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나무램프 님의 서재입니다.

표지

독점 환생자와 8명의 아내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공모전참가작 완결

나무램프
작품등록일 :
2022.05.11 10:05
최근연재일 :
2022.11.01 20:30
연재수 :
117 회
조회수 :
14,154
추천수 :
280
글자수 :
732,747

작성
22.10.31 20:30
조회
44
추천
1
글자
12쪽

꿈의 종막

DUMMY

***


그 후로 아벨과 아내들은 꾸준한 수련으로 힘을 키우면서, 베라티르나 다른 신들이 또다시 지상에 혼란을 일으키는 것을 경계했다.


다행히 수십 년이 지나도 우려했던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다.


아카드 제국뿐만 아니라 대륙 전체에 평화와 번영의 시대를 선물한 영웅 아벨 레버넌트는, 딱 60세까지만 열심히 일하고 깔끔하게 은퇴했다.


그리고 블리스 섬에 포도넝쿨 궁전을 통째로 옮기고, 사랑하는 아내들과 여유로운 은퇴 생활을 만끽했다.


블리스는 아카드 제국 동쪽 바다에 있는 섬의 이름인데, 원래는 무인도였던 걸 아벨과 아내들이 발견하고 황실 사유지로 편입시켰다.


이 작은 섬은 사시사철 기후가 온화하고 경치가 아름다워 은퇴 후 살기 딱 좋았다. 특히 산호를 한가득 품은 에메랄드빛 바다는, 아내들의 미소처럼 매일 봐도 질리지 않았다.

또한 아벨과 아내들 말곤 따로 사는 사람도 없어서, 섬 전체가 그들의 앞뜰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다 어느덧 찾아온 50번째 결혼기념일, 아벨은 아내들과 거실에 모여 아이들이 보낸 축하 선물을 뜯어보고 있었다.

다들 이제 일흔이 넘었지만 애초에 인간이 아니거나 인간의 한계를 일찌감치 초월한 상태여서, 외양은 20대 시절과 조금도 차이가 없었다.


“다들 잘 지내고 있나보네.”


선물과 함께 온 편지를 읽고, 아벨이 더없이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그의 여덟 아이들은 모두 훌륭하게 자라주었다.


20살에 외삼촌으로부터 황위를 물려받은 애런은, 역사에 길이 남을 위대한 황제가 되었다. 아버지의 후광 덕을 본 것도 재위 초반 몇 년에 불과했고, 금방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여 모두의 인정을 받았다.


애런이 워낙 정무를 완벽하게 처리하다보니 아벨도 딱히 도와줄 게 없었고, 덕분에 던전 건설 사업에 집중하여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진척시킬 수 있었다.


현재에 이르러선 아카드 제국 곳곳에 100개가 넘는 던전이 존재했다.


툭하면 행인과 민가를 공격하던 몬스터 대부분의 활동 범위가 던전 내부로 제한되니, 자연스레 지역 간 교류와 국토 개발이 활발해졌다.


또한 전쟁이 없는 시대이다 보니 무훈을 원하는 자들의 발길이 던전으로 쏠렸고, 던전 공략을 주업으로 삼는 모험가라는 직업도 생겼다.


루나의 뒤를 이어 아머리의 영주가 된 레빈은 모험가들의 든든한 후원자였다.


모험가가 되고 싶은 이들은 섀도우드 모험가 길드에 등록을 하고, 기초교육을 받고, 아머리에 있는 최초의 던전에서 첫 실전을 경험했다. 때문에 아머리는 초보 모험가의 요람이자 모든 모험가의 정신적 고향으로 불렸다.


이따금 던전에서 어중이떠중이들로는 감당할 수 없는 강력한 개체가 출현하면, 레빈이 직접 토벌에 나서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보여주는 눈부신 활약 덕분에, 세간에선 레빈에게 모험가의 왕이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루치아는 아카드 제국의 전권대사로서 아르카디아에 파견되어, 양국의 우호관계를 획기적으로 증진시켰다. 이젠 임페리얼 로어를 돌아다니면서 엘프랑 몇 명씩 마주쳐도 딱히 놀랄 일이 아니었다.


다만 대중들에게 있어 루치아는, 서대륙과 동대륙의 식재료를 두루 사용하여 신비한 요리를 만드는 요리연구가로 더 유명했다.


