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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환생자와 8명의 아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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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완결

나무램프
작품등록일 :
2022.05.11 10:05
최근연재일 :
2022.11.01 20:3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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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732,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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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0.04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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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외전: 호수의 요정과 이름 없는 기사(8)

DUMMY

***


그날 오후는 유달리 햇살과 바람이 포근했다.


이리스가 지크와 카밀라에게 강력히 주장했다, 이런 날 빈둥거리지 않으면 자연의 은혜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세 사람이 정원의 나무 그늘 아래 자리를 깔고 나란히 드러누웠다. 지크가 가운데에 있고, 이리스가 그의 오른쪽을, 카밀라가 왼쪽을 차지했다.


띠리링-


이리스가 배 위에 올린 류트를 튕기며 흥겨운 선율을 퍼트렸다. 그렇게 20분쯤 지났을 때, 그녀가 불쑥 상체를 세우고 말했다.


“누워만 있으니까 질린다. 다른 거 하고 놀자.”


지크와 카밀라도 이리스와 같은 자세를 취했다. 카밀라가 자매를 가볍게 타박했다.


“변덕스럽긴, 이번엔 또 뭘 하고 싶은데?”


“글쎄? 딱히 확 끌리는 건 없네. 지크는 뭐 하고 싶어?”


지크가 멍하니 먼 곳을 바라보았다. 이렇게 좋은 날씨엔 역시···


“술 한 잔 할 수 있으면 좋겠네.”


그가 무심코 중얼거린 말에 이리스가 눈을 빛냈다.


“그거야!”


이리스가 별장으로 쪼르르 달려가더니 곧 술병 하나랑 큼직한 나무잔 세 개를 안고 돌아왔다. 카밀라가 술병에 붙은, 디아나의 이름이 멋들어지게 쓰인 금색 라벨을 확인하고 기겁했다.


“그거 디아나 언니가 직접 담근 술이잖아···! 그것도 금색?! 언니한테 허락은 받았어?”


“언니가 금쪽같이 아끼는 술을 이렇게 병째로 줄 리가 없잖아? 당연히 몰래 가져왔지.”


그래도 술병이 있던 자리에 ‘언니 사랑해♡’라는 쪽지 한 장은 남겼다고, 이리스가 첨언했다. 그리고 자리로 올라와 술병과 술잔들을 늘어놓고, 잔 하나를 지크 쪽으로 내밀며 씨익 웃었다.


“기대해, 지크. 디아나 언니가 빚은 술은 어머님의 것 못지않게 맛있으니까.”


연회신이라는 신명에 걸맞게, 아나히타의 가장 중요한 업무 중 하나는 에인헤랴르들을 위한 연회를 총괄하는 것이었다.


아니히타는 에리마이스의 달안개로 연회에 내놓을 술을 직접 빚었는데, 디아나는 종종 그걸 옆에서 도왔다.


그러다 완성될 술을 시음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술맛을 알게 되었고, 어머니에게 배운 제조법으로 술을 담가마시는 걸 취미로 삼았다.


카밀라가 걱정스런 얼굴로 술병의 라벨을 톡톡 건드렸다.


“금색은 디아나 언니도 좋은 일이 있을 때나 꺼내서 우리랑 한 모금씩 나눠 마시는 최상품이잖아. 뒷감당은 어떻게 하려고···”


“후후, 생각만 해도 살 떨리지만 예술을 위해서 이 정도는 감수해야지.”


“···예술을 위해서?”


“그래, 카밀라. 책에서 본 건데, 술은 인간 예술가들의 첫 번째 친구래. 우리도 그들처럼 술로 영혼을 적시고 예술적 감성을 폭발시켜보자.”


이리스의 은근한 목소리가 카밀라의 귀를 솔깃하게 했다.


“우리에게 영감의 원천이 되어주는 지크도 함께하니까 분명 굉장한 결과가 나올 거야.”


“지크 님··· 이리스의 말이 사실인가요?”


“어··· 난 예술이랑 별 인연이 없어서 잘 모르겠는데, 예술 한다는 친구들 중에 주정뱅이가 많은 것 같긴 해.”


마침내 카밀라가 용기 있는 결정을 내렸다.


“좋아, 마시자.”


