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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환생자와 8명의 아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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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완결

나무램프
작품등록일 :
2022.05.11 10:05
최근연재일 :
2022.11.01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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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732,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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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0.07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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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외전: 호수의 요정과 이름 없는 기사(10)

DUMMY

***


그날 밤, 지크와 레이나가 서재에서 대화를 나누는 와중에 조금 색다른 이야깃거리가 나왔다.


“군주는 정무 못지않게 가정에도 신경 써야 해. 본인은 훌륭했어도 처첩과 자식들의 전횡을 제어하지 못해 나라를 망친 자들이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으니까.”


“난 결혼도 안 했고 자식도 없으니까 당장은 신경 쓸 필요 없겠네.”


“당신이라고 계속 독신으로 살 건 아니잖아? 미리미리 고민해봐서 나쁠 건 없어.”


“흐음···”


지크가 생각의 갈피를 못 잡고 있자 레이나가 말을 덧붙였다.


“우선은 제대로 된 황후를 들이는 게 먼저야. 단순히 후계자를 낳는 역할에 그치지 않고, 정무에 바쁜 황제를 대신해 황실 내부의 대소사를 두루 살피고 다스릴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지.”


“훌륭한 황제라면, 사적인 감정을 배제하고 가장 조건이 우수한 여성을 황후로 들여야겠지?”


지크의 입가에 기운 없는 웃음이 번지는 걸 보고 레이나가 눈을 한 번 깜빡였다.


“반드시 그렇진 않아. 황제도 결국 사람이야. 아무리 조건이 우수해도 신뢰와 애정이 없으면, 누구를 황후로 세워도 파국을 맞을 뿐이야.”


황제가 황후에게 정을 주지 않고 총희만 가까이하면, 황후의 권위가 뿌리부터 흔들린다.


황제의 총애를 등에 업은 총희는 자연스레 황후에게 도전하게 되고, 그럼 황후도 자신의 지위를 지키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발버둥 칠 수밖에 없다.


고금의 궁중암투 중 열에 아홉은 이런 식으로 시작되었다고, 레이나가 지적했다.


“그러니까 꼭 당신이 사랑하는 여자를 황후로 선택해. 지위나 배경 같은 건 낮아도 상관없어.”


“그래도 돼? 보통은 지위나 배경을 제일 먼저 따지던데?”


“그건 혼자선 충분한 권위를 세울 수 없는 자들의 경우지. 당신은 달라. 스스로가 곧 제국이나 다름없는, 절대적인 군주가 될 거야.”


지크는 자신의 손으로 나라를 세운, 누구도 흔들 수 없는 정통성을 가진 군주였다. 또한 무력이든 공훈이든 감히 그와 견줄 수 있는 신하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래서 권세 높은 집안의 딸을 아내로 맞아 자신의 권위를 높일 필요가 전혀 없었다.


“그런 당신의 사랑을 받는 것만으로도, 그 여자는 제국에서 가장 존귀한 안주인이 될 수 있어.”


지크가 무슨 말인지 이해했다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이자, 레이나가 중요한 조언을 추가했다.


“지위나 배경은 상관없어도 능력과 성품은 잘 따져봐야 돼. 외모만 보고 황후를 고르는 건, 차라리 황후가 없느니만 못하다는 걸 명심해.”


“걱정 마. 그대들 덕분에 이젠 돌아가서 그 어떤 미녀를 봐도 별 감흥이 없을 것 같으니까.”


그가 농담인 척 꺼내든 진담에, 레이나가 순간 눈을 동그랗게 떴다가 슬그머니 고개를 돌렸다.


“그, 그렇다면 다행이네.”


언제나 차분하고 고아한 레이나에게만 익숙한 지크는, 지금 그녀가 보여주는 모습이 무척 신기했다.


‘설마 부끄러워하고 있는 건가?’


지크의 시선이 자신으로부터 떨어질 줄 모르자, 레이나의 얼굴이 점점 붉게 물들었다. 이내 그녀가 그에게 퉁명스러운 말을 쏘아붙였다.


“뭘 그렇게 쳐다봐? 구경났어?”


“아, 미안.”


지크가 웃음이 새어나오는 걸 참으면서 시선을 천장 쪽으로 옮기고 등받이에 등을 기댔다.