요리책을 한 권 낼 때마다 기본 천만 부 이상이 팔릴 정도였다.


할머니를 따라 매일 같이 연회신교 신전을 들락날락 거리던 카렌은, 열여덟 번째 생일에 디아나의 뒤를 잇는 연회신교의 성녀로 공인되었다.


그리고 선배들보다 훨씬 왕성한 활동력으로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며, 삶에 고통 받는 이들에게 아나히타의 은총을 나눠주었다.


아름다운 목소리로 성가를 부르는 카렌에게 매료되어 추종자가 된 사람들의 숫자를 전부 합치면, 웬만한 나라의 인구보다 많을 거라는 우스갯소리가 심심찮게 돌았다.


아버지의 외모와 무예 실력을 가장 진하게 물려받은 카일은, 자기만의 무술 유파를 세웠다.


철저한 실전무술과 함께 ‘자신의 매력을 돋보이게 만드는 멋진 동작’들도 가르쳤는데, 이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국적을 가리지 않고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카일의 문하생이 되려고 몰려들었고, 심지어 마법사들까지 지팡이 휘두르는 법을 배우러 온다고 했다.


힐다와 히스는 각각 수석 궁정마법사와 감찰대장이 되어 애런을 보필했다. 어린 시절 막둥이들을 열심히 보살핀 장남의 노력이 빛나는 결실을 맺은 셈이었다.


힐다는 아낙스 제국으로부터 도입한 마도공학 기술의 혜택을 모든 신민들을 위해 보급하는 일에 앞장섰다.


아카드 제국의 주요 도시들을 잇는 철도와 그 위를 달리는 마도열차가 힐다의 대표적인 업적이었다.


히스는 형의 은밀한 눈과 귀, 때론 가장 날카로운 검이 되어 부패한 자들이 평화로운 시대를 좀 먹는 걸 방지했다.


그 겁 많던 아기 고양이가 제국 정계에서 공포의 대명사로 군림하고 있단 소식을 들을 때면, 아벨과 아내들은 괜히 실소부터 흘렸다.


그리고 레버넌트 가문의 사고뭉치 장녀 아나이스, 앤은 시도 때도 없이 사지타랑 바깥을 쏘다니다가···


뜬금없이 아낙스 제국의 황후가 되었단 소식을 보내서 온 가족을 경악시켰다.


웃기는 건, 사위란 놈은 결혼식 직전까지 앤이 아벨의 딸인 걸 몰랐다. 하지만 앤이 그 묘하게 얼빠진 구석을 특히 좋아하는 것 같아서 아무 말 안했다.


의외로 아낙스 제국인들은 앤을 황후로서 굉장히 높이 평가했다.


명민하지만 우유부단한 남편의 단점을 잘 채워주었고, 아카드 제국보다 역사가 훨씬 긴 만큼 더 고리타분한 면이 있는 아낙스 제국의 사회에 다양한 변화를 일으켰기 때문이란다.


아벨이 편지들을 정리하고 아내들에게 말했다.


“애들 얼굴도 볼 겸, 우리 오랜만에 여행이나 갈까?”


카렌이 선물한 머리끈으로 카밀라의 머리를 땋아주던 타냐가 대답했다.


“좋은 생각이에요, 오라버니.”


라네즈가 배시시 웃으며 의견을 보탰다.


“애들한텐 비밀로 하자. 갑자기 짠 나타나서 놀라게 해주는 거야.”


다른 아내들도 찬성했다.


“그거 재밌겠다.”


“애들이 좋아하는 찬거리도 좀 해가야겠네.”


“그럼 신선한 식재료부터 구해야지. 내일 당장 낚시하러 가자.”


그렇게 모두 함께 웃고 떠들며 온종일 여행 계획을 짰다.


언제나 그랬듯 단란하고 행복한 하루였다. 그래서 그들 중 누구도 끝이 임박했단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


다음날 아침, 아벨의 품에서 깨어난 레이나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


그녀가 서글픈 눈빛으로 곤히 잠든 남편의 얼굴을 찬찬히 쓰다듬었다.


“이제··· 끝낼 시간이구나···”


그녀가 그의 입술에 짧은 키스를 남기고 조용히 침대를 빠져나왔다. 그대로 거실로 가니, 그녀의 동생들이 무거운 침묵에 잠긴 채 모여 앉아있었다.