지금 그녀들을 말리는 게 도덕적으로 옳다는 걸 알면서도, 지크는 조용히 방관했다. 디아나에겐 미안하지만 천상의 술이 어떤 맛일지 무지하게 궁금했기 때문이다.


세 사람이 빠르게 눈빛을 교환하며 공범의 유대감을 쌓았다. 이리스가 술병을 따서 잔 세 개를 채우고, 카밀라가 잔을 돌렸다.


술은 새벽이슬처럼 투명했으나, 그 향기는 그 어떤 꽃보다도 아름답고 그 어떤 과실보다도 달콤했다. 지크가 저도 모르게 군침을 삼켰다.


“자, 그럼~ 예술을 위하여!”


이리스의 건배사에 호응하여 지크와 카밀라가 동시에 ‘예술을 위하여’라고 외쳤다. 이어서 세 사람의 입가에 닿은 술잔들이 크게 기울었다.


지크는 생각했다.


‘이 세상의 모든 물이 이 술로 바뀌면 모두가 행복한 낙원이 도래하지 않을까?’


이리스와 카밀라도 황홀한 표정으로 술을 음미하고 있었다.


“흐아··· 역시 좋네.”


“맛있어··· 어? 벌써 다 드셨네요, 지크 님. 한 잔 더 받으세요.”


카밀라가 지크의 잔에 다시 술을 채워주었다.


“고마워, 카밀라.”


지크가 이번엔 단숨에 잔을 비우는 평소 버릇을 억제하고 조금씩 홀짝였다. 지금이 아니면 맛보기 힘든 이 술을 최대한 오래 즐기고 싶어서였다.


그러다 뒤늦게 속에서 후끈 치솟는 열감을 눈치 챘다.


‘이거 생각보다 엄청 독한데? 이렇게 큰 잔에 마실 술이 아니야.’


그는 문득 이 술을 음료수처럼 쭉쭉 들이켜고 있는 카밀라와 이리스가 걱정스러워졌다. 발키리라서 괜찮을 수도 있지만, 디아나가 분명 지금은 육체를 인간에 가깝게 조정한 상태라고 말하지 않았던가.


그가 그녀들에게 천천히 마시는 게 좋다고 얘기하려 하는데, 카밀라가 잔을 내려놓고 뜨거운 숨을 내뱉었다.


“하아··· 더워···”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난 그녀가 입고 있던 블라우스를 훌렁 벗어던졌다.


“?!”


지크가 다급히 자기 눈을 손으로 가렸다.


“멈춰, 카밀라! 여기서 옷을 벗으면 안 돼!”


카밀라는 지크의 말을 들은 척도 안하고 나머지 옷들도 전부 벗어버렸다. 그리고 시원한 공기를 맨살로 만끽하며 작은 깨달음을 얻었다.


“자연··· 자유··· 해방··· 그래, 이게 예술이야.”


이리스가 그런 자매를 보고 폭소를 터트렸다.


“아하하! 쟤 좀 봐, 지크! 홀딱 벗고 이상한 소리를 하고 있어!”


“이리스··· 웃지만 말고 빨리 카밀라한테 옷이나 입혀.”


“왜에? 아, 지크는 우리 알몸을 보면 안 되던가? 잠깐만 기다려~”


다행히 이리스는 취해도 어느 정도 사리분별이 가능한 모양이었다. 지크가 그 사실에 안도하는 사이, 이리스가 카밀라한테 다가가서 무언가를 했다.


“다 됐어, 지크. 이제 봐도 돼.”


지크가 이리스의 말을 믿고 눈을 가린 손을 치웠다. 양 가슴과 다리 사이에 나뭇잎을 한 장씩만을 붙이고 당당하게 서있는 카밀라를 옆에 두고, 이리스가 히죽대고 있는 게 보였다.


“짜자잔~”


그가 바로 눈을 질끈 감으며 소리쳤다.


“장난치지 마!”


“아하하핫! 지크, 얼굴이 빨개졌어! 그러니까 너무 귀엽다~”


한편 카밀라는 그런 지크의 태도가 무척 마음에 안 들었다.


“뭐에요 지크 님··· 왜 계속 눈을 가리고 있어요? 지금 제 예술을 무시하는 건가요?”


“어?”