‘사랑이라···’


그에게 있어 친숙한 단어는 아니었다.


숲속에서 반쯤 야생 짐승으로 살다가 형제들을 따라 세상으로 나오게 된 이후로, 그의 관심은 이성보단 다양한 먹을거리와 볼거리 쪽으로 쏠려있었다.


왕이 되고 나선 여기저기서 참한 영애나 총희로 둘 만한 미녀를 소개해줬지만, 그 뒤에 있는 복잡한 정치적 계산들을 신경 쓰기 싫어서 전부 거절했다.


그렇다고 결혼에 아예 관심이 없냐고 하면, 그건 아니었다.


그의 형제들 중 몇몇은 이미 결혼하고 자식까지 뒀다. 그들을 옆에서 지켜본 덕에 결혼이 마냥 좋은 게 아니란 것 정도는 알았다.


하지만 그들 모두 살아갈 이유의 목록 맨 위에 아내와 자식들의 이름을 두고 있었다. 지크는 이따금 그런 그들이 꽤 부러웠다.


그래서 나중에 여유가 생기면 좋은 사람을 찾아 아내로 맞이하고 싶다고, 오래 전부터 생각해왔다.


다만 가정을 꾸리는 것에만 초점을 맞춘 나머지, 미래의 아내와 연애하면서 사랑을 키우는 과정에 대해선 전혀 생각해보지 않았다.


‘따지고 보면 그게 제일 중요한 건데 말이지.’


근데 또 막상 그에 대해 생각해보려고 하니,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았다.


“레이나, 사랑이란 건 어떻게 해야··· 아니, 방금 한 말은 못 들은 걸로 해줘.”


지크가 습관처럼 레이나의 조언을 구하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그 행동이 레이나로 하여금 눈을 매섭게 치켜뜨게 만들었다.


“뭐야, 당신··· 왜 말을 하다 말아? 설마 내가 연애경험이 없으니까 사랑에 관해선 아무 쓸모가 없다고 판단한 거야?”


지크가 그녀의 언짢음을 감지하고 서둘러 변명했다.


“그럴 리가. 그대가 연애경험이 없다는 건 지금 처음 들었는데. 그냥··· 발키리는 정령에 가까운 존재라니까 인간들의 사랑은 잘 모를 것 같아서···”


지크가 그동안 관찰해 본 바, 발키리 자매들은 인간과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많이 달랐다.


저 하늘위의 별처럼,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세상의 혼탁함에 물들지 않고 아름답게 빛나는 천진무구한 존재들이었다.


그런 그녀들에게 인간 연인들의 사랑처럼 복잡미묘한 감정은, 이해도 안 되고 흥미도 안 생기는 대상이 아닐까.


지크가 그런 의견을 밝히자, 레이나가 그를 퍽 한심하게 여기는 표정을 지었다.


“단순하다 못해 무식한 발상이네. 당신 말대로라면 우린 태어나지도 못했어.”


그녀가 그러면서 오래된 이야기 하나를 꺼냈다.


“잘 들어. 태초의 격류에서 태어나신 우리 어머님은, 원래 모든 정령들로부터 경배를 받았던 위대한 여왕이셨어.”


“아나히타 님이 예전에 물의 정령왕이셨던 것 정도는 나도 알지.”


“하지만 정령왕이 얼마나 지고한 존재인지는 모르는 것 같네. 대자연의 질서를 주관하는 자들 중 하나였던 어머님에게, 모든 생명은 똑같은 무게를 가졌어. 인간은 그분에게 꽃 한 송이보다 특별할 게 없는 존재였지.”


그녀의 눈빛과 목소리에서 아나히타에 대한 존경심과 자부심을 숨김없이 드러났다.


“그랬던 어머님이 인간 시절의 아버님을 만나, 인간의 사랑을 배우고, 인간을 사랑하게 되었던 거야. 그 사랑의 결실 중 하나인 내가 인간의 사랑을 이해 못할 것 같아?”


지크가 순순히 그녀의 주장을 수긍했다.


“확실히 내 생각이 짧았던 것 같네. 그럼 레이나, 사랑이란 건 어떻게 하면 좋을까? 고견을 듣고 싶어.”