라네즈가 가장 먼저 레이나와 눈을 마주쳤다.


“언니··· 우리 이제 돌아가야 해···?”


레이나가 고개를 끄덕이자 타냐가 힘없이 중얼거렸다.


“돌아가고 싶지 않아. 조금만··· 조금만 더 이대로···”


이리스가 그녀답지 않게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수십 년 동안 그렇게 많은 추억을 쌓았는데 왜 이렇게 짧게 느껴질까? 겨우 하룻밤 꿈을 꾼 것 같아.”


카밀라가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애써 웃었다.


“그만큼 행복했으니까. 앞으로도 영원히 이때가 그리울 거야···”


루나가 밝은 목소리로 분위기를 환기해보려고 했다.


“다들 왜 이렇게 쳐져있어? 돌아가서도 지금처럼 행복하게 지내면 그만이잖아.”


“정말··· 그럴 수 있을까?”


엘렌이 모두의 마음속에 있는 물음을 밖으로 꺼냈다.


“그분이 이번엔 우리를 선택해주실까? 우릴 위해서 다시 그 가혹한 짐을 짊어져주실까?”


“······”


“······”


울적한 감정이 대화의 불씨를 완전히 꺼트리기 전에, 디아나가 입을 열었다.


“그이를 믿고 기다리자. 약속했잖아. 아무리 멀리 떨어져도, 아무리 오랜 시간이 걸려도, 반드시 우리 곁으로 돌아오겠다고.”


레이나가 디아나의 어깨에 손을 얹고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디아나 말이 맞아. 그이는 반드시 약속을 지킬 거야. 그러니까 얘들아, 걱정은 그만하고 먼저 가서 그이를 맞이할 준비를 해놓자.”


***


얼마 후, 아벨이 아내의 부재로 인한 허전함을 느끼고 눈을 떴다.


‘레이나가 나보다 먼저 일어나다니, 별 일이네.’


그가 편한 옷을 꺼내 대충 걸치다가 테이블 위에 놓인 쪽지를 발견했다.


‘먼저 가서 기다릴게.’


레이나의 필체로 쓰인 그 글귀가 그의 머릿속에 검은색 혼란 한 방울을 떨어트렸다.


‘먼저 간다니? 낚시 얘긴가? 근데 왜 날 안 깨웠지?’


복도로 나온 그가 평소와는 다른 냉랭한 고요 속에서 아내들을 찾아 헤맸다.


“레이나! 디아나! 엘렌! 루나!”


각자의 침실, 거실, 부엌, 서재, 그 어디에도 그녀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이리스! 카밀라! 타냐! 라네즈!”


그는 정원과 뒷마당까지 전부 뒤진 후에야 아내들이 자신만 두고 사라졌다는, 믿기지 않는 현실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망연한 표정으로 대문 앞 계단에 걸터앉았다.


‘내가··· 뭘 잘못했나?’


혹시 자신이 최근 아내들을 단체로 화나게 할 만한 말이나 행동을 하진 않았는지, 그가 필사적으로 기억을 더듬었다. 하지만 10분 넘게 그러고 있어도 딱히 기억나는 게 없었다.


그가 땅만 보며 연거푸 한숨을 쉬고 있는 그때, 누군가의 발소리가 그의 귀를 간질였다.


“······!”


아벨이 순간 이 거리까지 접근할 때까지 자신의 기감에 걸리지 않은 불청객을 향해 바짝 경계심을 세웠다가, 옛날에도 한 번 이런 적이 있었다는 걸 떠올렸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고개를 들어보니,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아버지!”


아벨이 벌떡 일어나 갈렌을 향해 뛰어갔다. 당장 멱살부터 잡고 싶은 충동을 참으면서, 갈렌에게 따지듯이 물었다.


“대체 뭐하다 이제 나타나요? 어머니는요? 어머니는 잘 계세요?”


결혼식 이후, 갈렌은 몇 년에 한 번쯤 포도넝쿨 궁전을 찾아와 아내의 얼굴을 보고, 겸사겸사 며느리들이랑 손주들에게 선물을 주곤 했다. 근데 마치 아들을 약 올리듯, 꼭 아벨이 없을 때만 골라서 그랬다.