“에이잇!”


카밀라가 그대로 지크에게 달려들어서 넘어트리고, 그의 배 위에 걸터앉았다. 그리고 그의 멱살을 잡아 있는 힘껏 흔들었다.


“똑바로 보세요! 제 예술을 무시하면 안 돼요! 아무리 지크 님이라도 용서 못해요!”


“카밀라, 일단 진정··· 으억···”


그때, 디아나의 방에서 둘째 언니와 티타임을 즐기는 중이던 라네즈가 창문 너머로 그 난장판을 발견했다.


“우와아···! 디아나 언니, 저것 좀 봐! 카밀라 언니가 알몸으로 지크 위에 앉아 몸을 흔들고 있어!”


푸후우우우우-


디아나가 입가에 머금고 있던 차를 길게 내뿜고 창가로 몸을 날렸다. 동생이 묘사한 그대로의 장면이 그녀의 눈에도 똑똑히 보였다.


그녀가 새빨개진 얼굴로 창문을 열어젖히고 소리를 질렀다.


“니들 지금 뭐하는 거야-!”


2층에서 냅다 뛰어내린 그녀가 지크와 카밀라를 향해 달려갔다.


***


빈 술잔이 굴러다니는 돗자리 위에서 디아나와 마주앉은 지크가 사고의 경위를 진술했다. 그의 말이 끝나자 디아나가 한숨을 푹 쉬었다.


“하아··· 내 술이 마시고 싶었으면 그냥 나한테 달라고 하라고요. 매일 칼을 섞는 사람한테 술 한 병 주는 걸 아까워할 정도로 내가 쩨쩨해 보여요?”


그녀의 핀잔에 그가 겸연쩍은 얼굴로 대답했다.


“미안···”


이어서 디아나의 시선이 옆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너희들은···”


둘째 언니의 싸늘한 목소리에, 다소곳하게 무릎을 꿇고 있던 이리스와 카밀라가 어깨를 흠칫 떨었다. 디아나의 해독 주문 덕분에 둘 다 취기가 싹 사라진 상태였다.


이리스가 내용물이 거의 다 사라진 술병을 들어 보이며 어설픈 미소를 지었다.


“언니~ 술이 줄어든 만큼 언니를 향한 내 사랑이 커진 거 알지?”


“나, 난 처음에 말리려고 했어. 근데 이리스가 술을 마시면 예술적 감성이 자극된다고 꼬드겨서···”


“됐고. 둘 다 이따가 내 방으로 올라와.”


그 말만 남기고 저택으로 돌아가는 디아나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이리스와 카밀라의 얼굴에 절망이 흘러내렸다.


“아하하··· 이거 망했네. 반성문 한두 장으론 안 끝날 것 같지?”


“다 너 때문이야, 이리스! 너 때문에 난···! 나는···!”


카밀라가 얼굴을 잘 익은 사과의 색으로 물들이고 지크를 향해 연거푸 고개를 숙였다.


“죄송해요, 지크 님··· 흉한 꼴을 보여서 정말 죄송해요···”


“너무 미안해하지 마. 하나도 흉하지 않았어. 오히려···”


무척이나 예술적인 몸매였다는 말까지 나오기 전에, 지크가 얼른 입을 닫았다. 그러자 이리스가 킥킥대면서 그에게 말을 걸었다.


“왜 말을 하다가 말아? 나도 궁금하니까 빨리 카밀라의 알몸이 어땠는지 감상을 들려줘.”


“알몸까진 안 봤어.”


지크가 작게 헛기침을 하고 점잖게 이리스를 타일렀다.


“그리고 함부로 타인의 신체를 품평하는 건 무례한 짓이야.”


“알몸으로 올라타서 멱살을 잡는 건 무례한 짓이 아니고? 지크가 카밀라의 무례를 용서해줬으니까, 카밀라도 지크의 무례를 한 번 용서해주는 게 공평하잖아.”


“···그대는 요상하게 논리적인 말을 잘한단 말이지.”


“저··· 저는 괜찮아요, 지크 님. 편하게 말씀하세요.”


카밀라가 수줍게 몸을 꼬면서도 은근슬쩍 팔로 가슴 밑을 받쳤다. 눈빛에는 묘한 기대감이 어려 있었다.