“그건···”


자신만만하게 올라갔던 그녀의 양쪽 입꼬리가 툭 떨어졌다.


“조, 조금만 기다려. 금방 공부해서 가르쳐줄게. 아주 모르는 건 아닌데 남을 가르치기엔 살짝 미흡한 것 같아서··· 중요한 문제니까 확실히 하는 게 좋잖아?”


혹여 그가 ‘실컷 잘난 체하더니 결국 너도 모르는 거냐’ 같은 말을 하진 않을까, 그녀의 심장이 콩닥콩닥 뛰었다.


귀 끝까지 빨갛게 익은 그녀의 얼굴에서 그 속마음이 고스란히 드러났지만, 지크는 모른 척 싱긋 웃었다.


“알았어, 레이나. 그대만 믿을게.”


마침 시간이 다 되서, 지크가 레이나에게 잘 자란 인사말을 남기고 먼저 방으로 돌아갔다.


“아으으···”


홀로 남은 레이나가 화끈거리는 볼을 감싸 쥐고 앓는 소리를 냈다.


‘들켰어! 내가 인간의 사랑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는 걸 지크도 눈치 챈 게 분명하다고!’


그래도 그녀의 냉철한 이성은 얼마 지나지 않아 수치심을 극복했다.


‘중요한 건 이게 아니지. 다 알면서도 나를 믿어준 지크의 기대에 보답해야 해. 철저하게 사랑을 공부해서 지크가 좋은 사람을 황후로 맞을 수 있게 도와주는 거야.’


그녀가 먼 미래, 자신의 완벽한 조언 덕에 지크가 본인의 이상형과 행복한 결혼식을 올리는 장면을 상상해봤다.


‘으음···?’


그런데, 예상과는 달리 전혀 뿌듯한 감정이 들지 않았다. 오히려 얼굴도 제대로 설정하지 않은 가상의 여자가 지크 옆에 붙어있는 게 무척 마음에 안 들었다.


‘인물상을 다시 그려야겠어. 저렇게 지크의 사랑을 일방적으로 받아먹을 것 같은 여자 말고, 진정으로 지크를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예를 들면···’


그녀가 불현듯 거울 앞에 섰다.


‘예를 들면 나 같은. 외모도 지크의 취향인 것 같고, 황후로서 지크를 보좌할 능력도 충분하고, 누구보다 지크가 행복하길 바라잖아.’


거울 속에 있는 레이나가 원본을 향해 기특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 은밀한 속삭임을 더했다.


‘그래. 지크는 너 같은 여자랑 결혼해야 해. 아니면··· 그냥 너랑 결혼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


레이나는 생각했다. 스스로를 추켜세우는 것 같아 조금 민망하지만, 지크의 행복을 위해서 충분히 숙고해볼 가치가 있는 이야기라고.


***


이틀 후, 지크가 늘 나가던 시간에 맞춰 정원으로 나가니, 평소보다 격식 있는 차림새를 한 카밀라가 그에게 기쁜 소식을 전했다.


“지크 님, 드디어 진혼곡을 완성했어요.”


“정말?”


놀란 지크가 멀뚱히 서있자, 미리 자리에 앉아있던 이리스가 자기 옆자리를 팡팡 두들겼다.


“빨리 이리 와, 지크. 카밀라가 당신한테 제일 먼저 들려주고 싶다고 고집을 부려서 나도 아직 못 들었어.”


지크가 서둘러 착석했다.


카밀라가 그를 향해 생긋 웃고 한 손을 살포시 가슴 위에 얹었다. 그리고 자신의 특별한 관객을 향해 정중히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이어서 그녀의 노래가 시작되었다.


“그리운 나의 벗이여, 형제여- 당신은 지금 어디에 있나요-”


그녀의 목소리에 담긴 애틋한 선율이 그의 마음속 황량한 묘지의 하늘에 만월을 그려냈다.


네메아인은 달과 함께 살아가는 민족.


타지에 나간 가족과 친구, 연인을 위해 기도하는 이들과, 지평선 너머에 있는 고향의 모습이 혹여 달에 비춰보이진 않을까 틈틈이 올려다보는 이들의 삶을, 달은 모두 기억했다.


