힘든 선생님 사이에서 나는 고생해야 했다.

김영주 녀석은 그 날 이후로 수차례 데이트를 하자고 하였지만 모두 거절했다.

그 이야기를 듣고 결정한 것이 있는데, 더 이상 내 정신이 혼란해질 만한 이야기는 듣지 않기로 했다. 지금도 부담스러운데 더 이상 부담을 늘릴 필요는 없었다. 그리고 녀석과 만나는 횟수가 많아지면 자연히 안 좋은 소문이 다시 확산될 터였다.

김영주는 왜 나를 좋다고 하는 걸까.

녀석에게 들었던 이야기를 떠올려보면 딱히 떠오르는 것이, ‘리리스와 닮았다’와 ‘네가 희귀한 경우’이다.

잘은 모르겠지만 왠지 기분이 나빴다.

닮은 건 그렇다 치고 희귀하다니?

어딜 봐도 평범한 여자아이에 불과한데 내 몸이 뭘 어쨌다는 거지.

김영주가 손을 댔던 팔과 손바닥도 확인해봤지만 특별한 것도 없었다. 그런데 흐릿하게 형상이 일그러진 김영주의 손이 머리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혹시 날 속이려고 술수라도 부린 건가 했지만 녀석이 그럴 이유는 없었다.

아오, 내가 왜 이런 고민을 해야 하는 거지.

선생님과 김영주는 알게 모르게 신경전을 벌였고 그럴수록 나야 피곤했다. ‘일촉즉발’이라는 말이 있듯이 이미 휘말렸다고 봐야 하는 나로서는 불안하였다.

궁자와 해결사가 학교에서 대치하고 있는 이 상황에서 전혀 관계가 없던 일반인인 내가 휘말려든 이유를 알아보자면 가장 중요한 키워드가 ‘리리스’였다.

선생님은 리리스라는 여자를 사랑했다 하였고 그 여자는 죽었다고 했다.

나중에서야 깨달았지만 김영주 역시 리리스라는 여자를 사랑했다. 짐작하는 거야 쉬웠다. 녀석이 했던 말을 떠올려서 종합해보면 알 수 있다. 그리고 나도 눈치가 있지, 나 좋다고 달려드는 데는 그런 이유도 있을 터였다.

왜냐? 내가 닮았다고 하잖아. 그 여자랑.

선생님도, 김영주도 나에게 일련의 관심이라도 보이는 이유가 그거라고 봐야하겠지.

그 외에도 술수가 통하지 않는다는 내 체질이라는 것이 있었지만 내가 알 리가 없으니 넘어가자.

그렇다면 리리스라는 여자는 과연 정체가 무엇인가?

인터넷에 쳐보니 다음과 같이 나왔다.

[유대신화에 등장하는 이브보다 앞서는 인류 최초의 여자로 아담의 첫 번째 부인이다. 잠든 남자와 정을 통하는 악령이다.]

뭐, 뭐지? 뭔가 망측한데.

대충 보자면 ‘몽마’라고 봐야 할 것 같았다.

김영주의 말에 따르면 ‘마위세’에서 강자 중의 강자라고 했는데 몽마가 그렇게 강했나.

아니, 그게 문제가 아니다.

으아아, 알면 알수록 더 복잡해. 선생님은 인간이었지만 이 몽마랑 만나면서 그… 인간이 아니게 되었다는 건가.

나는 거울 앞에 서서 내 모습을 확인했다.

키는 조금 작았고 검고 긴 생머리에 아담한 얼굴을 하고 있는 소녀가 보였다.

그냥 평범하다, 평범해.

리리스가 이렇게 생겼다는 걸까? 빼다 닮았다고 했는데 말이다.

김영주야 같은 세계 녀석이니 같은 세계 사람을 좋아하게 되었다고 해도 선생님은 인간이면서 어쩌다가 사랑하게 된 거지.

그건 그렇고 흐름상으로 보면 리리스라는 여자는 선생님을 사랑했던 걸까.

한참을 인물 관계에 대해서 정리해봤지만 그저 그 뿐이었다. 더 이상은 알기 힘들었다.

추가로 페리엘에 대해서도 인터넷에 쳐보았지만 그다지 정보는 많지 않았고 ‘천사’의 일종이라는 것만 알게 되었다.

이렇게 보니 페리엘과 리리스는 천사와 악마로 서로 대치되는 인물들이었다.

에휴.

다 조사해놓고 괜히 조사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알면 알수록 수렁에 빠져드는 법인데.

‘모르는 게 약’이라는 말도 있잖아.