아벨은 아버지의 작태가 몹시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그래도 뭔가 이유가 있을 거라고 여기며 이해하려고 했다.


하지만 갈렌은 아벨의 은퇴식 다음날 아벨 몰래 안나만 데리고 훌쩍 사라짐으로써, 기어이 아들의 속을 뒤집어 놨다.


그 후로 아벨은 아버지를 다시 만나면 제대로 한 판 대거리를 해야겠다고 단단히 벼르고 있었다.


“아무리 본인 아내라고 해도 그렇지, 다른 사람 어머니를 그렇게 멋대로 데려가도 됩니까? 하다못해 어디서 어떻게 지내고 계시는지 소식이라도 보냈어야죠. 입이 있으면 뭐라고 말 좀 해보란 말입니다.”


갈렌이 아벨을 빤히 쳐다보다가 킥 웃었다.


“이런, 아직도 정신 못 차렸군. 꼴사나우니까 잠꼬대 그만하고 똑바로 봐라. 내가 누구지?”


“누구냐니··· 뜬금없이 그게 뭔··· 크윽···!”


그 순간, 송곳으로 머리를 헤집는 것 같은 통증을 느낀 아벨이 이마를 붙잡았다. 동시에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악몽이 되살아났다.


무너진 궁전의 어전. 불꽃 속에 집어삼켜져 사라진 아내들. 절망과 분노가 만들어낸 최후의 발악. 그리고 심장을 꿰뚫은 황금빛 검.


이제 더 이상 아벨 레버넌트는 존재하지 않았다.


대신 지크 체르타멘이 핏발 선 눈으로 자신의 원수를 노려보았다.


“네르갈···!”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환생자와 8명의 아내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히로인 일러(타냐&라네즈) 22.09.30 195 0 -
공지 후원 감사합니다(10/10 수정) 22.09.02 101 0 -
공지 히로인 일러(이리스&카밀라) 22.08.19 265 0 -
공지 히로인 일러(디아나&루나) 22.07.30 274 0 -
공지 히로인 일러(레이나&엘렌) 22.05.23 598 0 -
117 꿈의 종막(2) -完- 22.11.01 97 2 16쪽
» 꿈의 종막 22.10.31 45 1 12쪽
115 북쪽의 환란(4) 22.10.28 43 0 19쪽
114 북쪽의 환란(3) 22.10.27 46 0 14쪽
113 북쪽의 환란(2) 22.10.25 49 0 12쪽
112 북쪽의 환란 22.10.24 44 0 16쪽
111 어둠 속의 은둔자(2) 22.10.21 44 2 17쪽
110 어둠 속의 은둔자 22.10.20 58 0 14쪽
109 가족 나들이(2) 22.10.18 52 0 15쪽
108 가족 나들이 22.10.17 57 0 12쪽
107 외전: 호수의 요정과 이름 없는 기사(14) 22.10.14 46 0 12쪽
106 외전: 호수의 요정과 이름 없는 기사(13) 22.10.13 42 0 13쪽
105 외전: 호수의 요정과 이름 없는 기사(12) 22.10.11 45 0 13쪽
104 외전: 호수의 요정과 이름 없는 기사(11) 22.10.10 43 0 14쪽
103 외전: 호수의 요정과 이름 없는 기사(10) 22.10.07 58 0 16쪽
102 외전: 호수의 요정과 이름 없는 기사(9) 22.10.06 40 0 13쪽
101 외전: 호수의 요정과 이름 없는 기사(8) 22.10.04 44 0 12쪽
100 외전: 호수의 요정과 이름 없는 기사(7) 22.10.03 53 0 12쪽
99 외전: 호수의 요정과 이름 없는 기사(6) 22.09.30 53 0 12쪽
98 외전: 호수의 요정과 이름 없는 기사(5) 22.09.29 55 0 14쪽
97 외전: 호수의 요정과 이름 없는 기사(4) 22.09.27 51 0 12쪽
96 외전: 호수의 요정과 이름 없는 기사(3) 22.09.26 57 0 13쪽
95 외전: 호수의 요정과 이름 없는 기사(2) 22.09.23 58 0 13쪽
94 외전: 호수의 요정과 이름 없는 기사 22.09.22 64 1 15쪽
93 특별 공연(2) 22.09.20 82 1 16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