그러니 결국 그들의 애한을 녹일 수 있는 것도 달빛뿐이겠지.


지크가 그런 생각을 하며 눈을 감았다. 노래에 취한 그의 시간이 평소보다 훨씬 빠르게 흘렀다.


이윽고 그녀의 노랫소리가 서서히 잦아들었다.


“슬픔을 내려놓고 편히 잠들어요··· 이 땅에 남은 당신의 숨결이 달빛에 물들 때마다, 모두가 당신을 추억할 것이니···”


노래를 마친 카밀라가 길게 날숨을 내뱉고 지크 앞에 바짝 다가왔다.


“어떠셨어요? 귀에 거슬리는 부분은 없었나요?”


그때까지도 노래의 여운에 잠겨있던 지크가 천천히 눈을 떴다.


“먼저 떠난 내 동포들이 받을 수 있는··· 최고의 헌사였어. 고마워, 카밀라.”


그의 진심어린 감사가 카밀라를 방긋 미소 짓게 했다.


“마음에 드셨다니 다행이에요.”


그런데, 이어지는 그의 말이 즐거운 분위기에 균열을 일으켰다.


“나중에 내가 죽으면, 그때도 그대가 이 노래를 불러줬으면 좋겠어. 그럼 정말 편안한 마음으로 영원한 안식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아.”


“···네?”


카밀라가 섬뜩한 환청이라도 들은 사람처럼 어깨를 흠칫했다. 옆에서 흐뭇하게 웃고 있던 이리스의 얼굴에서도 핏기가 싹 사라졌다.


“어, 어째서 그런 말씀을··· 지크 님은 이미 불멸의 서품을 받을 자격을 갖추셨잖아요. 엘리시움에서 영원한 영광을 누릴 당신에게 이런 노래는 필요 없어요.”


지크가 쓰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설령 불멸의 서품을 받을 기회가 주어진다고 해도, 나는 그걸 받지 않을 거야. 그 영광이라는 게··· 내겐 너무 버겁더라고.”


남들보다 압도적으로 강한 힘을 갖고 태어났다. 하지만 그걸로 뭔가 거창한 걸 이루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그저 싸움 좀 잘하는 칼잡이로서, 형제들과 신나게 모험을 하고 동포들에게 좋은 친구이자 이웃이 될 수 있으면 족했다.


하지만 칼날로 쟁취한 영광에 떠밀려 옥좌에 앉은 뒤론 그럴 수 없었다.


자신의 선택 하나에 수천수만의 삶이 좌우되니 예전처럼 모험을 즐기는 건 꿈도 못 꿨다.


동포들은 이제 그가 좋은 이웃이자 친구가 되는 걸 원치 않았다. 그저 저 높은 곳에서 자신들을 굽어 살피는 존재로서, 경외하고 숭배할 뿐이었다.


그로 인한 중압감과 고독에 나날이 시달리며, 그의 심신은 지칠 대로 지쳐버렸다. 누구보다 믿고 의지하는 형제들조차 그를 도와줄 수 없었다.


“나라 하나에 대한 책임도 버거워하는 나한텐, 종족 전체를 위한 의무를 짊어질 깜냥이 없어.”


무엇보다 이대로 어울리지 않는 영웅의 껍데기를 뒤집어쓰고 끝없는 시간을 살다보면, 자신이 지금과 전혀 다른 무언가로 변해버릴 것만 같아서 꺼려졌다.


“그러니 부디 그대의 노래 한 자락을 빌려 내 관을 덮는 것을 허락해줬으면 해.”


“싫어요!”


극명하게 거부를 표현하는 카밀라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그런 노래··· 저는 절대 부르지 않을 거예요···”


카밀라가 그대로 별장이 있는 방향으로 뛰어갔다. 지크가 카밀라를 쫓으러 일어나자, 이리스가 그의 어깨를 잡았다.


“내가 가볼게. 지크는 여기 있어.”


지크가 이리스 쪽을 바라보자 그녀가 늘 그렇듯 유쾌하게 웃었다.


“너무 걱정하지 마. 쟤는 원래 감수성이 풍부하거든. 그러니까 아직 확정도 안 된 이야기 가지고 저렇게 울지.”