정작 나를 이렇게 고민하게 만든 장본인들은 조용하기만 했으니….

그렇게 무거운 마음으로 학교를 다니던 중 문자가 날아왔다.

“학교 끝나고 주차장으로 와. 할 이야기가 있어.”

나는 김영주보다 상대적으로 조용하던 선생님이 드디어 말문이 연 것이라 생각했다.

설마 선생님은 김영주처럼 쓸데없는 짓을 하거나 그러지는 않겠지.

상대적으로 조용했던 만큼 상대적으로 건전할 것이라 생각하였다. 나는 문자대로 학교가 끝나고 주차장으로 이동했다.

“왔구나.”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었던 선생님이 차로 갔다. 그리고는 조수석에 타라고 했다.

“타.”

“타도 되나요?”

“그래.”

나는 조수석에 탔고 선생님은 운전석에 탔다. 차는 곧 시동이 걸리고 출발했다.

“저… 어디로 가는 거예요?”

“조용히 이야기할만한 곳. 그래, 근처 카페나 갈까.”

선생님은 나를 쳐다보며 물었다. 아무래도 나보고 결정을 하라는 것 같았다.

뭐, 이야기하기엔 카페 정도가 적당하긴 했다.

“그래요. 카페나 가요.”

선생님의 차는 미끄러지듯 이동해 학교에서 조금 떨어진 카페로 갔다.

“그런데 좀 이상하지 않을까요?”

“뭐가?”

교복 입은 여학생이 젊어 보이는 성인남성과 돌아다니면 이상해 보이지 않을까 하는데.

“아, 아니에요.”

내 예민한 생각일수도 있어 입 밖으로 내진 않았다.

카페의 창가 자리에 앉은 우리는 각자 마실 것을 시켰다. 그리고 침묵에 빠졌다.

종업원이 주문한 마실 것을 가지고 와서도 침묵은 계속 됐으나 선생님이 먼저 입을 열었다.

“김영주와 만나서 이야기했다는 것은 알아.”

헉.

살짝 놀랐다. 알고 있었구나. 어떻게 알았지.

“궁자에 대해서는 항상 주시하고 있는 거니까 이해해다오.”

“…네에.”

“그에게서 무슨 이야기를 들었니?”

“그, 그냥… 본인에 대한 것과 선생님의 과거를 조금 들었어요.”

솔직하게 말하자(도저히 숨길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어서) 선생님은 슬픈 눈을 하였다.

“나의 과거. 과거는 과거일 뿐인데… 나의 살아가는 끈이 되어버렸어.”

“……….”

“나는 김영주가 나타난 뒤로 녀석이 했던 말을 곰곰이 생각했다. 그리고 오늘에서야 결심했지.”

“…?”

선생님은 한동안 고민하다가 굳게 다짐한 얼굴이 되었다.

“너의 체질에 관해서 확실하게 알아내기로.”

나의 체질?

“일반인인 네가 왜 이런 일까지 휘말려버린 것인지에 대한 이유가 되기도 하지.”

나는 직감적으로 선생님이 내 기억을 지우지 못한 것도, 김영주의 손의 형상이 망가진 것도, 술식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도 모두 그것과 관련된 것이라고 느꼈다.

“먼저 손을 보여주면 안 되겠니?”

“네.”

나 스스로도 어쩌다가 이렇게 된 것인지 고민하고 고민하였다. 그러니 의문을 푸는데 적극적이었다.

선생님은 내 손을 잠시 보다가 덥석 붙잡았다. 나는 흠칫 놀랐으나 그대로 있었다.

눈을 감고 부르르 떨더니 선생님은 감은 눈을 뜨고 입을 열었다.

“이런 경우는 내가 알고 있는 한 하나밖에 없어.”

“뭐, 뭔데요?”

“넌 칠혈기절(七血氣絶)이라는 병에 걸린 것 같아.”

치, 칠혈기절?

나는 그 병이 어떤 병인지 알 수 없었다. 다만 무척 안 좋을 거라는 예감은 들었다.

그리고 그 예감은 적중했다.


작가의말

밝혀지는 우리 서술자의 진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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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악마 해결사 2장-이건 데이트가 아니야(1) +3 12.02.13 259 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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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악마 해결사 1장-선생님?(4) +1 12.02.11 296 3 7쪽
4 악마 해결사 1장-선생님?(3) 12.02.10 318 3 7쪽
3 악마 해결사 1장-선생님?(2) 12.02.09 335 4 8쪽
2 악마 해결사 1장-선생님?(1) 12.02.08 432 4 8쪽
1 악마 해결사 프롤로그 +4 12.02.08 781 2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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