지크가 그걸 보고 멍청하게 굳어있자, 이리스가 그의 귓가에 입술을 가까이하고 장난스럽게 속삭였다.


“가슴이 크고 탐스럽다고 칭찬해줘. 같이 목욕할 때 우리가 그걸 부러워하면 아닌 척 하면서 엄청 좋아해.”


지크가 될 대로 되라는 심정으로 이리스의 조언을 수용하고, 자신이 찬사를 보내야할 대상을 지긋이 바라보았다.


그리고 곧 그의 고개가 아래로 푹 수그러졌다.


“아하하하!”


이리스의 유쾌한 웃음소리가 지크의 귀를 콕콕 찔렀다.


“또 얼굴 빨개졌어~ 왜 그래, 지크? 가슴이 무서워? 인간은 모두 가슴에 익숙해야하는 거 아닌가? 애기였을 때 가슴으로 맘마 먹으면서 자라잖아.”


이리스의 놀림을 못 견딘 지크가 결국 궁색하기 그지없는 변명을 꺼냈다.


“난 갓난아기 때부터 고아라서 그냥 우유 먹고 컸어.”


“······”


“······”


찬물을 끼얹은 것처럼 정적이 감돌았다. 지크는 자신의 보잘 것 없는 회화 능력을 한탄하면서 그녀들의 얼굴을 살폈다. 둘 다 눈에 연민이 가득했고, 카밀라는 눈물까지 그렁그렁했다.


지크가 멋쩍은 얼굴로 그녀들에게 사과했다.


“미안, 내가 쓸데없는 소리를 분위기를 망쳤네.”


“지크 님···”


카밀라가 갑자기 지크에게 바짝 다가왔다.


“가슴이 필요하시면 언제든 제 걸 빌려드릴게요.”


“···어?”


당황한 지크가 뭐라고 더 말하기도 전에, 그녀가 그의 머리를 꼬옥 끌어안았다. 말 몇 마디론 도저히 묘사할 수 없는 경이로운 부드러움과 포근함, 그리고 따스함이 그의 현실감을 흐물흐물 녹였다.


여기서 정줄을 놔버리면 정말 큰일이 날 것 같아서, 지크가 이리스에게 도움을 청했다. 말을 하려고 하면 카밀라가 간지럽다고 몸을 떨었기 때문에 손짓으로 신호를 줬다.


그런데 이리스가 그걸 엉뚱하게 알아먹었다.


“뭐야, 내 것도 필요해? 후후, 우리 지크는 욕심쟁이네. 카밀라, 팔 좀 치워봐.”


이리스가 그러곤 지크의 뒷머리에 자신의 가슴을 갖다 댔다.


“······”


지크는 그냥 생각하는 걸 그만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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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 북쪽의 환란(4) 22.10.28 44 0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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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 북쪽의 환란(2) 22.10.25 50 0 12쪽
112 북쪽의 환란 22.10.24 45 0 16쪽
111 어둠 속의 은둔자(2) 22.10.21 45 2 17쪽
110 어둠 속의 은둔자 22.10.20 59 0 14쪽
109 가족 나들이(2) 22.10.18 53 0 15쪽
108 가족 나들이 22.10.17 57 0 12쪽
107 외전: 호수의 요정과 이름 없는 기사(14) 22.10.14 47 0 12쪽
106 외전: 호수의 요정과 이름 없는 기사(13) 22.10.13 42 0 13쪽
105 외전: 호수의 요정과 이름 없는 기사(12) 22.10.11 46 0 13쪽
104 외전: 호수의 요정과 이름 없는 기사(11) 22.10.10 44 0 14쪽
103 외전: 호수의 요정과 이름 없는 기사(10) 22.10.07 58 0 16쪽
102 외전: 호수의 요정과 이름 없는 기사(9) 22.10.06 41 0 13쪽
» 외전: 호수의 요정과 이름 없는 기사(8) 22.10.04 45 0 12쪽
100 외전: 호수의 요정과 이름 없는 기사(7) 22.10.03 54 0 12쪽
99 외전: 호수의 요정과 이름 없는 기사(6) 22.09.30 53 0 12쪽
98 외전: 호수의 요정과 이름 없는 기사(5) 22.09.29 55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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