그렇게 말하는 이리스의 얼굴도 눈가에 물기가 없다는 것 빼곤 카밀라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지크는 아직 앞날이 창창하잖아? 나중에 마음이 바뀌어서 불멸의 서품을 받을 수도 있는 거잖아? 그렇지?”


“······”


거짓으로 그렇다는 대답을 할 수도 있지만 어차피 금방 들킬 것 같아서, 지크는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그러자 이리스의 입가에 있는 미소가 점점 흐릿해졌다. 그녀가 미소를 완전히 잃기 전에 먼저 그에게 등을 보였다.


“아하하··· 당신도 참 요령이 없네.”


이리스도 카밀라를 따라 사라지고, 지크 혼자 정원에 덩그러니 남게 되었다.


‘내가 너무 무심했군. 그녀들이 지인의 죽음에 익숙할 리가 없는데 너무 성급히 말을 꺼냈어.’


그가 자신의 실수를 반성하면서 걸음을 옮겼다.


***


지크가 평소보다 훨씬 일찍 공방에 들어섰을 때, 타냐와 라네즈는 책상 위에 커다란 종이를 펴놓고 무언가를 열심히 의논하는 중이었다.


타냐가 먼저 지크의 등장을 눈치 채고 고개를 돌렸다.


“지크!”


라네즈도 그를 보고 무척 반가워했다.


“마침 잘 왔어!”


그녀들이 책상 위의 종이를 함께 들고 와서 그에게 내밀었다. 굉장히 아름다운 형상을 가진 검의 도안이었다.


“이건···”


“나랑 라네즈가 지크를 위해 만들 검이에요. 지크 정도 되는 영웅이면 아무 무기나 쓸 수 없는 법. 우리가 지크의 전속 무장 제작자가 되어줄게요.”


“검뿐만이 아니라 다른 무기랑 갑옷도 여러 가지를 생각해 놨어. 마음에 드는 걸 고르면 멋지게 완성해 놓고 당신이 천상으로 오는 날을 기다릴게.”


지크가 운명의 얄궂음을 느끼며 타냐와 라네즈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그리고 아까보다 훨씬 조심스러운 어조로 차근차근, 카밀라와 이리스에게 했던 말을 두 사람에게도 들려줬다.


하지만 별 효과는 없었다.


“끝···? 이대로 끝? 다시는 지크랑 못 만나? 그럼 안 되는데··· 절대 안 되는데···”


넋이 나간 얼굴로 횡설수설하는 타냐 옆에서, 라네즈가 울음을 터트렸다.


“흐어어어엉!”


지크가 일단 라네즈부터 달랬다.


“울지 마, 라네즈. 인간의 삶은 원래 유한한 게 자연스러우니까 그렇게 슬퍼할 필요 없어.”


“몰라! 난 그런 거 몰라!”


라네즈가 빨개진 눈으로 소리를 지른 다음, 아직도 눈에 초점이 없는 타냐와 팔짱을 끼고 공방 밖으로 뛰쳐나갔다.


결국 지크는 이번에도 혼자 덩그러니 남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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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 꿈의 종막 22.10.31 45 1 12쪽
115 북쪽의 환란(4) 22.10.28 44 0 19쪽
114 북쪽의 환란(3) 22.10.27 47 0 14쪽
113 북쪽의 환란(2) 22.10.25 50 0 12쪽
112 북쪽의 환란 22.10.24 45 0 16쪽
111 어둠 속의 은둔자(2) 22.10.21 45 2 17쪽
110 어둠 속의 은둔자 22.10.20 59 0 14쪽
109 가족 나들이(2) 22.10.18 53 0 15쪽
108 가족 나들이 22.10.17 57 0 12쪽
107 외전: 호수의 요정과 이름 없는 기사(14) 22.10.14 47 0 12쪽
106 외전: 호수의 요정과 이름 없는 기사(13) 22.10.13 42 0 13쪽
105 외전: 호수의 요정과 이름 없는 기사(12) 22.10.11 46 0 13쪽
104 외전: 호수의 요정과 이름 없는 기사(11) 22.10.10 44 0 14쪽
» 외전: 호수의 요정과 이름 없는 기사(10) 22.10.07 59 0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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